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45화 (45/300)

45화

<8. 감정의 신>

이클립스는 이브라힘 왕세제의 개인 소유 요트였다. 가끔씩 잡지나 언론에서 전 세계의 호화 요트를 소개할 때마다 반드시 거론되곤 하는 이 배는 시가가 무려 6억 달러에 달했다. 원유를 실어 나르는 초대형 유조선의 가격이 1억 달러 내외이고 A380 여객기가 4억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비싼 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랍에미레이트나 러시아의 부호가 소유한 요트 중에는 심지어 이보다 더 비싼 것도 있었다. 부의 끝판 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부자들의 대표적인 사치품이라는 얘기다. 이브라힘은 지금 그런 배들 가운데 하나를 폭파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말 이클립스를 폭파시키실 생각이십니까? 값비싸다는 건 둘째 치고 그 배는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서 돈이 있다고 해서 다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폭파시키자는 거잖아? 그거 팔려고 시장에 내놓은 지가 벌써 몇 년이야? 누구 하나 사겠다고 나선 작자가 있어? 비싸면 뭐해? 필요할 땐 돈으로 바꿀 수 있어야지.”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는 게…….”

이브라힘이 들고 있던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형님이 만든 반부패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돈줄이 꽉 묶였어. 이런 상황에서 그만한 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하는 방법이 보험회사 금고를 터는 거 말고 더 있어? 이미 준비까지 다 끝낸 마당에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

삼년 전, 현 국왕은 심각한 정치적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자꾸 높아지자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국왕 직속의 친위부대인 반부패 위원회를 만들어 왕가의 일원들을 직접 쳐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잡혀간 왕세제와 왕자들만 해도 다섯 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브라힘은 결국 그 칼끝의 최종 목표가 자신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브라힘의 목소리가 강경해졌다. 압둘은 더 이상 왕세제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현실적인 가능성을 점검하는 쪽을 택했다.

“나마타 보험이 6억 달러나 되는 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이클립스 건에 대해서는 다른 보험회사에 재보험도 들지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판단이었지요. 그 회사가 이번 일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압둘의 말에 이브라힘이 코웃음을 쳤다.

“욕심 부리다 큰 코 다치는 셈이지. 근데 사실 그 회사 코가 좀 크긴 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마타 보험 소유의 본사 건물 안에 미술관이 있잖아? 독립된 재단이 아니라 미술관 자체가 그냥 회사의 일개 부서야. 그런데 거기 있는 그림들 시세가 얼만지 알아? 전부 합해서 5억 달러가 넘어. 그 사람들, 돈이 모자라면 분명히 그걸 팔아 치울 거야. 명색이 보험회사잖아? 돈을 잃는 게 신용을 잃는 것보다는 백배 낫겠지.”

“생각보다 고가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나 보군요. 그래도 이번 일을 감당하려면 미술관을 싹 비워도 모자랄 겁니다.”

“내가 이클립스 때문에 나마타 보험에 지불한 돈만 매년 삼백만 달러가 넘어. 무려 칠 년간이나 착실하게 호구 노릇을 했으면 이제 거둬들일 때도 됐지.”

“나마타로서는 이천만 달러를 욕심냈다가 수억 달러를 잃게 되겠군요.”

“호락호락 잃지는 않을 거야. 자네가 잘 해야 돼.”

“걱정 마십시오.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사고가 터지면 분명히 원인을 조사한다 어쩐다 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늦추려고 할 거야. 그것도 대비해야 돼. 나는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가 없어.”

“일본은 아람코에서 매년 엄청난 양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 아람코의 CEO가 바로 왕세제님이시고요. 일본 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압박을 가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자네만 믿지.”

압둘은 이브라힘에게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갔다.

일주일 뒤, 이브라힘 왕세제의 개인 소유 요트인 이클립스가 홍해 쪽에서 지중해를 향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다. 이집트의 포트사이드 항구를 지난 요트는 곧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뒤 해안선을 따라 이스라엘 연안 쪽으로 움직였다.

배는 가자 지구 인근을 지나면서 조금씩 해안 가까이 붙기 시작했다. 이클립스 호가 해안에서 삼백 미터 정도까지 접근했을 때, 갑자기 해변에서 몇 발의 로켓탄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어깨에 메고 쏘는 휴대용 대전차 로켓이었다.

