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이브라힘 왕세제는 대부분의 일을 자신의 저택에서 처리한다. 시내에도 몇 군데 사무실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경호가 가장 철저한 자기 집에서 업무를 보는 게 가장 마음 편했다. 그가 서재에서 다른 형제들의 최근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비서실장인 압둘이었다.
“무슨 일이야?”
압둘의 얼굴이 평소와는 달리 살짝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본 이브라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고 압둘의 보고를 받는 순간 이브라힘의 얼굴 역시 붉게 달아올랐다.
“파라켈소스의 검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뭐?”
이브라힘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이야?”
“아직은 확인을 조금 더 해야 합니다만 소문의 출처가 잘츠부르크 대학의 프리츠 호프만 교수입니다. 신빙성이 높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잘츠부르크 대학? 갑자기 잘츠부르크가 왜 나와?”
“검이 발견된 장소가 바로 그곳입니다. 잘츠부르크의 옛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인부들이 실내의 벽을 허물었는데 그 안에서 파라켈소스의 검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나왔답니다.”
“근거가 뭐야? 그걸 파라켈소스의 검이라고 보는 이유 말이야.”
압둘이 이브라힘에게 다가와 태블릿을 하나 내밀었다. 거기에는 수리가 한창인 오토 셰퍼의 집을 찍은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이브라힘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휙휙 넘기자 호프만 교수가 찍었던 칼과 문서 사진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마지막 사진은 파라켈소스 당대에 그려진 그의 초상화였다. 약간 비스듬하게 선 자세로 구슬 장식이 달린 칼을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압둘의 설명이 이어졌다.
“전해지는 초상화에 나와 있는 칼과 이번에 발견된 칼의 모양이 아주 유사합니다. 특히 손잡이에 가죽을 감은 방식이 똑같습니다.”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이브라힘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런 모양의 칼이 아주 드문 건 아니잖아? 다른 근거는 없어?”
“칼과 함께 문서가 발견됐습니다. 사진에 있는 그 문서입니다. 손으로 직접 쓴 것인데 문서를 해독한 결과 현재 전해지는 파라그라눔(Paragranum)의 일부라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파라그라눔은 파라켈소스가 남긴 유일한 저서입니다.”
“그러니까 이 문서가 파라그라눔의 원고 가운데 일부라는 건가?”
“현재 전해지는 것과는 내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으로 쓴 파라그라눔 원고와 함께 발견된 데다 칼날에 ‘아조트’라는 문자가 음각되어 있는 칼입니다. 여러 가지 점을 감안할 때 역시 진품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이거 지금 누가 가지고 있지?”
“집주인이 소장 중입니다. 오토 셰퍼라고 일본인과 독일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입니다.”
이브라힘 왕세제가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비행기를 준비시켜. 당장 잘츠부르크로 간다.”
“왕세제님께서 직접 가신단 말입니까?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제가…….”
깜짝 놀란 압둘이 이브라힘 말리려고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파라켈소스의 검이 얼마나 중요한 유물인지 몰라서 그래? 잔소리 말고 당장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압둘이 서둘러 이브라힘의 서재를 나갔다. 그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라스푸친의 목걸이를 탈취할 때만 해도 자신이 모든 작전을 총괄 지휘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브라힘 직접 움직이겠다고 한 것이다. 서재를 나서자마자 전화기를 꺼내든 그가 빠르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 * *
이브라힘이 잘츠부르크로 움직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런던의 다니엘 로스차일드 역시 뜬금없이 날아든 급보로 인해 후끈 달아오른 상태였다.
“칼과 함께 발견된 문서가 파라그라눔의 초고라고? 확실해?”
“정확한 건 실물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들리는 얘기로는 그렇습니다.”
비서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는 도저히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책상을 떠나 창문 앞을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며 질문을 던졌다.
“문서의 필체는 검증했나? 파라켈소스가 쓴 글씨가 맞아?”
“그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파라켈소스가 손으로 쓴 문서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게 없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게 진작이라면 첫 번째이자 유일한 자필 원고가 되겠지요.”
“필체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그게 파라켈소스의 원고라는 걸 어떻게 알지?”
“문서의 내용 전체가 세련된 라틴어로 쓰였습니다. 무언가를 베껴 쓴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어설픈 위조범의 솜씨는 아닙니다. 또한 비록 사진으로 본 것뿐이기는 하지만 종이와 잉크 역시 모두 16세기의 물품으로 보인다는 게 감정가들의 감정 결과입니다. 물론 정확한 걸 알려면 실물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다니엘의 한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물건이 발견된 장소가 잘츠부르크라고 했지? 거기가 파라켈소스가 죽은 곳이지 않나?”
