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6화 (26/300)

26화

한성 옥션에서 종로 경찰서나 인사동 현소 갤러리까지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다. 도윤은 윤다솔로부터 껄끄러운 질문을 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잠깐 얘기를 나누다보면 곧 차에서 내릴 것이고, 그 동안 핵심을 피하며 시간을 끄는 건 별로 어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영리한 생각이었다.

“박 형사. 경찰서에 가기 전에 나하고 이 박사님은 ‘풍년’에서 잠깐 내려줘.”

적어도 윤다솔이 갑자기 행선지를 바꾸기 전까지는.

“풍년은 또 뭡니까?”

“어머, 모르셨어요? 거기가 인사동에서 소문난 맛집인데. 밥이나 먹고 가요.”

“괜찮습니다. 배가 별로 안 고파서요. 그냥 현소 갤러리에 내려주십시오”

“무슨 소리예요? 재감정 때문에 점심도 걸렀는데. 게다가 우리 바쁜 조 검사가 이 박사님 고생했다면서 굳이 밥을 사겠다네요. 지금쯤 아마 거기 와 있을 거예요.”

조 검사? 설마 명근이 형? 이것 봐라? 이 양반들 지금 뭐하는 거지?

“이야, 요즘은 중앙지검도 꽤 근무할 만 한가 보네요? 벌건 대낮에 서초동에서 인사동까지 점심을 먹으러 다닐 수 있고.”

“한가해서 오는 거 아니에요. 업무의 연장이니까. 이번 일은 중앙지검에서 종로경찰서로 직접 수사 의뢰를 한 사건이거든요. 밥도 살 겸,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히 보고도 받고 싶은가 봐요. 수사 종결해서 검찰에 송치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그런데 거기 차장님이 이번 일에 대해 관심이 너~무 많아서 궁금한 걸 못 참겠는가 보더라고요.”

윤다솔이 구겨진 도윤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조 검사도 개인적으로 이 박사님 활약상을 듣고 싶어 하고요.”

어라? 도윤은 얘기를 듣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아까부터 계속 조 검사, 조 검사 하시는데, 요즘은 형사들이 검사한테 존칭을 생략하나 보네요? 보통은 뒤에 ‘님’자를 붙이지 않나요?”

“아, 그거요? 조 검사하고는 연수원 동기에요. 사법 연수원이요.”

“네? 형사님 아니었어요? 그런데 형사가 무슨 사법 연수원을…….”

“저 경정 시험에 합격해서 경찰 된 거예요. 거기 합격해서 다른 데 잠시 있다가 종로 경찰서 특수 수사과로 발령받았거든요.”

“네? 경정 시험도 있습니까?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었어요?”

“있어요, 그런 게. 사시 패스한 사람들만 대상으로 경찰 간부를 뽑는 시험이거든요. 거기에 운 좋게 붙었어요. 합격하면 처음부터 과장급으로 발령받아요.”

“사시 패스한 뒤 연수원까지 마치고 경찰이 된다고요? 판검사나 변호사가 아니고?”

“보통은 그렇죠. 근데 저는 연수원 성적이 안 좋아서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지 못했거든요. 대형 로펌에서 오라는 곳도 없었고. 그래서 처음에는 연수원 마치자마자 변호사 개업했어요. 장사가 하도 안 돼서 결국 때려 쳤지만. 사무실 접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경찰이 되기로 했죠. 그 시험은 용모, 나이는 불문. 오직 사시만 패스하면 자격 조건이 되거든요.”

성적이 안 좋았다는 얘기를 저렇게 떳떳하게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긴 사시를 패스했으면 연수원을 꼴찌로 졸업했어도 공부 못했다고 욕먹을 일은 아니지. 먹어야 하나?

질문에 넙죽넙죽 대답하던 윤다솔이 이번에는 도윤의 이력을 건드렸다.

“조 검사한테 들었어요. 하버드에서 박사를 받았다면서요?”

“네. 삼 년 전에요.”