제일 먼저 이클립스의 기관실에서 커다란 폭음이 나면서 불꽃이 치솟았다. 몇 명 안 되는 선원들은 불길을 잡기보다는 배를 버리고 탈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인을 잃은 배는 그 뒤에도 몇 발의 로켓을 더 얻어맞은 끝에 결국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천천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배가 가라앉은 곳은 해안에서 육안으로 요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첫 사격이 있고 나서 약간 뒤, 몇 명의 아랍인들이 해변에서 고성능 망원경이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이클립스 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뒤, 검은 연기를 내뿜는 호화 요트가 침몰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갔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도 되지 않았을 때, 지중해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비보에 도쿄의 나마타 보험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 * *

LA 카운티 미술관(LACMA)은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다. 넓은 대지 위에 들어선 여러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라크마는 천천히 둘러볼 경우 최소 이틀은 잡아야 할 만큼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다만 전 세계의 미술품을 모두 아우르려는 욕심을 부린 탓인지 전시 작품들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런던을 출발한 도윤이 LA 공항에 도착하자 그의 전담 스태프인 케이티가 마중 나와 있었다. 그녀는 도윤을 만나자마자 ‘트루쓰 앤 밸류’가 아니라 시카고에서 해결했던 드가의 위작 손상 사건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그 사건 말이에요, 이 박사님 짐작이 맞았어요. 오빠가 조사를 해 봤더니 그림 주인하고 감정가가 서로 짜고서 복원전문가를 털어먹으려고 한 거였대요.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림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죠. 지금은 두 사람 다 체포되어서 구치소에 있어요.”

“위조범은요? 위작을 만든 사람도 잡았대요?”

“네? 위조범이요? 위조범이 누군지는 아직 모르는 것 같던데요?”

이 사람들이 진짜. 도윤은 그냥 웃고 말았다.

“그림 밑에 글리세린이 발라져 있다는 건 표면의 물감을 벗겨내기 전에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그림 주인은 복원을 시작하면 물감이 흘러내릴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요. 그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림 주인이 사실은 위작을 직접 만들었다는 거예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제작을 의뢰했겠지요. 위조범이 그림을 들고 먼저 접근했거나. 어쨌든 그림 주인은 위조범이 누군지 알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어머, 저는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어요. 오빠한테 얘기해줘야겠네.”

에이, 설마 형사들이 케이티 당신 같겠어? 이미 취조를 시작했지만 아직 자백을 받지 못한 거겠지. 도윤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범인을 잡는 건 그가 아니라 앤드류와 그의 동료들이 할 일이었다.

도윤이 케이티와 함께 숙소로 지정된 호텔에 체크인 했을 때는 이미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도착한 상태였다. 다들 자기 방에 있느라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케이티의 말에 의하면 생방송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한 모습들이 역력한 모양이었다. 도윤이 자기 이름으로 예약된 방에 짐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아 메인 작가인 존 카론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트루쓰 앤 밸류의 인기가 굉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쪽 담당자가 아주 좋아하더군요. 그게 다 이 박사님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어떻게 제 덕분이겠습니까? 프로그램이 좋아서 시청률이 높은 거죠.”

그냥 예의상 하는 얘기야. 알지? 도윤이 빙긋 웃자 존은 아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은 소파에 마주앉아 앞으로 진행될 생방송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사실 방송국 윗선에서는 ‘트루쓰 앤 밸류’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죠. 그런데 본선 1회전이 방송되자마자 시청률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알랭 피디의 입이 귀에 걸렸어요.”

존은 그 대목에서 잠시 말을 끊더니 도윤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저희는 시청률 상승의 주된 요인이 이 박사님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이 박사님이 자신의 감정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보는 사람을 짜릿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게다가 얼굴이나 몸매도 상당히 서구적이고요.”

“제가 서구적으로 생겼다고요? 그건 우리 부모님이 들으면 별로 안 좋아하실 얘기네요.”

“에이, 왜 그러십니까? 하버드에서 공부할 때도 인기가 많지 않았어요?”

“하버드는 국제화가 덜 돼서요. 아시아 남자에게 호감을 갖는 여학생은 거의 없더라고요.”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지? 도윤은 존이 이상하게 되도 않는 소리까지 하면서 자신을 띄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하는 게 뭐야? 자꾸 빙빙 돌리지 말고 털어놔봐.

“녹화를 쉬는 동안 저희 방송국 직원들이 발품을 좀 팔았습니다. 북경 중앙미술학원 하고 하버드에서 취재를 했죠. 거기 교수님들과 동기들한테서 인터뷰도 땄고요. 런던 크리스티 미술관의 감정가들도 몇 명 만났습니다. 이 박사님이 모네의 연작이 위작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사건에 대해 증언을 얻기 위해서요.”

이것 봐라? 그제야 상대방의 의도가 대충 짐작됐다.

“저에 대한 특집이라도 만드실 작정이십니까? 그건 너무 과분한 것 같은데요?”

도윤이 슬쩍 태클을 걸었지만 존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전혀 과분하지 않습니다. 이 박사님은 네 차례의 본선에서 모두 일등을 차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어느 참가자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런 시청자들의 관심을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시청률에도 도움이 되고요.”

