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트럭과 헤어진 때로부터 삼십 분 가량 더 차를 타고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멀리서 군용 막사의 지붕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길옆으로 우거진 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조그만 평지가 눈에 띄었다. 도윤은 일단 그곳에 차를 세웠다. 주변에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위에 있는 군부대에서는 차가 보이지 않을 만한 장소였다.
도윤은 그곳에서부터는 차에서 내려 걸어서 산을 올랐다. 가급적 도로를 피해 나무들 사이를 지나서 움직였지만, 막상 부대가 빤히 보이는 곳까지 도달하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부대가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원래는 경비초소가 있고 그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모습도 눈에 보여야 했지만, 부대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차단봉은 완전히 위로 올라간 상태였고 당연히 초소도 텅 비어 있었다. 그래도 간혹 오가는 군인들이 문에 띄었기 때문에 도윤은 부대를 우회해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정말 완전 철수를 하는 모양이네?”
언덕에서 망원경으로 내려다 본 군부대의 모습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어수선했다. 넓은 연병장을 중심으로 시멘트와 나무로 지은 막사가 몇 동 있었지만 시야에 잡힌 군인들은 서너 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문이 활짝 열린 막사 내부가 텅 비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안에 있던 물건들도 대부분 산 밑으로 내려 보낸 게 분명했다.
도윤은 마르케스에게서 얻은 지도를 펼쳐놓고 주변의 지형과 일일이 대조했다. 한참 동안 부대 근처를 살피던 그가 마침내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곳을 짚었다.
“여기로군. 근데 눈으로 봐서는 정말 동굴이 있었다는 걸 전혀 알 수 없겠는데?”
마르케스의 말에 의하면 에스코바르와 그의 부하들은 이곳을 떠나기 전에 동굴 입구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했다. 그게 벌써 이십년 전의 일이다. 동굴이 무너진 자리 위에는 이미 콜롬비아의 열대 기후에 힘입어 빠르게 자란 풀과 나무들이 무성했다. 삽과 곡괭이 정도로는 설사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더라도 동굴까지 파내려가는 것조차 힘들 게 분명했다.
“이러면 여기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겠는데? 그냥 내놓은 땅이나 마찬가지잖아?”
원래는 이곳에서 며칠 노숙하면서 주변을 샅샅이 수색할 작정이었다. 군인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들이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빈 건물만 늘어선 유령 마을처럼 변해버린 군부대의 실상을 확인한 이상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감옥에 갇힌 마르케스가 알았다면 땅을 치며 억울해했을 일이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적도 지방의 해는 뜨겁고 길었다. 도윤은 늦은 오후까지 부대 주변의 상황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언덕을 내려온 다음, 차를 숨겨놓았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차에 올라타고 곧바로 미련 없이 메데인으로 철수한 다음 그곳에서 다시 호텔을 잡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그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베트남으로 전화를 걸었다.
“고사장님이세요? 지질 조사는 잘 되고 있나요? 뭐 좀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
베트남과 콜롬비아는 완전히 지구 반대편에 위치했기 때문에 정확히 12시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도윤이 전화를 걸었을 때, 베트남은 이제야 막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한창 움직일 시간이었다. 난데없는 전화를 받은 고정혁은 그의 질문을 받고 적잖게 당황한 듯 했다.
“콜롬비아에서 탄광을 개발하고 싶다고? 그게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자네 미술 감정사가 본업 아니었어? 설마 우리 회사에 투자하더니 자원 개발에 맛들인 거 아니지?”
고정혁은 도윤이 괜한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게 아닌 지부터 걱정했다. 자원 개발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집안을 거덜 내는 건 물론이고 인생까지 망가뜨릴 위험이 큰 위험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윤에게는 도박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렇다고 고정혁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비에코 이름으로 콜롬비아에서 자원개발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여기가 원래 석탄이 많이 나는 나라잖아요. 혹시 콜롬비아에 비에코 자회사를 하나 만들 수 있을까요? 그냥 회사 간판만 걸어놓을 수 있으면 돼요.”
“이름뿐인 회사를 하나 만드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근데 도대체 왜 갑자기 그런 일을 하겠다는 거야? 거기 치안도 굉장히 불안한 나라라는 건 알지?”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제가 지금 한국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요, 일단 가능한지만 확인하면 돼요.”
한때 남미에서 자원개발을 하겠다고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가 모조리 날리다시피 한 기억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본인도 석유를 개발하겠다고 베트남까지 간 처지지만 고정혁은 어떻게 하든 도윤을 말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도윤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고, 그가 아는 자원개발 회사는 비에코가 유일했다.
