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폴리니가 던진 폭탄은 불발로 끝났다. 진심으로 경악한 사람은 도윤 한 사람뿐이었고, 다른 참가자들은 그의 말을 무료한 저녁 한때를 달래기 위한 가벼운 허풍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아홉 시가 넘어가자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 아우라를 언급했던 벨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폴리니에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정말로 아우라를 볼 수 있다면 이번 경연의 우승자는 당신이 되겠군요.”
“아마도.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지.”
그녀는 피식 웃더니 거실을 떠났다. 잠시 후, 폴리니도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폴리니 저 사람 말이야. 왠지 농담을 하는 것 같지만은 않은데? 네 생각은 어때?”
도윤과 함께 마지막까지 거실에 남아 있던 쉬주하오가 폴리니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친해져서 친구가 되기로 했다. 어차피 한 살 차이에 불과하니 그냥 편하게 지내기로 한 것이다.
“그거야 모르지. 중요한 건 폴리니가 뭘 믿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사실이냐는 거야. 넌 유물론자라서 아우라 같은 건 안 믿는다며?”
“안 믿어. 하지만 최소한 폴리니가 자신의 안목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해.”
“그건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 아냐?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 말이 맞아. 어차피 원본에서 흘러나오는 아우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우승을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진위 감정과 가치 감정은 별개야. 설명도 잘 해야 하고.”
“서류에 의하면 폴리니는 감정업에 종사한 지 십 년이 넘었어. 당연히 가치 감정도 많이 해봤을 거야. 우승하고 싶으면 반드시 신경 써야 할 사람이 분명해.”
도윤의 말에 쉬주하오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나는 저 이탈리아 낭만주의자보다 네가 더 무서워. 네가 어떻게 지명 참가자로 초대됐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 설마 잘 생겨서 뽑아줬을 리는 없잖아?”
“자기 입으로 정답을 말해놓고 의심하지 마라.”
그 말에 박장대소한 쉬주하오가 먼저 쉬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텅 빈 거실에 혼자 남은 도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폴리니는 정말 아우라를 볼 수 있을까? 자신처럼 신안을 가진 게 맞나? 녀석의 능력은 신안 하나뿐일까? 잔류 기억을 읽거나 유물의 힘을 주인에게 링크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은?
나 혼자만 가진 줄 알았던 장난감을 갑자기 다른 아이가 들고 나온 걸 본 기분이었다. 도윤도 자신처럼 신안을 가진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아우라를 볼 수 있다는 사람을 만나자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뭐, 나만 신안을 가져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억울해 할 일은 아니지. 폴리니가 괜히 허풍을 쳤을지도 모르고. 함께 있다 보면 확인할 기회가 있겠지.”
이번 대회가 끝날 때까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사람. 도윤은 존 카론이 암시했던 다크호스가 바로 폴리니일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방송국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센트럴 파크 근처로 이동했다. 스태프들은 버스에서 내린 참가자들을 웅장한 석조 건물 앞에 나란히 세웠다. 그들을 배경으로 사회자인 제임스 페이건과 리키 배런스가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뉴욕의 자랑거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나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곳은 루브르,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지요. ‘트루쓰 앤 밸류’의 첫 번째 본선은 바로 이곳, 메트로폴리탄에서 시작합니다.”
제임스 페이건은 다소 과장되게 힘이 실린 목소리로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그가 리키 배런스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멘트를 이어가는 동안, 참가자들은 장승처럼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뉴욕의 초겨울을 알리는 쌀쌀한 바람이 박물관 앞 광장을 훑고 있었다.
“본선 첫 무대가 메트로폴리탄일 줄은 몰랐군. 여기는 결승전이 열릴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게릭 올슨이 무료했던지, 옆에 서 있는 도윤에게 말을 걸었다. 그도 같은 심정이었다.
제대로 마음먹고 보려면 이삼일로도 부족하다는 대형 박물관을 본선 1회전 장소로 택한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그만큼 INB가 이 프로그램의 흥행을 바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메트로폴리탄은 미국인들의 자부심이 담긴 장소다. 이곳에서 그림을 감정한다는 게 그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피디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트루쓰 앤 밸류’ 참가자들은 앞으로 매주, 미국 각지의 유명 박물관들을 찾아다니면서 대결을 벌이게 될 거예요. 그들이 감정해야 할 그림들은 아직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는 비밀스러운 보물이라는 걸 기억하십시오. 어떤 것들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기대하십시오! 트루쓰 앤 밸류가 여러분이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진귀한 작품들을 공개합니다.”
오늘은 실수 안 하네. 도윤은 리키의 멘트를 들으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프로그램 전체의 출제 범위가 중세 이후의 회화라고 했죠?”
그의 말에 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유럽과 미국의 작품에 한해서. 범위에 제한을 두기는 했지만 그렇게 해도 선택지가 엄청나지. 아마 우리가 이미 봤던 작품이 나올 가능성은 없을 거야.”
