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회. 이 차원에 오게 된 이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벨리알, 가만히 보니 그의 몸도 완전히 변해 있었다. 거대한 몸짓, 그 사이로 보이는 울긋불긋한 피부, 이제야말로 완전히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진 것 같았다.
"사, 살려.. 주.. 컥...컥.."
어느새 자신의 음부를 희롱하고 있던 벨리알의 손아귀가 메드니스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럼에 숨을 쉬기가 여의치 않던 메드니스가 거친 기침을 토해내며 살려달라 애원을 했다. 그럼에도 비릿한 벨리알의 미소는 떠나가질 않았다.
"메드니스... 네 따위가 감히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컥, 죄, 죄송... 하, 합니다. .베, 벨리알님.."
벨리알의 손아귀가 더욱 거세진다. 그럼에 메드니스도 더욱 고통에 찬 기침을 토해내며 정신이 차츰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넌,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생... 복종의 계약을 떠올리거라.. 메드니스.."
"아, 안, 돼.. 컥... 컥..."
이내 벨리알의 손아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괴로워하는 메드니스의 몸이 차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들어 올린 아귀의 스태프, 스태프 위쪽에 달린 해골이 이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며 메드니스의 기운은 물론 생기까지 흡수하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사, 살려 줘.. 아, 안 돼!! 꺄아아아악!"
차츰 검었던 메드니스의 머리카락이 하얀 백발이 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탱탱하고 탄력적인 피부도 쭈글쭈글해지며 자잘한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고 몸에 살집도 많이 빠져나간다. 게다가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이내 다 늙어 쉰 늙은 여인의 목소리로 변해갔다.
"끌끌.."
이내 목을 조르던 손을 놓자. 메드니스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아, 안 돼.. 내, 젊음이.. 내 얼굴.. 내 몸... 이럴 수 없어 이럴 수 없다고!!!"
완전히 할머니가 되어버린 메드니스가 광기에 빠져 벨리알을 향해 소리쳤다.
"저주할 거야! 당신을! 당신을 저주할 거라고 벨리알!!!"
"끌끌끌.."
자신의 소중한 것을 가져가서 그런 것일까? 더는 두려움도 없었다. 그럼에 광기에 사 묻힌 목소리로 벨리알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으나 그럼에도 괘념치 않은 듯, 메드니스에게 전해 받은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던 벨리알은 그저 기괴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저주할 거라고! 벨리알!!!"
☆ ☆ ☆
메세츠데 황성 앞, 쏟아져 내리던 병사들과 몬스터들이 주춤한다. 동시에 부서져 내린 성문을 들어간 연합군, 허나 더는 메세츠데 적들이 공격해오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그들은 모두 황성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럼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연합군들이 차츰 한데 모여 다시 진을 만들었다. 혹여나 갑작스레 기습을 해 오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으나. 그러나 메세츠데 적군들은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이게, 이게 무슨 뜻이지.."
그 미쳐 날뛰던 몬스터들하며 꼭두각시가 되어 온몸이 찢기고 뭉그러져도 다가오던 꼭두각시 병사들은 어떠한 반응도 없다. 그럼에 연합군이 차츰 하나가 되어 발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럼에도 적들은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루드위그가 의아함을 간직하며 투덜거렸다. 혹여나 무언가 새로운 함정이 아닐까 싶었으나. 살아생전 이러한 함정이 있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루드위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뒤에 거대한 대검을 착용한 라게르사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러한 기괴한 일을 잘 아는 주술사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라게르사도 이들이 왜 이러는지 몰라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모두 조심하라.. 언제고 다시 발톱을 드러낼지 모르니.."
데미아스가 주위를 살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전열을 정비하라."
이내 지크라엘이 소리쳤고 모두가 검을 집어 들며 메세츠데 적군들을 노려본다. 그럼에 메세츠데 병사들이 하나가 되어 연합군을 바라보며 대치하기 시작하자. 왠지 모를 긴장감이 연합군 내부에 퍼졌다. 혹여나 언제 다시 전투를 속행할지 몰라 각자 들고 있는 무기를 더욱 거세게 꼬나쥐며 잔뜩 적군들을 노려보았으나. 그들의 시선이 다시 연합군에 향했을 뿐이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혹시나 항복이라도 할 속셈인가?"
"하! 그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오!"
루드위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앞으로 나온 조셉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럼에 루드위그도 괜한 긴장감에 식은땀을 흘리며 조셉의 말에 동의했다. 여태까지 보인 메세츠데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죽어서라도 어떻게든 칼 한 번 휘두르고 죽을 녀석들이기에 항복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내 지크라엘이 진을 벗어나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메세츠데의 병사들이여, 항복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그러나 반응이 없다. 어떠한 반응도 없고 협상을 하려 하는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흠, 대답이 없는 걸로 봐선, 이 메세츠데 안에서도 피를 보려는 것인가? 그대들에게 말한다. 항복을 할 거면 메세츠데 궁으로 가는 길을 열어라! 그렇지 않다면 친히 목을 베어 메세츠데의 궁까지 피의 길을 만들어주겠노라!"
지크라엘의 경고가 끝났다. 그럼에도 요지부동인 메세츠데 적들을 보며 역시나 피를 볼 속셈인가 싶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차츰 황궁으로 가는 길목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럼에 지크라엘은 이들이 그디어 항복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이내 웅성이던 연합군의 병력들도 차츰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전히 열린 길, 그 사이로 메세츠데 궁이 보이자. 데미아스가 찝찝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메세츠데 적군이 이리도 쉽게 항복을 할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점은 지크문드도 같았는지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고 라게르사와 수잔과 조셉도 그러했다. 루드위그 역시 무언가 찝찝하게 끝난 싸움에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