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워홀의 작품에 대한 감정 이유를 발표하는 차례는 추첨에 의해 폴리니, 말레, 도윤, 그리고 할리나의 순으로 정해졌다. 가장 먼저 발표하게 된 폴리니가 마이크를 켜자 모니터에 그의 감정 결과가 표시되었다. 워홀 판화의 복제품. 3만 달러.
사회자가 형식적인 멘트를 몇 마디 한 후, 예고됐던 대로 심사위원들이 곧바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시카고 예술 대학의 브렌트 교수였다.
“폴리니 씨는 저 그림이 워홀의 오리지널 판화가 아니라 복제품이라고 보신 거죠?”
“물론입니다.”
폴리니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저거 위험한데? 과도한 자신감은 오히려 불안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도윤이 얼핏 그런 생각을 할 때 브렌트 교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어떤 판화를 화가의 오리지널로 볼 것이냐는 문제는 1960년의 비엔나 합의를 바탕으로 1963년에 ‘국제조형미술협회’가 공표한 ‘오리지널 판화의 정의’가 기준이 됩니다. 그 정의에 의하면 오리지널 판화란 ‘작가 자신이 직접 바탕이 되는 판을 만들거나 그 판 위에서 작업을 한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모두 복제품으로 간주하게 되어 있습니다. ……”
아이고. 폴리니의 말을 듣던 도중에 도윤은 이마를 짚을 뻔했다. 이곳이 학술대회장이었으면 그는 무난한 출발을 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 참가자들은 쇼 프로그램 생방송을 촬영하는 중이었고, 관객과 시청자의 대부분은 당연히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법정에서 판결문을 읽는 것도 아니고…, 방송 관계자들 귀에 채널 돌아가는 소리가 마구 들리겠구나.’
도윤이 보기에 폴리니는 지나치게 진지했다. 문제는 본인 자신이 그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결국 인이어로 쏟아지는 알랭 피디의 재촉을 받은 브렌트 교수가 그의 말을 끊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좋습니다. 그러니까 폴리니 씨의 얘기는 마릴린 먼로 판화가 워홀의 사후에 제작된 것이니까 복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가 직접 찍은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저 판화의 경우 원판 자체가 워홀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홀은 단지 아이디어만 제시한 거죠. 그런 경우에는…….”
폴리니가 계속 질주할 기미를 보이자 소더비의 까미유가 재빨리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가격을 3만 달러로 책정한 이유는 뭐죠? 오리지널이라면 너무 싸고, 반대로 단순한 복제품이라면 너무 비싸지 않나요? 감정 결과가 다소 애매한 것 같은데요.”
“워홀의 작품은 하나에 1억 달러가 넘는 것들도 있지만 판화의 경우에는 가격이 훨씬 낮아집니다. 가령 2018년에 워홀의 ‘캠벨 수프 깡통1’이라는 제목의 판화 10점이 한꺼번에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판화는 이미 250개나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점당 3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나온 작품을 ‘캠벨 수프 깡통 1’ 가격의 10분의 1로 판단한 거군요?”
“엄밀히 따지면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매기는 게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저 마릴린 먼로 판화는 복제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워홀의 원판을 사용한 것이니까 10분의 1 가격이면 소장할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3만 달러로 책정했습니다.”
화가가 죽은 뒤에 그의 유언에 따라 가족이나 대리인이 다시 찍어낸 판화를 사후판화라고 한다. 또한 화가의 승인을 받아 다른 사람이 판화의 원판을 다시 제작해서 찍어낸 판화는 복제 판화로 분류한다. 화가의 승인을 얻지 못한 판화는 당연히 불법 복제품이다. 폴리니는 마릴린 먼로의 판화가 사후판화이기는 하지만 복제 판화는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나름 일리 있는 얘기이기는 했지만 까미유는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다.
“폴리니 씨는 조금 전에 저 판화의 원판은 워홀이 직접 만든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번에는 왜 갑자기 그게 워홀의 원판이라고 하시는 거죠?”
“저는 인정하지 않지만 현재의 시장에서는 그렇게 대접받고 있으니까요.”
에이, 그건 아니지.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논리적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폴리니는 처음에 마릴린 먼로의 판화 원판을 오리지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시장의 관례를 들먹이면서 현실적인 시세를 인정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었다. 도윤은 카메라에 보이지 않게 고개만 살짝 틀어 한숨을 내뱉었다.
‘아우라가 보이지 않으니까 절대로 오리지널이라고 인정할 수 없었겠지. 저 친구는 자신이 지닌 능력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 구속되고 있어.’
