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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23화 (123/300)

123화

“저를 여기까지 오라고 했으니 술병도 가지고 계시겠지요?”

도윤의 물음에 라산이 불편한 표정으로 눈썹을 씰룩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기보다 성격이 급한 양반이시군. 함께 나갑시다.”

라산이 앞장서서 식당을 나가자 도윤도 그의 뒤를 따랐다.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갔다. 그곳에는 여려 대의 SUV가 서 있었는데, 라산은 부하를 시키지 않고 그 중 한 대의 차 트렁크를 직접 열더니 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열어보시오.”

도윤이 상자를 받아 열자 솜으로 둘러싸인 황금색의 늑대 모양 술병이 얌전히 누워있는 게 보였다. 따로 감정할 필요도 없이 선명한 빛이 흘러나오는 틀림없는 진품이었다.

“술병을 얻은 곳이 바그다드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걸 아르빌까지 들고 오셨군요.”

도윤의 말에 이제는 포기했다는 듯이 라산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내일 모레까지만 아르빌에 머무를 예정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박사가 이틀만 늦게 왔으면 그 술병은 자동차에 실려 터키로 넘어 갔을 거요.”

“자동차로 국경을 통과할 생각이었다는 말입니까?”

“그럼 비행기로 물건을 나르겠습니까? 난 자가용 비행기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정도의 금속 공예품들을 가방에 넣은 채 두 나라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정도의 거물이 아니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낙타 술병이 이스탄불의 비밀 경매에 등장한 것으로 보아 라산은 터키에 고정적인 거래 상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도윤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돈을 받을 계좌를 불러주십시오.”

그는 일단 석훈에게 술병이 든 상자를 넘긴 뒤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라산의 계좌로 11만 달러를 송금했다. 서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상당히 꼬일 것 같던 거래가 그렇게 순식간에 끝났다. 계좌로 돈이 송금된 것을 확인한 라산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만 달러가 더 입금되었군. 이건 무슨 뜻이오? 설마 팁을 주려는 건 아닐 테고.”

“한 가지만 더 물어볼 게 있어서 미리 정보료를 드렸습니다.”

“정보료? 난 유물을 팔지 정보를 팔지는 않습니다.”

“유물과 관련된 겁니다. 이 물건을 가지고 온 사람 말입니다. 이름이나 신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황금 술병 세트를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출토 장소를 말하는 거요?”

“술병이 땅에서 나왔나보군요. 네 맞습니다. 어디에서 출토되었다고 하던가요?”

라산이 코웃음을 치더니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어디에서 출토되었는지 알면? 설마 그곳으로 가서 다른 게 더 묻혀있는지 파헤쳐보기라도 할 작정이요?”

“그럴 리가요. 저는 미술사 박사지 도굴꾼이 아닙니다. 이건 학자로서의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묻는 거예요.”

“순수한 호기심을 가진 학자라……. 바로 그런 사람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남의 유적지를 함부로 파헤쳤지. 하지만 자신 있으면 한 번 가서 조사해 보시오. 그 술병들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게 아니오. 물건을 넘긴 자의 말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인근에서 얻었다고 하더군. 그 이상 정확한 장소는 나도 모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라산은 차를 타고 주차장을 떠났다. 하는 행동으로 보아 도윤을 만나기 전에 이미 체크아웃을 했거나 처음부터 이 호텔에는 묵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라산이 사라지자 도윤 일행 또한 그길로 자신들이 빌린 차를 몰고 호텔을 떠났다. 그때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석훈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근데 형. 이걸 들고 비행기를 탈 생각은 아니죠?”

그제야 도윤은 잠시 잊고 있던 문제를 떠올렸다. 아무리 국내선이라고 해도 공항에는 당연히 보안 검색대가 존재했고, 황금 늑대 술병은 그곳을 통과할 수 없다. 관광 기념품이라고 하기에는 황금 술병은 너무 금빛이 뚜렷했고 무게 또한 무거웠다.

“아르빌에서 바그다드까지 운행하는 기차나 버스는 없습니까?”

도윤의 말에 아킴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있으면 저도 처음부터 그걸 이용하자고 했을 겁니다. 없습니다.”

항공 노선은 있지만 정작 다른 대중교통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구나. 도윤이 허탈한 표정으로 실소를 흘리는데 아킴이 아예 쐐기를 박았다.

“여기서 렌트한 차를 타고 바그다드까지 갈 수는 없습니다.”

빌어먹을. 기껏 물건을 구했는데 그걸 옮길 수단이 마땅치 않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 * *

“이거 완전히 군대를 다시 온 기분이네요. 전역한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건 처음이에요.”

입안 가득히 밀려드는 흙먼지에 오만상을 찌푸리던 석훈이 차창 밖으로 먼지가 섞인 침을 내뱉으며 투덜거렸다. 어딜 가나 불만이 많은 녀석이었다.

도윤 일행은 현재 바그다드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타고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번갈아가며 달리는 중이었다. 지도상으로만 보면 더 빠른 길이 존재했지만 아킴이 고개를 저었다.

