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87화 (387/412)

【387회. 전쟁의 끝】

비어버린 메세츠데 궁, 싸늘한 외풍이 한차례 불어 그 으스스함을 더해준다. 벨리알이 이내 죽음으로 모습을 감추고 텅 빈 성에서는 그 알 수 없는 그을림은 많이 사라지게 되었으나 도중도중 마치 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 듯 조그맣게 남은 그을림의 흔적을 비롯해 군데군데 무너져내린 내벽, 흉측하게 부서진 조형물들이 그 음산함을 더해 분위기를 한껏 가라앉혔다. 그런 텅 빈 궁 안에 데미아스와 지크문드, 조셉과 루드위그 이렇게 넷이 성을 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성에 남아 있는 몬스터들하며 악마를 숭배하는 조형물들 같은 것이 있었기에 전쟁이 끝났음에도 그들이 할 일은 여전하게도 많았다.

"이곳이 마지막일세,"

맨 위층부터 시작해 어느덧 마지막 구역인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는 주위에 불빛 한 점 없어 안 그래도 어두운 메세츠데 궁에 어두움을 몇 배나 더 상기시켜주었다. 동시에 지하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 알 수 없는 불쾌감, 문이 닫혀 있음에도 느껴지는 악취,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고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왠지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허허.."

루드위그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하자 다른 이들도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루드위그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루드위그랑 같은 느낌을 받았나 보다. 이내 지크문드가 용기 있게 먼저 발을 내밀었다.

"거, 다 큰 성인들이 말이야. 뭘 그리 무서워하는 겐가? 따라오게 내가 먼저 가 보겠네!"

"무, 무서운 게 아니라.. 왠지. 꺼림칙해서.."

지크문드의 질책에 루드위그가 난감한 웃음을 보이며 지크문드의 옆에 섰다. 이내 지크문드가 문을 열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대려 할 때였다. 문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신음소리 지크문드가 잠시 행동을 멈춘다. 그러면서 루드위그를 바라보자 루드위그도 같은 소리를 들은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 아무리 봐도. 여성의 시, 신음소리 같은데 말입니다?"

"나도 그렇게 느꼈네?"

둘의 대화에 데미아스와 조셉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소린가?"

"아니.. 이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옵니다."

루드위그가 다시 한 번 귀를 문에 바짝 대며 말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닙니다. 최, 최소.. 수십 명?.."

"그렇게나 많이? 흠.. 일단 어서 들어가 보게!"

조셉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루드위그가 이내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그럼에 듣기 싫은 녹이 슨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내 지하로 가는 문이 열렸다. 동시에 풍겨오는 후끈한 열기와 알 수 없는 악취, 상대적으로 비위가 약한 조셉이 헛구역질을했다. 게다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여성의 신음 무언가 불쾌감이 들며 지하 안으로 들어가기 싫게 만들었다.

"추기경님 정 버티기 힘들다면 밖에서 기다리시지요. 저희만 들어갔다가 나오겠습니다."

루드위그가 조셉을 보며 묻자 조셉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저었다.

"나, 난 괜찮네.. 후우.. 후우... 이정도쯤이야. 무, 문제없네!"

나름 강한 척을 해 보이지만 자꾸만 쏠려오는 헛구역질에 눈은 이미 습기로 가득 차 빨개진 상태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기까지 했으나 그의 의지는 너무나 확고해 보여 데미아스를 비롯해 루드위그나 지크문드도 더는 그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자, 자 .. 어서 들어가 보게. 아무래도 여기가 가장 큰 문제가 있을 법하니까."

자신 때문에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조셉이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 루드위그를 선두로 시작해 데미아스와 지크문드, 마지막으로 조셉이 자리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안은 꽤나 어두컴컴해 시야가 그리 자유롭지 못했으며 그 길목은 꽤 길어 한참을 내려가야 그제야 평탄한 길목이 자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더욱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니 악취를 비롯해 알 수 없는 신음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왔고 도중 괴수들의 울음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아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빼 들어야 했다.

그렇게 잔뜩 긴장을 하며 끝을 알 수 없는 길목에 더 깊숙히 안으로 들어가자 루드위그가 몇 번이나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럼에 짜증이 일었는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거 아무것도 안 보여서 이거 원.."

"아! 미안하네 기다려보게, 내가 잠시 빛을 만들어 보겠네."

그 말을 뒤로 조셉이 잠시 기도문을 읇더니 그의 스태프에서 둥그런 빛의 구가 여러 개가 생기더니 이내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허허 진작에 좀 해주시지."

"껄껄. 미안하네. 긴장을 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네. 자 그럼 어서 더 들어가 보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정적이 일었다. 오직 발걸음 소리와 함께 기다란 길목을 지나치자 이내 양옆이 쇠창살로 되어 있는 감옥이 눈에 보였다. 아무래도 이곳은 메세츠데의 감옥인 듯싶었다. 그리고 더 안으로 들어가 앞을 가로막는 문을 열어젖히자 그제야 이 알 수 없는 악취와 여성의 신음까지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자 모두의 움직임이 멈추며 흠칫 몸을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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