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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25화 (125/300)

125화

그날 밤, 도윤은 결국 자정이 지나서야 간신히 잠이 들 수 있었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눈을 떴다. 심지어 스스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그의 잠을 깨웠다. 발신자를 확인한 도윤은 헛기침을 몇 번 해서 잠긴 목을 틔운 다음에야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이 박사님. 저 압둘입니다. 카딤 장관과 약속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기에 전화 드렸습니다. 혹시 사흘 뒤 저녁에 시간이 괜찮겠습니까?”

도윤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고 있던 몸을 똑바로 일으켜 앉았다.

“물론입니다. 마침 이곳에서의 주요 일정이 대충 마무리 되었거든요. 사흘 뒤 저녁이면 제게도 딱 좋은 시간입니다.”

“하하. 마침 카딤 장관도 이 박사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얘기하기가 편했습니다. 그쪽도 만남을 기대하는 눈치더군요. 묵고 계신 호텔과 방 번호를 말해 놨으니까 카딤 장관 쪽에서 전화가 갈 겁니다. 말하는 걸로 봐서는 집으로 초대할 생각인 듯합니다.”

“집으로 초대한단 말입니까? 레스토랑이나 그분의 사무실에서 뵙는 게 아니라?”

“네. 카딤 장관이 이 박사께 식사를 대접할 겸 자신의 소장품들을 구경시켜 드리고 싶다더군요. 아마 세계적인 감정가 앞에서 자기가 수집한 물건을 자랑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저야 이슬람의 진귀한 예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곤란한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언제 시간이 허락하면 리야드에도 한 번 들러주십시오. 이곳의 음식 역시 바그다드 못지않을 겁니다.”

“리야드의 나일라 아트 갤러리에는 폴리니도 있으니 조만간 그 친구 얼굴도 볼 겸 한 번 들르겠습니다. 그때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도윤은 먼저 아킴에게 전화했다. 그와의 통화를 끝낸 뒤 샤워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마침 석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여덟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어? 형. 이제 일어난 거예요? 지금 얼른 내려가면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 혼자 먹지 말고 억지로라도 형을 깨울 걸 그랬네.”

어젯밤만 해도 정신없이 골아 떨어졌던 녀석이 어느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온 모양이었다. 회복이 빠른 걸 보면 확실히 건강 하나는 타고난 녀석이었다.

“됐다. 안 깨우기를 잘 했어.”

배는 고팠지만 입이 까끌까끌한 게 영 식욕이 없었다. 그가 대충 샤워하고 옷을 걸치는데 호텔 방에 비치된 전화기가 울렸다. 카딤 장관 비서실에서 온 것이었다.

“네. 그 시간이면 저도 좋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카딤 장관은 사흘 뒤 저녁 여섯 시까지 호텔 앞으로 차를 보내겠다고 했다. 도윤은 초대에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려가고 있었다.

“누구에요?

석훈의 물음에 도윤이 외출복을 걸치면서 대답했다.

“이라크 외교장관 알리 아드난 카딤이야. 사흘 뒤에 집으로 초대받았다. 저녁을 대접한 다음에 자기 소장품을 보여줄 모양이야 너도 함께 간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카딤 장관이라고요? 벌써 그 사람하고 접촉한 거예요? 형 재주 좋네요?”

“운이 좋았어. 아무튼 너도 준비해라. 곧 나갈 거야.”

“준비는 무슨? 나야 신발만 갈아 신으면 되는데. 그나저나 밖에 나갈 거예요? 그럼 아만 시큐어리티에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킴이 오기로 했어. 오늘은 멀리 안 나가고 바그다드 내에서만 움직일 거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양세진은 부상을 입은 채 병원에 누워있으니 부를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킴도 하루 더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가 없으면 당장 의사소통이 곤란했다.

호텔 로비에서 아킴과 재회한 도윤은 그와 석훈을 데리고 그날 하루 내내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골동품 가게들을 돌았다. 대부분이 가짜이거나 싸구려 물건들뿐이었지만 개중에는 전쟁 통에 박물관에서 흘러나온 게 분명해 보이는 것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도윤은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아무 것도 사지 않은 채 계속 돌아다니기만 했다. 결국 지치고 무료해진 석훈이 식사를 하기 위해 잠시 들른 식당에 앉자마자 물었다.

“형. 뭐 특별히 찾는 거라도 있는 거예요?”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찾는 게 있기는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돌아다니지.”

“그러니까 그 찾는 게 뭐냐고요.”