폴리니가 보는 아우라가 벤야민이 주장한 그것과 동일한 것이라면, 판화에서는 아우라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벤야민의 기준에서 볼 때 똑같은 그림을 여러 장 찍어낼 수 있는 판화는 모조리 복제품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폴리니는 다른 한편으로 현실 시장에서 통용되는 관례와 시세를 무조건 무시하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그 역시 미술 시장에서 여러 해 동안 활동해온 감정가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사실을 어설프게 절충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주장에 논리적 파탄을 만들고 말았다.
심사위원들이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자 인이어로 피디의 지시를 받은 사회자가 곧바로 말레에게 순서를 넘겼다. 그의 마이크가 켜지는 순간 모니터에는 ‘워홀의 진작, 40만 달러’라는 감정 결과가 표시됐다. 메트로폴리탄의 하이든 박사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말레 씨는 마릴린 먼로 판화가 워홀의 진작이라고 인정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 판화는 확실히 워홀의 진작입니다.”
“폴리니 씨와는 정반대 의견이군요. 왜 그렇게 감정하셨죠?”
말레가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기침하지 마! 무게도 잡지 말고! 도윤은 또 다시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1963년에 발표된 ‘오리지널 판화의 정의’는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인 규정이었습니다. 당시 판화는 미술가들에게 새롭게 각광 받으며 등장하던 실험적 매체였지요. 대중을 위한 예술을 지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 행위로 간주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협회는 오히려 판화의 위상을 무리하게 전통적인 고급 회화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려 했습니다. 거기서 문제가 생겼어요.”
“잠깐만요. 판화 자체는 분명히 중세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을 텐데요? 그게 어떻게 196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예술이 될 수 있죠?”
“제 말은 판화가 하나의 본격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되기 시작한 때가 1960년대라는 뜻입니다. 워홀을 비롯한 현대 미술가들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죠.”
저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시청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이든 박사가 손으로 마이크를 가리고 옆에 있는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잠시 후, 브렌트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죠. 말레 씨는 어떤 판화가 진작이냐 위작이냐를 결정하는 핵심은 그 판화의 아이디어가 순수하게 독창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거죠? 설사 화가 자신이 직접 판화를 제작하지 않았더라도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어차피 판화는 여러 개의 동일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루벤스의 경우처럼 하나의 작품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만들었을 때도 보통은 그걸 진작으로 인정합니다. 저는 여러 장의 판화를 여러 명의 사람들이 만들었을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판화에 대해서만 작품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어떤 것은 진작이고 어떤 것은 위작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관객석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심사위원들도 말레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한 까미유가 시세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워홀 판화의 가격을 40만 달러로 책정한 건 역시 그게 진작이기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워홀의 판화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세니까요.”
처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말레의 발표는 비교적 무난하게 끝났다. 발표 중간에 끼어든 심사위원들이 흐름을 조정하려고 애쓴 덕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다음은 도윤의 차례였다.
워홀의 진작. 50만 달러. 모니터에 떠오른 도윤의 감정 결과였다. 심사위원 석에서 살짝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아무래도 미술사 박사인 도윤에게서 다른 참가자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획기적인 견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 같았다.
“이 박사도 마릴린 먼로 판화를 워홀의 진작으로 감정했군요. 역시 화가 본인이 판화를 직접 만들었느냐 하는 것보다는 그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브렌트 교수가 먼저 질문을 시작했다. 도윤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워홀의 판화에 대해서는 그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홀의 판화에 대해서는이라고요? 다른 경우에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이미 말씀드렸듯이 루벤스의 경우에는 작품의 고유한 특성이 주로 화가의 손끝에 의해 완성됩니다. 아이디어가 아니라요. 시대가 지날수록 화가의 아이디어가 작품의 본질을 규정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기는 합니다만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화가가 직접 손을 대지 않은 것을 진작이라고 감정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앤디 워홀의 시대에 와서는 그게 달라졌다는 건가요?”
“그 시대의 모든 화가에 대해 일률적으로 그렇게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워홀을 비롯한 일부 화가들의 경우에는 진작과 위작을 평가하는 기준이 예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홀의 작품은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때문에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가 캔버스 위에서 얼마나 놀라운 손재주를 발휘했느냐가 아니라요.”
“그래서 설사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워홀의 진작이라는 건가요? 적어도 그 작품이 워홀의 아이디어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면?”