“3번 국도에는 작년에 정부군과 지역 반군 사이에 국지적인 전투가 발생하면서 중간에 다리가 끊긴 곳이 있습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1번 국도를 타는 게 낫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가면 안전한 겁니까?”

도윤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양세진이었다.

“제가 알기로 이쪽으로는 유실된 도로가 없습니다. 다만 1번 국도 자체가 시리아 쪽과 가깝기 때문에 3번 국도에 비해 IS 세력의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더 높습니다.”

“IS가 아직도 활동해요? 이라크에서는 완전히 소탕된 것 아니었습니까?”

“그놈들이 완전히 소탕되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지구상에서 바퀴벌레가 멸종하기를 기다리는 게 빠를 겁니다. 시리아와 이라크 사이의 국경지대는 오래 전부터 IS의 손아귀에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라크 쪽에서 아무리 깨끗하게 소탕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시리아 쪽에서 넘어온 놈들이 터를 잡거든요.”

“그럼 이쪽으로 가는 게 더 위험한 거 아닙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위험한 길이 아예 갈 수 없는 길보다는 나으니까요.”

도윤의 말에 양세진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뒷좌석 시트를 쳐다봤다. 그들이 타고 있는 SUV 뒷좌석은 시트를 위로 들어 올릴 경우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빈 공간이 나타나게 되어 있었다. 도윤은 이번에 얻은 황금늑대 술병을 그 안에 숨겨놓았다.

양세진의 시선을 느낀 그는 민망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이 모든 일의 사단이 결국 자신이 황금 물병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 일행은 아킴이 동분서주하며 노력한 덕분에 아르빌에서 간신히 중고 SUV 한대를 살 수 있었다. 차가 좀 낡기는 했지만 바그다드까지만 무사히 도착하면 그 뒤로는 부서지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그거라도 구하지 못했으면 네 사람은 아직까지 꼼짝없이 아르빌에 묶여 있어야 했을 것이다.

아킴은 차를 구하면서 무기도 몇 자루 손에 넣었다. 현지에서 경호업체를 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두었던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덕분에 도윤 일행은 소총 두 자루와 권총 두 정, 그리고 약간의 실탄을 차에 실을 수 있었다. 다만 아킴은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도윤과 석훈에게는 무기를 주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했다.

“근데 이번에 얻은 물병 말이에요. 그럼 그게 무함마드 2세가 사용하던 물건이라는 거예요? 사마르칸트가 원래 그 사람이 통치하던 나라의 수도였다면서요?”

도윤의 곤란함을 눈치 챈 석훈이 기특하게도 화제를 돌렸다. 그제야 그도 가볍게 한숨을 토하며 입을 열었다.

“사라르칸트에서 발견되었다고는 해도 이건 무함마드 2세가 사용하던 게 아닐 거야. 제작 시기는 비슷하지만 술병의 형태가 그쪽에서 발견되는 유물과는 완전히 다르거든. 저번에도 잠깐 말했지만 이건 아마 공물로 바치기 위해서 제작된 것일 가능성이 커. 내 생각에는 호라심 왕조가 아니라 그 주변의 다른 작은 나라에서 만들어졌을 것 같아.”

칭기즈칸이 한창 세력을 펼쳐나가던 13세기 초반, 서아시아 일대를 지배하던 이슬람 왕국은 호라심 왕조였다. 특히 1200년부터 이십 년간 호라심을 통치했던 무함마드 2세는 왕조의 전성기와 몰락을 함께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왕위에 오른 뒤 말을 듣지 않는 주변 지역을 적극적으로 점령한 끝에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을 아우르는 방대한 영토를 확보했다. 당시의 수도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속해 있는 사마르칸트였다. 하지만 기고만장했던 그가 칭기즈칸이 보낸 교역 사절단을 처형하면서 전성기의 왕조는 급격하게 몰락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호라심 왕조의 정복 사업에 위협을 느낀 인근의 작은 나라들이 한창 영토를 넓혀나가던 칭기즈칸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몽골이 호라심을 견제해 주기를 원했고, 칭기즈칸은 그런 요청에 응답해 사마르칸트로 사절단을 파견했다. 우리와 교역을 하면 이익을 보장해 줄 테니 다른 나라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호라심은 코웃음을 치며 몽고에서 온 사절단들을 붙잡아 목을 베어버렸다. 이에 분노한 칭기즈칸은 곧바로 군대를 보내 사마르칸트를 점령했고, 자신만만하던 무함마드 2세는 눈물을 삼키며 수도를 버려야만 했다. 결국 그는 거듭되는 전쟁에 연달아 패한 끝에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카스피 해의 어느 섬에서 쓸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그럼 자신들을 구해준 몽골군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주변의 작은 나라들이 바친 물건인가 보네요? 그거 공물이라면서요? 점령군 수장에게 선물로 준 거예요?”

