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81화 (381/412)

【381회. 전쟁의 끝】

"저, 정말 성공한 거야? 정말.. 그 벨리알을 죽인 거냐구... 꿈이 아니지?"

카시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럼에 보이는 광경 루크가 서럽게 울고 있었고 그 앞에 클루드가 란치아의 창에 꽂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믿기지 않는지 카시오가 바닥에 주저앉아 계속해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 그, 벨리알을.. 정말 죽인 거냐고.. 그 벨리알을... 그렇지! 메, 메드니스 언니!! 언니!"

카시오가 다급히 한쪽 구석에 거칠어진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는 메드니스에게 한달음에 달려갔다.

"언니! 끝났어! 정말 끝이야!그, 그 벨리알이 죽었다고 언니!"

"그, 그래?...하아..하아."

쇳소리가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점차 생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럼에 카시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

"응! 끝났어! 정말 끝났어 이제!"

한편, 마리에테도 모든 게 끝나있는 상황을 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루크의 모습이 보였다.

"...루, 루크님."

마리에테가 한달음에 달려가 루크의 앞에 섰다. 그러나 더는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루크의 모습이 보였고 이내 그의 앞에 라우엘이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마리에테가 다급히 물었다.

"벨리알은 어떻게 된 것이죠? 그리고 루시페리아님도 어떻게 된 건가요 라우엘님? 정말.. 모든 게 끝난 건가요?"

마리에테의 말에 라우엘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벨리알은 결국 빛으로 산화해 죽음을 맞이했어요.. 이제 그는 이 세상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루시페리아는..."

라우엘의 시선에 오열을 하고 있는 루크에게 닿았다. 그럼에 더는 말을 잇지 못했고 마리에테도 곧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법했다. 그렇기에 눈치가 빠른 마리에테로서는 더는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미 말하지 않아도 루크를 보며 또는 라우엘의 표정을 보며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클루드의 손에 들린 아귀의 스태프가 보였다. 차갑게 식어버린 클루드의 손을 타고 힘없이 바닥을 구르던 아귀의 스태프는 더는 그의 힘을 담을 숙주가 없어져서일까? 차츰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스태프의 모습을 알아볼 수도 없게 완전히 부서져 내리더니 가루가 되어 바람에 휘날렸다. 그러자 그 안에 갇혀있던 수많은 빛 무리가 빠져나오기 시작하며 장관을 이루기 시작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 빛 무리에 닿았다.

"이건..."

마리에테가 놀란 얼굴로 스태프를 바라본다. 이내 수많은 빛의 구가 뿜어져 허공에 사라졌고 뒤이어 하나의 빛이 여전히 쓰러진 상태로 간헐적인 숨을 토해내고 있는 메드니스에게 향하자. 카시오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언니! 언니!!!"

차츰 메드니스의 모습이 평소대로 생기를 띄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글자글해진 주름도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고 하얗던 백발도 차츰 윤기가 잔뜩 흐르는 흑발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카시오의 얼굴에 기쁨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카, 카시오.."

"언니! 나야 알아보겠어?"

"당연하지... 카시오.. 내가 널 못 알아볼까봐?"

"언니!!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난 언니가 다신 돌아오지 못하는 줄 알았어! 얼마나 걱정했단 말이야!"

"..카시오."

그 답지 않게 진중한 표정의 메드니스가 이내 조심스럽게 카시오를 끌어안아 주었다.

"고마워.. 카시오."

자신을 위해 애를 쓰던 카시오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남이나 다름없는 관계에서 마치 운명처럼 벨리알의 힘에 억지로 끌려 와,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면서 무언가 애틋한 감정이 자리 잡았나 보다. 그런 카시오가 자신의 품에서 흐느끼자 카시오의 온기가 전해 왔고 메드니스도 왠지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이제 날 떠나지 말아줘."

"...안 떠나.."

안 그래도 정신적 지주이자 누구보다 카시오가 잘 따르던 야낙이 죽고 이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카시오로서 메드니스까지 잃게 된다면 마계인으로서 이 중간 계에서 버티는 것이 꽤 힘들 테니 그의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메드니스였다. 그럼에 그녀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며 카시오를 강하게 끌어안아 주었다.

"걱정 마.. 난 어디에도 안 가 그러니 진정해."

"언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카시오를 보며 메드니스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럼에 마리에테와 잠시 눈이 마주친 메드니스가 살짝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하자 처음 보는 메드니스의 모습에 마리에테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라우엘에게 물었다.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가요.."

라우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루시페리아님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리에테가 물었으나 라우엘이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루시페리아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점을 루크도 아는 것 같았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그의 눈엔 짙은 슬픔이 잠겨 있으니 말이다.

☆ ☆ ☆

분쇄 진으로 바꿔 궁으로 향하고 있는 연합군의 힘이 또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벌써 몇 시간째 전투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점차 지치는 몸, 온몸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그럼에 맨 선두에 서서 길을 뚫던 루드위그를 비롯해 라그나르와 데미아스도 점차 칼끝이 무뎌지며 온몸에 자잘 자잘한 상처가 잔뜩 돋아나며 온몸이 피 칠갑을 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 속에 더이상 전진을 할 수 없었던 연합군이 이내 완전히 멈춰 서자 위기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바로 분쇄 진 특성상 돌파할 수 없어 멈추게 되면 그 어정쩡한 진형에 의해 적들이 쉽게 둘러싸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 생기는 피해는 더욱 커지기 시작하자 연합군의 얼굴에 짙은 패색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젠장... 재상! 더는 버틸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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