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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40화 (40/300)

40화

<7. 매뉴얼의 행방>

석훈이 한성 옥션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어 하는 곳이 바로 구내식당이었다. 회사 건물이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덕에 주변에 맛집이 많기는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만 되면 괜찮은 식당들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비는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에 비해 구내식당은 값이 싸고 맛도 좋은 편이라서 가성비가 최고였다.

그날도 식당에서 밥을 먹고 경호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멈춰 섰던 석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사무실에서 이렇게 고함을 질…….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린데?”

문을 열고 들어간 석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딱 벌렸다. 짐작했던 대로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치호 실장이었다. 녀석은 여자 경호원 한 명을 세워놓고 마구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까짓 게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냔 말이야, 엉? 경호과장 어디 갔어? 이것들이 내가 요즘 아무 소리 않고 지내니까 사람이 우습게 보여? 그런 거야?”

한치호의 앞에는 얼굴이 벌겋게 변한 정민아가 입술을 꼭 깨문 채 서 있었다. 그녀는 석훈과 같은 체육 대학을 나온 2년 후배이자 한성 옥션에 함께 들어온 입사 동기이기도 했다. 여자 고객이 많은 회사의 특성 때문에 한성 옥션에는 그녀 말고도 몇 명의 여자 경호원이 더 있었다.

“아무리 실장님이라고 해도 사원들의 개인 책상을 함부로 뒤지는 건 곤란합니다. 조금 전에 하신 행동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가 아닙니까?”

정민아는 펄펄 뛰는 한치호 앞에서도 눈을 똑바로 뜬 채 또박또박 따졌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의 태도는 오히려 기름에 물을 들이붓고 말았다.

“이게 네 책상이야? 엉? 네 책상이냐고? 네가 뭔데 남의 사생활까지 챙기려 들어? 오호라. 둘이 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하더니 밤에도 같이 붙어 지내는 거야? 엉? 그래서 낭군님 책상까지 챙기시려고? 그런 거야?”

문가에 선 채 무슨 일인가 싶어 지켜보던 석훈은 순간적으로 황당했다. 저 새끼가 지금 뭐라고 짖어대는 거야?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석훈 자신의 책상 앞이었다. 그의 눈에 뚜껑이 열린 채로 책상 위에 버려진 사탕 통이 보였다. 도윤이 잘 보관해 달라며 신신당부하며 맡기고 간 물건이었다. 어라? 저게 왜 책상 위에 올라가 있지?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윤이 미국으로 떠나던 날, 석훈은 사탕 통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회사에 출근했다. 반차를 신청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집에 들를 틈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잠금장치가 달린 자신의 책상 서랍에 사탕 통을 넣어두었는데, 아뿔싸, 오늘 오전까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난리 났네. 도윤이 형이 알면 죽이려 들겠군.’

조금 전,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그는 서랍에서 급히 챙겨야 할 게 생겼다. 그래서 서랍 안을 뒤지다가 무심코 사탕 통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둔 채로 그냥 나갔다. 그걸 한치호가 지나가다 발견하고 뚜껑을 열어본 게 분명했다. 정민아는 또 그 장면을 보고 나선 거고. 다행히 통 안에 있던 천은 돌돌 말린 채로 잘 들어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치호는 석훈의 사탕 통을 손에 들고 흔들면서 다 큰 어른이 회사에서 사탕이나 빨고 다닌다며 대놓고 이죽거렸던 모양이다.

“정신 상태가 다들 이 모양이니까 괴한이 회사에 난입하는 것 하나 제대로 못 막는 거 아냐? 응? 내가 당신들한테 군것질이나 하라고 월급 주는 줄 알아?”

그러다가 한치호가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회사까지 들고 다니는지 하나 먹어보자며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열이 받은 정민아가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이다.

전후사정을 짐작한 석훈은 재빨리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기어코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방금 하신 말은 성희롱에 해당됩니다. 아무리 부하직원이라고 해도 말씀을 삼가주세요.”

