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회. 전쟁의 끝】
"그대의 부름은 단순한 감사로 끝내려 부른 게 아니에요. 루크 아스란, 그대는 아즈문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로부터 모두를 지키기 위해 새롭고 기발한 무기를 만들어 보급했으며 또한 신물들을 한데 모아 결국 벨리알을 처단한 것까지 그대가 보였던 모든 것에 그대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니 마음껏 자유롭게 즐겨주셨으면 해요 그러니 그렇게 딱딱하게 얼어 있지 않아도 돼요.."
아직 너무나 어리지만 왠지 제이서스를 만났었을 때처럼 그에게서 알 수 없는 위엄이 절로 느껴졌다. 그럼에 딱딱하게 잊지 않아도 된다는 루이서스의 말이 들렸으나 차마 긴장을 풀 수가 없던 루크의 모습에 지크라엘과 루이서스가 동시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내 지크라엘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긴장을 푸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구먼. 이대로 시작하시지요 폐하."
지크라엘의 말에 루이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앞에 놓인 서신을 읽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하겠어요. 먼저 루크 아스란에게 감사인사를 전해야겠군요. 루크 아스란! 그대는 때론 모든 이들을 위해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 그들의 생활에 편의와 안위를 제공했음은 물론! 아즈문의 첫 번째 검이자 아즈문을 수호하는 아스란 가문의 차기 가주로서 아즈문 수호에 이바지함에 앞장선 모습을 치하는 바이므로 이에 아즈문 황실은 그대에게 더할나위 없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기에 약소하지만 금은보화와 함께 그대에게 새로운 공작의 자리를 주며 이내 아즈문으로부터 그대에게 현자라는 칭호를 수여하는 바일세."
루이서스가 말이 끝냈다. 아직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지 조금은 어색했으나 충분히 아즈문과 자신의 입장을 잘 설명한 말이었다. 아무래도 지크라엘이 옆에서 잘 도와준 듯싶자. 지크라엘이 대견한 듯 루이서스를 바라보다 다시 루크를 바라보다. 힐끔 루미에르를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보상을 받는 것처럼 기뻐하는 루미에르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표정을 숨기려 해도 얼굴에 다 티가 나는 그녀를 보니 얼마나 그녀가 루크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내 지크라엘이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루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한편 루크는 너무나 파격적인 보상에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더러 뒤에 있던 여러 귀족들도 파격적인 승진에 차마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예?"
"듣지 못했는가?"
루크가 멀뚱히 서서 고개를 갸웃하자 지크라엘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자 루크가 다급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럼에 뒤편에 자리하고 있던 사무엘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거라 루크!"
사무엘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루크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신 루크 아스란은.. 언제나 맡은바 아즈문을 대표하는 검과 방패가 되어 아즈문을 수호함에 이바지할 것임을 저의 가문과 이름을 걸고 평생 다짐하겠습니다."
그제서야 지크라엘이 미소를 짓고 어린 황제 루이서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 주변의 수많은 귀족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크리스티나를 비롯해 추기경들 그리고 요르문간드의 사람들과 마리에테도 자리하고 있었고 자신의 가족들 역시 모두가 하나가 되어 루크를 위해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그런 루크의 앞에서 루이서스의 옆에 앉아 있던 루미에르도 결국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요란한 박수를 쳐주고 있자 그제야 루크는 자신이 받은 이 파격적인 보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닐세, 이번엔 지아란 가문의 나서스 지아란 앞으로 나오게."
"부르셨습니까 황제 폐하!"
나서스 지아란이 다급히 다가와 루크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이내 지크라엘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역시도 윈랜드에서부터 시작해 메세츠데까지 병사들을 이끈 공이 컸으니 말이다.
"그대에게도 아즈문을 위해 한 몸 희생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그만큼 노력해주셨지만 실질적으로 병사들을 이끌었던 아스란과 지아란 가문을 이자리에서 빛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럼에 그동안 후작의 자리에서 열과 성을 다해준 그대에게도 아스란 가문과 함께 공작의 자리를 주도록하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폐하. 이 한목숨 아즈문만을 바라보며 희생하겠나이다!"
다시 한 번 울리는 박수 소리 물론 그 박수 소리 속에는 아스란과 지아란을 시기하는 귀족들의 반발도 있었으나 너무나 소수라 그런지 이내 박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지크라엘이 이내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기의 뜻대로 되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가문이 가장 높은 직위인 공작의 자리를 가지게 되었으니 특히 루크 아스란이 직접적으로 힘을 가지게 된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루미에르와 이어진다해도 서로 급이 맞았을 뿐더러 자신이 없다 해도 황제 루이서스에게 힘이 되어줄테니 말이다. 덤으로 루크가 선을 넘으려면 루미에르가 나설 것이 분명했기에 지크라엘은 이제야 안심이 되었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아란에게까지 공작의 직위를 준 것도 모두 다 루이서스를 위함이었다. 지아란과 아스란 둘다 친 황제파이기도 했고 그들의 부모가 아즈문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데미아스와 지크문드이기에 이제 아즈문 제국의 가장 강력한 세력이 모두 황제의 편에 서게 되었으니 말이다.
루이서스는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얻은 셈이었다. 이제 루이서스만 제대로 성장한다면 자신이 없어도 될 듯했다.
☆ ☆ ☆
그렇게 아즈문 내에는 사무엘 아스란과 함께. 루크 아스란, 그리고 나서스 지아란까지 세 명의 공작이 탄생하는 날이 되어 승전 파티에 이어 이제는 공작의 자리를 차지한 나서스와 루크 아스란의 축하 파티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럼에 루크는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각국의 수장인 크리스티나를 비롯해 라그나르와 짧게 얘기를 나눠야 했고 이내 다른 아즈문의 귀족들과도 얘기를 나눠야 했었다.
모두다 공작이라는 파격적인 승진에 축하를 하기도 했으나 그중 시기를 하는 이들도 몇 있었으나 그들은 몇 안 되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럼에 서로 안면을 트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 자유를 되찾은 루크는 이번에는 여러 귀족 영애들이 루크에게 꼬리를 치기 시작해 곤란에 빠트리고 있었다.
그러자 덩달아 바빠진 것은 레이니와 엘레니아등 루크의 여인들이었고 그들 역시 루크에게 다가오는 영애들을 쳐내느라 서서히 지쳐 하기 시작했다. 그럼에 루크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으며 이내 지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첫 사교계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모두에게 망나니로 불렸던 그가 이제는 마치 소설 속 마왕을 무찌른 구국 영웅으로 변모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사교계의 중심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고 여러 귀족 영애들이 다가오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