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회. 에필로그】
루크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밤늦게까지 정사를 나누다 보니 하루의 기상이 꽤나 힘들었다. 그만큼 행복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내 루크의 시선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좀 더 특수하게 만들어 보통의 침대보다 훨씬 커다란 침대 위에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아내들은 여전히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그럼에 절로 미소가 서렸다.
루크는 익숙하게 자신의 몸을 감싸 안은 여인들의 손을 피해 조심히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몸을 씻고 옷을 입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아직 새벽녘에 차가운 공기가 남아있는지 꽤나 쌀쌀함이 남아 있었다.
벌써 겨울이 오려나 보다.
"...후..."
깊게 숨을 들이켜고 내쉬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럼에 차가운 공기를 입과 코를 통해 폐에 담겨 상쾌하고도 차가운 기운이 아직 수마가 남은 루크의 몸속 구석구석을 깨워 주는 것 같았다.
이내 저택을 나섰다.
아직 아스란 도시에 사람들은 깨어나지 않은지 한적한 거리를 루크는 의미 없이 걸었다. 평소 운동이 부족하다고 레이니에게 한 소리 들어 결국 이렇게 산책이라도 아침에 시작한 루크였기에 그 산책은 곧 도시에 뒤편에 자리한 작은 숲을 일군 푸른 숲 종족의 엘프들 있는 곳까지 이르렀고 곧 더 뒤에 있는 작은 언덕 위까지 이어졌다.
"후.."
조금은 숨이 차올랐다. 확실히 체력이 늘긴 했으나 아직 단번에 언덕을 오르기엔 힘이 든다.
루크는 잠시 거칠어진 숨을 몇 차례 토해내고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서서히 해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푸르스름한 새볔 녁의 기운은 차츰 사라져 갔으며. 그와 동시에 도시도 때마침 깨어나기 시작했다. 언덕 위 올라서니 도중 도중 상점을 여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아래 군락을 이룬 엘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루크가 나지막이 속삭이듯 말했다.
"루시....보고싶구나..."
이미 몇 년이나 지났으나 잊혀지지 않은 루시에 대한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아내들과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다가도 가끔 이렇게 루시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오른 루크였다.
그럴때마다 그는 괜스레 상념에 젖어 있었다.
"너의 소식이라도 알 수 있더라면 좋을 텐데... 아직 네가 쓰던 방도 남아있는데...언제 올 거니..?"
루크가 말을 하다 말고 피식 웃어 보였다. 누가보면 자신을 미친놈 취급하지 않을까 싶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만 가야겠네."
다시 한 번 크게 기지개를 켜며 언덕을 내려가려 할때였다.
"루크..."
익숙한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다. 루크의 움직임이 갑작스레 멈춰 섰다. 혹여나 잘못들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만약 뒤를 돌았을 때 그녀가 없을까? 그저 환상이 아닐까 싶어 차마 뒤를 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루크?"
다시 들려왔다. 헛것이 아니리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루크가 파문이 이는 눈과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루크!"
눈가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