“출제 범위를 회화에 국한시키지 않고 조각이나 가구, 장신구까지 넓히면 어땠을까요? 역시 무리일까요? 하다못해 회화의 범위만이라도 아시아로 확대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도윤이 사심을 담아 말했다. 적어도 진위 감정에 있어서만큼은 작품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게릭 올슨이 껄껄 웃으려다가 카메라를 의식하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정말 그렇게 하면 결승까지 가기도 전에 모든 참가자들이 탈락할 거야. 이 프로그램에 낙제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쏟아내는 욕을 버티기 힘들 걸? 자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만능 감정사는 없어.”
글쎄요? 아마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사회자의 멘트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참가자들이 건물 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전시실을 개조해 만든 임시 스튜디오였다. 그곳에서 참가자들은 비로소 ‘트루쓰 앤 밸류’의 심사위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 여러분은 참가자들이 누구냐 하는 것만큼이나 심사위원들의 정체가 궁금했을 겁니다. 첫 번째 심사위원은 오늘 1차전이 벌어지는 장소인 이곳 메트로폴리탄의 큐레이터 부장이십니다. 에릭 하이든 박사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페이건의 소개에 따라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반백의 신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트로폴리탄은 대형 박물관답게 무려 17개 부서로 세분화된 학예 연구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페이건은 그 가운데에서 큐레이터 부의 책임자였다.
“하이든 박사는 이곳 메트로폴리탄의 큐레이터 부장인 동시에 유럽 회화 감정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기도 합니다. 아마 참가자들을 가장 두려움에 떨게 할 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리키의 말에 하이든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은 무고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뱀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그의 눈을 본 도윤은 그녀의 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소개된 두 번째 심사위원은 뉴욕 소더비의 감정 책임자 까미유 마텔라였다. 얼핏 봐서는 참가자인 게릭 올슨보다도 젊어 보이는 그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계 미국인이었다.
“이렇게 많은 감정가들 앞에 서니까 오히려 제가 긴장이 되네요. 그래도 저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어서 밑천이 드러나는 망신은 당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에요.”
참가자들 사이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심사위원은 그렉 브렌트라는 대학 교수였다. 세계적인 명문인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회화를 가르치는 그는 평소에도 방송 출연이 잦았다. 시청자들에게는 가장 눈에 익은 인물인 셈이었다.
“여러분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한 마디 할까요? 애매하면 그냥 모르겠다고 하세요. 괜히 자존심을 내세우다가 큰돈이 걸린 소송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까요. 차라리 조금 망신을 당하는 편이 낫습니다. 가늘고 길게 갑시다.”
이번에도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몇몇 참가자는 그 말에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사위원 소개가 끝나자 참가자들이 천정에서 바닥까지 드리워진 검은 장막 앞에 나란히 도열했다. 어느새 실내의 조명이 약간 어두워졌다.
“자 그럼 이제 치열한 경쟁을 시작할 차례네요. 여러분들도 저 장막 뒤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시죠? 본선 진출자들에게 드리는 오늘의 첫 번째 문제를 공개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따라 장막이 걷히면서 세 가닥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장막 뒤에는 세 점의 유화가 조명을 받으며 이젤 위에 놓여있었다. 크기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그림은 24인치 모니터를 세로로 세워놓은 정도에 불과했지만, 왼쪽의 전신 초상화는 액자까지 합한 높이가 사람의 키를 훌쩍 넘겼다.
참가자들이 막 그림에 다가가려는 찰나, 페이건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 여러분들 앞에 있는 세 점의 작품은 제작된 장소와 시기가 모두 제각각입니다. 물론 서로 다른 화가들의 그림이지요. 게다가 세 점 모두 진작일 수도 있고, 위작일 수도 있습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어느 그림에도 화가의 서명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리키가 재빨리 페이건의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럼 본선 1차전 문제를 드리겠습니다. 참가자들은 지금부터 세 점의 그림을 감정한 뒤에 먼저 진위를 가려내야 합니다. 만약 작품이 진작이라고 생각될 때는 그것이 누구의 그림인지도 말해주세요. 위작일 경우에는 당연히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되겠죠?”
여기저기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처음부터 세게 나가는데?
대개의 감정 의뢰는 이 작품이 누구의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지 알아봐 달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판단의 기준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이번처럼 처음 보는 작품을 가져다 놓고 아예 작가를 알아맞히라고 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준점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를 짐작해야 그걸 바탕으로 진위 여부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반적인 감정보다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이라서 골탕을 먹이겠다는 거야, 아니면 여기서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거야?”
뒤에서 로지나 레빈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불만이 많은 아가씨로군. 도윤은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다양한 화가들의 화풍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쉽게 통과할 수 없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었다. 비교적 젊은 참가자에 속하는 그녀로서는 초조할 것이다.