“그럼 스물다섯에 박사를 받았다는 건데, 상당히 빠르네요? 보통은 거기서 열 살은 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공계도 그 나이에는 박사 받기 힘들 텐데.”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까 주던데요? 학점이 좋았거든요.”

윤다솔의 표정이 안 좋게 변했다. 도윤은 얼른 말을 바꿨다.

“사실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기보다는 그냥 머리가 좋았어요. 공부가 참 쉽더라고요.”

그녀의 표정이 더욱 안 좋게 변했다.

“다니면서 재수 없다는 얘기 안 들어요?”

“최소한 사시 붙은 사람한테 들은 적은 없죠. 그러시는 윤 과장님은 혹시 무섭다는 얘기 안 들으세요? 아니면 그 뭐냐…, 싸가지가 없다던가?”

“많이 들어요. 왜 그런지 한 번 보여드릴까요?”

“아뇨. 안 보여주셔도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다행히 그때쯤 그들이 탄 차가 ‘풍년’ 앞에 도착했다.

* * *

두 사람이 ‘풍년’에 들어섰을 때, 조명근은 이미 방까지 잡아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 특선 3인분을 주문한 그들은 방석을 깔고 마주 앉았다.

“오늘 갔던 일 어땠어? 전화로 대충 들었는데, 일이 거의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조명근의 물음에 윤다솔이 먼저 한성 옥션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적당히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 역시 윤 과장이네. 하루 만에 그렇게 깨끗하게 해결할 줄은 몰랐는데?”

“깨끗하긴 뭐가 깨끗해? 아직 조사하고 처리해야 할 게 많아.”

“에이, 엄살은. 그러니까 황 화백의 것으로 알려졌던 작품들이 사실은 장남인 황상연의 솜씨라는 거지? 황상연이 집에 두었던 그림을 장혜빈이 호주로 이민갈 때 가지고 갔다가 이번에 황일우의 진작인 것처럼 꾸며서 오광춘에게 팔아넘겼고.”

“맞아. 장혜빈이 그 그림을 일부러 호주까지 들고 갔는지, 아니면 이삿짐을 꾸리다보니까 딸려갔는지까지는 모르겠어. 어쨌든 처음에는 그걸 팔 생각이 없었을 거야. 황 화백의 유작을 파는 것만으로도 거액의 돈을 손에 쥐었을 테니까. 그런데 나중에 생각이 바뀌었겠지.”

“그럼 위작은 애초에 없었던 게 되니까 사건의 성격이 위조가 아니라 사기로 바뀌겠네. 호주에 있다는 황상호와 장혜빈만 잡아들이면 되는 거야?”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이미 호주 시민권을 취득했거든. 우리가 가서 멋대로 잡아올 수 있는 게 아니야.”

“문제될 거 있어? 호주하고 우리나라는 범죄자 인도 조약이 맺어져 있잖아? 호주는 범죄자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속인주의를 채택하니까, 피해자가 우리나라 사람일 경우 범인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인도를 받으려면 먼저 그 사람들이 범죄자라는 걸 입증해야 되잖아. 어떻게 입증할 건데?”

“에이, 그게 뭐가 어려워? 오광춘이라는 사람이 매매 서류에 사인을 받았다면서? 그 그림들을 황일우 화백이 그리지 않았다는 걸 장혜빈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고. 그럼 가짜인 줄 알면서도 거액의 돈을 받고 팔아넘긴 거 아냐. 그건 명백히 사기라고.”

“매매 금액은 서류를 보면 확인이 가능하니까 입증이 어렵지 않아. 오 회장 말마따나 정말로 십억이나 받아 처먹었으면 진작인 척 속이고 팔았다는 걸 부정할 수도 없을 테고. 문제는 황상연의 증언이야.”

“장혜빈이 잡아떼면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는 거지? 나는 그 그림들을 황상연이 그렸다는 걸 전혀 몰랐다, 뭐 이런 식으로.”

