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회. 이 차원에 오게 된 이유】
연합군의 발걸음이 멈췄다. 저만치 앞, 우울하고도 음침한 분위기를 한껏 내 뿜고 있는 메세츠데 성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전장을 가득 채우는 고요함, 폭풍전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은 것처럼 폐성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한 땅은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연합군 내부에 웅성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습격을 해온 적들을 보면 분명 메세츠데에 농성을 할 것이 분명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한 성에 의아함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구경만 할 수는 없었기에 지크라엘이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진을 형성해라!"
고요한 땅에 지크라엘의 음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잘 훈련되어 있는 병사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로 향하며 일자 진을 만들었다. 기병이 가장 앞에 섰고 그 뒤로 방패 병들이 그 뒤로는 궁수와 사제들이 자리했다. 이내 요르문 간드의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고 병사들이 발을 구르는 소리가 대지를 울리게 했다. 뒤이어 여태 행렬에 끝에서 꼭꼭 숨겼던 공성 탑과 공성 망치를 비롯해 행군 중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루크의 신기전이 자리를 잡음으로 모든 준비가 끝이 났고
"전투를 준비하라!"
더이상 휴식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메세츠데 성을 밀고 벨리알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장악해야만 했다. 그리고 될 수 있다면 클루드의 수급도 베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지친 병사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다행히 그렇게 힘들어 보이진 않았다. 그들의 눈엔 메세츠데를 향한 적의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크라엘이 병사들을 다독이며 소리쳤다.
"오늘 이곳에서! 우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것이다! 적들은 우리가 써내려간 역사에 겁을 먹어 다신 우리 땅을 밟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때였다. 한창 병사들에게 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지크라엘의 말을 방해하는 소음이 전장을 울리기 시작하자 지크라엘에 시선이 절로 소음이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럼에 천천히 열리는 메세츠데의 성문, 지크라엘이 의아함을 가지며 연설을 멈추고 성문을 바라봤다. 그럼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메세츠데의 열리고 있는 성문으로 향했다.
"어떻게 된 거지? 혹시 항복이라도 할 속셈인가?"
데미아스와 지크문드도 의아함을 가지며 이내 안력에 힘을 실자 성문 안 어두컴컴한 곳에 붉은 안광을 내뿜고 있는 몬스터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항복을 할 리가 없지."
지크문드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뒤이어 몬스터들과 함께 여태까지 만났던 적들의 수보다 배는 많을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내 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성을 끼고 싸우진 않겠다는 소린가?"
"저 많은 수를 보게... 오히려 힘으로서 찍어 누르려나 보군... 쯧쯧.. 여태 보였던 메세츠데 같구먼! 자신감이 과도 해!"
데미아스의 말에 지크문드가 대답했다. 이내 그들의 얼굴은 물론 병사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최후의 싸움이 곧 시작되리라 생각이 들었다.
☆ ☆ ☆
여전히 감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은 꼭두각시들은 그저 인형처럼 무기를 들고 있었고 몬스터들은 알 수 없는 괴음을 토해내며 이내 피에 굶주린 듯한 붉은 눈동자로 연합군을 노려보며 기괴한 소음을 자아냈다.
그럼에 잠시 파문이 일던 지크라엘이 다시 연합군을 향해 소리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수가 많을 뿐이지 그들은 이미 지휘체계가 무너진 한낱 잔챙이들 뿐이다!"
그럼에 한껏 긴장한 병사들의 얼굴이 조금은 펴지기 시작했고 이내 각자의 무기를 거세게 꼬나쥐며 함성을 토해냈다.
"공성 차나 사다리를 이용한 전투는 좀 힘들겠군."
한편 성벽을 바라보고 있던 루드위그가 나지막이 라게르사에게 말하자 라게르사도 그의 말에 동의를 했다. 아무래도 급히 성벽을 보수했는지 높아진 성벽은 공성 탑이나 사다리로도 올라서기 힘들 정도로 높았다. 마치 윈랜드의 방벽을 연상케 했다. 그렇기에 이제 믿어야 할 것은 공성 망치로 서서히 닫치기 시작한 저 성문을 부숴야지만 메세츠데 성을 들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연이어 지크라엘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병사들을 다독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저 높은 성벽은 우리의 검을 막지 못하고 저들의 무기는 우리의 방패를 막지 못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물러서지 마라! 우린 이길 수 있다!!! 우리의 영토를 노리던 적들을 향해 검을 하늘 높이 들어올려라! 오늘 우린 메세츠데의 피를 마시고 축배를 들 것이며 다음 해가 뜰 때. 우린 메세츠데 성안에서 따뜻한 음식과 따듯한 침대에서 자게 될 것이다!"
"와아아!!!"
계속해서 병사들을 다독이는 지크라엘의 목소리 병사들이 있는 힘껏 소리치자 루드위그가 라게르사도 함성을 토해내며 이내 뿔피리 소리가 다시 한 번 전장을 가득 채웠다.
"선물을 주고 시작하지.. 제롬!"
뒤이어 지크라엘이 소리쳤다. 그럼에 제롬이 한달음에 달려왔으나 그의 뒤엔 브루클린 영지에서 큰 공을 세운 무기가 같이 딸려왔다. 그것은 루크가 맡기고 간 신기전을 응용한 대포였다.
"그들에게 다시 한번 지옥을 보여주게나!"
지크라엘의 명을 듣고 제롬이 소리치자 신기전을 운용하는 아스란가의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여 신기전을 연합군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내 여러개의 구멍에 담긴 화약의 화살과 그 뒤에 하나로 이어진 심지 사이에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럼에 루드위그를 비롯해 다른 이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보겠구먼."
지크문드의 눈이 번뜩였다. 처음 신기전의 위력을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그러나 아쉽게도 한창 치열한 전투 중이라 자세히 볼 여력이 없었는데 이제는 저 무기의 발사 원리를 비롯해 제대로 된 힘을 만끽할 것이다. 그럼에 기대에 차오른 얼굴로 지크문드가 눈을 빛냈고 다른 이들도 그러했다.
"발사하라!"
지크라엘이 외쳤다. 동시에 제롬이 복명복창했고 심지가 완전히 타들어 간 신기전에선 수백 발의 화약을 담은 불꽃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이것이! 놀랍구먼.."
가장 먼저 지크라엘이 놀라 소리쳤다. 동시에 지상을 내려치는 거대한 폭음과 불꽃의 구름 경이롭기까지 한 힘에 같은 편의 무기임에도 두려움이 일었다. 만약 이 힘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성에 떨어진다 생각하면 그만큼 두려운 일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허어..."
연합군의 얼굴에 경악과 놀라움이 퍼졌다. 뒤이어 귀를 먹먹하게 하는 거대한 폭음이 지나가고 다가오는 후끈한 열기와 적들의 비명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연합군에게 후폭풍으로 몰아쳤다. 뒤이어 보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지옥도를 방불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