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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73화 (73/300)

73화

파베르제의 달걀에서 수수께끼의 문양이 그려진 천이 나왔을 때부터, 도윤은 문양의 암호를 풀 경우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가 남긴 비밀에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계속 해 왔다. 비밀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이 알렉세이 황태자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암호는 물론이고 그걸 푸는 방법 자체가 모두 황태자에게 집중되어 있어. 그렇다면 니콜라이 2세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뭔가를 남겼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지. 어쩌면 어딘가에 황실의 보물을 숨겨두었을지도 몰라. 황실이 무너지더라도 병약한 황태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야.”

설사 그게 보물이 아니라 쓰레기에 불과하더라도 상관없었다. 황제가 도대체 무엇을 숨기기 위해 이렇게까지 복잡한 암호를 고안했는지 알고 싶어서라도 꼭 찾아내고 싶었다.

상하이로 떠나기 전날, 도윤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실루엣의 정체를 알아냈다. 처음부터 범위 설정을 잘한 덕분이었다. 실루엣은 러시아 정교회의 성당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는다면 십중팔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성당일 것이다. 병약한 황태자는 멀리 여행하기 힘들었을 테니 굳이 수도가 아닌 다른 곳에 숨겼을 리가 없다고 보았다.

인터넷을 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피의 사원’이라는 조금 살벌한 이름의 성당 사진들을 찾아냈다. 정식 명칭은 ‘그리스도 부활 사원’. 여러 장의 사진들 가운데 정면을 찍은 모습이 문양을 재조립해 얻은 실루엣과 딱 들어맞았다.

“여기라면 볼셰비키 혁명군도 황태자가 출입하는 걸 막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러시아는 정교가 국교나 다름없다. 러시아 정교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도 명맥을 이어갔을 만큼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자체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종교였다. 니콜라이 2세는 설사 볼셰비키에 의해 정권을 잃더라도 황태자가 피의 사원을 참배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어리석은 낙관에 불과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했을 경우에도 웬만해서는 적장을 죽이지 않는다. 황제나 황가의 일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이 유난히 명예를 존중한다거나 인간미가 넘쳐흘러서 그런 게 아니다.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지휘관이나 고귀한 혈통은 대우를 해 준다는 철칙을 지켜야지만 혹시 자신들이 패했을 경우에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전통 덕분에 나폴레옹은 두 번이나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 실제로 프랑스 혁명 이전만 해도 보통 패전 후에 죽은 군주나 장수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니콜라이 2세는 그런 전통의 힘을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그가 통찰력 있는 군주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당시에 세상은 이미 바뀌고 있었다. 봉건 영주나 군주들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민중 혁명에 의해 정권이 무너질 경우에는 잔혹한 처형이 뒤따른다. 유럽의 모든 왕족과 귀족들이 프랑스 혁명에 대해 치를 떨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볼셰비키 혁명은 엘리트들이 앞장서서 일으킨 민중 혁명인 동시에 프랑스 혁명보다 더 잔혹한 피의 혁명이었다.

“피의 사원은 확실히 니콜라이 2세에게는 의미가 있는 장소였겠지. 어쩌면 아버지인 알렉산드로 3세로부터 그곳의 비밀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고”

1881년 3월 13일, 알렉산드르 2세는 사회주의 세력이 던진 폭탄을 맞고 팔 하나와 두 다리가 잘려나가는 끔찍한 부상을 입은 끝에 사망한다. 그의 아들인 알렉산드르 3세는 아버지를 위해 ‘그리스도 부활 사원’, 나중에 ‘피의 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지었다. 그가 집권 기간 내내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을 혹독하게 탄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후손들이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러야 했지만.

피의 사원을 지은 알렉산드르 3세의 아들이자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가 니콜라이 2세고, 니콜라이 2세의 유일한 아들이 바로 병약했던 알렉세이 황태자였다. 니콜라이 2세를 비롯한 황족이 결국은 볼셰비키 혁명군에 의해 처형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황태자를 위해 남겨진 마지막 비밀이 피의 사원 내에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섯 줄의 문구가 뭘 의미하는지는 아무래도 피의 사원에 직접 가봐야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야. 비행기 마일리지만 무지하게 쌓이겠군.”

본래 상하이에서 뉴욕으로 갔다 돌아오면 끝나야 했을 여행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연장되게 생겼다. 그게 상하이로 떠나기 전날, 도윤으로 하여금 한숨을 짓게 만든 원인이었다.

* * *

호텔을 최고급으로 잡았다기에 차도 리무진으로 가지고 나왔나 싶었는데, 그건 또 그냥 평범한 세단이었다. 도윤과 직원 한 명이 뒷좌석에 타고 다른 한 명이 운전대를 잡았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도윤의 옆에 탔던 직원이 전화기를 꺼냈다.