참가자들이 약간 난감해하고 있는 사이, 페이건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부터 한 시간입니다. 시간이 다 되면 작품의 진위 여부와 작가의 정체에 대한 각자의 감정 결과를 종이에 적어 제출해 주세요. 왜 그렇게 감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심사위원들에게 한 분씩 직접 설명하게 될 겁니다.”
그때 누군가 손을 들었다. 카메라가 얼른 마이크 모리타의 얼굴을 잡았다.
“도구의 사용은 어디까지 가능합니까? 자외선 램프나 성분 분석기를 쓸 수도 있나요?”
그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심사위원인 메트로폴리탄의 에릭 하이든이었다.
“확대경은 얼마든지 사용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성분 분석기나 자외선 램프 같은 도구를 쓸 경우, 하나에 십 점씩 감점이 있을 거예요.”
“도구를 사용하면 감점이라고요?”
“그렇습니다. 트루쓰 앤 밸류에서는 여러분의 미술사적 지식과 현장 경험, 그리고 눈썰미를 평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필요한 도구를 망설이지 않고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10점을 깎이는 게 아예 탈락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더 이상 질문을 하거나 이견을 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은 쇼 프로그램이다. 규칙이 그렇다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저 친구가 정말 아우라를 볼 수 있다면 최소한 진위 판정은 쉽게 끝내겠지?”
쉬주하오가 그림을 향해 다가가는 폴리니를 가리키며 도윤에게 말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아우라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장님은 아니잖아. 진위 감정은 다들 웬만큼 할 거야. 핵심은 화가를 찾아낼 수 있느냐가 되겠지. 솔직히 나도 죄다 처음 보는 그림들뿐이라서 자신이 없어.”
“그건 나도 그래. 걱정이네. 설마 화가를 알아맞히라고 할 줄은 몰랐어.”
정말로 자신이 없지는 않았다. 이미 그림들을 보는 순간 대충 짐작이 됐으니까. 입으로는 걱정이라고 했지만, 쉬주하오 역시 특별히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놈도 능구렁이 기질이 있네? 도윤은 입맛을 다시며 그림 가까이 다가갔다.
한가운데 있는 그림은 보자마자 쉽게 감정 결과가 나왔다. 등을 완전히 드러낸 채 돌아앉아 있는 여자를 그린 것이었는데, 캔버스 전체에서 로트렉의 화풍이 지닌 특징들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로트렉은 도윤이 전공한 후기 인상파 화가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잘 그렸네. 하지만 위작이야. 누구 솜씨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그럴 듯하게 흉내 냈군.’
가운데 그림에서는 빛이 전혀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붓질이 로트렉의 그것과는 미묘하게 다르고, 물감에서도 금속성 느낌이 살짝 났다. 이런 물감은 1960년대 이후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위조범이 옛날 물감을 구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의 시선은 왼쪽에 있는 가장 작은 그림으로 옮겨갔다. 자기 몸뚱어리만 한 폭탄을 끌어안은 어린 소녀를 그린 판화였는데, 폭탄에는 십자가와 다윗의 별, 그리고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그려져 있었다. 종이의 재질이 좋고 스텐실 프린트 기법을 사용한 점, 주제의 선정이나 표현 기법 같은 모든 면을 따져볼 때 현재 활동 중인 생존 화가의 작품이 분명했다.
‘뱅크시의 그림이군. 웬만해서는 그림을 팔지 않는 사람인데 용케 작품을 구했네.’
뱅크시는 얼굴 없는 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괴짜 화가였다. 그에게는 ‘예술 테러리스트’라는 별명도 붙었는데,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5억 원에 낙찰된 그의 그림이 현장에서 산산조각으로 잘려나간 사건은 유명하다. 사건 직후, 뱅크시는 유트브 영상을 통해 자신이 미리 액자 안에 종이 분쇄기를 설치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언제든지 리모컨을 누르면 그림이 잘려나가도록 처음부터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이다.
‘이건 진작이 맞아. 빛이 선명하게 흘러나와.’
도윤은 가장 오른쪽에 있는 르네상스 풍의 전신 초상화로 눈길을 돌렸다. 천천히 그림을 살펴보던 그의 표정이 어느 순간 흠칫 굳었다. 이것 봐라?
그림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뭔가를 고민하던 그가 손을 들어 스태프를 불렀다.
“적외선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삼각대와 함께 가져다주세요.”
사람들이 하나같이 놀란 눈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하이든 박사가 손을 들어 웅성대는 실내를 조용히 시켰다.
“도구를 쓰면 10점 감점입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죠?”
“네. 감수하겠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빛으로 도윤을 주시했다. 물론 그걸 쓰면 유용한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그림들을 감정하는데 과연 적외선 카메라까지 필요할까? 더구나 우승 후보인 지명 참가자가 본선 1차전부터 감점을 감수한다고? 그들의 관심이 일제히 오른쪽 그림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