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회. 최후의 전투】
레이니가 방긋 웃어 보인다. 그럼에 루크도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모습이 오늘따라 듬직해보였다.
두이어 적들을 몰아내는 엘레니아의 마법이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 내, 레이니에게 달라붙는 적들을 밀어냈고 엘레니아의 마법을 보조해주는 안느란테의 정령이 그녀의 힘을 더해주며 서로 시너지를 형성해 적군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내 라그나르 역시 신물인 켄서의 클로를 들고 적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여가며 소리쳤다.
"루드위그! 무기를 들어라! 멍하니 있지 마라!"
"네, 넷!"
잠시 멍하게 있던 루드위그를 향해 라그나르가 소리쳤다. 동시에 라그나르의 몸에 거대한 기운이 폭사 되며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있던 연합군의 사기를 다시 끌어 올려줬다. 아무래도 타우르스의 힘인듯싶었다. 뒤이어 에이리스와 릴리는 전투 능력이 없던지라. 다급히 연합군의 뒤로 몸을 피신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서 벨리알과 루시를 찾아야 해.'
신물의 주인들 머릿속에 라우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마리에테도 같이 들었는지 루크에게 소리쳤다.
"내가 데려다 줄게."
"우리가 길을 열어 줄게!"
뒤이어 레이니가 소리쳤고 라그나르가 연합군에게 소리쳤다.
"루크에게 길을 터주어라!"
그럼에 잠시 뜻밖에 상황 속에 우물쭈물하던 연합군이 다시 함성을 토해내며 진을 유지하는 대신 밀어 붙이기 시작하자. 지크라엘도 그의 말마따나 길을 터주기 위해 마리에테와 루크에게 달라붙으려는 적들 위주로 쳐내기 시작했다.
이내 마리에테가 루크의 허리를 붙잡았다.
"모두 조심해야 해요!"
루크가 소리쳤고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따라갈 테니까 조심해 루크!"
"조심해야 해!"
레이니와 엘레니아를 비롯해 안느란테까지 조심하라 외친다. 루크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에테를 바라보았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럼에 마리에테의 손에 한 자루의 활이 나타났다. 빛을 인도하는 서지테리어스의 활이었다.
"꽉 잡아!"
"네!"
이내 마리에테의 빛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시위를 벗어났다. 동시에 루크와 마리에테의 몸이 빛으로 산화하며 메세츠데 궁으로 나아갔고 그 빛을 쫓으려던 몬스터들은 이내 연합군의 검에 막히게 되었다.
"루, 루크?!"
그러한 루크의 모습에 사무엘이 이게 도저히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며 루크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선봉에 서서 적들을 무차별 적으로 베어가는 레이니의 말을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 ☆ ☆
-카시오-
저만치 아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으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시체도 많아 헛구역질이 절로 나오는 전장에 카시오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바라본다. 그럼에 잠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는지 다시 마법을 부려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는 자신의 키보다 몇 배나 높은 성벽은 몸을 공중에 띄어 연합군에게 시선이 띄지 않게 안으로 잠입했다.
다행히 병사들의 시선은 온통 연합군에게 향해 있었고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라 카시오가 넘어선 성벽엔 병사들이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 간단하게 성벽을 넘은 카시오의 시야에 그디어 그 위엄을 자랑하는 메세츠데의 궁이 보였다. 온통 회색빛의 궁전,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음침해 보이는 그곳에 자신의 복수의 대상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자 몸에 피가 들끓으며 절로 긴장감이 차올랐다.
"저기만 가면. 클루드가 있어."
카시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메세츠데 성을 바라봤다. 조금은 두려웠다. 여기 까지 당도할 때까지 자신이 그를 상대할 수 있을까 싶었으며 언제든 자신을 찾아오라던 지크문드가 떠올라 몇 번이고 포기할까 생각했으나 차마 그러진 않았다.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다고."
어쩌면 이곳에서 자신이 죽을 지도 몰랐다. 솔직히 죽기는 싫었으나. 이대로 도망치는 것은 더 싫었다. 엄연히 자신은 마계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 마음을 다잡고 급히 몸을 날리려 할 때였다.
-크르르르.-
언제 있었는지 카시오가 눈치 채기도 전, 어느센가 자신의 앞에 한 늑대의 얼굴을 가진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코를 킁킁 거리는 것이 혹여나 자신을 눈치챈 것이 아닌가 떨려왔으나 다행히 시야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지라 그저 멈춰 서서 킁킁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늑대 역시 개과라 그런 것일까? 심지어 몬스터화가 됨에 일반 늑대보다 몇 배나 더 강한 후각이 곧 카시오의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그러자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몬스터의 걸음이 차츰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와 코를 킁킁 거리며 의문을 표하자 카시오가 놀란 얼굴로 급히 손으로 코와 입을 가로막으며 잔뜩 긴장한 채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차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만약 움직인다면 분명 걸릴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제발.. 제발 그냥 지나 가..'
여기서 들켜 괜히 궁에 잠입하는 것에 힘 빼기 싫었다. 게다가 이 몬스터를 시작으로 다른 몬스터도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인 것은 벨리알과의 싸움이 어떨지 몰랐을뿐더러 솔직히 자신의 모든 힘을 쓴다 해도 야낙의 복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인지라 이곳에서 잔챙이 상대로 허투루 마나를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제발.. 지나가란 말이야..'
코와 입을 막은 카시오의 숨이 점차 차오르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럼에도 이 몬스터는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까워지다 이내 몬스터의 시선이 카시오가 있는 곳을 향했다.
자신과 몬스터의 시선이 마주쳤다. 분명 자신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괴수의 시선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크르르르-
위험을 알리는 낮은 그로울링 이대로 모습을 보여 싸워야 하는 것일까? 점차 숨을 참기도 힘들었다.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해졌고 몸이 살살 떨려왔다. 여기서 더 숨을 참으면 이내 들키고 말거라 생각했다.
'제, 젠장..'
이내 더는 참을 수 없는 카시오의 입에 옅은 바람이 새어 나왔다.
-크르르!-
결국 몬스터가 카시오를 눈치챘다. 동시에 들어올린 손, 보이지 않음에도 자신의 앞에 누군가 있는지 아는 것 같다. 카시오도 하는 수 없이 마나를 끌어 올리려 하려 할 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몬스터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뒤이어 다시 날라온 화살들은 늑대의 모습을 한 몬스터의 온몸을 뚫고 지나가자 몬스터는 이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카시오는 이러한 상황에 놀라 화살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니 다행히도 이제 막 성문을 뚫고 들어온 연합군이 몬스터를 발견하고 화살을 쏘아낸 것 같았다.
"다행이야.."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쉰 카시오는 운 좋게 위기를 넘기고는 곧장 메세츠데 궁을 향해 다시 땅을 박찼다. 뒤이어 뒤편 전장에서 성벽을 뚫고 온 연합군의 전투 소리에 메세츠데 내부에 적들의 시선을 끌어 줌에 모두의 시선이 성벽 쪽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꽤나 운이 좋다 생각했다. 이내 잠시 긴장으로 가득찼던 카시오는 몸을 빨리 움직이게 해주는 마법을 부려 궁에 이르렀고 굳건하게 닫힌 문을 피해 몸을 다시 공중에 띄어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궁으로 잠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