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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09화 (109/300)

109화

“일 다 끝내고 본격적으로 파티를 즐겨야 할 시간에 또 다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사람들이 여럿 있는 곳에서는 얘기하기 곤란한 내용이라서 따로 보자고 했습니다.”

리히터 회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서재에서 그를 맞이했다.

“별 말씀을. 어차피 술 마시고 잡담하는 걸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사실은 굉장히 좋아한다. 안석훈, 조명근과 술을 마시면 가끔씩 인사불성이 되기도 한다.

“크리스틴의 말에 의하면 경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고 하더군요. 제 눈에도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바쁜 와중에 저까지 살피셨군요. 위작들dl 낙찰되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했던 건 사실입니다. 진작들 가운데 특별히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이 없었던 탓도 있고요.”

“저런! 마음에 두고 있던 작품들을 내가 미리 선점해서 그런 건 아닙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회장님도 목록에 적었던 다섯 점 가운데 두 점이나 놓치지 않으셨습니까? 회장님이 아니셨더라도 어차피 제가 사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 말에 리히터 회장이 움찔하더니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로서도 도윤이 언급한 두 점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슈뢰더 회장은 도윤이 값이 오를 거라 지목해 주었던 피카소와 샤갈의 그림을 기어코 손에 넣었다. 마지막까지 리히터 회장과 피 튀기는 접전을 벌이는 바람에 예상보다 낙찰가가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경매가 끝났을 때 그는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작품이 공개될 경우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을 거라고 도윤이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구단이 요즘 들어 선수 영입을 조금 게을리 하는 것 같더니 슈뢰더 구단주가 생각보다 돈을 많이 모아두었던 모양이요. 그렇게 세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슈뢰더 회장님이라면 소문난 부자이신데 설마 자기 그림을 사는데 구단의 돈을 쓰기야 했겠습니까? 무리를 해서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리히터 회장이 소리 나게 혀를 차더니 문득 안색을 굳혔다.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오카시오는 경매에 올리지 않고 내가 개별적으로 구매했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역시 그러셨군요.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 싶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경매와 관련된 일은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드리지 않았습니까?”

“물론 나야 이 박사를 믿지요. 그저 노파심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저보다는 그림을 판 폴스터 씨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조금 수다스러운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서 입단속을 시켰소. 계속 장사를 하려면 알아서 조용히 할 거요.”

입단속이라……. 리히터 회장은 어디까지 손을 썼을까? 설마 폴스터가 약속을 어기고 입을 놀린다고 해서 죽이지는 않겠지? 도윤은 리히터 회장이 다니엘 로스차일드나 이브라힘 왕세제처럼 극단적인 인간이 아니기를 바랐다.

“아무튼 경매는 무사히 끝났으니 이제 다른 일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잠깐만요. 다른 일이라니요? 저한테 또 부탁하실 일이 있습니까?”

“부탁하려는 게 아니오. 이번에 나를 도와준 데에 대한 작은 보답을 하려는 것뿐이지.”

“과분한 말씀입니다. 덕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뭘 주시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받고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답이 된 것 같군요.”

도윤은 아예 그가 새로운 일을 입 밖에 꺼내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리히터 회장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가 그로 하여금 냉큼 등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박사, 혹시 고대 페르시아나 수메르 문명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오?”

도윤은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명색이 미술사 박사니까 당연히 관심이야 있지요. 하지만 제 전공과는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분야라서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학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수집가에게는 지식보다는 관심이 먼저지요. 혹시 고대 페르시아나 수메르 문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곳에 한 번 가보시오.”

그 말과 함께 리히터 회장은 책상 서랍에서 화려한 금박 무늬가 그려진 종이봉투 하나를 꺼내서 도윤에게 건넸다. 봉투를 열자 안에서 초대장이 하나 나왔다. 모임의 성격이나 목적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장소와 시기만 간략하게 적혀 있는 특이한 초대장이었다. 장소는 터키의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시기는 내년 1월 말이었다.

“이게 뭡니까?”

도윤의 물음에 리히터 회장이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 나한테 온 것인데 내년 1월말에는 다른 일이 있어서 도저히 참석할 수 없게 되었소. 그래서 혹시 시간이 괜찮으면 이 박사가 참석하는 건 어떨까 싶어서 드리는 겁니다. 물론 내키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성격의 모임입니까?”

“이번 파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라크에서 흘러나온 유물들이 경매에 붙여질 거요. 초대된 소수만 참석할 수 있는 모임이고, 물건이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구매자가 책임지는 블라인드 경매입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투자해보시오. 혹시 압니까? 이 박사 정도의 안목이라면 잭팟을 터트릴 수도 있을 거요.”

“잘못하면 잭팟을 터트리는 게 아니라 터키 감옥을 구경하게 되는 건 아니고요?”

그 말에 리히터 회장이 실소를 터트렸다.

