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62화 (362/412)

【362회. 이 차원에 오게 된 이유】

-태초의 신과 루시의 대화 -

결국 힘을 다해 중간 계에서 모습을 감춘 루시페리아는 곧 어느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생각지도 못한 어둠 속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럼에 곧 그녀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내 명을 거역할 셈이느냐?"

"..."

"언제고 모든 죄에 대해 속죄하여 다시 자신의 본분에 설 것이냐?"

지독한 어둠 속, 루시에겐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이내 루시의 신경을 긁기 시작했고 점차 분노가 차오르는 듯 주변이 뜨거워졌다. 차가워지길 반복하며 고통을 자아내자 루시페리아의 눈이 서서히 떠졌으며 이내 이 공간은 태초의 신께서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란 것을 알수 있었다.

"다시 물으마.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난 그를 사랑할 뿐이에요."

"그는 이제 너의 세상에 없지 않으냐."

"그렇기에 그를 죽인 모든 이들을 증오하고 있어요."

"아둔한 것!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느냐?!"

거대한 불꽃이 루시의 앞에 이글거리며 그 거대한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거대한 분노, 루시의 얼굴에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전 잊을 수 없어요 평생을 갖고 증오를 하며 살 거에요!"

"내가 가만히 둘 줄 아느냐?!"

"이미 당신께서 만든 악마가 중간 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난 그가 신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가 날 흡수하면. 라우엘도 그를 막아낼 수 없을 테죠. 그리고 그는 당신의 명을 듣지 않을 최초의 악신이 될 테죠."

"아둔한 것.... 그럼 난 너에게 너의 정신을 붕괴시킬 것이니라."

"... 마음대로 하세요... 전 두렵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은 진작에 절 망가트릴 수 있었어요.. 왜 그러지 않았죠?"

루시의 목소리에 작은 떨림이 있었으나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럼에 잠시 태초의 신에 대답이 없었으나 이내 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에게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너희가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너희 모두가 다 내 자식들이니 말이다. "

"자비인가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 난 알고 있었다. 인간들에 의해 네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을 말이야. 그리고 너에게 선택을 하게 하려 했다. 자. 인간들에게서 무엇을 느꼈느냐?"

"..."

루시가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느냐? 난 한발 물러나서 봄에 인간들은 자신의 죄를 받아들였다. 더는 그 죄로부터 두려워하지 않았고 받아들이며 미래를 바라보며 살게 되었다. 그들에게 죽음과 시간은, 저주와도 같았으나 이내 매일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지. 그러는 너는 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분노에 차 있는 것이냐? 왜 여전히 과거 속에 머물고 있는 것이냐? 그러면서도 왜, 그 분노를 속으로 삭이는 것이냐?"

"...전... 모르겠어요.. 그들이 원망스러워요... 그런데 그들을 모두 죽일 수가 없었어요. 새로운 삶이 태어나고.. 새로운 왕이 태어나고 때론 서로를 죽이며 분노에 차 있으면서도 어떨 때에는 그 누구보다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그들을 전 아직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짧은 생을 받아들인 인간들의 방식이지."

"...다음에 결정할 거에요."

"너에게 다음은 없다."

"아니요. 있어요."

".."

확신을 가진 루시의 말에 잠시 태초의 신이 말이 없어졌으나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하늘이 울었고 주변에 불꽃이 이글거리며 분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럼에 루시의 표정도 공포를 집어먹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천기를 읽었구나.. 내 말을 또 거역했어!"

"그를.. 그를 찾아야 했으니까요!"

"그의 핏줄은 없다.!"

"하지만 그의 후대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헛소리!!!"

태초의 신의 분노에 세상이 붕괴 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루시의 머릿속에 갖갖은 비명과 고통이 동시에 찾아들며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감히! 내 명을 거역하고 미래를 읽은 것이냐!"

"전, 그를 사랑하니까요. 절 막으려면 소멸을 시켜야만 할 거에요!"

"루시페리아!"

거대한 진동과 함께 세상을 울리는 태초의 목소리 그의 분노가 하늘 끝에 닿아 루시페리아를 옥죄어 왔다.

"아둔하고 멍청한 것! 고작 신이라는 존재가 사랑 때문에 신의 삶을 포기하고 무로 돌아가려 하는 것인가!"

"상관없어요! 그를 다시 보고 싶어요! 제발! 제발 그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태초의 신이시여!"

"허락할 수 없다.!!"

"그럼 절 죽여요!"

"이노오옴!!!"

"꺄아악!"

거대한 공포가 루시페리아를 아우른다. 이내 루시페리아의 머릿속에 오직 죽음에 대한 공포만이 찾아들기 시작했으나. 그 무엇도 그녀의 생각을 변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럼에 서서히 루시페리아의 정신이 붕괴 되기 시작했고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무너져가던 세상이 잠잠해지며 불꽃이 일던 모습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내 주변이 어두워지며 완전한 어둠이 루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아둔한 것... 어쩌면 내 잘못이구나. 진작에 너희들에 감정을 앗아갔어야만 하거늘.."

차마 루시페리아를 소멸시킬 수 없었던 것일까? 서서히 잠잠해져 가는 세상에 이내 태초의 신도 모습을 감추자. 그 공간 속엔 오직 루시페리아만이 남게 되었다. 그때였다. 루시만이 있던 공간에 작은 빛 무리가 생기며 이내 여섯 쌍의 날개를 가진 라우엘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진 루시페리아에게 다가갔다.

"루시... 불쌍한 우리 루시.. 결국.. 그분의 분노에 닿았구나.."

라우엘의 손이 루시의 이마를 훑어 지나가며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을 정리해 준다.

"나에게 미래를 말해준 이유가 뭐니?.. 도대체 너의 진정한 속마음은 뭐야 알고 싶은데.. 너의 진정한 마음을 알고 싶은데.. 왜 이리도 큰 모험을 한 거야? 왜 그를 다시 분노케 한 거야.."

라우엘의 눈가에 빛으로 반짝이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내 루시의 몸이 서서히 어둠에 삼켜 흐릿해져 가기 시작했다.

"루시... 그래 널 도와줄게... 네가 그토록 원하는 그를 찾아보도록 할게. 그러니 너도 날 도와줘.. 너와 나의 차원을.. 지켜 주는 거야.."

이내 루시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자 라우엘의 몸도 빛으로 산화되어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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