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으음…….”
도윤이 의식을 회복한 것은 그리넘 일당이 그를 납치한 후 다섯 시간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목걸이에게서 능력을 전달받은 시점으로부터 무려 열 시간 이상이 흐른 셈이었다.
‘뭐지?’
그는 의식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몸이 무언가에 꽁꽁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넘 일당이 그의 몸을 휠체어에서 딱딱한 나무 의자로 옮긴 뒤 상체와 하체를 의자와 함께 통째로 묶어버린 것이다. 눈과 입에는 각각 안대와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에 납치를 당한 모양이군.’
자연스럽게 상하이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쓴웃음이 나왔다. 어리석기는…….
‘방심했구나. 목걸이의 능력을 전해 받는데 너무 급급했어. 천천히 했어도 되는데. 니콜라이 2세가 남긴 비밀을 푸는데 몰두하느라 주변을 살피는 것도 소홀히 했고.’
솔직히 이 정도까지 누군가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아무런 일이 없었던 탓에 마음이 약간 느슨해졌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더라도 납치범들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이놈들도 다니엘 로스차일드의 명령을 받았을까? 아니면 크리스티? 혹시 제 삼의 인물?’
당장은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상대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행적을 알아낼 수 있는 자들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해졌다. 게다가 목적을 위해서는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고 자행할 정도로 악질적인 놈들이라는 것도.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자책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마찰음과 함께 누군가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하는데.”
고저 없이 착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 게다가 능숙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다니엘의 부하들일 가능성이 높겠네.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마취제를 독한 걸로 썼으니까 앞으로 몇 시간은 더 뻗어 있을 겁니다. 그냥 나뒀다가 마스터께서 오시면 깨우죠. 공항에 내렸다고 연락이 왔으니까 곧 도착하실 겁니다.”
“좋은 꿈을 꾸고 있기를 바라야겠군. 깨면 그때부터 바로 지옥일 테니까.”
다시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도윤은 그들이 떠날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깨면 그때부터 지옥일 거라고? 고문을 할 속셈인가 보구나. 뭘 알아내려는 거지?
두 명의 남자 가운데 한 명이 마스터라는 호칭을 썼다. 마스터가 누구야? 상하이에서 호텔 방에 침입했던 괴한은 로스차일드라는 성을 직접 입에 올렸다. 그럼 다니엘이 보낸 놈들이 아니라 다른 쪽인가?
상대가 누구든, 무엇을 물어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충 짐작이 갔다. 파베르제의 달걀, 흑은 피의 사원에서 얻은 목걸이에 대해 심문하겠지. 다른 문제 때문이었다면 그가 피의 사원을 두 번이나 들락거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테니까.
‘이놈들도 목걸이에 특별한 능력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놈들은 그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은 거지? 아니, 그것보다 내가 목걸이를 얻을 거라는 또 어떻게 안 거야? 나도 피의 사원에서 비밀을 풀고 나서야 비로소 확인한 건데. 젠장, 정작 묻고 싶은 게 많은 건 난데, 이게 무슨 꼴이람.’
도윤은 자꾸 초조해지려는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켰다. 마스터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곧 도착한다고 했다. 고문을 당하기 싫으면 그전에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놈들은 내가 벌써 의식을 차렸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렇다면 약물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빨리 해독되었다는 얘기야. 목걸이의 능력이 내 몸에 안착되는 과정에서 약물의 효력이 약해진 건가? 아니면 새로 받은 능력 때문에?’
어째서 벌써 깨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온몸이 결박되고 눈까지 가려진 상황에서는 마취된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고개를 뒤로 젖히자 등받이 끝이 목 바로 뒤에 닿았다. 다행이다! 고개를 젖혀서 계속 문지르자 뒤통수에 걸쳐진 안대 끈이 조금씩 밀려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는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목운동을 한 끝에 이십여 분 만에 간신히 안대를 풀어냈다. 고작 머리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에 힘을 주어서 그런지 전신이 땀에 흠뻑 젖었다. 호흡도 거칠었다.
도윤은 시야가 확보되자마자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그만 책상 외에는 창문은 물론이고 변변한 가구조차 없는 황량한 장소. 쇠파이프가 벽과 천정을 이리저리 가로지르고 있었고, 사방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풍겼다.
‘지하실이군. 먼지가 제법 쌓인 걸로 봐서는 한동안 사람이 쓰지 않던 곳이야.’
한쪽 구석의 책상 위에는 지갑과 여권, 휴대폰 등을 비롯한 도윤의 소지품들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을 때까지 손에 꼭 쥐고 있던 목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놈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피의 사원에서 발견했던 목걸이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벽과 바닥, 천장까지 꼼꼼히 살펴보던 도윤의 눈에 파이프를 고정시키는데 쓰는 철제 파이프행거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녹이 슬거나 벽이 부서지면서 고정나사가 풀어진 모양이다. 도윤은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테이프를 보았다.
