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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95화 (95/300)

95화

잘츠부르크에서의 일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도윤은 무심코 인터넷을 열었다가 당황했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금동보살입상이라는 단어가 떡하니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2위는 백제 불상, 3위는 백제금동보살입상이었다.

“이게 뭐야? 내가 한국을 떠나 있었던 게 고작 두 주 남짓이잖아? 그런데 그 사이에 갑자기 문화재 열풍이라도 불었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다음날 출근한 그는 곧바로 김하선 실장을 찾아갔다. 그에게서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도윤은 제일 먼저 불상의 진위 여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김하선의 견해는 십중팔구 진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쪽이었다.

“일본까지 가서 직접 물건을 보고 감정한 사람이 바로 양태현 교수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 양반이 내린 결론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어.”

“실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때요?”

“나야 실물을 보지 못했으니 섣불리 얘기하기가 어렵지. 하지만 사진으로 보기에도 가짜 같지는 않아. 전형적이면서도 독보적이야. 국보급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전형적이라는 말은 문제의 불상이 백제 시대 전성기에 만들어진 다른 불상들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독보적이라면 당대의 불상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힐 만하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정말 국보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정도 물건이라면 돈을 주고서라도 사오는 게 낫기는 하겠네요. 개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일지 몰라도 정부 차원에서 나선다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다. 나랏돈이라고 해서 함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결국 가격이 문제가 될 거야. 게다가 불상의 주인이 그걸 팔려고 할지도 아직은 모르는 거고.”

좋지 않은 예상은 이상하게 잘 맞아떨어지는가 보다. 여론을 등에 업은 일부 국회의원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에서도 금동보살입상의 구입을 진지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우치무라가 갑자기 금동보살입상을 개별적인 거래를 통해 팔지 않고 경매에 붙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바람에 미술 시장이 또 한 차례 출렁였다.

도윤이 최수아의 전화를 받고 청파 갤러리를 찾아간 것은 그 즈음이었다.

“저쪽에서 15억 엔을 요구했다고요?”

관장실에서 만난 최수아가 언급한 가격을 듣고 도윤은 입을 떡 벌렸다. 15억 엔이면 원화로 170억에 가까운 거금이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1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아치운 장본인이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우치무라가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수아 역시 말을 하면서도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말은 경매에 붙이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협박용 멘트일 가능성이 커. 며칠 전에 문화재청에서 비밀스럽게 일본으로 사람을 보냈어. 우치무라와 접촉해서 불상을 사들이려고 말이야. 그런데 그때 그 자가 15억 엔을 주면 불상을 넘기겠다고 했나 봐.”

“정부에서는 얼마를 예상했는데요.”

“전문가들이 최종적으로 감정한 가격은 40억 원 정도야. 우치무라가 요구한 액수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되지. 그 바람에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순식간에 협상이 깨져버렸어.”

정부에서 너무 싼값에 문화재를 사려했다고 욕하기는 어려웠다. 시세를 감안하면 40억도 사실 높게 쳐준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얘기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미술품이나 문화재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는 아직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무리 귀한 한국 문화재라고 해도 시장에서 100억 이상이 호가되는 경우는 전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우치무라라는 사람도 경험 많은 컬렉터는 아닌가 보죠?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 걸 보면 말이에요. 진짜로 경매에 붙인다고 해도 그 가격은 절대로 받지 못할 텐데요?”

“그야 당연하지. 하지만 현재까지는 15억 엔을 주지 않으면 경매에 붙이겠다고 계속 우기는 중이야. 그래서 문화재청에서도 답답해하고만 있는 실정이라고 들었어.”

“그럼 경매에 붙이라고 하죠? 그럼 우리가 응찰해서 낙찰 받으면 되잖아요. 어차피 실제 경매에서도 40억 원 이상 올라가기는 힘들 거 아니에요?”

도윤의 말에 최수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게 생각처럼 그렇게 사정이 간단하지가 않아.”

“간단하지 않다니요? 복잡한 사정은 또 뭔데요?”

