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82화 (382/412)

【382회. 전쟁의 끝】

지크문드가 힘겹게 마법을 쏘아내며 소리쳤다.

"이대로 있다간 전멸하고 말 거요!"

"후, 후퇴해야 합니다.!"

뒤이어 칼리아 후작을 뒤로 아가란 백작이 소리쳤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이를 갈며 주위를 살폈다. 자신을 옥죄여 오는 적들의 무리, 그들의 얼굴이 의기양양해지며 얼굴에 승기가 잡히기 시작했다. 반면 연합군의 모습엔 패색이 짙어지는 상반된 모습 속에 이제는 삶을 포기하는 병사까지 보이려 했다. 특이 장시간의 전투로 인해 사제들에게서는 더이상 신성력을 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의 불안한 표정이 지크라엘에게 닿자 지크라엘의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젠장.. 바로 앞이 궁인데!"

지크라엘이 탄식을 토해내며 소리쳤다. 그에 말대로 조금만 더 가면 메세츠데 궁에 이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으나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적군의 반항이 너무나 거세었다. 더이상 강제적으로 진군을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희생이 필요했기에 지크라엘이 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재상!"

뒤이어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 속에 지크라엘을 향해 어서 빨리 판단을 내리라는 듯 닦달하는 주변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지크라엘의 시선에도 힘들어하는 연합군의 모습을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자 이제 정말 끝이라 생각이 들었다.

"어서! 재상! 이대로 있다간 전멸이야!"

"재상!!"

"이, 이제.. 후, 후퇴...를..."

잘 떨어지지 않은 입술 사이로 결국 결심을 한 지크라엘이 모두를 보며 소리쳐 할 때였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파동, 그 파동은 메세츠데 궁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모든 이들을 덮치기 시작하자. 순간 주변이 정적에 휩싸이며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갑작스레 느껴진 기운의 폭사에, 연합군 역시 당황한 얼굴을 금치 못하고 메세츠데 궁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앞에 연실 발톱을 들이밀고 침을 질질 흘리며 분노로 가득 찬 눈을 빛내고 있던 몬스터와 꼭두각시 병사들이 차츰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또 다른 몬스터들은 무엇에 겁을 먹었는지 도망치는 모습마저 보이기 시작하자 연합군에 표정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방금 그 기운은 뭐지? 분명, 메세츠데 궁에서부터 나왔는데."

칼에 베여도, 몸이 찢겨 나가거나 불꽃에 몸이 그을려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없었던 메세츠데 병사들의 모습에 처음으로 보는 고통스러워 하며 쓰러지자 도대체 이러한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던 지크라엘이 난감함을 띠며 주위를 살폈다. 그때였다. 라게르사가 지친 몸을 이끌고 궁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모두의 시선이 라게르사에게 향했다.

"벨리알이... 죽은 것이 아닐까요?"

라게르사의 말에 모두의 표정에 놀람을 변해갔다. 그녀의 예상이 왠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지긋지긋한 병사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진형에서 갑자기 땅을 박찬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제가 다녀 올게요 아버지!"

그 여인은 핏물이 잔뜩 스며있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레이니였다. 레이니가 한달음에 메세츠데 궁으로 몸을 날리는 모습이 보이자. 사무엘이 그녀를 말릴 새도 없었다. 그 뒤를 이어 엘레니아를 비롯해 안느란테까지 달려가는 모습이 보이자. 데미아스를 비롯해 나서스와 지크문드까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기, 기다려라...레이니! 엘레니아! 안느란테! 이런! 아직 적들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는데. 이런.."

그러나 채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시야에서 사라진 그들의 모습에 급히 사무엘과 나서스를 불렀다.

"사무엘! 나서스!"

"예!"

말 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는 듯 나서스와 사무엘이 급히 레이니와 다른 이들의 뒤를 따라 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다행히 그들을 가로막는 적군들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주위에 쓰러져 있는 적군들을 보며 난감한 듯 말을 이었다.

"이제.. 이 자들은 어떻게 하지.."

여전히 고통으로 가득 차 신음을 토해내고 있는 병사들, 그들의 모습에는 더이상 전의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몬스터들은 연합군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도망치다 보니 어느새 시야에 완전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감함을 보이자 라그나르가 다가와 대답했다.

"일단, 이 메세츠데에 남은 병사들이나 몬스터들을 마저 몰아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살아있는 생존자도 있을지 모르니.. 수색을 우선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총사령관."

"아..좋은 생각입니다.. 요르문 간드의 대족장의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그나르의 말에 지크라엘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했다. 그럼에 라그나르와 지크라엘이 고개를 돌려 아직도 갑작스레 끝난 전투에 의아함과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일렀다.

"병사들 모두 짧게 휴식을 취하고 메세츠데 성을 정리 및 수색에 돌입한다. 남아있는 생존자가 있는지 찾아보길 바라며 남아있는 몬스터들은 깡그리 잡아 죽여라. 그리고 꼭 4명 이상 전우 조를 형성 해 다니길 바란다. 제롬, 그대가 병사들에 조를 만들어 주게."

"알겠습니다."

지크라엘의 말이 끝나고 병사들의 대답이 들려왔다. 동시에 병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이내 환호성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내 다리가 풀리는 병사들도 보였다. 아무래도 잔뜩 긴장을 해서 그런 듯싶었고 끝난 전쟁에 울음을 터트리는 병사들까지 보였다.

왠지 너무 허무한 결말에 전쟁이 끝이 난 것 같지 않았다. 무언가 허무하고 공허했으나 차츰 환호성을 토해내는 병사들을 보며 이제야 막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각 연합군의 수장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도 어서 빨리 궁으로 입성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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