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64화 (364/412)

【364회. 이 차원에 오게 된 이유】

라우엘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옛 기억이 떠올라서 그럴까? 이내 라우엘이 단검을 어루어만지자 핏빛으로 빛나던 단검이 서서히 빛이 토해지며 이내 핏빛이 아닌 하얀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잡이 부분이 길게 이어지며 기다란 창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말 창이 맞군요?"

그럼에 루크가 묻자 라우엘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정말 창 같지요?"

"예.. 볼품없는 창이요."

"후후훗.."

루크의 진솔 된 말에 라우엘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확실히 그 어느 무기보다 참으로 볼품없어 보이는 창 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창대에는 무늬 없이 긴 금색으로만 치장되어 밋밋함을 보였고 날카롭기만 한 강철의 날은 흔한 공방에서 볼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근래에 낮은 직급의 병사들이 사용하는 창이 이것보다 더 화려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 라우엘이 조금은 멋쩍은 얼굴로 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 창이 태어난 시기는 너무나 오래전이니까요. 후훗.. 자 그럼.. 다시 시간을 원래대로 돌려야겠군요."

라우엘이 루크를 보며 말하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우엘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더니 다시 시간이 돌기 시작했고 멈춰 있던 다른 이들이 차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이내 모든 이들의 얼굴에 경악과 함께 절로 파문이 일며 말문이 막혔고 이내 작은 탄성을 토해냈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 뒤 가장 먼저 행동을 보인 사람은 마리에테 였다.

그녀 역시 라우엘을 직접 적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너무 놀란 나머지 잠시 얼어붙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급히 고개를 숙여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예를 표했고. 뒤이어 크리스티나가 마리에테를 따라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자 다른 이들이 그들을 따라 했다.

"후훗! 몸을 일으키세요. 여러분!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답니다."

이내 짤막한 웃음과 함께 들려오는 라우엘의 목소리, 크리스티나가 왈칵 울음을 토할 정도로 기뻐했다.

"잘해주었어요. 마리에테 그 오랜 시간 동안 지금의 순간을 위해 노력한 그대의 모습 절대 잊지 않겠어요. 그리고 크리스티나, 나의 어린 양, 그대의 기도는 잘 들었답니다. 언제나 전 그대의 곁에 있었답니다."

라우엘의 말에 감동을 받은 크리스티나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들 역시 그대들의 노력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매일을 그대들을 향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그대들의 믿음 끝까지 간직하길 빌고 싶습니다."

라우엘의 고마움의 대한 표시에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영광스럽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 어느 누가 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때였다. 잠시 넋을 잃고 라우엘을 바라보던 마리에테가 무언가 떠오른지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마리에테에게 향했다.

"그렇지! 라우엘님이시여... 저에게 신을 죽인 창이.."

라우엘이 다급히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려 했다. 그러나 라우엘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그러지 않아도 된답니다 마리에테 창은 이미 완성이 되어 있으니까요."

라우엘이 자신의 손에 들린 창을 보이며 말하자 그제야 마리에테가 놀란 얼굴로 라우엘을 바라봤다. 그럼에 라우엘이 다시 한 번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땅에 너무나 많은 죄 없는 자의 피가 흘러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잘 이겨내고 신물들을 모아 이곳에 와준 것에 신 라우엘로서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싶군요."

그 말을 뒤로 라우엘이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자 다른 이들도 다급히 고개를 숙여 보인다.

"이 모든 이들이 모일 수 있게 한 루크 아스란 그대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에 인사를 전하고 싶구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뒤이어 놀람도 잠시 다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온 라그나르가 다급히 묻자 라우엘이 단호한 얼굴로 대답했다.

"벨리알과 루시에게 가야겠지요. 그러나 전 신물들의 힘으로도 이곳 중간 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답니다. 그렇기에 벨리알과 루시를 만나기 전까지 루크 아스란 그대의 몸을 잠시 빌려도 되겠습니까?"

라우엘이 루크에게 묻자 루크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 위험한 건 아니지요?"

그와중에도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루크를 걱정하는 레이니의 모습에 라우엘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저 잠깐의 현신을 위해 루크님에게 들어가 힘을 아끼는 것 뿐이에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렇다면 제 몸이라도.."

뒤이어 크리스티나가 물어오자 라우엘이 고개를 저었다.

"신의 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그리 많지 않답니다 크리스티나. 마리에테도 심지어 라게르사까지도 절 담을 수 없지요, 가장 깨끗한 몸과 강한 정신을 가진 루크 아스란만이 절 담을 수 있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만 잠시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루크 아스란"

"저는 상관없어요!"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에 라우엘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마리에테, 그리고 크리스티나. 루크 아스란은 루시와도 이어진 몸, 그럼에 강해진 영혼 때문에 절 담을 수 있게 된 거니 그렇게 시무룩해 있지 않아도 된답니다. 자 그럼.. 잠시.."

그 말을 끝으로 이내 라우엘의 몸이 빛을 내뿜기 시작했고 그 빛은 이내 루크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전히 빛이 거치자 모두가 걱정스런 얼굴로 루크를 바라봤다.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자신의 몸 안에 누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럼에 루크가 대답하자 레이니와 엘레니아를 비롯해 다른 이들이 안도의 숨을 내쉰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을 했나 보다. 그때였다. 모두의 머릿속에 라우엘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자 그럼 이제 벨리알과 루시를 만나러 가지요.'

그러자 모두가 놀랄 새도 없이 동시에 모두의 몸에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 빛은 더욱 강렬하게 타오르더니 어느순간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자. 동시에 빛이 서린 모든 이들도 빛을 따라 그 흔적을 감추었다. 이내 제단을 밝게 비추던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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