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14화 (114/300)

114화

“목걸이에서 빛이 난다면 아우라 같은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 목걸이가 그렇게까지 뛰어난 예술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데요? 그리고 아우라라면 차라리 나일라 아트 갤러리에서 일하는 폴리니 씨에게 물어보시지요. 자기 입으로 아우라를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도윤은 일부러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압둘은 태연했다.

“아우라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유물들 중에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저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유물들에게서는 신비한 빛이 흘러나온다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라스푸친의 목걸이 같은 것에서요?”

“라스푸친은 믿기지 않는 온갖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닙니까? 그런 사람의 유품이라면 혹시 또 모르지요. 물론 아무에게나 보이는 건 아니고 극소수의 능력자들만 그 빛을 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라비안나이트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군요.”

“그렇죠? 아, 저도 완전히 믿는 건 아닙니다. 하하하.”

“죄송하지만 이슬람에서는 본래 그런 신비한 이야기나 기적을 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왕세제를 모시는 분에게서 설마 약간이라도 그런 말을 믿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종교 얘기가 나오자 압둘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장난기 어린 태도를 버리고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예언자 무함마드는 코란에서 모든 기적을 부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언자를 모시던 분들의 경험담을 담은 하디스에서는 그와는 달리 각종 기적을 증언하고 있지요. 그리고 방금 제가 한 말은 종교와는 무관합니다. 그저 전 세계 곳곳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 부십시오.”

“그렇긴 하지만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받으니까 조금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다가 아더 왕의 검이나 잃어버린 성배를 찾자는 얘기가 나올까 걱정됩니다.”

“저런! 제가 공연히 걱정을 끼쳐드렸군요. 하지만 솔직히 살짝 기대했던 건 사실입니다. 워낙 천재 감정가로 소문나신 분이 아니십니까? 그렇게 뛰어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혹시 그 신비스러운 빛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하하.”

“설마 모시고 계신 이브라힘 왕세제께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한 나라를 이끌 차기 국왕께서 혹세무민하는 이야기에 현혹되실까 걱정됩니다.”

그 대목에서 압둘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저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뭔가 할 말을 숨기는 듯한 그의 태도에 도윤은 진짜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무심코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은 게 아니야. 혹시 내가 링커인지 떠보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건가?’

라스푸친의 목걸이나 파라켈소스의 검을 얻기 위해 그렇게 노력한 걸로 봐서는 저들도 유물의 주인이나 링커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렵게 구한 목걸이를 이런 자리까지 함부로 들고 나온 것도 의미심장했다. 저들은 유물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도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확실해. 이브라힘 왕세제는 내가 링커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어.’

만약 저들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면? 설마 목숨을 빼앗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몸의 자유를 잃을 가능성은 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제왕조 국가였고, 그런 나라의 왕세제가 일개 감정사의 인권을 존중할 가능성은 낮았다. 더구나 저들은 원하는 것이 있을 경우 무력을 사용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는 점을 이미 보여주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졌나 보다. 압둘이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별로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했나 보군요. 유물을 모으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대의 신화나 신비한 설화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저 티타임의 가벼운 얘깃거리로 생각하고 꺼낸 것이었는데,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도윤이 자신의 반응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에 아차 하는 순간, 최서라가 얼른 나섰다.

“아니에요. 라스푸친이 황태자의 병을 치료하고 총알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잖아요. 저도 그런 얘기가 다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잖아요. 이 목걸이가 라스푸친의 유품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막 달라 보이네요.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이 어떻게 해서 인도에서 만들어진 목걸이를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그녀 덕분에 도윤은 너무 늦지 않게 표정을 수습할 수 있었다.

“제가 주제넘게 귀하신 분의 생각까지 참견한 꼴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가 이브라힘 왕세제를 언급했던 것을 사과하자 압둘이 손을 내저었다.

“무슨 말씀을. 그렇잖아도 이브라힘 왕세제께서 이 박사를 초대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언제 한 번 시간을 내 주십시오.”

“초대해 주신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분위기가 약간 부드럽게 변할 무렵, 압둘의 부하 직원 한 명이 붉은색으로 칠한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그는 압둘의 허락을 받아 조심스럽게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말씀하신 대로 대금을 결제한 뒤에 배송을 부탁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압둘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곧바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물러났다. 그러자 압둘이 부하 직원이 놓고 간 상자를 최서라 앞으로 슬쩍 밀었다.

“처음 경매에 나왔던 램프입니다. 공연히 객기를 부리는 바람에 숙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조금 전 목걸이에 대해 귀한 정보를 주신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기도 합니다. 부디 사양하지 말고 받아주십시오.”

상자의 정체를 깨달은 최서라가 펄쩍 뛰었다.