석훈의 물음에 도윤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나도 주변의 작은 나라들이 몽골군에게 바친 물건일 거라 생각해. 하지만 물병 전체를 황금으로 제작한 것으로 봐서 점령군의 수장이 아니라 칭기즈칸을 위해 만들었을 거야. 그럼 당연히 당시 몽고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으로 보내졌겠지.”

“그럼 배달 사고가 났다는 거예요? 중간에 누가 가로채지 않고서야 술병이 사마르칸트에서 발견되었을 리가 없잖아요? 아예 몽골로 떠나지도 못했다는 뜻 아닌가요?”

“일리가 있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희박해. 당시 몽골군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칸에게 바쳐진 물건을 중간에서 다른 사람이 가로챈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까. 내 생각에는 일단 카라코룸까지 갔다가 나중에 다시 사마르칸트로 온 게 아닐까 싶다.”

“어떻게요?”

“칭기즈칸이 죽은 뒤에 그의 후손 가운데 한 명이 사마르칸트에 새 나라를 세웠거든.”

호라심 왕조가 멸망한 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일대에는 한동안 뚜렷한 국가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칭기즈칸의 후예를 어머니로 둔 차가타이한국 출신의 티무르가 등장해서 다시 티무르 제국을 건설한다. 그는 몽골 제국과 이슬람 제국의 동시 부흥을 주창했는데 그 티무르 제국의 수도 역시 지금의 사마르칸트였다.

“아,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래서 이 술병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사마르칸트에서 발견됐다는 거예요? 형 말대로라면 카라코룸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리잖아요?”

“그건 나도 모르지. 일단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 좀 더 연구를 해봐야 정확한 걸 알 수 있을 거야. 나도 이게 어떻게 해서 카라코룸이 아니라 사마르칸트에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도윤이 거기까지 얘기했을 때 갑자기 운전대를 잡고 있던 아킴이 그를 불렀다.

“아무래도 여행길이 더 이상 순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도윤과 석훈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앞으로 빼자 양세진이 망원경을 눈에 붙인 채로 손가락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두 사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자 오래지 않아 광활한 평야 끝에서 희미하게 흙먼지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게 보였다.

“IS입니까?”

도윤의 물음에 아킴이 한 손으로 운전대 옆에 세워놨던 소총에 탄창을 끼우며 대답했다.

“그건 아직 모릅니다. 저쪽 차량의 수가 세 대 이상이고 로켓탄까지 소지했다면 십중팔구 IS일 겁니다. 하지만 여행객이나 수송 차량을 터는 무장 강도일 가능성도 높아요. 뭐 사실 어느 쪽이든 우리를 공격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요.”

양세진도 자신의 소총에 탄창을 끼우더니 두 사람에게 각각 권총과 실탄을 건넸다.

“사용하실 줄은 알죠?”

그의 물음에 도윤과 석훈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남자들의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오기는 하지만 권총을 다룬 적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드물다. 하지만 두 사람은 UDT에 근무할 때 권총뿐만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무기를 두루 사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차는 현재 황무지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킴은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도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흙먼지를 계속 살폈다. 마침내 흙먼지를 뚫고 상대 차량의 모습이 시야에 뚜렷이 잡혔다.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IS는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GAZ 한 대에 군용 트럭 한 대예요. 느낌상으로는 무장 강도들인 것 같은데 실탄을 미리 장전해 두십시오.”

“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습니까? 돈을 주면 얌전히 물러난다든가 하는…….”

도윤이 물음에 아킴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였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놈들은 협상은커녕 피해자를 살려두는 법조차 없습니다. 적당한 상대를 보면 다짜고짜 총질을 해서 모조리 죽인 다음에 물건만 털어서 도망가지요.”

“놈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그 말에 아킴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적기만을 바라야겠죠.”

그렇단 말이지? 도윤은 결심을 굳히고 양세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격에 자신 있으세요?”

뜬금없는 질문에 양세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무슨 말입니까?”

“사격에 자신 있냐고요? 지금 손에 든 게 AKM이죠? AK―47 소총 개량한 거 말이에요. 그거 많이 쏴 봤어요?”

“아뇨. 저도 이건 처음입니다. 저희 경호 회사에서는 원래 다른 총을 쓰거든요.”

“그래요? 전 그거 많이 쏴 봤어요.”

도윤은 아무 말 없이 순식간에 양세진의 손에서 AKM 소총을 뺏어들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거 이리 주세요.”

깜짝 놀란 양세진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뻗었지만 석훈이 그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싸울 거면 이게 나을 거예요. 우리 이 박사님이 날리던 특등 사수였거든요.”

그가 양세진을 막는 사이 도윤은 아킴에게 소리를 질렀다.

“계속 달려요. 저쪽에서 총을 쏘더라도 무조건 달려야 합니다.”

아킴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페달을 더욱 힘껏 밟는 사이 도윤은 SUV의 뒷유리를 개머리판으로 내리쳐서 박살냈다. 그런 뒤에 뒷좌석에 상체를 기대고 앉아 총을 겨누자 가늠자와 가늠쇠 너머로 뿌연 먼지를 뚫고 다가오는 상대의 선두 차량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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