“우치무라는 일본이 아니라 홍콩이나 상하이에서 불상을 경매에 올릴 생각인가 봐. 그런데 중국에서 몇몇 큰손들이 그 경매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중국 큰손들이요? 그 사람들은 왜 갑자기 한국 문화재에 관심을 보인대요?”

“그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일부러 노린 건지는 모르겠는데, 상황이 참 묘해. 이 박사도 한 번 듣고 판단해 봐.”

이어진 최수아의 설명을 들은 도윤은 진짜로 일이 너무 공교롭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몄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우연이라고만 치부하기도 애매했던 것이다.

중국에서 소장 작품의 수와 질이 가장 뛰어난 박물관은 북경이나 서안이 아니라 상해에 있다. 그 상해 박물관에서 몇 달 전에 실크로드 특별전을 했다. 서쪽으로는 로마로부터 동쪽으로 일본에 이르기까지, 당나라 전성기 때 중국 문화와 예술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개최된 전시회였다.

그 전시회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 수집가들 사이에 수당 시대의 불교 미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라갔다. 그런데 그 불똥이 엉뚱하게 삼국시대 한국 불교 미술 문화재까지 옮겨 붙었다. 중국에서는 백제와 신라의 불교 미술을 수당 시대 불교 미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정착한 좋은 성공 사례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당하네요, 진짜. 그럼 불상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는데 정작 소유자는 일본인이고, 그걸 노리는 사람들은 다시 중국인들이라는 거죠? 아주 난리도 아니네요. 그래서 중국 큰손들은 금동보살입상을 얼마까지 부를 것 같대요?”

“아무리 중국 큰손들이 달려든다고 해도 낙찰가가 백억을 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야.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불상이 그 절반 가격에도 낙찰된 사례가 없으니까. 하지만 홍콩이나 상해에서 경매가 열릴 경우 이번에는 50억이 가뿐하게 넘을 거 같아. 문제는 그런 예상가와 무관하게 우리 정부에서는 40억 이상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거지.”

“그럼 우리나라는 눈뜨고 국보급 문화재를 중국 사람들한테 뺏기겠네요?”

“그렇지. 바로 그게 문제야. 그러니까 우치무라의 입장에서는 고작 40억을 받고 우리 정부에 불상을 넘길 이유가 전혀 없게 된 거지.”

그냥 내가 살까? 얘기를 듣다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윤은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어버렸다. 애국심으로만 물건을 사고파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게다가 현재의 여론 추세로 볼 때 그가 불상을 살 경우 국가에 기증하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게 뻔했다. 남의 희생을 강요하는 애국심만큼 손쉽고 편한 게 어디 있을까?

도윤은 그냥 불상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시 기류가 묘하게 변해갔다. 한대길 의원을 비롯한 몇몇 여당 국회의원들이 얼핏 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하게 정부의 불상 구입을 줄기차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억이 아니라 천억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국보를 되찾아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이거 아무래도 냄새가 나지 않아요?”

오랜만에 주말을 이용한 데이트를 즐기던 자리에서 최서라가 불쑥 금동보살입상을 화제에 올렸다. 마침 도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길 의원하고 우치무라 사이에 뭔가 거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그 양반 옛날부터 뒷돈을 챙기는 걸 좋아한다는 소문이 워낙 무성하기는 했는데…….”

“혹시 정부에서 비싼 가격으로 우치무라의 불상을 매입하면 한 의원이 그 이익의 일부를 나누어 갖기로 약속한 건 아닐까요?”

“에이,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집안에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더구나 혹시라도 그게 사실로 밝혀지면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잖아. 한 의원처럼 정치 경력이 풍부한 현직 국회의원이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아.”

“그럼 돈이 아니라 다른 걸 대가로 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다른 거라니? 어떤 거?”

“가령 특정한 외교상의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는 것 말이에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사 최서라의 말이 맞더라도 그 다른 대가가 무엇인지 짐작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도윤이 기자나 경찰도 아닌 마당에 굳이 그런 문제까지 파고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최서라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저하고 같이 일본에 가서 그 금동보살입상을 직접 보지 않으실래요?”