“아니에요. 그건 사과를 받을 일이 아니라고 벌써 말씀드렸잖아요. 게다가 별것도 아닌 말 몇 마디를 가지고 이렇게 과한 보답을 받을 수는 없어요.”

그녀가 상자를 다시 앞둘의 앞으로 밀었다. 5만 유로면 6500만원이 넘는 거금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말 몇 마디의 대가로 받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압둘은 마치 줄다리기라도 하듯 상자를 도로 최서라의 앞으로 가져다놓았다.

“때로는 작은 충고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요. 최서라 씨에게는 별거 아닌 조언에 불과했는지 몰라도 제게는 소중한 정보였습니다. 앞으로도 두 분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그때를 위해 미리 드리는 뇌물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압둘은 이미 도윤과 최서라가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가 도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거듭된 권유로 인해 난감한 표정을 짓는 최서라를 대신해서 도윤이 상자를 집어 들었다.

“기껏 구하신 물건을 너그럽게 양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래는 램프 대금을 계산해 드리려고 했지만 굳이 선물이라고 하셨으니 더 이상 돈 얘기를 하는 건 오히려 결례가 될 것 같군요. 오늘의 호의를 잊지 않겠습니다.”

압둘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박사님의 그 말씀이 제게는 5만 유로보다 더 값집니다. 조만간 좋은 장소에서 다시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날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났다. 압둘과 인사한 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최서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압둘이라는 그 사람 말이에요, 마음 좋은 호인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저는 왠지 꺼림칙해요. 너무 가깝게 지내는 건 안 좋을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에 도윤이 피식 웃었다.

“친구는 가까이 두되 적은 더 가까이 두라는 말이 있잖아. 저런 사람은 너무 멀리 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더 골치 아픈 상대가 될지도 몰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가장 좋을 거야.”

이브라힘 왕세제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도윤도 그를 한 번쯤은 직접 보고 싶었다.

* * *

압둘은 이튿날 시작된 두 번째 경매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일정 때문에 어제 도윤 일행과 헤어지자마자 리야드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도윤이나 최서라의 입장에서는 경매장에서 또 다시 그와 마주치는 게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로트 번호 46번, 쐐기문자 점토판 세트는 12만 유로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도윤은 전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기만 하던 태도를 바꿔서 적극적으로 경매에 임했다. 이번 여행은 본래 최서라에게 괜찮은 금속 공예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게 주목적이었다. 그런데 이튿날 휴식 시간이 되기도 전에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바닥나버리고 말았다. 둘째 날 경매 초반부터 너무 달려버린 탓이었다.

“어떡하죠?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흥분했나 봐요.”

최서라가 울상을 짓는 것을 본 도윤은 그때부터 본인이 직접 나서서 열심히 팻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걱정이 되었는지 최서라가 중간에 그를 말렸다.

“현소 화랑에서는 외국에서 만든 금속 공예품을 전시하지 않잖아요? 근데 왜 자꾸 물건을 낙찰 받으세요? 저 때문이라면 굳이 무리하실 필요 없어요.”

도윤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리하는 거 아니야. 오늘 낙찰 받은 물건들은 나중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다시 팔면 되니까. 아마 가격이 두세 배 이상은 더 올라갈 걸? 난 지금 투자를 하는 거야.”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정말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중이었다.

도윤은 최서라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곧바로 응찰에 참여해서 전반부 경매에서만 쐐기 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을 포함해서 다섯 점의 유물을 낙찰 받았다. 점토판은 학자로서의 호기심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 구입했지만 나머지 금속 공예품들은 모두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들로 골랐다.

“지금까지 쓴 돈이 모두 126만 유로야. 하지만 일 년 정도 지나서 이 물건들을 되팔면 최소 300만 유로 이상은 받을 자신이 있어. 물론 터키처럼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 팔 때의 얘기겠지만. 이 유물들은 지금 자신들의 주인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려면 해당 유물의 주인이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 나라의 경제력은 물론이고 문화적 의식 자체가 깨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페르시아와 수메르 문명의 역사 유물들은 불운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후손인 현재의 이라크에게 자신들의 과거를 자랑스러워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재개된 마지막 경매가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다소 특이하게 생긴 금속 공예품이 등장했다. 양면이 평평하게 생긴 낙타 모양의 납작한 황금 인형이었는데 손바닥보다 약간 긴 인형의 주둥이에는 마개가 씌워져 있었다.

“다음은 로트 번호 87번, 황금 낙타 술병입니다. 10만 유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황금 인형의 정체는 술병이었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물건들에 비해서는 시작가가 센 편이었는데, 경매를 주관하는 쪽에서도 술병의 가치를 다른 것보다 높게 평가한 모양이었다.

“저게 술병이라고요? 모양으로 봐서는 테이블 위에 세워놓기도 힘들 것 같지 않아요?”

