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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34화 (34/300)

34화

<6. 바니시의 용도>

1차 본선이 끝나고 결과가 발표되었다. 세 그림 모두의 진위를 적중시킨 참가자는 단 세 명. 게릭 올슨과 리치오 폴리니, 그리고 도윤이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의 총합에서는 도윤이 단연 1등을 차지했다. 감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오직 그만이 거의 완벽하게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킨 덕분이었다.

탈락자는 둘 다 예선을 뚫고 올라온 미국 참가자였는데, 자크 모리슨과 로지나 레빈이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두 사람은 참가자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짐을 싸야 했다.

“도대체 내가 뱅크시 같은 이상한 놈의 그림을 감정할 기회가 평생에 몇 번이나 있겠어?”

로지나 레빈은 공항으로 가는 차를 타면서도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도윤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아마 당신이 다빈치의 그림을 감정할 기회보다는 많지 않을까?

참가자들 가운데 그녀를 차까지 바래다 준 사람은 에이미 그리넘뿐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내비치는 로지나 레빈의 등을 두드리며 자기 딴에는 위로해주려고 애썼다.

“너무 자책하지 마. 심사위원들이 너무 편파적이었어.”

당신들은 리키 배런스에게 너무 편파적이었고. 말은 바로 하랬다고 지금 그 여자가 자책하는 것 같아? 분위기로 볼 때 에이미를 제외한 다른 참가자들 중에는 로지나가 탈락한 걸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사람 마음이란 게 다 비슷한 모양이다.

도윤은 문득 에이미 그리넘이 초상화 밑에 정말로 미켈란젤로의 서명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그가 면접을 하던 장면은 다른 참가자들이 보지 못했다. 나중에 1회전이 방송되면 그때 가서야 미켈란젤로의 서명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에이미가 일찍 탈락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촬영 도중에 자신의 농담이 현실로 실현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친구는 좋은 성적으로 1회전을 통과했으면서도 표정이 왜 저래?”

그날 저녁, 식사와 설거지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가려는 도윤을 쉬주하오가 붙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폴리니가 거실 창가에 홀로 앉아 하염없이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텅 빈 눈동자와는 달리 턱에 살짝 힘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의 결과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분명했다.

“글쎄? 마지막 면접 때 심사위원들한테 좀 시달린 것 같던데?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대기실로 돌아왔었잖아.”

“그렇다고 지금까지 저러고 있어? 모작을 진작으로 감정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탈락할 뻔 한 사람도 있는데. 누군 뭐 생각이 없어서 헤헤 거리고 있는 줄 아나?”

“사람마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릇이 다 다른 모양이지.

사실 폴리니뿐만이 아니라 도윤을 제외한 다른 참가자들 모두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단순히 1회전을 통과했다는 게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교적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던 게릭 올슨 조차도 마지막 면접을 끝내고 돌아온 뒤로는 지금까지 거의 입을 떼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근데 네가 보기엔 어때? 저 친구가 진짜로 아우라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쉬주하오의 말에 도윤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폴리니는 오늘 나온 세 점의 작품에 대해 모두 올바르게 진위를 가려냈다. 특히 초상화의 경우에는 위작이라고 감정한 사람이 도윤과 폴리니를 포함해서 네 명밖에 없었다.

‘저 친구가 다크호스인 건 분명한 거 같은데…….’

도윤은 마지막 면접을 받기 위해 스튜디오로 들어가다가 심사위원들끼리 나누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 아마 폴리니가 그들 앞에서도 아우라를 볼 수 있다고 한 모양이다. 그가 한 말은 정말일까?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 아우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거야. 아우라를 보지 못해도 작품의 진위를 정확하게 가려낸 사람들도 있으니까.”

폴리니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그건 도윤도 마찬가지였다. 쉬주하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깜빡했다는 듯이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아참, 너 그 얘기 들었어? 할리나 도비치 말이야. 그 여자가 초상화를 마사초의 진품이라고 감정했잖아? 근데 가격을 27만 달러로 책정했대. 좀 이상하지 않아?”

뭐? 도윤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 그 정도 크기의 그림이 마사초의 진품이라면 최소한 백만 달러 이상의 가격을 책정하는 게 옳다. 실제로 초상화를 진작이라고 감정한 참가자들은 모두 그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다. 그런데 고작 27만 달러를 매겼다고?

그녀 자신의 진위 감정 결과와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액수다. 문제는 그게 도윤이 적어냈던 금액과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그게 사실이야?”

도윤의 얼굴이 심각해지자 쉬주하오가 약간 당황했다.

“뭐가? 할리나 말이야? 나도 스태프들이 중얼거리는 얘기를 들은 것뿐이지만 아마 사실일 거야. 그 여자도 너처럼 지명 참가자로 초대됐잖아? 그런 것치고는 진위 감정과 가치 감정의 결과가 너무 어긋나. 도대체 어떻게 지명 참가자로 초대됐는지 모르겠어.”