“거기 초대된 사람들의 면면을 안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을 거요. 이라크 정부 역시 지금으로서는 자신들의 유물을 챙길 정신이 없는 상황이에요. 엄격히 말하면 불법적으로 흘러나온 게 맞소. 그러나 경매 자체는 합법적입니다. 이 박사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거요. 아마 대영박물관이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도 구매담당자를 보낼 겁니다.”

그렇군. 도윤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 역시 이라크 전쟁 이후에 그곳에서 약탈되거나 유출된 유물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트럭 단위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이라크 정부는 그런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 때문에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는 불법적으로 유출된 고대 유물들이 지나가는 주요 통로가 되었다.

“물건을 사는 건 몰라도 그걸 터키에서 들고 나오는 건 또 다른 문제가 되겠군요.”

도윤의 말에 리히터 회장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것도 걱정할 필요 없소. 경매가 열리는 장소는 이스탄불에서도 꽤 유명한 호텔이오. 물건을 받을 주소를 적어두기만 하면, 경매가 끝나는 대로 호텔 측에서 책임지고 안전하게 배달해 줄 거요. 내가 설마 이 박사에게 어디 뒷골목의 불법적 경매장을 소개시켜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윤은 리히터 회장에게 인사하고 서재를 나왔다. 연회장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고 있었지만 그는 곧바로 2층이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왠지 저들과 어울리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고대 페르시아와 수메르의 유물이라면 황금 장식품들이 적지 않게 경매 물품으로 나오겠군. 점토판이나 청동 물품들은 박물관에서 주로 관심을 가질 거고. 알라딘의 마술램프나 마법의 양탄자 같은 건 안 나오나?”

도윤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문득 터키에는 최서라와 함께 가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이라크 유물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그 점은 최서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지식이 없어도 파베르제의 능력을 물려받은 그녀라면 가치가 있는 물건을 제법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 * *

파티장으로 뒤로 하고 방으로 올라간 도윤은 아예 샤워를 했다. 그가 샤워 가운을 걸친 채 핸드폰을 꺼내 미리 예약한 항공편의 좌석을 확인하려는 찰나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살짝 문을 열고 내다보자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이 나무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낙찰 받으신 물건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물건을 확인하신 다음에 직접 가지고 가셔도 되고, 원하시면 지정하신 주소로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도윤은 일단 감사를 표시하고 물건을 받아들었다.

“내용을 확인한 다음에 내일 오전까지 어떻게 처리할지 말씀드릴게요.”

직원을 돌려보낸 뒤 상자를 열자 이미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완충제까지 채워진 갈색의 데스마스크가 눈을 감은 채 드러누워 있었다. 도윤은 그것을 꺼내 방에 비치된 소파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너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니?”

그는 데스마스크가 손상되지 않도록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붙잡은 뒤 정신을 집중시켰다. 이 마스크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주인을 찾아 능력을 전달시켜주는 순간에나 비로소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스크가 누구의 손에서 오래 머물렀는지를 확인하면 그 전에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최근까지 계속 한 사람의 손에 있었네? 남의 손으로 넘어간 게 몇 년 안 되는데?’

다행히 마스크에는 적지 않은 기억들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데스마스크가 만들어진 초기 상황과 관련된 단편적인 영상들 몇 개가 훌쩍 지나가자 갑자기 모든 기억들이 20세기 중반의 것으로 변했다. 누군가의 방과 거실의 모습들이 기억 영상에서 잇따라 나타났는데 흑백텔레비전과 구식 냉장고, 영화에서나 볼법한 옛날 자동차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상자 밖으로 꺼내진 적이 없는 것 같네?’

영상의 흐름이 그렇게 갑자기 건너뛴다는 건 베토벤의 데스마스크가 도중에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딘가에 처박힌 채 한동안 잊혔을 가능성이 컸다.

남아 있는 영상에는 한 남자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그는 데스마스크를 거실 한쪽에 장식품으로 걸어놓았던 모양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실이 모양이 자꾸 바뀌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여러 번 이사를 다닌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 번 이사를 할 때마다 계속해서 거실이 더욱 넓고 고급스럽게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나름대로 돈을 잘 벌었다는 뜻인데, 저건 뭐지? 트로피, 상패, 축구공, 유니폼…….’

도윤은 집중을 풀고 눈을 떴다. 거실에 놓인 다른 장식품으로 볼 때 데스마스크의 주인은 아무래도 전직 축구선수였던 것 같다. 유니폼의 디자인이나 색깔은 달라져도 구단을 상징하는 마크가 그대로인 것으로 보아서는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뛴 선수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축구 선수 생활을 했으면 프로라는 얘긴데…….”