갑작스러운 최서라의 제안에 도윤이 약간 당황했다.

“일본까지 가서 불상을 보겠다고? 나도 보면 좋기야 하겠지만 어떻게? 우리가 간다고 해서 우치무라라는 자가 여기 있소 하고 불상을 냉큼 보여줄 리도 없잖아?”

“물건이 진품이면 청파 갤러리에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우치무라에게 전달했거든요. 물론 그 사람이 끝까지 15억 엔을 고집하면 우리도 경매까지 가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구매 희망자의 자격으로 방문하면 불상을 보여주기는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어요.”

최서라는 청파 갤러리에서 올 연말에 우치무라로부터 금동보살입상을 빌려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중간에 문제가 꼬이기는 했지만 만약 대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적당한 금액 한도 내에서 불상을 아예 구매할 의사도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미 최수아는 물론이고 최인탁 회장으로부터도 재가를 받은 상태였다.

“어, 나도 불상을 직접 보면 좋기야 하지만 …….”

“그럼 같이 가요. 도윤 씨가 불상을 직접 보고 진위 여부를 감정해주면 우리도 의사 결정을 하기가 훨씬 편해질 거예요. 비행기 표하고 숙식 문제는 청파에서 해결해 줄게요. 당연히 감정료도 드릴 거고요.”

국내 최고의 백제 불상 전문가인 양태현 교수가 이미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린 물건인데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도윤은 서양화 전문 감정사였다. 하지만 최서라는 그의 능력이 단순히 서양화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만 한정해서 말한다면 어떤 분야에 대해서도 도윤은 세계 최고의 감정가였다.

며칠 후, 도윤과 최서라는 나란히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날아갔다. 비록 가까운 나라, 그것도 여차하면 당일치기가 될 가능성이 큰 짧은 여행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둘이서만 가는 첫 여행이었다.

* * *

“요즘 한국에서 내 불상을 가지고 왈가왈부 말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소. 마음 같아서는 더 이상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받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청파 갤러리의 이름을 생각해서 특별히 공개하는 겁니다.”

우치무라는 한강일보의 염조형을 먼저 초대해서 불상을 보여주었던 때와는 달리 상당히 고압적인 자세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말은 청파 갤러리의 이름을 생각한다고 했지만, 두 사람을 태하는 태도만 보아서는 굳이 너희한테 물건을 팔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두 사람의 앞에 소문의 금동보살입상이 놓이자 최서라는 한참 동안 홀린 듯한 눈빛으로 불상에 푹 빠져들었다. 파베르제의 능력을 이어받은 이후로 예술품, 그중에서도 금속 공예품을 보는 안목이 크게 발전한 그녀로서는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미묘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있는 보살의 자태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표정을 보니 불상이 마음에 드는가 보군요. 그래 직접 보니까 어떻소? 청파에서 이 불상을 사들일 생각이 듭니까?”

우치무라의 말을 듣고서야 최서라는 비로소 불상에 몰입되어 있던 상태에서 퍼뜩 깨어났다. 만약 도윤이 한쪽 손을 슬며시 뻗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지 않았더라면 무심코 고개부터 끄덕이고 말았을 것이다. 그녀는 일단 크게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불상을 사고 싶은 마음이야 물건을 직접 보기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지요. 저희야 꼭 당연히 사고 싶지만 문제는 역시 가격이 아니겠어요?”

최서라는 영국으로 유학가기 전에 이미 일본어를 웬만한 수준 이상으로 익혔었다. 덕분에 도윤처럼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녀는 우치무라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재빨리 도윤에게 눈빛을 보냈다. 이거 진짜예요? 도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동보살입상은 양태현 교수의 감정 결과대로 확실히 진품이 맞았다.

“내가 원하는 가격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혔소. 15억 엔. 거기서 한 푼도 깎아줄 수는 없으니 그리 아시오. 그 가격에 구매하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팔겠소.”