정민아가 도끼눈을 뜨고 한치호를 노려봤다. 그러자 녀석이 비릿한 웃음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뭐? 삼가주세요? 삼가 못하겠다면? 삼가 못하겠다면 네까짓 게 어떻게 할 건데? 응?”

야, 저건 위험한데? 석훈이 걱정한 건 정민아가 아니라 한치호였다. 그녀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 그가 급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지만, 그보다 정민아의 동작이 약간 더 빨랐다.

우두둑.

자신의 머리를 찔러대는 한치호의 손가락을 잡아챈 정민아가 능숙한 동작으로 그것을 비틀었다. 순간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한치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놔! 이거 못 놔?”

“먼저 사과하세요. 그럼 놓아드리겠습니다.”

“뭐, 사과? 이 씨발년이 진짜!”

억지로 허리를 편 한치호의 손이 정민아의 뺨을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그의 손은 채 휘둘러지기도 전에 중간에 멈춰 섰다. 어느새 다가온 석훈이 그의 팔뚝을 잡아챈 것이다.

“진정하세요, 실장님. 사내 성희롱에 사내 폭행까지 겹치면 백퍼센트 형사 입건입니다.”

“넌 또 뭐야? 이 개 같은 것들이 진짜!”

석훈에게 한 손을 잡힌 한치호가 다른 손을 휘둘렀다. 힘이 잔뜩 들어간 주먹이었다. 하지만 고개만 살짝 틀어 주먹을 피한 석훈이 허리를 비트는 순간, 그의 몸이 순식간에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에 내리꽂혔다. 완벽한 업어치기였다.

한치호는 잠시 혼이 나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만약 석훈이 진짜 독하게 마음을 먹고 마지막까지 힘을 빼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끄응. 니들 다 죽었어. 이 씨…….”

한치호는 욕을 내뱉으며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커다란 손이 그의 이마를 붙잡고 지그시 밑으로 내리눌렀다.

“그 입에서 한 마디만 더 욕이 나오면 창밖으로 던져버릴 줄 알아.”

자신을 내려다 보는 석훈의 부릅뜬 눈을 대하는 순간 몸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눈앞에서 불꽃 두 개가 일렁이는 듯 했다. 한치호는 저도 모르게 뱉으려던 말을 삼켰다.

“겨, 경비과장 오면 내 자리로 오라고 해.”

겨우 그 말을 남긴 그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떠났다.

한치호가 사라지자 지금까지 둘러서서 지켜보기만 하던 다른 직원들이 슬금슬금 제자리로 돌아갔다. 노골적으로 석훈의 눈을 피하는 게 아무래도 같이 엮이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에이 씨……. 석훈은 한쪽에 서 있는 정민아를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야, 너는……. 어휴, 내가 회사에 들어오면 성질 좀 죽이고 살라고 했잖아.”

“사고는 선배가 쳐 놓고 왜 나한테 뭐라 그래요? 전 그냥 손가락만 살짝 꺾었다고요. 그것도 순수하게 방어 목적으로. 바닥에 메다꽂은 건 자기면서.”

뒤늦게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른 석훈이 정민아를 나무랐지만 애초에 씨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그래, 너나 나나 그 성질 어디 가겠냐. 그나마 정민아는 석훈의 편을 들어주려다가 그런 것뿐이다. 나쁜 놈은 한치호인데 얘한테 뭐라 그럴 일은 아니지.

“저 자식 분명히 우리 둘 다 잘라버리겠다고 난리칠 거야. 각오해 둬라.”

석훈의 말에 정민아는 코웃음을 쳤다.

“각오는 무슨. 자르기 전에 내가 먼저 그만둘 거예요. 저런 거지같은 새끼한테 싫은 소리까지 들으면서 회사 다닐 생각 없어요.”

“야, 너는 여자 애가 무슨 입이 그렇게……. 회사 그만두면 뭐 먹고 살려고?”

