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69화 (369/412)

【369회. 최후의 전투】

"..."

그때였다. 차츰 잦아들기 시작하는 병사들의 환호성, 이내 모든 이들의 시야에 한 인형의 들어온다. 저 멀리 메세츠데 궁에서부터 나오는 한 사내, 이내 모든 이들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보단 긴장감으로 변해갔다.

저 멀리에서도 느껴지는 그에게서 전해지는 위압감 연합군 모든 이들이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고 자신들의 최대의 적이기도 했다.

"... 클루드.."

그 모습을 본 사무엘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마치 지금의 모습이 윈랜드에서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아. 심히 불편했고 몸이 기억하는지 절로 겁을 집어먹어 검을 든 손이 떨림이 느껴졌다. 그럼에 옆을 바라보니 나서스도 그러한 듯 몸에 작은 떨림이 있으며 시선은 클루드를 놓지 않았다.

"끌끌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다가오는 클루드의 모습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뒤이어 그의 모습처럼 점차 커지는 그의 비릿한 웃음소리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것 같다.

그는 이내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그의 특유의 쇳소리가 가득한 웃음소리가 모든 연합군의 귓가에 닿았다. 동시에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암전이 되듯 주변에 짙은 어둠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주변에는 거대한 불꽃이 이글거렸으나 그와 상반되게 주위에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며 입가에 뿌연 입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웅성거리기 시작한 연합군 내부에 혼란이 일기 시작하며 몸이 떨리며 생기는 갑옷의 소음이 점차 커졌다.

"더, 강해진 것 같아..."

사무엘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윈랜드에서 봤던 것보다,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많이 변해 있었다. 그것도 연합군에게는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어서 오시게들... 끌끌, 먼 곳에서 오느라 힘들었겠구나.. 가엾은 녀석들."

이내 지크라엘의 앞에 선 클루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에 병사들의 귀를 찢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거대하게 울리며 모두가 인상을 구기며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쉽게 손을 뚫고 귓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크게 들려왔다.

"내 일찍이 반겨야 했으나. 잠시 사정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네, 하지만 이제 사정은 다 끝이 났네. 아즈문의 재상이여, 요르문간드의 주술사와 마흐무드의 사제들이여 끌끌.. 많이 모였구나. 많이 모였어. 마치 죽을지도 모르는 듯 불꽃에 뛰어든 나방들처럼 말이야.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구나."

점차 클루드의 입가가 기괴하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눈이 더욱 가늘어지며 껄껄대며 웃기 시작하자 갑작스레 하늘에서 천둥이 내려쳤고 대지가 진동을 했다. 가히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힘에 모든 이들이 아연실색했다. 그럼에 두려움을 이기려는 지크라엘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무리, 네가 강하다 한들 연합군 전체와 맞서 싸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항복하겠느냐?"

지크라엘의 말에 클루드가 잠시 표정을 기괴하게 일그러트리며 연합군의 병사들을 한 차례 훑어 보았다.

"항복?.. 너는 지금 너의 병사들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나 보구나? 과연 여기서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 것인가?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인 것인가? 잘 보아라. 아둔한 수장이여!"

클루드의 말에 지크라엘이 뒤를 돌아봤다. 그럼에 승기를 잡고 있던 연합군의 표정은 이내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해져 있었고 몇몇 병사들은 몸을 심하게 떨고 있는 것까지 보였다. 총 20만이었던 연합군의 숫자는 10만으로 줄어들었으나 메세츠데 병사들은 이제 5만이나 될까 한 숫자다. 누가 봐도 승기는 연합군 쪽이 잡고 있었는데 병사들은 이상할 정도로 겁을 집어먹고 두려워했다. 마치 학살을 마주한 사람들처럼 창백하게 변한 인상으로 몸을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클루드의 탓이리라 그의 등장에 모든 것이 변하게 된 것임에 지크라엘이 파문이 이는 눈으로 다시 클루드를 바라봤다.

"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흑마법사.."

"끌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본능에 의한 것이니라. 거대한 사냥꾼 앞에서 사냥감은 절로 꼬리를 말고 움츠러드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이것이 본능이란 것이다. 아둔한 아즈문의 재상이여."

흰자위가 없이 온통 검었고 위아래로 가늘게 찢어진 클루드의 눈이 반달 모양이 되어 비릿하게 웃어 보인다.

"자, 그렇다면 이번엔 입장을 바꿔 내가 묻겠다. 항복하겠느냐? 아니면 여기서 모두 죽어버릴 테냐? 끌끌.. 항복하지 않으면 너희 제국의 모든 여자들은 몬스터들의 아이를 잉태하며 미쳐 죽을 테고 남자들은 몬스터들의 먹이가 되거나 노예가 될 것이다. 자 현명하게 선택하라. 항복할 것이냐? 아니면 이 자리에서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이냐."

여유로운 클루드의 말에 파문이 이는 지크라엘이 이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토해냈다. 그러곤 분노로 가득한 눈을 들어 클루드를 한껏 노려보며 나지막이 이를 갈았다.

"널... 베어 버리겠다."

"끌끌.. 역시나 아둔하구나.. 이렇게 되면 협상결렬이군"

검을 높이 든 지크라엘의 검이 노을져 노란 태양 빛에 반사되어 번뜩였다.

"다음 해가 떠오르기 전에, 너희들 모두 죽어주겠노라 끌끌..그리고 다음 해가 떠오를 때, 지옥이 시작될 것이다."

클루드의 마지막 말을 뒤로 지크라엘의 검이 내려쳐 지며 정확하게 클루드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모두가 그렇게 보았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저버리며 어느새 클루드의 몸은 허공에 자리하고 있었고 여전히 기괴한 웃음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동시에 그의 주변에 햇빛을 가리는 자욱한 흑연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마흐무드의 추기경과 사제들이 급히 빛의 장막을 만들어 장벽을 세웠다.

"자, 싸그리 먹어치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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