“네. 물론 제작은 다른 사람이 했더라도 화가가 충분히 감수 작업을 했어야지요. 완성된 판화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만 확실히 이루어졌다면 비록 남의 손으로 만들어진 판화라고 하더라도 작품 자체는 아이디어를 낸 화가의 진작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도윤이 한 주장은 지금까지도 많은 화가와 미학자들에 의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사항이었다. 얼마든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고, 도윤 역시 사실은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로서는 단지 오늘 방송국 측에서 얼마나 생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를 던져줬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짚고 싶었을 뿐이다.
심사위원석에서도 더 이상 추가 질문을 하지 않고 가격 문제로 넘어갔다.
“작품 가격을 50만 달러로 책정한 것은 역시 워홀 진작의 시세를 감안한 건가요? 그렇더라도 말레 씨보다 10만 불이나 높게 평가하셨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간단합니다. 마릴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는 워홀의 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이니까요. 시장에 내놓으면 캠벨 수프 깡통보다는 입찰자가 많을 겁니다.”
간단하지만 충분한 대답이었다. 도윤은 이 정도에서 자신의 발표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자가 다음 발표자인 할리나에게 마이크를 넘기려고 할 때, 하이든 박사가 불쑥 한 마디를 더 뱉었다.
“이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에 활동하는 화가들에 대해서는 각자의 특성에 맞게 진위에 대한 감정 기준을 달리 잡아야 하겠군요. 그건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도윤이 질문을 던진 하이든 박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우린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척 하는 게 더 무리입니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의 등장에 충격을 받아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진정한 복제의 시대는 바로 지금이었다. 디지털로 이미지를 구현하고 다시 그것을 무한하게 복제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진정한 복제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모든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전체적으로 정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자신들도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생방송 쇼에서 내지 말란 말이야.’
도윤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사회자가 재빨리 할리나에게로 마이크를 넘겼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는 것과 동시에 모니터에 감정 결과가 표시됐다. 워홀의 위작, 50만 달러. 할리나가 조금 굳은 목소리로 천천히 발표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복제품을 다시 사후 판화, 복제 판화, 복제품으로 세분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본인이 직접 작업하지 않은 작품은 본질적으로 모두 복제품, 혹은 위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림의 가격은 현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시세를 반영해서 평가했습니다.”
관중석의 반응이 썰렁해졌다. 할리나는 진위 감정에서는 폴리니와 견해를 같이하고, 가치 감정에서는 도윤이나 말레처럼 시장의 시세를 반영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그랬듯이 이번에도 서로 다른 관점을 어정쩡하게 결합시킨 것이다. 그녀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평가였겠지만, 관중석의 반응으로도 알 수 있듯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할리나를 마지막으로 모든 발표가 끝나자 곧이어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공개되었다. 그들은 참가자들에게 오늘 있었던 세 번의 발표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다.
도윤이 그나마 84점대를 받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말레는 83점, 그리고 폴리니와 할리나는 각각 80점과 79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할리나는 오늘 출연한 참가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70점대 점수를 받은 장본인이 되었다. 결과를 예측한 그녀의 얼굴이 흐려졌다.
세 점의 그림에 대한 감정 결과 발표와 심사가 모두 끝났다. 시청자 참여 점수가 집계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초대된 아카펠라 그룹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연이 끝날 즈음 자연스럽게 5분간의 광고 휴식 시간이 이어졌다.
자신의 탈락을 예감한 할리나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축하의 말을 전하며 가볍게 포옹했다. 그녀는 도윤의 앞에 이르러 그를 살짝 껴안으면서 작게 속삭였다.
“최소한 결승에는 올라갈 줄 알았는데, 아쉽게 됐네요. 이 박사와 우승을 놓고 좋은 승부를 겨루고 싶었거든요.”
도윤도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리나 씨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셨어요. 다만 오늘은 운이 조금 없었을 뿐입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림의 시세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녀가 정작 가치 감정이 핵심인 오늘의 경연에서 탈락한 건 일종의 아이러니였다. 도윤 자신은 말레나 폴리니가 4강전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었다.
‘쓸데없이 학구적인 주제를 잡았어. 오늘 시청률은 별로 안 좋게 나왔겠는 걸?’
도윤은 속으로 오늘 아이디어를 냈을 누군가를 욕했다. 이왕 참가한 프로그램이 되도록이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면 하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카메라가 다시 돌기 시작하자 곧바로 심사 결과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예상대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점수를 합한 최종 합계에서 할리나 도비치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하면서 탈락했다. 이번에도 도윤이 일등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2등과의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결승전 때는 시청률이 확 떨어질지도 모르겠는데? 피디가 뭔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대로 망할 위험이 있어.’
도윤은 무대를 떠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랭 피디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