“알았어.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보낼게. 하지만 그 나라에서 개발 허가를 받으려면 앞으로 들어가는 돈보다 뒤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을 거야. 정말 탄광을 개발할 생각이 있어도 당장 서두르지는 마. 내가 구정쯤 해서 한국에 한 번 들어갈 테니까 그때 만나서 얘기하자고. 그때까지는 무조건 보류해. 어떤 일도 벌이지 말고 일단 가만히 있으라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전화를 끊은 도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석탄이면 어떻고 석유면 어떠냐? 땅에 묻힌 보물을 캐내는 게 바로 자원개발이지. 게다가 그 보물이 가공할 필요도 없는 완성품이면 더 좋은 거 아니야?
* * *
메데인에서 하루를 보낸 도윤은 다시 10시간 넘게 차를 몰아 저녁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보고타에 도착했다. 빌린 차를 반납하고 보고타에서 하루를 머문 그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비행기를 타고 터기 이스탄불로 향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살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터키는 그로서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내가 그동안 이슬람 문화에 너무 관심이 없었던 건 사실이야.”
사실은 이슬람 예술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더 맞았다. 그런 자신이 이번에는 그 이슬람 문명이 발생하기도 전에 꽃을 피웠던 페르시아와 수메르 문명의 유물들을 손에 넣기 위해 터키로 향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그쪽 분야에 대해서도 미리 공부를 해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뉴욕에서 이틀을 허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에서의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난 덕에 도윤은 비교적 여유 있게 최서라와의 약속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그는 공항에 내린 뒤에도 그곳에서 세 시간이나 더 기다린 끝에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는 그녀를 마중했다.
“여기야! 오느라고 피곤하지 않았어?”
마음 같아서는 공항에서 짙은 포옹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곳에서는 공공장소에 그런 짓을 했다가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도윤은 최서라와 함께 택시를 탄 뒤 곧바로 시내에 예약해 두었던 호텔로 향했다. 블라인드 경매가 열리는 곳도 최고급 호텔 가운데 하나이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일부러 그곳이 아닌 다른 호텔에 방을 잡았다.
“배고파요. 일단 저녁부터 먹어요.”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 짐을 풀기가 무섭게 호텔 꼭대기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이미 늦은 저녁 시간이었고, 두 사람 모두 서로 만난 뒤에 저녁을 먹겠다는 생각에 계속 허기를 참아왔던 것이다. 그들은 웨이터의 도움을 받아 호화로운 실내 장식이 된 멋진 식당에서 터키 특유의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터키는 저도 처음인데 여기 음식이 제법 입에 맞네요? 도윤 씨는 어때요?”
미소를 함빡 머금은 최서라의 말에 도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터키 요리도 중국과 프랑스 요리와 더불어 세계 삼대 진미의 하나로 꼽히고 있잖아. 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기대대로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지며 발전한 곳이라서 그런지 요리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한 것 같아.”
물론 사람들이 말하는 동양과 서양의 어우러짐은 중동과 유럽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실크로드를 따라 로마에 명주를 전했던 중국에 대한 기억은 십자군 원정 시기가 되었을 때는 이미 서양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잊힌 뒤였다.
“그나저나 내일 경매에 정말 괜찮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까요?”
최서라가 요구르트와 비슷하게 생긴 디저트를 입에 떠 넣으며 물었다. 도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 역시 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괜찮은 작품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많이 나오기는 할 거야. 초대장에 적힌 시간만 봐도 하루에 네 시간씩 무려 이틀이나 경매가 진행되잖아.”
“내일 경매에 나올 유물들이 전부 이라크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했죠?”
“맞아. 사실 그곳이 아니라면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는 힘들지. 요즘은 중동 국가들도 자국 문화재의 유출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통제하니까.”
그에 반하면 한때 아랍의 종주를 노렸던 이라크의 몰락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류 문명 전체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곳.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하류에 위치한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다. 그러나 그 찬란했던 유적지의 상당수는 지난 두 차례의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폐허로 변해버렸다.
이집트는 중국이나 인도보다 훨씬 먼저 강력한 고대 국가를 건설했지만, 문명 자체를 놓고 보면 역시 지금의 이라크가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 더 앞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말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수메르 문명은 물론이고 고대 페르시아 문명이 주변 국가와 민족들에게 미친 영향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은 과거가 되어버렸지. 특히 수메르 문명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쐐기 문자의 경우 아직 해석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니까.”
도윤의 말에 최서라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라크 정부는 왜 그렇게까지 고대 문명이 남긴 유물들을 소홀히 관리하는 걸까요? 이라크 전쟁 때문에 다 파괴되어서 더 이상 보호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남의 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아쉬워요.”
