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92화 (392/412)

【392회. 전쟁의 끝】

"준비는 다 됐니?"

1 층에서부터 무언가 다급한 라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황성으로 가기 위한 준비 때문인지 집 안에 있는 여성들은 모두 향수를 비롯해 드레스와 장신구까지 몇 번을 입어보다 바꾸길 반복하며 자신을 치장했다.

그럼에 오히려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루크였다. 그 많은 여인들이 하나씩 옷을 입어보며 루크에게 계속해서 괜찮냐고 물어 왔기 때문이었다. 별로 패션에 감각이 없는 루크로서는 그저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임에 점차 지쳐가기 시작할 때였다.

"어때?"

레이니가 다시 드레스를 입으며 물어오자 루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예뻐..."

"아까부터 같은 말만 하잖아!"

이내 괜스레 화를 낸 레이니가 다시 다른 드레스로 눈을 돌렸다. 뒤이어 이번엔 엘레니아가 물어왔다. 그러곤 안느란테, 심지어 에이리스까지 로제스도 빼면 섭섭했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향수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귀걸이 팔찌 등 여러 장신구 하나하나까지 그리고 이젠 드레스까지 게다가 속옷은 왜 물어보는지 루크는 그런 여인들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녹초가 되는 것 같았다.

"잘 좀 말해줘요 루크님!"

안느란테가 질책하듯 대답한다. 루크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무엇을 봐도 그들이 입어 보이는 옷은 너무나 잘 어울렸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들에게 무언가 다른 듯싶었다. 어차피 자신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결국 자신들이 정할 거면서 말이다. 게다가 아까부터 재촉하는 라이아의 목소리에 아무래도 이 여인들을 제외하곤 다른 가족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나 보다.

그러나 아직도 드레스를 못 고른 이들 때문에 이러다가 제 시간에 황궁에 도착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물론 한편으론 조금은 좋은 점도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앞에서 대놓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에 눈요깃거리는 충분히 좋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눈요기도 잠시 점차 흘러가는 시간에 조금은 초조해진 루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기.. 이제 슬슬 골라야 하지 않겠어?"

루크가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각자 무엇이 그리 심각한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창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것도 속옷만 입은 채 말이다. 그럼에 오랜만에 루크의 하체가 반응을 하며 성욕이 일기 시작했으나. 차마 지금 성욕을 풀어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에휴.."

결국 한숨을 토해낸 루크였다. 아무래도 쉽게 결정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더 흘렀을까? 결국, 참지 못한 라이아가 직접 개입함으로 겨우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은 그녀들은 오전이 거진 다 지나간 시각에 겨우 아스란 저택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 ☆

"루미에르님 아스란가의 손님들이 왔답니다."

한창 세이실과 루이서스와 함께 있던 루미에르에게 한 하녀가 와서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에 루미에르의 표정에 반가움과 함께 어서 빨리 만나고 싶어하는지 안달이 나기 시작하자.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세이실이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어 보인다.

"흠,흠..."

루미에르가 얼굴을 붉히고는 괜스레 헛기침을 했으나 그녀의 얼굴에 빨갛게 피어오른 붉은 꽃과 주변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게 뛰어오르는 심장 소리는 채 감추진 못했다.

"우, 우리도 어서 알현실로 가야 하지 않겠니?.. 모두 기다릴 거야..."

루미에르의 말에 세이실과 루이서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평소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한달음에 알현실로 향한 황후와 어린 황제 그리고 공주는 이내 이미 수많은 귀족들에게 환대를 받고 있는 루크 아스란을 볼 수 있었으며 이내 루이서스와 황후에 등장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루이서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황좌의 자리에 앉고 그 옆에 루미에르와 세이실이 자리하자 마지막으로 지크라엘이 루이서스의 옆에 섰다. 그럼에 모든 귀족들이 이내 고개를 숙여 보이며 예를 보이자 루이서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지크라엘이 좌중을 보며 입을 열었다.

"루크 아스란은 앞으로 나와 차기 황제의 앞에 예를 표하시오."

지크라엘의 묵직한 음성이 장내를 울렸다. 루크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며 급히 그의 앞에 섰고 이내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인다. 그러자 루이서스가 하나의 서신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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