“장혜빈과 황상호가 한국에 있었으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수 있겠지. 그렇게 해서 잡아가둔 다음에 족치면 자백을 받아낼 확률이 높아질 테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한국에 오겠어? 이미 위작 논란이 터졌다고 신문에 보도가 다 됐는데. 인터넷 시대잖아. 다 알고 있을 걸?”

“그게 문제긴 하네. 그나저나 족치는 게 뭐냐? 족 치는 게. 민주 경찰이 그럼 안 되지.”

“사건 보고를 빙자해서 대낮에 데이트 하자는 민주 검찰도 있는데 뭐가 어때서?”

“뭐? 데이트? 야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엄연히 업무 보고라고, 업무 보고.”

조명근이 당황한 표정으로 도윤을 힐끗 봤다.

아, 이 바퀴벌레들이 진짜. 도윤은 그제야 두 사람의 관계를 어렴풋이 눈치 챘다. 그러니까 단순한 연수원 동기가 아니라 그거지? 그나저나 명근이 형은 도대체 나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기에 윤 과장 저 여자가 이렇게 까칠하게 구는 거지?

“흠흠, 일단 매매 서류만 확실하면 황상연의 증언만으로도 기소가 가능할 거야. 최소한 다섯 점 가운데 자화상, 아니 초상화는 황일우 화백의 작품이 아니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으니까. 기소 상태에서 호주 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보지 뭐.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도 이름을 등재시켜서 입국할 때 잡게 하고. 설마 평생 한국에 안 들어오겠어?”

조명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윤다솔이 느닷없이 도윤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근데 조 검사 네가 말할 땐 농담으로 생각했는데, 이 박사 눈에 정말 귀신이 붙었나 봐.”

“그렇지? 저 자식 어릴 때부터 물건 보는 눈 하나는 기가 막혔다니까?”

뭐? 약간 방심하고 있던 도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냥 물건 좀 보는 눈 정도가 아니던데? 이 박사 말이야. 황상연이 한성에 오기도 전에 그림을 그린 화가가 그 사람일 거라고 얘기했어. 전시실에 놓인 그림들을 그냥 쓱 훑어보고서. 그 정도면 진짜 귀신 붙은 눈을 가진 거 아냐? 과거를 보는 눈 같은 거.”

뜨끔했다. 댁이야 말로 귀신이 붙은 거 같은데? 도윤은 간신히 표정을 수습했다.

“원하시면 윤 과장님 과거도 봐 드릴까요? 어떤 큰 비밀이 숨어 있는지.”

“제 과거는 제가 잘 아니까 굳이 이 박사님이 봐 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 오늘 도움 주신 거 감사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거 맞습니까?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까칠하게 구시던데.”

“이 박사님도 형사 생활 일 년만 해보세요. 사람들이 다 범죄자로 보일 테니까.”

“맞아. 윤 과장도 연수원 시절에는 해맑고 순수했어.”

형은 좀 빠지쇼. 팔푼이 같으니라고. 윤다솔이 조명근을 한 차례 째려보더니 말을 이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박사님에 대해 조금 더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이번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 같으니까 묻지 않는 걸로 할게요. 대신 다음에도 비슷한 사건이 생기면 협조를 부탁해요.”

협조? 그래, 위조범을 잡는 일이라면 도윤도 관심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냥은 안 되지.

“협조는 해 드릴 수 있지만 더 이상 무료봉사는 안 됩니다. 이번에는 조태석 교수님 얼굴을 봐서 그냥 도와드린 거예요.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야, 내 얼굴 봐서 도와준 거 아니었어? 너 은근히 섭섭하다?”

촉새같이 끼어드는 조명근의 얼굴을 윤다솔이 한쪽으로 밀어냈다.

“수고비는 제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하지만 부탁드릴 일이 있으면 섭섭하지 않게 보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죠.”

“저 박삽니다. 그런 일 맡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공부가 쉬워서 스물다섯에 하버드 박사를 받은 분이란 말이죠? 꼭 기억해두죠.”

마지막에 살짝 이 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도윤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처음에는 밥알이 깔깔한 것 같더니, 역시 맛집이라서 그런지 음식이 맛있기는 하네.