“선배가 저 먹여 살릴 거 아니면 걱정 접어두시죠? 그나저나 선배야 말로 어떻게 할 거예요? 나야 영어라도 된다고 하지만 선배는 할 줄 아는 게 힘쓰는 것밖에 없잖아요? 모아놓은 돈도 없다면서요?”

그렇지. 얘보다 내가 더 큰 문제지. 그건 그렇고 이 자식 팩트 폭행이 오지네?

결국 그날부로 두 사람은 짐을 정리해서 회사를 나왔다. 대학 선후배가 한 날 한 시에 나란히 백수가 된 것이다.

* * *

시카고 미술관에서 녹화된 ‘트루쓰 앤 밸류’ 4차전에서 도윤은 또 다시 1등을 차지했다. 거침없는 질주였다.

“이 박사는 그냥 말빨이 좋은 것뿐이야. 학위를 따느라 들인 돈값을 하는 거라고.”

4차전을 2위로 통과한 폴리니는 끝까지 도윤을 인정하지 않고 비아냥댔다. 처음에는 그저 오만한 이탈리아 낭만주의자처럼 굴던 그도 계속해서 도윤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자 점점 태도가 변했다. 자부심과 열등감은 한끝 차이라고 하더니 폴리니가 딱 그 꼴이었다.

폴리니 역시 네 번의 경연을 치르는 동안 진위 감정에서는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다만 시세를 추정하는 가치 감정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평가를 내린 경우가 두어 번 있었다. 감정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감점의 요인이었다.

게릭 올슨이 자진 하차하는 바람에 4차전의 탈락자는 한 명뿐이었다. 문제는 그 불행의 주인공이 도윤과 한때 같은 방을 썼던 쉬주하오라는 점이었다. 그가 빠지면서 4강 진출자는 도윤과 폴리니, 그리고 할리나와 말레의 네 명으로 확정되었다. 두 명은 지명 참가자였고, 다른 둘은 예선을 뚫고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탈락이 확정된 쉬주하오는 폴리니와는 달리 순순히 자신의 역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말없이 가방을 쌌고, 도윤은 그를 공항 가는 차까지 배웅했다. 차에 올라타기 직전 쉬주하오가 도윤을 붙잡고 슬며시 물었다.

“3차전에서 나왔던 체이스의 위작 말이야. 그거 가드너 미술관에서 이번 쇼를 위해서 새로 만든 게 맞지?”

도윤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 녀석도 눈치가 좋구나.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쉬주하오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게릭 올슨이 그걸 위작이라고 감정했구나. 솔직히 너하고 폴리니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진위 감정에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 그렇다 쳐도, 올슨은 틀릴 줄 알았거든. 하지만 처음부터 위작인 줄 알고 있었으면 감정을 잘못할 수가 없지.”

“미리 본 적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을 거야. 다만 알고 있는 사람의 솜씨라는 건 눈치 챘을 가능성이 높지. 가드너 미술관이 위작을 의뢰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곳의 책임 큐레이터인 올슨이 모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안 거야? 그 위작이 이번 쇼를 위해서 새로 만들어진 거라는 걸.”

쉬주하오가 피식 웃더니 도윤의 어깨를 툭 쳤다.

“크랙에 잉크를 집어넣었다고 말한 게 너였잖아. 너는 그 위작이 일 년 이내에 만들어진 거라고 했지만 사실 육 개월이면 먼지가 검게 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야. 그 정도 시간이 있었으면 굳이 잉크를 주입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겠지. 심사위원들도 그 부분은 대충 넘어간 것 같지만 복원 전문가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실이잖아.”

도윤은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같은 복원 전문가인 에이미도 눈치 채고 길길이 뛰었던 사실을 쉬주하오 같은 천재가 모르고 넘어가기를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올슨이 그것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진 사퇴한 거 맞지? 가드너 미술관에서 방송국과 짜고 노골적으로 자기를 밀어주려고 했다는 거 말이야.”