“네. 파라켈소스가 한창 활동할 때는 대부분 지금의 독일에서 살았지만 말년에는 잘츠부르크에서 칩거하다 거기서 죽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검이 발견된 고택도 파라켈소스가 생존하던 당시에 지어진 것입니다.”
다니엘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거기에 놓인 인쇄된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검의 고리 손잡이에 달린 노란 구슬.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둥근 환약이 들어 있는 게 희미하게 비쳐보였다. 그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걸로 이브라힘 그 자에게 한 방 시원하게 먹였으면 좋겠는데…….”
라스푸친의 목걸이를 뺏긴 것은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만약 이브라힘이 중동의 왕세제가 아니었다면 당장 용병을 고용해서라도 그의 저택으로 쳐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도 경제력이 아닌 무력으로 일국의 왕세제를 습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르겠군.”
그는 라스푸친의 목걸이에 엄청난 치료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얘기를 믿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목걸이를 얻는 것만으로도 자유자재로 치료 능력을 쓸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자면 목걸이의 능력을 자신에게 전해줄 링커의 도움이 필요하다. 링커를 구하지 못하는 한, 라스푸친의 목걸이는 여전히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보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파라켈소스의 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그 검의 손잡이에 달린 구슬 속에는 현자의 돌이 들어 있다. 파라켈소스가 말년에 연성했다는 현자의 돌. 만약 그걸 얻을 수만 있다면 모든 병을 치료하고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 링커의 도움을 받아야지만 치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라스푸친의 목걸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잘츠부르크로 가자. 그 오토 셰퍼라는 자를 만나야겠어.”
“경매까지 기다리지 않고 주인에게 직접 구입하실 생각이십니까?”
비서의 말에 다니엘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그 자가 팔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돈을 주고 사야겠지. 하지만 만약 팔지 않겠다고 버틸 경우 다소 거친 방법이 필요할 거야. 그리넘에게 연락해서 준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비서가 등을 돌려 방을 나서려고 하는 순간, 다니엘이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사우디의 이브라힘 왕세제는 아직도 감시하고 있지? 놈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보고해. 특히 잘츠부르크 공항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 잊지 말고.”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한 번은 당했을지 몰라도 두 번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비서가 방을 나가자 다니엘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 * *
석훈과 도윤은 벌써 며칠 째 밤낮으로 오토 셰퍼를 감시하고 있었다. 둘이서 번갈아 잠을 자면서 놈을 추격하고 감시하자니, 모두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형 말처럼 정말 그 대단한 인간들이 고작 그런 가짜 검 때문에 이곳으로 올까요? 나 같으면 그냥 밑의 부하들을 시켜서 확인만 할 것 같은데.”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나오는 석훈의 말을 들으며 도윤도 하품을 크게 했다.
“이브라힘이라면 몰라도 다니엘은 반드시 올 거야. 그 사람은 자기 부하들을 완전히 믿지 않거든.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직접 모습을 나타냈잖아.”
“거참, 아니 그런 사람들이 뭐가 부족하다고 그렇게까지 남의 물건에 욕심을 부린데요? 나 같으면 그냥 있는 돈 쓰면서 평생 편하게 살 텐데.”
도윤은 그만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상식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가진 게 많다고 해서 욕심이 적어지는 게 아니라는 게 현실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자로 태어나서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이 자란 사람들, 심지어 나이가 들어서는 그 재력을 바탕으로 권력까지 쥐고 흔들게 된 사람들에게도 끝내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있어. 그리고 그 욕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지지. 뭔지 알아?”
“그야 당연히 오래오래 사는 거겠죠. 다들 담벼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어 하잖아요.”
“무병장수도 틀린 말은 아닌데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가. 너라면 나이가 들어서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신기한 약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
“그게 무슨 황당한 얘기에요? 철이 들어서도 신화나 전설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설마 형도 그런 말장난을 믿는 건 아니겠죠?”
도윤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안 믿지.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런 얘기에 집작하는 놈들이 있다는 게 문제야.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라스푸친의 목걸이를 뺏기 위해 날 죽이려고 했던 놈들 말이야.”
석훈도 도윤에게 전말을 전해 들었기에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거참 멀쩡한 인간들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나름대로 똑똑한 사람들인데 과연 우리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까요?”
“그렇게 똑똑한 놈들이 도박하다 돈 날리고 마약하다 몸을 망가뜨리는 세상이야. 아무리 많이 배우고 아무리 많이 가져도 욕망을 조절하는 건 또 별개의 일이니까.”