최서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평생 사업을 해 오신 분이니 모든 거래에는 흥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아실 거예요. 그런데 왜 이 불상에 대해서는 유독 완고한 태도를 보이시는지 모르겠네요.”

우치무라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눈으로 직접 봤으니 알겠지만 이 불상은 희대의 보물이요. 나 또한 보잘 것 없기는 하지만 돈 몇 푼에 연연하면서 사는 처지도 아니고.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자기들의 보물에 대해 그렇게 인색하게 굴지는 몰랐소. 많이 실망했소이다.”

지켜보고 있던 도윤이 슬쩍 끼어들었다.

“경매에 붙일 생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외람된 말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불상의 낙찰가는 아무리 높게 쳐줘도 5억 엔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큰손들이 응찰 경쟁에 나선다고 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정도 가격에 파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경매에 붙이면 수수료가 붙는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치무라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그거야 당신들 생각이겠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오. 난 이 불상의 낙찰가가 틀림없이 15억 엔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소. 중국인들에게는 보물을 알아보는 눈이 있으니까.”

“그러다 낙찰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우치무라 씨에게도 손해가 아니겠습니까?”

“설사 내 판단이 틀렸더라도 그건 내 문제요. 내가 책임지면 되겠지. 불상이 경매에 올라가고 낙찰가가 정해지면 그때 가서 누가 옳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요.”

상대의 태도가 저래서는 도저히 흥정이 안 된다. 도윤은 최서라의 옷깃을 슬쩍 잡아당겨 그만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몹시 아쉬운 듯 한동안 불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다시 한 번 도윤의 재촉을 받고서야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치무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꾹 다문 채 객청을 나서지도 않고 두 사람을 배웅했다.

“아무래도 저 불상은 처음부터 중국인들에게 넘길 생각이었나 보네요.”

우치무라의 집을 나오면서 도윤이 그렇게 말하자 최서라가 깜짝 놀랐다.

“처음부터요? 하지만 우치무라가 저 불상의 존재를 최초로 공개한 상대는 한강 신문 특파원이었잖아요. 처음부터 중국에 넘기기로 했으면 왜 굳이 중국 기자가 아니라 한국 기자를 집으로 불러들여서 물건을 보여줬을까요?”

“그러게요. 그래서 속셈이 궁금하다는 겁니다. 보통 경매에 내놓을 물건을 사전에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건 화제를 불러 일으켜서 낙찰가를 올리려는 의도에서 하는 짓이거든요. 그런데 처음부터 한국에 팔 생각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왜 한국 기자를 먼저 불렀을까요?”

한국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우치무라의 작전은 분명히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기껏 그렇게 판을 깔아놓고 난데없이 중국에서 경매에 올리겠다고 하니까 도윤으로서는 도대체 뭘 노리는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저 사람, 예술을 사랑하는 척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집가도 아니야.’

그 점도 영 찜찜했다. 그는 우치무라의 집에 들어가서 불상 하나만 보고 나온 게 아니었다. 그의 집에는 정원과 복도, 손님을 맞이하는 별채에 이르기까지 꽤 값비싸 보이는 작품들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그것만 보면 진짜로 엄청난 수집가가 분명했다.

‘하지만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물론이고 정원에 놓인 조각품이나 옛날 탑들 가운데 상당수가 위작이거나 모작이었어. 그걸 일정한 규칙도 없이 진작과 마구잡이로 섞어놨다는 건 저 자가 제대로 된 안목을 가진 수집가는 아니라는 뜻이지.’

생각을 거기까지 미치자 금동보살입상이 우치무라의 증조부로부터 전해 내려온 가보라는 말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저 자의 진정한 의도는 뭘까?

몹시 아쉬운 일이었지만 도윤과 최서라는 결국 예상대로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왔다. 우치무라가 그들을 다시 보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쓸데없이 도쿄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서울로 돌아온 도윤은 상해의 쉬주하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봐. 샤오쉬. 미안하지만 부탁을 할 게 하나 있는데.”

도윤은 이 문제를 조금 더 본격적으로 파고들기로 했다. 정작 불상을 눈으로 직접 보자 욕심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간질간질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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