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회. 사람들】
한편 요르문간드는 많은 변화보다는 언제나 우직하게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했다.
"오너라."
게의 발톱을 연상케 하는 클로를 들어보이며 라그나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동시에 주변에 라그나르를 연호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지금 라그나르가 있는 곳은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건물이었다.
주변이 원형으로 되어 있어 마치 경기장 같은 모습의 건물이었다. 그 아래 라그나르와 거대한 몸집의 사내가 마주하고 있었으며 그 주위로 요르문간드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족장인 라그나르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그런 라그나르의 앞에 거대한 몸집에 철퇴를 휘두른 사내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소리쳤다.
"가겠습니다. 대족장!"
사내는 그 말을 뒤로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몸집에 비해 꽤나 민첩한 행동이었으며 크게 철퇴를 휘두르자 우웅 하는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철퇴가 라그나르의 머리를 노리고 쇄도해 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몸집과 비례하듯 그의 철퇴에는 가공할만한 파괴력이 실려 있는 듯했다.
라그나르는 그런 사내의 움직임과 철퇴에 당황하지 않고 살짝 스텝을 밟듯 경쾌한 걸음으로 손쉽게 그의 철퇴를 피하자 철퇴는 애꿎은 땅만을 가격 해 움푹 파이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사내의 첫 번째 공격이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가자 그것을 예측하기라도 한 듯이 곧장 앞발에 힘을 주어 몸을 회전시키며 다시 획일자로 철퇴를 휘둘렀다.
"하아앗!"
우렁 찬 기합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라그나르의 허리를 노려오는 철퇴에도 여유롭게 뒷걸음질치며 철퇴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보인다.
아무리 사내의 움직임이 빠르고 강한 힘이 실려있다고 한들 맞추지 못하면 말짱 꽝이었다.
"젠장!"
너무나 쉽게 두 번의 공격이 무로 돌아가자 사내가 조급해졌는지 다시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리려 할 때였다.
그러나 이번엔 라그나르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어느센가 라그나르는 사내의 몸에 파고들었으며 이내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는 클로를 사내에게 찌르려 하자. 어정쩡한 자세에서 몸을 튼 사내는 결국 빈틈을 보이게 했다.
"이런!"
자신 역시 빈틈을 보였다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짧은 탄식을 토해내며 급히 몸을 뒤로 날리려 할 때였다.
라그나르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땅을 박차 앞으로 나아가며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앗!"
사내가 계속되는 라그나르의 쇄도에 몸을 흠칫 떨더니 결국 자신의 발이 엉켜 균형을 잃게 되었다.
"아, 안 돼!"
그럼에 느껴지는 패착, 아주 잠깐 몸을 흠칫 떨었던 것뿐인데 그로 인해 결국 이렇게까지 자신이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는 것에 억울함이 느껴졌다.
"지랄맞을!!"
이내 이 패착은 사내에게 다급함을 안겨주었으며 그럼에 다급히 욕지거리를 토해내며 철퇴를 휘둘렀으나 그 역시 라그나르는 손쉽게 피해내며 중간에 한 번 더 땅을 박차 그의 뒤로 텀블링해 넘어간다.
동시에 사뿐히 그의 뒤를 점하며 몸을 회전 시켜 사내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린 라그나르였다.
"끄악!"
육중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바닥에 쓰러졌다. 사내는 당황하지 않고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어느새 라그나르의 클로가 사내의 목 언저리에 닿아 있었다.
"끝났네. 친구"
라그나르의 목소리에 사내는 이내 철퇴를 손에 내려놓았다. 명백한 포기 의사 라그나르가 만족스런 얼굴을 보이며 이내 클로를 거두고는 몸을 일으켰다.
"에잇! 내가 졌소! 족장, 나는 그대의 대족장의 연임을 찬성하는 바이오."
사내의 대답에 라그나르가 만족스런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콜로세움 안,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오자 라그나르가 간단하게 목인사를 하고는 무엇이 바쁜지 급히 콜로세움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콜로세움 밖으로 나서자 그곳에는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아이를 안고 있는 라게르사가 마침 이 때쯤이면 라그나르가 상대를 이기고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라그나르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럼에 라그나르가 급히 아이를 받아들며 물었다.
"뭣 하러 왔소? 성치도 않은 몸인데."
라그나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라게르사의 얼굴을 바라보다 아직도 부푼 배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뱃속에 아기가 한 명 더 자라고 있나 보다.
"우리 대족장님의 연임하는 순간에 제가 빠져선 안 되지요? 저 역시 요르문간드의 여전사이자 주술사이며 그대의 아내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 저는 전혀 힘들지 않아요."
"그래도 집에 쉬고 있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하다오."
라그나르의 말에 라게르사가 풋 하고 웃어 보이며 이내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새로 태어날 아이의 이름은 정했나요?"
"흠, 글쎄 사실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구려. 그대는?"
"저도요.."
"그럼 오늘부터 열심히 생각해 봐야겠군."
"그래요 라그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