“하지만 이번 방송부터는 시청자들이 주는 점수도 순위를 매길 때 합산되지 않습니까? 너무 그러면 형평성의 문제가…….”

“한국에서는 ‘트루쓰 앤 밸류’가 미국보다 두 주나 늦게 방송되죠. 그래서 이 박사님이 한국에 계실 때 시청자들의 반응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예정보다 일찍 출국하시는 바람에 일상생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없었고요. 그 때문에 부족해진 컨텐츠를 그런 식으로 보충한 거라고 생각하십시오. 아마 좋은 결과를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미국 참가자들이 모조리 탈락하니까 조급해졌나보구나. 도윤은 INB가 이미 탈락한 게릭 올슨 대신 자신을 띄우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론 씨.”

그의 어투가 약간 까칠해졌다.

“제가 프로그램에 남아 있는 이상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선을 지켜주세요. 괜히 무리한 짓을 하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시청률에도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요.”

오버하지 말라고 이 사람들아. 요즘 시청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 자랄 싹을 괜히 빨리 키우겠다고 억지로 잡아당기지 말란 말이야.

도윤의 말뜻을 알아들은 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본인 입으로도 말했지만 4강전부터는 순위 집계에 시청자들의 투표 점수가 반영됩니다.”

“네. 그래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교수님이나 동료들이 칭찬해 준다고 해서 갑자기 제 실력이 더 느는 건 아닙니다. 형평성에서 어긋난 영상 편집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살 위험성이 있어요.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는 건 사양입니다.”

존이 착잡하게 입맛을 다시더니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본인의 뜻이 정 그렇다면 준비한 영상의 톤을 조금 낮추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제 마음이 조금 더 편할 것 같습니다.”

도윤의 의사를 확인한 존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방을 나서려던 그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한 마디를 더 했다.

“아참. 첫 번째 생방송에서는 지금까지와는 감정의 초점이 조금 달라져야 할 거예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두십시오.”

“감정의 초점이 달라지다니요??”

“글쎄요. 단순한 진위 감정의 틀에서 좀 벗어난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힌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이건 다른 분들에게도 모두 드린 말씀이니까 오해는 마시고요. 그럼 저는 이만.”

어이, 당신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 도윤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존은 정말로 그 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 사람이 진짜. 그게 무슨 힌트야? 협박이지.

* * *

LA 카운티 미술관에는 ‘Bing Theater’라는 삼백 석 규모의 극장이 있다. 그곳이 ‘트루쓰 앤 밸류’의 첫 번째 생방송이 촬영되는 곳이었다. 다른 때보다 꼼꼼하게 메이크업을 받은 참가자들은 각자 독립된 대기실을 부여받았고, 촬영 한 시간 전부터는 전담 스태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다.

“녹화나 생방송이나 별로 다를 것 없어요. 그냥 구경하는 스태프들이 조금 더 많아졌다고 생각하면 돼요. 절대로 떨지 말고 지금까지 했던 대로 침착하게. 아셨죠? 그럼 분명히 우승하실 수 있을 거예요.”

케이티는 도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다. 이보세요. 그럼 댁부터 목소리 떨리는 것 좀 어떻게 하든가. 그게 더 신경 쓰이거든?

스태프가 대기실 문을 두드리고 촬영 5분 전이라는 통보를 한 뒤로 그냥 몇 번 숨을 들이쉰 것 같았다. 어느새 페이건과 리키의 시작 멘트가 흘러나오더니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은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되도록 환한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면서 무대 위로 걸어 나갔다.

참가자들의 등장 순서는 본선 4차전 성적의 역순이었다. 파비앵 말레와 할리나 도비치, 그리고 리치오 폴리니에 이어 도윤이 가장 늦게 무대에 모습을 보였다. 다들 입으로는 애써 미소를 짓고 있지만 가까이 가면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도윤이 등장할 때 얼굴을 알아본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그가 앞선 네 번의 경연에서 모조리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참가자들을 소개하기 전에 내보낸 영상 역시 도윤에게 살짝 힘을 실어주었다. 생방 전의 휴가 기간 동안 참가자들이 각자의 고향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는데, 톤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윤의 영상이 조금 더 화려하게 편집되었던 것이다.

“자, 그럼 오늘의 문제를 공개하겠습니다. 보여주세요.”

수백 명이나 되는 관객들의 시선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무렵, 페이건의 멘트와 함께 무대 뒤에 쳐져 있던 커튼이 위로 올라갔다. 세 개의 이젤 위에 놓인 세 점의 그림. 도윤은 출제된 그림들을 확인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감정의 초점이 달라져야 할 거라고? 이래서 그런 말을 했던 거였군.

세 개의 이젤 위에는 각각 페테르 파울 루벤스, 살바도르 달리, 그리고 앤디 워홀의 작품이 놓여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