최서라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다가 도윤의 표정을 보고 흠칫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단상 위에 놓인 황금낙타 술병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러세요? 저거 이상한 물건이에요?”

최서라가 그의 팔뚝을 치자 그제야 도윤이 얼굴을 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한 물건이 맞아. 왜 페르시아와 수메르 문명의 유물을 경매하는 자리에 몽골 제국의 술병이 나온 거지? 시대는 물론이고 지역 자체가 다르잖아.”

“저게 몽골의 술병이라고요? 하지만 인형 옆에 초승달하고 해가 양각되어 있는데요?”

최서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술병에는 확실히 이슬람의 전통적인 문양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와 초승달이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었다.

“문양만 봐서는 중동 지역에서 만들어진 게 확실한 것 같기는 한데, 여기 사람들은 저런 식의 술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어. 저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게 아니라 말을 탈 때 안장에 매달아서 가지고 다니는 거였거든. 말하자면 여행할 때 쓰는 휴대용 술병이야.”

“중동 사람들은 휴대용 술병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에요?”

“그래. 코란에서도 술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취한 상태를 좋지 않은 것으로 보거든. 그러니 휴대용 황금 술병을 만들어서 갖고 다니기는 곤란하지. 더구나 저렇게 술병 전체를 황금으로 만들 정도면 최소한 왕족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는 것이었을 거야.”

“하지만 모양도 낙타인데……. 정말 몽골제국 거 맞아요?”

“옛 몽골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에서 발견된 유물들 가운데 낙타와 호랑이, 코끼리 등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술병 세트를 본 적이 있어. 저것처럼 마개가 달렸지. 기록에 의하면 동물의 모양에 따라 그 안에 마유주, 포도주, 청주 등을 종류별로 넣어두었다가 마셨던 모양이야. 저것도 아마 그런 세트 가운데 하나일 거야.”

“그럼 다른 동물 모양의 황금 술병이 더 있겠네요.”

“아마도. 그래서 저 술병이 어떻게 해서 여기에 등장했는지 정말 궁금해. 문양으로 봐서는 중동에서 만들어져 몽골 귀족이나 황족에게 진상되었던 물건인 것 같거든. 그러면 이라크가 아니라 몽골에서 발견되어야 정상인데…….”

칭기즈칸은 위대한 정복자였지만 당대에 몽골제국이 완성된 건 아니다. 그의 후손들이 정복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 지금의 이란과 터키를 포함한 중동 지역까지 차지하게 된 것은 칭기즈칸 사후의 일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정복 지역을 넓혀나가는 몽골의 위세에 겁이 난 주변 국가들이 미리부터 공물을 진상했다는 기록은 있었다.

문제는 그럴 경우, 공물로 만들어졌음이 분명한 저 황금낙타 술병은 이라크 지역이 아니라 과거 몽골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 혹은 쿠빌라이가 나중에 수도로 삼은 지금의 베이징 인근에서 발견되어야 했다. 그런데 저 술병은 왜 하필 이라크에서 출토되었단 말인가?

도윤은 의외의 장소에서 나타난 몽골 유물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팻말을 들어 올린 끝에 황금낙타 술병을 18만 유로에 낙찰 받았다. 그것이 둘째 날 경매에서 그가 낙찰 받은 마지막 물건이었다.

그는 경매가 끝나고 자리를 뜨기 전에 이틀에 걸쳐 낙찰 받은 물건들을 두 곳으로 나누어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쐐기 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을 비롯해서 최서라가 관심을 보인 물건들은 서울의 현소 화랑을 배달 장소로 지정했지만, 그 밖의 나머지 유물은 모두 뉴욕에 있는 오윤수의 집으로 배달시켰다.

“그 술병은 나중에 다시 팔지 않을 거예요?”

도윤이 뉴욕으로 보낸 물건들은 나중에 현지에서 경매를 통해 되팔 생각인 게 분명했다. 그에 반해 황금낙타 술병은 서울로 배달해 달라고 적는 것을 본 최서라가 물었다.

“응. 이건 개인적으로 좀 연구를 해 보려고. 혹시 청파에서 살 생각도 있어?”

최서라가 천만의 말씀이라는 표정으로 두 손을 내저었다.

“도윤 씨가 연구를 해보겠다는 물건을 달라고 할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아요. 더구나 세트 전체라면 모를까, 낙타 술병 하나만 사고 싶지도 않고요. 대신 나중에 연구 결과가 나오면 저한테도 결과를 꼭 알려주세요.”

“그럴게. 근데 나도 이쪽 유물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최서라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은 내심 일 년 이상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호기심이 이는 물건이기는 했지만 당장은 한가하게 연구를 하고 있을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