“네, 사장님. 지금 손님을 모시고 양윈아만 호텔로 이동 중입니다. 그런데 이 박사가 그곳 로비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주 친한 친구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런데 바로 일을 하기는 조금 껄끄럽지 않을까요?”

직원은 광동어를 썼다. 도윤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북경어가 아닌 광동어를 쓰면 내가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나저나 바로 일을 하다니? 설마 호텔에서 그림을 감정시킬 계획은 아니었을 테고, 누가 무슨 일을 한다는 거지? 뭔데 내 친구가 있으면 껄끄럽다는 거야?

직원은 아마 도윤이 광동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는 예전에 중국에서 공부할 때 광동어를 완벽하게 익혀두었다. 사람들이 그를 감정의 신이라고까지 부르면서까지 천재라고 칭송하지만, 사실 언어에 관한 한 도윤은 정말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어릴 때부터 재능이 탁월했다. 다산으로부터 물려받은 능력 덕분이었다.

도윤과 크리스티 직원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 시각, 상하이 양윈아만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하고 있던 다니엘 크리스티는 지점장으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뭐? 이도윤을 곧바로 내 방으로 데리고 오기 어렵게 됐다고? 왜?”

“이 박사가 호텔 로비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목격자가 생기는 셈이라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감금하기는 조금 곤란합니다.”

“그 친구라는 자가 누군데? 함께 처리하면 되잖아?”

“이 박사 친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가는 말썽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최소한 사흘 정도는 이 박사가 사라지더라도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게 한다는 게 원래 계획 아니었습니까? 무시하고 그냥 일을 진행시켰다가 실종 신고라도 접수되면 경찰이 호텔부터 수색할 겁니다.”

“중국 경찰이 감히 내 방을 수색한다고?”

“최소한 이 박사의 방은 뒤져보려고 하겠죠. 그럼 처음부터 방이 예약된 사실이 없다는 게 들통 날 겁니다.”

빌어먹을. 다니엘은 기가 막혀서 혀를 찼다. 그 자식은 얼마나 친한 친구이기에 호텔 체크인도 하기 전에 대뜸 로비로 불러들인 거야?

도윤이 북경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하이에도 도착하자마자 만나고 싶어 할 만큼 친한 친구가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다니엘은 르보 회장으로부터 자백제를 건네받았다. 놈을 제압한 뒤 그걸 이용해서 심문하면 길어야 이삼일 안에 알고 있는 것을 모조리 실토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사흘 말미를 잡고 도윤을 연고가 없으리라고 짐작되는 상하이까지 불러들인 건데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일이 어긋나는 셈이었다. 역시 너무 급하게 계획을 세운 건가?

“할 수 없군. 일단 이 호텔 스위트룸을 하나 더 예약해. 놈을 여기서 재운 다음에 새벽에 일을 처리하자고. 설마 친구를 호텔 방까지 불러들여서 같이 자지는 않겠지. 정말 그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어. 그 친구라는 녀석도 그냥 함께 처리하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다니엘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집어던질 뻔 했다. 파베르제의 달걀을 연 뒤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 * *

도윤을 실은 차가 시내를 조금 우회한다는 생각이 들 즈음, 크리스티 직원이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직원이 전화를 끊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탄 차가 양윈아만 호텔에 도착했다. 직원들과 함께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도윤을 기다리고 있는 쉬주하오의 모습이 보였다.

“샤오쉬! 진짜 오랜만이다.”

도윤은 일부러 보란 듯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쉬주하오에게 다가가 그를 덥석 껴안았다. 엉겁결에 도윤을 마주 껴안으며 그의 등을 두드리던 쉬주하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갑자기 왜 그러냐? 나도 만나서 반갑기는 한데 반응이 너무 격렬하네?”

도윤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직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셨죠? 죄송하지만 방 열쇠만 받아서 먼저 저한테 주고 가시겠어요? 저는 친구하고 얘기 좀 하다가 올라갈게요.”

직원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더니 결국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아 명함과 함께 그에게 주었다.

“내일 아침 아홉 시까지 호텔로 차를 보내겠습니다. 그 사이에 혹시 연락할 일이 있으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태도는 여전히 공손했지만 얼굴 표정에서 마뜩치 않다는 기색이 어렴풋이 묻어나왔다. 직원들이 사라지자마자 쉬주하오가 걱정스런 얼굴로 도윤에게 물었다.

“왜 그래?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

도윤이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었다.

“글쎄? 아직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데, 어째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하네. 혹시 상하이 크리스티 지점장이 누군지 알아?”

“당연히 알지. 리우샨샨이라는 여자인데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 쪽의 거물들하고도 끈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 나이가 이제 겨우 삼십대 후반인데도 위세가 대단해.”