최서라의 말에 도윤이 씁쓸하게 웃었다. 물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굉장히 크기는 하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흔히 로마에서는 땅을 파면 곳곳에서 유적과 문화재가 발견되기 때문에 지하철을 건설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심한 곳이 바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였다. 심지어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유명한 지구라트를 비롯해서 여러 지역에 걸쳐 엄청난 양의 유물이 출토되는 곳이 즐비했다. 이라크 땅은 고고학의 본고장 같은 곳이었다.
문제는 현재의 이라크 정부가 다른 지역은 고사하고 수도인 바드다드조차 제대로 간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었다. 지금은 새롭게 단장을 해서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이라크 전쟁 당시에 바드다드의 이라크 박물관은 완전히 빈껍데기만 남았다.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들이 박물관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탱크 한대를 정문 앞에 가져다 놓은 게 전부였다. 게다가 그 미군 병사들조차도 사람들이 건물에 드나드는 걸 전혀 저지하지 않았다. 테러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사람들의 출입을 막으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로 인해 테러범은 아니지만 도둑이기는 한 무수한 민간인들이 손수레까지 동원해서 박물관 안에 있는 문화재들을 실어냈다.
“수메르 문명은 말할 것도 없고 페르시아 제국 역시 모두 이슬람이 발생하기 이전에 번성한 나라였어.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세워진 게 바로 이슬람 제국이었지. 그러니까 이슬람의 후예인 현대의 아랍인들이 굳이 자기들과는 별로 상관없는 페르시아나 수메르 문명의 유물을 보호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거지.”
“하지만 다 자기들이 사는 땅을 개척했던 선조들이 남긴 유물이잖아요? 그럼 종교가 다르다고 해도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 사람들은 우리하고는 관념이 조금 다른 것 같아. 같은 이슬람이라고 해도 인종과 국가가 모두 다르니까, 현재의 이라크 사람들이 굳이 수메르 문명을 자신의 뿌리로 여기지는 않는 거지. 페르시아의 경우에는 이라크보다는 오히려 이란에 더 가깝기도 하고.”
이유가 어찌됐든 후손들이 적극적으로 보존하려고 애쓰지 않을 경우, 원래 그곳에서 꽃피웠던 문명에 대한 기억은 결국 잊히기 마련이다. 그건 굳이 수메르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중남미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잉카나 마야인들의 후손이 아닌 것처럼.
“문명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우면 우리가 내일 경매에서 되도록 많은 걸 사들이면 되지. 어차피 그것들이 더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은 지금도 대영박물관이나 메트로폴리탄이니까.”
물론 도윤 자신은 그런 현상 자체를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 뺏긴 문화재조차도 제대로 되찾지 못하고 있는 주제에 남의 나라 문화재까지 걱정하는 건 조금 민망한 일이기도 했다.
* * *
다음날, 두 사람은 이른 아침을 먹고 이스탄불 관광에 나섰다. 경매는 오후 세시부터 시작이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탓이었다. 세시에 시작된 경매는 두 시간 정도 진행되다가 한 시간 정도의 식사 겸 휴식을 가진 뒤에 오후 여섯시부터 다시 재개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택시를 하나 전세를 내서 하루 종일 타고 다니면서 시내의 주요관광지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두시 반 정도가 되어 경매가 예정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내에는 따로 경매가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 전혀 없었다.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프런트에 가서 초대장을 내밀었다.
“2층에 있는 이즈마엘 볼룸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안내하는 프런트 직원의 말에 따라 2층에 올라가자 생각보다 커다란 연회장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백 명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회장에는 로비와 마찬가지로 경매에 관한 어떤 안내나 표지가 붙어 있지 않았다. 단지 입구에 정장을 빼입은 두 명의 경호원이 서서 초대장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경호원이 아니라 무슨 특수부대 요원인 거 같아요.”
입구의 분위기 때문에 약간 기가 질렸는지 경매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최서라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윤은 쓴웃음을 지었다. 적어도 특수부대 출신이 맞기는 할 거다. 그 역시 왠지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물건의 이름만 죽 쓰인 간단한 안내서류를 받았다. 사진이나 시작가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짐작대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알아서 사라는 뜻이었다. 다만 구입한 물건을 어떻게 하면 배달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상세하게 되어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그거였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틀에 걸쳐 고대 페르시아 문명과 수메르 문명이 남긴 걸작들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처음 소개해드릴 물건을 로트번호 1번. 황금과 은으로 제작된 램프입니다.”
경매사의 설명을 듣는 순간, 도윤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르릴 뻔 했다. 그렇잖아도 알라딘의 마술 램프를 생각하면서 왔는데, 설마 첫 유물부터 진짜로 램프가 나올 줄을 몰랐던 것이다. 설마 두 번째 유물로 마법 양탄자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도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최서라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저거, 마음에 들어요. 저 램프 사고 싶어요.”
하필이면 최서라가 첫 작품부터 꽂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