젊었을 때는 머릿결이 비교적 풍성했지만 삼십대부터 이미 M자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누구지? 도윤은 노트북을 꺼내서 구글을 검색하다가 이내 한숨을 쉬면서 포기했다. 어쩌다 국가대표 팀 경기나 보곤 하는 그로서는 얼굴만 가지고 과거의 독일 프로축구 선수를 찾는 건 무리였다. 그는 그냥 휴대폰을 들었다.

“석훈이냐? 자는데 깨워서 미안하다. 너 혹시 말이야, 한 팀에서 10년 이상 뛴 독일 축구선수라고 하면 혹시 생각나는 사람 있냐? 팀은 정확하게 모르는데 아마 함부르크에서 선수 생활을 했을 가능성이 많아.”

데스마스크를 가져온 토니 폴스터가 활동하는 지역이 함부르크였다. 그는 함부르크의 민간인으로부터 데스마스크를 구했다고 했으니 아마 물건의 주인도 그곳에서 사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석훈은 잔뜩 졸린 목소리로 짜증부터 냈다.

“형. 지금 여기 시간이 몇 시인지나 알아요? 그리고 자는 사람 깨워놓고 미안하다고 하는 것만큼 열 받는 일이 없다고요. 더구나 이 시간에 전화를 건 이유가 고작 축구 선수를 물어보려는 거예요? 도대체 독일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미술사 박사가 축구 선수를…….”

“시끄럽고. 그렇게 짜증나면 얼른 정답이나 토해놓고 다시 자. 너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야지 아침에 건강하게 일어날 거 아냐.”

“아, 진짜 형이 내 군대 고참이나 직장 상사만 아니었어도…….”

“독일 배구 선수 이름까지 찾아볼래?”

“우베 젤러요. 함부르크의 전설이라면 그 사람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을 찾는 거면 나도 더 이상은 모르니까 그냥 구글이나 뒤져보세요.”

전화가 뚝 끊겼다. 아, 그 자식 성질머리하고는. 조금 미안하기는 하네.

도윤은 다시 노트북으로 우베 젤러를 찾아보았다. 검색어를 입력하자마자 그와 관련된 기사와 자료가 주르륵 떴다. 화면에 나타난 사진을 클릭해서 확대시키자 머리에 M자형 탈모 자국이 선명한 축구 선수의 모습이 나타났다. 맞네, 이 사람. 석훈이 녀석, 공부 머리는 농담으로라도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데 이상하게 이런 건 빠삭하게 외우고 다닌 단 말이야.

우베 젤러. 1936년생. 키는 170cm. 독일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그는 평생 함부르크 SV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볼 터치 능력과 드리블, 유연성, 공격 센스 등에서 모두 최고의 평가를 받은 월드 클래스 선수였다.

“근데 아쉽게도 평생 콩라인을 탄 모양이네.”

우베 젤러는 뛰어난 스트라이커로서 1958년부터 70년까지 월드컵에도 네 차례나 참가했다. 팬들로부터 ‘Uns Uwe’(우리들의 우베)라 불리며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독일의 전설적인 골잡이인 게르트 뮐러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게 문제였다. 덕분에 그의 이름은 항상 뮐러나 베켄바우어 같은 인물들보다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직접 들고 가는 게 낫겠다.”

도윤은 베토벤의 데스마스크를 다시 상자에 넣어서 완충재를 채우고 잘 포장했다. 데스마스크 자체가 그리 크지는 않기 때문에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캐리어 안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굳이 배송을 맡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100유로짜리 기념품 영수증 하나만 있으면 세관 통과도 문제없을 거야.”

베토벤의 데스마스크는 그의 생가를 비롯한 여러 관광 명소에서도 기념품으로 팔고 있었다. 설사 세관 직원이 캐리어를 열어본다고 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진품으로 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다음날, 도윤은 일찌감치 리히터의 저택을 떠나 중간에 시내의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거기서 50유로짜리 데스마스크 모형을 하나 구입한 뒤 영수증만 챙기고 물건은 버렸다. 프랑크푸르트와 인천 세관을 무사히 통과한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구한샘에게 전화를 걸었다.

“훈련 잘 하고 있지? 시간 있을 때 집에 한 번 올래?”

한샘에게 독일로 떠나기 전에 몇 가지 일러줄 말이 있기는 했다. 그가 에이전트를 구했는지,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혹시 녀석이 데스마스크의 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일부러 불렀다. 아무래도 베토벤의 데스마스크는 음악이 아니라 축구와 관련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설사 마스크가 축구에 관련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주인이 꼭 한샘일 거라는 보장은 없지.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유물과 그 주인이 자신의 앞에 나타날 때는 대개 일정한 인연이나 스토리가 개입된 경우가 많았다. 아무런 맥락 없이 뜬금없는 유물이 눈에 띠는 경우도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확인을 해 볼 필요는 있었다.

“한샘이가 주인이 아니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고. 아직 시간은 않으니까.”

일단 물건을 손에 넣었으니 느긋하게 주인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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