이건 나중에 확인을 해봐야겠는데? 갑자기 뒷골이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한 참가자가 심사위원과 면접하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작품의 진위 말고는 남들이 종이에 뭐라고 적어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마 방송이 나가야 비로소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아, 진짜,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자 쉬주하오가 어이가 없는지 입을 쩍 벌렸다.

“얼씨구? 이젠 압도적인 1등까지 한숨이야? 여기 다들 분위기가 왜 이렇게 칙칙해?”

도윤이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네 명 빼고는 다들 한 점 이상씩 감정을 잘못했잖아. 아무리 평생 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위작들이었다고는 해도, 감정가가 진위 감정에서 실수를 범했다는 건 절대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방송 프로그램이었으니 망정이지 현실에서 그런 실수를 했으면 자칫 큰 논란이나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 말에 쉬주하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펄쩍 뛰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이게 방송에 나가면 내가 가짜를 진짜로 감정했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질 거 아니야? 이거 중국에서는 방송되지 않는 거 맞지?”

“아직까지는 그런 거 같아. 하지만 INB 쪽에서 중국 TV 방송국들과 송출권 문제를 놓고 계속 협상 중이라고 하던데?”

“으아악! 큰일이다!”

그제야 쉬주하오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녀석도 케이티처럼 참 알기 쉬운 놈이네. 도윤은 문득 녹화가 끝난 다음에 자기 손을 붙잡고 방방 뛰며 좋아하던 케이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비록 1회전이기는 하지만 도윤이 일등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 박사님은 꼭 우승할 거예요. 저는 오늘 확신을 얻었어요.”

다시 한 번 두 주먹을 꼭 쥐는 그녀를 보며 도윤은 그저 웃기만 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이렇게까지 자신의 우승을 믿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근데, 최서라는 잘 있으려나?

* * *

토요일 오후의 노팅힐 역 부근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최서라는 지하철에서 내려 인도를 따라 5분가량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양편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죽 늘어선 거리가 나왔다. 노팅힐의 포토벨로 시장. 그녀가 굳이 오늘을 골라 이곳에 온 것은 많은 골동품 가게들이 토요일에만 문을 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정교하게 세공된 명품들만 보아 버릇하면 눈을 버려.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기초부터 장인의 경지까지. 기술을 배우는 것도 탑을 쌓는 것하고 비슷해. 밑에서부터 천천히 쌓아올릴 생각을 해라.”

그녀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아이작 듀란의 충고였다.

그의 충고를 따라 최서라는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영국 최고의 벼룩시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포토벨로에는 온갖 물건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버젓하게 간판을 내건 상점들도 많았지만, 토요일은 임시 가판을 설치하고 손님들을 유혹하는 각종 노점상들이 활개를 치는 날이었다.

최서라는 거리를 따라 한참 걷다가 금은 세공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전시된 장신구나 식기들은 대부분 은으로 만든 것이었다. 관리를 제대로 안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까만 녹이 군데군데 묻은 것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그녀는 특히 장신구에 주목하면서 천천히 물건들을 살폈다. 세공을 배우는 입장에서 볼 때는 투박하고 조악한 물건들이 대다수였다. 가끔씩 정교하게 세공된 물건들이 발견되긴 했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남의 브랜드와 아이디어를 도용한 짝퉁에 불과했다. 그런 물건일수록 말도 안 되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경우가 흔했다.

“차라리 이런 게 진짜 보물이라고 할 수 있지.”

최서라는 가끔씩 보이는 투박하고 오래된 물건들에 주목했다.

오래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귀하거나 값비싼 건 아니다. 오히려 민간에서 돌아다니던 싸구려 물건들이 세월의 때를 입었다는 이유 하나로 장사꾼들의 손에 들어가 바가지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만 그런 물건들이 세공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최서라도 필요한 물건들이 눈에 띄면 가급적 흥정을 잘 해서 사들일 생각이었다. 다행히 파베르제의 능력을 전해 받은 뒤, 물건을 보는 그녀의 안목은 부쩍 늘었다. 덕분에 수많은 가짜와 진짜가 뒤섞여 있는 이곳에서도 옥석을 구분하는 게 가능했다.

“젊은 아가씨가 물건 볼 줄 아네. 관광객이신가? 어디에서 오셨소?”

그녀가 한 가게 앞에 무릎을 굽히고 쇼윈도 안에 전시된 은제 팔찌 한 쌍을 살피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고, 아주머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늙어 보이는 여자였다.

“관광객이 아니라 학생이에요. 그냥 구경만 하는 중이에요.”

학생이라는 말에 주인 여자가 멈칫했다.

“학생이라고? 그래도 영국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최서라는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했다. 그러나 주인 여자는 그녀의 발음이나 어휘보다는 차려입은 옷의 브랜드와 피부색에 더 주목한 모양이다.