‘그나마 놈들이 밧줄을 쓰지 않은 게 다행이군.’
아마 그가 꽤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윤은 몸에 힘을 줘서 의자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넘어질 때 소리가 조금 크게 나서 잠깐 긴장했지만 다행히 누가 다가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외자와 함께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파이프 행거 옆까지 굴러갔다.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되고 한 번씩 구를 때마다 바닥에 부딪친 무릎이 깨어질 듯 아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얇은 철판을 둥글게 말아서 만든 파이프 행거는 군데군데 빨갛게 녹이 슬어 있었다. 그는 억지로 몸을 비틀어 행거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팔을 묶은 테이프에 닿게 했다.
그 다음부터는 필사적으로 몸을 꿈틀댔다. 행거가 고정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까 자꾸 뒤로 밀려났고, 그때마다 도윤은 또 다시 굼벵이처럼 도망친 행거를 향해 기어가야 했다. 테이프는 천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질겼다.
찌이익
무려 삼십 분이 넘게 바닥을 기어 다니며 몸을 긁어댄 끝에 드디어 오른팔 쪽의 테이프가 길게 찢어졌다. 드디어 한쪽 팔이 자유를 되찾은 것이다.
팔 하나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나머지 테이프를 풀어내는 건 순식간이었다. 의자에서 벗어난 도윤은 먼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소지품부터 챙겼다. 휴대폰을 켰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 목걸이의 능력을 받을 때 휴대폰을 충전시키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는 아침부터 계속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앱을 사용했었다.
“내가 정말 마음이 급하긴 급했었나 보구나.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터리가 모두 방전된 모양이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오랫동안 약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에 비해 몸에 활력이 넘친다는 점이었다. 유물의 능력을 받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떤 점이 나아졌는지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마련이다. 이번에 얻은 능력은 신체의 회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모양이었다.
도윤은 자신이 묶여 있던 의자를 비틀어 다리 두 개를 떼어냈다. 생각보다 쉽게 다리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전에 비해 힘도 살짝 늘어난 느낌이었다. 양손에 의자 다리 두 개를 쥔 채 한쪽 벽에 뚫린 입구로 다가가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 끝에 자리 잡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구조를 보니 자신이 갇혔던 곳은 역시 지하실이 맞았다.
* * *
그리넘이 구한 집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네바 강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적한 주택이었다. 집의 뒷문을 나가 몇 십 미터만 경사를 따라 내려가면 바로 강이었다. 지하실이 갖춰져 있고 이웃이 딱 붙어있지 않아서 급하게 구한 것치고는 심문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마스터께서 곧 도착하신답니다.”
다니엘의 수행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부하의 말이었다. 그리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가면서 부하 두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먼저 지하실로 가서 이도윤을 깨워라. 마스터께서 언제든지 심문하실 수 있도록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남자 둘이 지하실 쪽으로 움직이자 그는 다른 부하들과 함께 집밖으로 나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사방이 캄캄했다. 그리넘이 다른 부하들과 함께 집 앞에 선지 얼마 되지 않아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뚫고 다가오더니 그들의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그리넘이 재빨리 다가가 차문을 열자 다니엘이 지팡이를 짚으며 내렸다. 다른 두 명의 수행원이 얼른 차에서 뛰어내려 그의 옆에 섰다.
“놈은?”
짧은 질문이었다. 그리넘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약에 취해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하실에 감금해둔 상태인데, 부하들을 보냈으니 곧 깨어날 겁니다.”
“목걸이는 어디 있나?”
다니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리넘이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서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넸다. 그것을 받아들어 앞뒤로 살피던 다니엘의 얼굴이 희열로 물들었다.
“오오. 맞아. 라스푸친의 목걸이! 놈이 이걸 피의 사원에서 가지고 나왔단 말이지?”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피의 사원에서 들고 나온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걸 손에 쥔 채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서는 이도윤도 목걸이를 굉장히 중요한 물건으로 생각했던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 자세한 건 놈을 깨워서 물어보면 되겠지. 들어가자.”
