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회. 전쟁의 끝】
걱정스런 표정의 레이니와 안느란테에게 말하고 이내 모두를 향해 다시 사과를 해오자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모두의 마음속에는 루크가 얼마나 힘들었고 가슴 아팠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 루크가 다시 그들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정말이에요! 전 이제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지만.."
이내 레이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운다. 그럼에 안느란테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그럼..루크님.. 루시님은 어떻게 된 거에요?"
갑작스레 껴든 안느란테의 질문에 모두의 표정이 구겨지며 안느란테를 노려본다. 동시에 차갑게 내려앉은 분위기에 심지어 당사자인 안느란테도 안절부절못했다. 다른 이들도 원망스러운 눈으로 안느란테를 바라보자 루크가 이내 크게 박장대소 하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괜찮아요!... 그리고 루시는 신이에요. 언젠가 돌아올 테니까 걱정 말아요."
루크가 이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괜찮으면 그때 이야기 좀 해줘. 어떻게 벨리알을 몰아낸 거야 라우엘님이 도와준 거야?"
아무래도 벨리알과의 전투가 꽤나 궁금했는지 간신히 궁금증을 참아내던 로제스가 조심스럽게 물어오자 모두의 표정이 로제스와 똑같아진 상태로 루크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서로 지난 일은 말하지 않기로 해놓았으나 궁금한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런 그들을 보며 루크가 잠시 고민을 하다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음...벨리알을 몰아낼 때, 라우엘님도 그렇고 일단 루시가 많이 도와주었어요..."
이내 떠오르는 루시의 모습 그리고 자신을 죽여달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하게 변하려 했으나 이내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라우엘님이 제 몸을 빌려 현세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마흐무드에서 얻었던 창 있잖아요 그 란치아의 창으로 벨리알을 상대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벨리알의 몸에 루시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아서. 차마 벨리알을 죽이지 못하고 있었죠."
루크의 입술에 씁쓸함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얘기를 끊지 않았다.
"그러다가. 벨리알에게 크게 당할 뻔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루시를 만났어요.. 아무래도 라우엘님의 도움이 있던 것 같은데.. 운이 좋았죠.. 거기서 잠들어 있는 루시를 깨우고.. 루시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어요.."
"루크.."
점차 표정이 굳어지는 루크를 보며 엘레니아가 나지막이 루크를 부르자 루크가 이내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아무튼.. 그렇게 루시를 깨우고... 루시가 벨리알의 힘을 잠시 막아주었어요 그리고 제가... 란치아의 창으로 벨리알의 심장을 찔렀어요."
루크가 이내 양손을 들어 보였다. 아직도 란치아의 창을 쥐었을 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을 보며 어렴풋이 지나쳤던 루시의 행복한 미소가 아련하게 그려지자 루크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또 울음을 토해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힘들었겠구나.."
에이리스가 이내 루크에게 말하자 루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전 힘들지 않았어요.. 루시, 그리고 라우엘님을 비롯해 다른 분들이 힘들었겠죠. 전.. 예나 지금이나 한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네가 아니면 아무도 못했을 일이야."
오랜만에 진중한 표정이 된 레이니가 루크에게 말하자 루크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맞아요. 레이니 님 말대로 루크님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하지 못했을 일이에요."
"...고마워요 안느란테."
안느란테까지 레이니의 말에 덧붙여 루크를 칭찬하자 루크가 살짝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그러곤 모두를 보며 이야기를 끝냈다.
"그렇게 모두의 힘 덕분에 우리 모두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마지막. 루시가 없었더라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에요 이 모든 게 루시 덕분이에요. 그러니 우리도 루시를 기다려줘야지요."
"...그래.. 맞아... 돌아올 거야.."
레이니가 조금은 침울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그럼에 다른 이들도 같이 분위기가 침울하게 변했고 안느란테는 자신은 괜한 말을 꺼냈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 루크가 크게 손뼉을 치며 모두에 이목을 집중시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모두 이렇게 침울하게 있지 말아요. 루시는 신이고 죽지 않으니까! 언젠가 돌아올 거니까! 우리 그때까지 평소처럼 웃으면서 기다리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맞이해줘요. 그게 루시에게도 좋을 거에요!"
"... 루크."
루크의 말에 우울했던 분위기가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좋아요! 루크! 우리 모두! 루시를 기다려요!"
가장 먼저 안느란테가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치자. 로제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렇게 침울했던 분위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완전히 거치자 루크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모두 어디에 있나요?"
"다른 분?"
루크의 물음에 엘레니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루크가 대답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요, 그리고 마리에테님이나 크리스티나님도 있구요."
"아. 몇 분은 아직 메세츠데 궁에 남아 있고 몇몇은 아즈문 황성에 있어."
루크의 물음에 엘레니아가 대답해주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모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나 보다.
"맞아, 그리고 루크 네가 깨어난다면 꼭 황궁으로 오라는 지크라엘님의 전언이 있었어."
"재상께서요?"
"응."
엘레니아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메세츠데 궁에서 있었던 일은 여기 있는 루크의 여인들뿐만 아니라 황성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궁금해할 테니 말이다. 그럼에 황성으로 가야 할 듯싶었다. 게다가 황성에 있을 루미에르도 보고 싶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