* * *

황일우 화백의 위작 사건은 한동안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황 화백의 그림이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는 고가의 작품인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인의 가족이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점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매를 계획했던 한성 옥션은 우리나라 제일의 경매 회사라는 명성에 큰 흠집이 났다.

한강신문의 우재경 문화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특종을 터트림으로써 신문사 내에서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뒤늦게 취재 경쟁에 나선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제대로 된 후속 기사는 고사하고 관련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조차 따지 못한 것도 그의 콧대를 높여주었다.

담당 수사과장인 윤다솔은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아직 수사 중이라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사실상 수사는 진즉에 결론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 한강 옥션의 성진아 사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짤막한 유감을 표명한 것 이외에는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황상연 역시 집에서 두문불출했다.

이번 일로 인해 크게 망신을 당한 감정가들 가운데는 자기 이름을 공개할 경우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기자들에게 으름장을 놓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대학의 무슨 모 교수라는 기사만으로도 미술 관계자들의 대부분은 그들의 신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윤에게 다행인 것은 어느 언론사에서도 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초에 윤다솔을 따라간 것 이외에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 의견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로 인한 메아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요즘 우리 갤러리에 작품 감정 의뢰가 전보다 많이 들어오는데?”

서연희는 이유를 대충 알겠다는 표정으로 빙긋 웃었다. 인사동을 중심으로 젊고 실력 있는 감정가 이도윤이라는 이름이 암암리에 퍼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소문의 진원지는 조명근으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은 중앙 지검 차장 검사였다. 미술품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니, 재감정 당일에 경찰 측 감정사가 다섯 점 모두 황일우 화백의 그림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는 얘기를 떠벌리고 다닌 모양이다. 그것도 황상연이 등장하기 이전에.

“무슨 차장 검사가 그렇게 입이 싸? 그리고 형은 또 그 양반한테 왜 그런 말을 했어?”

도윤이 전화로 투덜거렸지만, 사실 조명근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야, 경찰에 감정사를 대동시키라고 지시를 한 양반이 차장님이었잖아? 그 분이 우리 감정사는 뭐라고 하더냐고 묻는데 그럼 모르겠다고 해?”

조명근에게 볼멘소리를 하긴 했지만, 덕분에 도윤도 백수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감정 의뢰가 많아지자 그가 일을 맡는 경우가 점점 늘었고, 한 번 감정을 할 때마다 부모님이 통장으로 감정료를 입금시켜주었던 것이다. 아울러 한성에서 실시하는 교양 강좌에 강의를 나가면서 더 이상 용돈을 타 쓸 필요가 없어졌다.

위작 사건으로 인해 수강 인원이 예상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한성에서는 교양 강좌를 폐지하지 않고 그냥 강행했다. 덕분에 도윤 역시 예전보다 조금 더 바빠진 일과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미국의 INB 방송에서 연락이 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던 시기였다.

“공개 오디션을 통과한 여덟 명의 참가자들이 출연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박사님만 결정을 내리시면 출연진이 모두 확정되는데요. 마음을 정하셨습니까?”

“네. 출연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미 부모님과의 상의를 통해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정해둔 상태였던 것이다. 감정가의 권위는 감정 결과에 대중적 신뢰성을 부여한다. 과거에는 신분이나 지위, 학벌 등이 그런 권위의 토대가 되었다면 요즘은 대중적인 지명도가 그것을 대신한다는 판단이었다.

도윤의 허락을 얻은 INB는 크게 기뻐했다.

“다음 달 초에 뉴욕에서 녹화를 시작할 텐데, 그 전에 먼저 한국에서도 간단한 촬영이 있을 거예요. 출연자들의 일상생활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거든요. 저희와 계약한 한국 현지 프로덕션이 이 박사님께 연락을 드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리죠.”

INB 쪽에서 정한 프로그램 제목은 ‘Truth & Value’였다. 감정(Valuation)이나 감정가(Connoisseur) 같은 전문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든 제목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