“한국에서 왔어요. 런던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가게 안쪽에 조금 더 싼 것들이 있는데 한 번 구경해 볼래요? 내가 멀리까지 공부하러 온 학생이라는 걸 감안해서 가격을 잘 쳐줄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구경 좀 할게요.”

쇼윈도에 전시된 것이나, 유리 너머로 보이는 가게 안쪽의 물건이나 품질은 비슷했다. 안에 있는 게 더 쌀 리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서라는 모른 척하고 가게 주인을 따라들어 갔다. 가게 주인은 스스로를 힘센 여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녀 역시 목줄 잡힌 강아지는 아니었다.

가게 주인은 친절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은 채 여러 가지 장신구들을 잔뜩 꺼내 최서라 앞에 늘어놓았다. 내가 이렇게 너를 위해 수고하는데 설마 그냥 가지는 않겠지?

무심한 표정으로 물건을 하나씩 살피던 최서라가 은제 목걸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으로 들어 무게를 대충 가늠해보니 가운데 달린 장식까지 합해 대충 2온스 정도. 귀금속의 무게를 잴 때는 일반적인 온스보다 약간 더 무거운 트로이 온스라는 걸 사용한다. 목걸이를 만든 은값만 따지면 25에서 28파운드 정도라는 뜻이었다.

“이건 얼마에요?”

최서라가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묻자 주인여자가 그녀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어머, 그건 꽤 오래된 물건인데. 전부 은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세공이 독특한데다 역사적 가치가 있어서 값이 좀 나가요. 백 파운드는 줘야 해요.”

최서라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40파운드 드릴게요.”

세공이 독특한 게 아니라 투박한 거겠지. 하지만, 주인 여자의 말마따나 얼핏 봐도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만들어진 물건이다. 이런 물건에 백 파운드를 불렀다는 얘기는 주인 여자가 욕심에 어울리는 안목을 갖지 못했다는 뜻이다.

태연한 목소리로 가격을 절반 이상 후려치는 그녀를 향해 주인 여자가 짐짓 눈을 흘겼다.

“어머, 아가씨가 한국에서 오셨다더니 여기가 중국인 줄 아는가 보다. 영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값을 깎으려고 하면 흥정을 못해요.”

하지만 그녀는 오늘 상대를 잘못 만났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미래의 청파 갤러리 후계자를 꿈꾸는 최서라는 흥정의 달인이었다.

“그러게요. 저도 여기가 영국인 줄 알았는데 목걸이 가격을 듣고 잠시 중국에 와 있는 줄 알았어요. 시세의 두 배부터 흥정을 시작하는 것도 영국식은 아니죠?”

주인 여자가 흠칫 하더니 단번에 표정을 누그려 뜨렸다.

“그냥 평범한 학생인 줄 알았더니 젊은 아가씨가 보통이 아니시네. 좋아요. 이게 보기에는 투박해 보여도 오래된 물건이에요. 세공비만 받을 테니까 60파운드 내세요.”

“50파운드에 주시면 가져갈게요.”

세공비는 무슨? 당신 가게에서 세공한 것도 아니잖아? 금속광택이 흐릿한 걸로 봐서는 관리도 제대로 안 한 주제에. 결국 주인 여자는 50파운드에 은 목걸이를 넘겼다.

흥정이 끝나자 최서라의 표정이 다시 상큼하게 변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카드를 꺼내주었다. 결제를 하려고 카드를 받아든 주인 여자의 눈이 커졌다. 프리미엄 골드 카드. 일 년 카드 사용 액수가 최소 10만 파운드 이상이 되어야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였다.

“어머, 학생이라고 하더니 부잣집 따님이셨네? 그러니 물건 보는 눈이 그렇게 좋지.”

카드를 확인한 그녀가 결제를 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최서라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 아가씨. 목걸이에 관심이 있는 것 같으니까 내가 좋은 물건을 하나 보여드릴까? 이건 아무한테나 꺼내놓는 물건이 아닌데. 어때요?”

“그래요? 한 번 보여주세요.”

재빨리 카드를 결제해서 돌려준 그녀가 가게 뒤편으로 들어가더니 금목걸이 하나를 들고 나왔다. 손바닥 반만 한 동그란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였다. 물건을 보는 순간 최서라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그녀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태연히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목걸이 예쁘네요. 이건 얼마에요?”

주인 여자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녀가 내놓은 목걸이는 금줄이 사라진 채로 펜던트만 돌아다니던 것이었다.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가 팔려고 왔기에, 금값만 주고 싸게 후려쳐서 사들였다. 하지만 판매를 위해 나중에 금으로 도금한 쇠줄을 만들어 달았는데도 벌써 십년 째 금고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였다. 애물단지도 이런 애물단지가 없었다.

“이건 금값만 해도 많이 나가서 싸게는 못 드려요. 세공의 정교함을 감안하면 황실이나 귀족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물건이 분명해요. 최소한 만 파운드는 주셔야 돼요.”

주인 여자가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웃었다. 얼른 사라, 호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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