“유럽 쪽의 거물? 누구?”

“명색이 크리스티 지점장이니까 당연히 거기 사장이나 회장하고는 잘 알고 지내겠지. 하지만 그 사람들 말고도 각국 정재계 거물들과도 두루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많아. 작년에 열렸던 상하이 정기 경매에는 영국의 다니엘 로스차일드도 왔었어.”

“다니엘 로스차일드라고?”

“응. 이 바닥에서는 꽤 유명한 VIP니까 너도 이름을 들어봤을 거야. 그때 나도 경매 전에 있는 프리뷰에 갔었는데 거기서 그 사람이 작품을 구경하고 있더라고.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었는데, 나중에 미술 관련 잡지를 뒤져보니까 거기에 얼굴이 딱 실려 있더라.”

다니엘 로스차일드라면 도윤도 사진으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상하이 정기 경매는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경매 중에서는 상당히 큰 편에 속하니까 그가 왔었다는 사실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막상 그의 이름이 크리스티와 연결되자 느낌이 묘했다.

‘크리스티에서 고흐의 다섯 송이 해바라기가 사실은 내 그림이라는 걸 알아차렸나? 혹시 그것 때문에 나하고 물밑 접촉을 하려는 거 아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고급 호텔에 자신을 묵게 할 정도로 호의를 베푸는 건 다소 과했다.

거기다 일반 직원도 아니고 경호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공항으로 보낸 것도 신경에 거슬렸다. 여차하면 무력이라도 쓰겠다는 건가? 아무리 크리스티의 드레스너 사장이 자신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더라도 그렇게까지 무모하게 일을 벌일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역시 확인을 하는 게 낫겠지?’

도윤은 쉬주하오를 잠깐 기다리게 하고 프런트로 가서 열쇠를 보여주었다.

“죄송하지만 조금 전에 스위트룸에 체크인한 사람인데요,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런데 호텔 예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예약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그의 말에 호텔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예약한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까 원래는 위약금 없이 취소하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미 체크인을 하셨기 때문에 지금 취소하시면 하루 숙박료를 지불하셔야 합니다.”

“아, 그런가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냥 원래대로 묵기로 할게요. 그런데 제가 여기 사흘 동안 묵기로 예약한 거 맞지요?”

“아닙니다. 예약은 오늘 하루만 되어 있는데요?”

“아참, 그렇구나. 깜빡했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돌아서는 도윤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이것 봐라?

예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건 그냥 넘겨짚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로 어제 저녁이나 오늘 오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예약한 게 분명했다. 자신이 출장 감정 제안을 수락한 게 벌써 며칠 전이니까 상식적으로 크리스티의 담당 직원이 유난히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고작 하루밖에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그럼 감정 의뢰는 처음부터 그냥 해 본 소리에 불과한 거야? 이놈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냥 이대로 공항으로 달려가서 한국이나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 버릴까? 하지만 그럴 경우 나중에 크리스티 쪽에서 항의하면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당신들이 은근히 나를 겁나게 해서 도망쳤다고 해? 숙소 예약을 하루밖에 해주지 않아서 섭섭했다고 따질까? 그래 봤자 직원의 실수였다는 사과를 듣는 게 고작일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 도망치듯 떠나봤자 뒤통수가 계속 따끔따끔 할 거 같단 말이야. 우선 이놈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

도윤은 먼저 전화 한 통에 호텔까지 달려온 쉬주하오에게 양해를 구했다.

“샤오쉬. 미안하지만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오늘은 이만 헤어져야 할 것 같다. 내가 살 테니까 술은 다음에 마시자.”

“왜? 널 위해서 좋은 음식점에 예약까지 해뒀는데. 너한테 전할 소식도 있고.”

“나도 너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오늘은 아무래도 날이 아닌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다음에 또 약속을 잡자.”

쉬주하오는 서운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더니 결국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일 끝내고 돌아가기 전에라도 전화해. 공항 로비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시자. 정말로 너한테 꼭 전하고 싶은 소식이 있어서 그래. 너도 관심을 가질 만한 얘기야.”

쉬주하오는 그 말을 남기고 호텔을 떠났다. 도윤은 그가 차를 타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캐리어를 끌고 호텔을 나왔다. 휴대폰 앱을 이용해 공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을 새로 예약한 그는 택시를 타고 그곳에 도착해서 일단 방 안에 짐을 들여놓았다.

그 일이 모두 끝나자 다시 택시를 타고 상하이에서 제일 큰 전자기기 시장을 찾았다. 그는 드레스너나 크리스티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 사정에 빠삭했다.

“너희들이 나한테서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이러면 나도 너희들이 뭘 원하는지 궁금해지잖아.”

전자기기 시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 도윤의 호주머니에는 여전히 양윈아만 호텔의 스위트룸 키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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