마음이 급한지 다니엘이 먼저 앞장을 섰다. 그리넘을 비롯한 일행들이 그를 따라 막 몸을 돌릴 때, 갑자기 집 안에서 타당 하면서 몇 발의 총성이 연속적으로 들렸다. 일행의 안색이 확 변하는 순간 그리넘은 이미 권총을 뽑아든 채 집안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 * *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문고리를 잡고 힘을 주어도 덜컹거리기만 할 뿐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셔야 하나? 하지만 큰 소리를 내면 놈들이 달려올 것이다. 한두 명은 어떻게 상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 건물에 몇 명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윤이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은 보통 밖에서 잡아당겨서 열게 되어 있다. 여기서는 열리는 문 뒤로 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판사판이군. 도윤은 이를 악물고 의자 다리를 뽑아서 만든 몽둥이들을 단단히 움켜쥔 채 허리를 살짝 숙였다. 잠시 후 열쇠가 딸칵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문을 활짝 열었다. 도윤이 용수철처럼 앞으로 뛰어나갔다.
빠박
문이 열리면서 그 뒤로 남자 둘이 서 있는 게 얼핏 보였다. 도윤은 허공을 날듯이 지하실을 뛰쳐나가면서 두 손의 몽둥이를 양쪽으로 휘둘렀다. 마음 같아서는 일격에 두 놈을 몽땅 쓰러트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의자 다리는 상대의 머리가 아니라 어깨를 가격했다.
“으윽.”
두 남자가 신음을 흘리면서 주춤 물러나는 사이, 도윤은 뛰어나가던 자세 그대로 앞으로 한 바퀴 굴렀다. 재빨리 몸을 돌려 자세를 가다듬는데 남자들이 품에서 권총을 꺼내는 게 보였다. 이 자식들이!
총을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도윤은 본능적으로 달려들면서 다시금 몽둥이를 휘둘렀다. 다행히 한 놈이 손등을 얻어맞고 손에 쥔 총을 놓쳤다. 하지만 옆구리를 얻어맞은 놈은 한쪽으로 비칠거리며 물러나면서도 기어코 그에게 총구를 겨눴다. 도윤은 재빨리 몸을 낮추면서 바닥에 떨어진 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탕총을 집어 들자마자 몸을 돌리는데 총소리와 함께 왼쪽 옆구리가 화끈했다. 다행히 적중은 안 되고 살갗만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도윤은 이를 악물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빌어먹을. 본능적으로 상대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가 마지막에 간신히 방향을 틀었다.
탕남자의 팔에서 피가 튀면서 총을 놓치는 게 보였다.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연이어 울려 퍼지자 두 남자가 모두 다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바닥으로 쓰러졌다. 쓰러지는 남자들 뒤쪽의 창문 너머로 달빛에 반짝이는 강물이 보였다. 도윤은 바닥을 뒹구는 또 하나의 총을 마저 집어 들고는 무조건 뒷문을 향해 달렸다. 그가 문을 박차고 바깥으로 달려 나가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현관문을 걷어차며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탕, 탕, 탕
뒤에서 총알이 날아왔지만 도윤은 이미 강으로 향하는 경사를 구르듯이 달려 내려가는 중이었다. 머리 위로 몇 발의 총알이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지나갔다.
그는 앞으로 계속 달리면서도 양손의 권총을 번갈아가며 뒤를 향해 쐈다.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갈긴 탓에 명중된 건 하나도 없었다. 사실 사람을 맞히기보다는 상대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위협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그때 누군가 고함을 버럭 질렀다.
“다리든 팔이든 날려버리란 말이야. 못 잡겠으면 차라리 죽여!”
나이가 있는 목소리였다. 누구지? 뒤를 힐끗 돌아보자 머리가 반백인 노신사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는 게 보였다. 다니엘 로스차일드? 역시 저놈이었구나.
어두운 강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도윤은 손에 든 권총을 앞으로 집어던지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아직 여름이기는 하지만 한밤중의 네바 강은 제법 차가웠다. 게다가 급히 달려오다 뛰어든 탓에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젠장. 잘못하면 심장마비로 죽겠네.’
물이라면 UDT에 근무할 때 지겹도록 경험했다. 일단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호흡을 취한 그는 빠른 속도로 강 중앙을 항해 헤엄쳤다. 그런 그의 주변으로 총알들이 날아와 박히면서 물보라가 퍽퍽 튀었다. 미친놈들. 주변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구나.
아무리 여기가 러시아라지만 저렇게 대놓고 총을 갈겨대면 분명히 경찰이 올 것이다.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다니엘 로스차일드가 얼마나 자신을 잡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대체 그 목걸이가 뭐기에? 사진은 이미 찍어두었다. 지금으로서는 휴대폰 방수 기능이 확실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살아나면 전 세계의 자료를 뒤져서라도 그 목걸이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 것이다.
도윤은 숨을 잔뜩 들이마셨다. 총알을 피하려면 깊이 잠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막 물속으로 고개를 집어넣을 때, 오른쪽 등 뒤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면서 몸에서 힘이 쫙 빠졌다. 젠장. 맞았구나. 도윤의 몸이 강물을 붉게 물들이며 깊숙이 가라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