“그렇게 말하니까 형은 무슨 달관한 도인 같소?”
“나도 마찬 가지야. 그런 물건이 있다면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이번에야 내가 직접 만든 가짜니까 애기다 다르지만.”
그리고 솔직히 도윤은 지구 어디엔가 진짜 파라켈소스의 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라스푸친의 목걸이로부터 치료의 능력을 전해 받은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 라스푸친의 목걸이에 대한 전설이 사실로 입증된 이상, 다른 전설이라고 해서 모조리 허황된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제발 한 자리에 모여서 지난번처럼 치고받고 해 봐라. 이번엔 너희들이 뒤통수를 맞을 차례야.”
그의 차에는 마르케스에게서 뺏어온 HK416 소총과 실탄이 실려 있었다. 원래는 다른 방법을 쓸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소총과 실탄이 확보되는 바람에 계획이 바뀌었다. 여전히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여차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적어도 지난번처럼 무기력하게 도망만 치는 건 사양이었다.
* * *
처음 잘츠부르크 대학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오토 셰퍼는 단순히 호프만 교수와 조금 더 줄다리기를 할 생각이었다. 물건을 감정하자마자 대뜸 십만 유로를 불렀을 정도면 약간만 시간을 끌어도 최소한 일이만 유로는 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나한테 재신이 강림한 게 틀림없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협박을 했더니 순식간에 백만 달러짜리 집이 생겼잖아? 심지어 그 집에서 나온 물건은 최소한 십만 유로짜리고. 내 인생이 이렇게 풀릴 수도 있구나.”
생각만 해도 입에서 미소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심지어 호프만 교수를 만나고 돌아온 뒤로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다른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좋은 칼과 문서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 물건을 우리 옥션에 맡기실 의향이 없으십니까? 그렇게만 해 주시면 최소한 이십 만 유로 이상에 낙찰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 직원을 댁으로 보내도 될까요?”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잘츠부르크에 있는 경매 회사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부르는 예상 낙찰가가 점점 높아지는 것에 수상한 느낌을 받은 셰퍼가 물건을 끼고 계속 버티던 어느 날, 급기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나라의 이브라힘 왕세제 전하께서 셰퍼 씨가 가지고 계신 물건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시는데 편하신 날짜와 시간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오토는 이브라힘 왕세제라는 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다. 다만 중동에 부자가 많다고 했으니, 사우디의 왕세제라면 굉장히 부자일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는 일국의 왕세제를 감히 집으로 오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들이 지정한 장소까지 직접 물건을 가지고 나가기로 했다.
왕세제라면 한 백만 유로 정도 불러도 될까? 지금까지 그에게 전화를 건 경매 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곳은 오십만 유로였다.
왕세제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 오토는 차를 몰고 잘츠부르크 시내의 고급 호텔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보다 약간 이른 시각이었다. 그가 차를 주차시키고 미리 전해 들은 로열 스위트룸 문을 노크하자 아랍 전통 복장을 한 중년 남자가 문을 열어 주었다.
“오토 셰퍼입니다. 저를 보자고 해서 찾아왔는데요.”
오토의 말에 중년 남자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문을 열고 그를 맞아들였다.
“압둘 바시뜨 알 하쉬르입니다. 이브라힘 왕세제 전하의 비서실장이지요.”
압둘은 오토를 맞아들이면서 그의 어깨에 매인 가방을 날카로운 눈으로 살폈다. 방으로 들어선 오토는 생전 처음 보는 호화스러운 호텔 방의 풍경과 거실 여기저기를 지키고 서 있는 경호원들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에 살짝 주눅이 들었다. 다만 이브라힘 왕세제로 보이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앉으시지요. 차를 준비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자리를 권하며 압둘의 얘기에 오토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 후 차가 나오자 압둘이 오토가 가지고 있는 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물건을 좀 확인해도 될까요?”
“그럼요. 무, 물론입니다.”
오토는 얼른 가방을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안에서 칼과 문서를 꺼냈다. 물건을 앞에 둔 압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한참 동안 칼과 문서를 살피던 그가 조용히 물었다.
“전문 감정사를 불러서 정확하게 감정을 받아야 확신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일단 제가 보기에는 진품인 것 같군요. 복잡하게 돌려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오토를 쳐다보는 압둘의 얼굴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엷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하지만 오토는 미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의 차가운 눈빛에 기가 질렸다. 얼마를 불러야 하지? 지금까지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경매 회사들이 부른 최고가는 오십만 유로였다. 오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에라 모르겠다. 지르자.
“백만 유로를 주십시오. 그 돈이면 물건을 넘겨드리죠.”
압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 자식. 바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