도윤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INB와 가드너 미술관 사이에 미리 얘기가 오고갔는지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올슨이 미술관 쪽에서 자기를 밀어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것 때문에 괴로워한 건 맞을 거야. 그는 이미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는데, 미술관에서는 그 이상을 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겠지. 정당하지 못한 방법까지 쓰면서.”

“에이, 참. 올슨 그 아저씨도.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해?”

“원망하지 않는 거냐?”

“이미 제 발로 하차한 사람을 원망해서 뭐해? 더구나 나는 그 양반이 없는 상태에서도 꼴찌로 탈락했잖아. 주제가 안 돼, 주제가. 아무튼 난 간다. 나중에 상해에 오면 연락해. 세상이 거꾸로 보일 정도로 술을 먹여줄 테니까.”

쉬주하오는 그 말을 끝으로 도윤의 손을 한 번 꽉 쥐었다가 놓고는 차에 올라탔다. 시카고의 겨울 하늘이 눈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다.

* * *

쉬주하오를 바래다주고 온 날, 뜬금없이 석훈이 녀석이 한밤중에 전화를 걸었다.

“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에이, 됐다. 곰탱이 자식이 시차 계산하면서 살면 예전에 마늘 먹고 인간이 됐겠지. 무슨 일이야?”

“형, 취직자리 하나만 알아봐 주세요. 현소 갤러리에서 혹시 여자 경호원 안 뽑아요?”

도윤은 잠시 전화기를 볼에서 뗐다. 뭐?

“뭔 소리야? 너 무슨 사고 쳤냐? 갑자기 웬 경호원 자리를 알아봐?”

“에이 씨, 내가 아니라 여자 경호원이라니까? 난 현역 제대한 남자고.”

“현소 갤러리에 무슨 경호원이 필요해? 우리가 한성 옥션이냐?”

“그럼 혹시 다른 곳이라도 알아볼 데 없어요? 학교 후밴데, 키 167cm에 몸매 늘씬하고 영어도 잘 해요. 어릴 때 미국에서 잠시 살았거든요.”

“그렇게 몸매 좋고 영어도 잘 하면 모델이나 하지 왜 굳이 경호원을 해?”

“에이 씨, 얘는 워킹보다는 발차기에 특화되어 있다고요. 남의 직업관에 토 달지 말고 자리 알아봐 줄 수 있는지만 말해줘요. 있어요, 없어요?”

“인마, 내가 한국에 인맥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가만, 그거 혹시 정민아씨 얘기 하는 거야? 그 아가씨 한성에서 잘렸어?”

정민아와는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석훈과 둘이 만나기로 한 자리에 녀석이 학교 후배이자 직장 동료라며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그때 성격이…….’

도윤이 기억하는 것은 생긴 것에 비해 성격이 거침없고 술이 아주 세다는 것 정도였다. 영어를 잘 하는지는 몰랐지만 키하고 몸매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정민아가 맞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좀 자세히 말해 봐.”

석훈은 사탕 통에 대한 것만 쏙 빼고 나머지 얘기를 털어놓았다. 얘기를 들은 도윤은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두 사람이 성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탓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치호 그 자식이 너무 개같이 군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된 건 사실이었다.

“이 자식이, 좀 더러워도 참고 지내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도윤의 얘기에 석훈은 코웃음을 쳤다.

“형 같았으면 아마 반쯤 죽였을 거요. 나니까 그 정도로 참았지. 자꾸 딴 얘기하지 말고 대답이나 해 봐요. 나도 내 일이면 형한테 이런 부탁까지는 안 해요.”

“알았다. 당분간은 미국에서 지내야하니까 당장 뭘 어떻게 해줄 수는 없고, 부모님한테 한 번 여쭤볼게.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 그 사이에 다른 데도 좀 알아보고.”

“고마워요. 꼭 좀 부탁할게요.”

전화를 끊고 나자 실소가 새어나왔다. 이 자식. 절대 아니라고 하더니 정민아라는 그 아가씨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게 분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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