“만약을 대비한 선물.”

“선물? 카딤 장관에게 주려고요? 그 사람 대단한 미술품 수집가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굉장히 비싼 물건을 선물해야 할 텐데, 그런 게 이런 골동품 가게에 있겠어요?”

“아마 없겠지.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석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그가 아는 도윤은 운에 기대어 어떤 일을 도모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은 마치 요행을 기대하며 골동품 가게들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랫동안 그를 알아온 석훈에게는 생소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 생소한 모습은 두 사람이 초대를 받은 날 점심때까지 사흘 동안 계속되었다.

* * *

카딤 장관의 집은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커다란 저택이었다. 그가 보낸 차를 타고 저택에 도착한 도윤이 문을 열고 내리는데, 뒤에서 석훈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라크 전쟁 때 시내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고 하더니 그래도 멀쩡한 집이 남아 있었네요? 그것도 이렇게 크고 호화로운 저택이. 요즘은 폭탄도 집을 가려 떨어지나 보네.”

이라크의 경제 상황은 농담으로도 좋다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석훈은 그런 나라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너무 호화로운 저택에 살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잔소리 말고 들어가자. 어차피 신석기 시대 이후로 가난한 권력자란 언제나 멸종 위기의 동물이었어. 애초에 돈이 없으면 권력을 잡기도 힘들어.”

도윤은 녀석의 불만을 뒤로 하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오늘은 건강하고 정의로운 정치인을 만나러 온 게 아니다. 그가 거래를 하려는 인간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자국의 문화재마저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이라크의 고위 공직자였다. 그게 사비를 털어서라도 국가의 유물을 보호하겠다는 우국충정에서 나온 행동일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이 박사께서 우리 이라크의 예술품에도 관심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부족하지만 제 집에서 이라크의 문화와 전통을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카딤 장관과 그의 가족들은 현관에서부터 환한 웃음으로 도윤 일행을 맞아주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자신의 가족을 일일이 소개시켜주었고, 도윤은 지난 며칠 동안 배운 간단한 아랍어로 그들에게 정중한 인사말을 건넸다. 카딤 장관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영어에 능숙했고, 덕분에 화기애애한 대화의 자리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것은 석훈 한 명뿐이었다.

저녁 식사는 훌륭했다. 이라크 전통 음식과 서양식 요리가 적적하게 어우러진 식사 자리에서는 시종일관 정치나 경제와는 전혀 무관한 가벼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고, 도윤 역시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만찬이 끝나자마자 장관의 가족들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물러났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차는 제 서재에서 마십시다.”

가족들이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 카딤 장관은 그제야 두 사람을 자신의 서재로 안내했다. 그곳은 말만 서재지 책이 별로 없었다. 대신 사방이 온통 여러 가지 예술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일부는 유리를 씌워 먼지가 앉지 않도록 보호한 것도 있었다. 도윤은 카딤 장관의 설명을 들으며 서재의 예술품들을 죽 둘러봤다.

“굉장히 훌륭한 컬렉션을 가지고 계시군요. 새로 개장한 이라크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 장관님 댁에서 비로소 눈을 호강시킬 수 있었습니다. 만찬도 굉장히 훌륭했지만 이제야 배가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었다. 도윤도 설마 카딤 장관이 이렇게 많은 소장품을 가지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괜찮은 예술품들을 많이 모았을 거라 짐작했지만 집에 와서 직접 보니 정말 귀한 예술품들은 SNS에 올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도윤의 칭찬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카딤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길을 의식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밖에 진열해 놓은 것들 역시 제가 아끼는 물건들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남의 손길을 타면 곤란한 것들은 따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귀한 손님을 모셨으니 모두 꺼내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 말과 함께 카딤 장관이 손뼉을 짝 하고 쳤다. 그러자 서재의 문이 열리면서 남자 직원 두 명이 요리를 나를 때 쓰는 카트를 밀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 서재로 안내할 때부터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 지시를 한 모양이었다.

도윤은 그들의 밀고 들어온 카트를 쳐다보고 몰래 침을 삼켰다. 카트 위에 놓인 몇 가지 작품들 사이에 그가 찾던 물건, 말 모양의 황금 술병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건 15세기에 오스만 제국에서 만들어진 황금 팔찌입니다. 당시의 술탄이 연회를 열 때 착용하던 거지요. 팔찌 전체에 작은 보석들을 빽빽하게 박은 것은 물론이고 세공의 섬세함과 예술성이 뛰어나서 당시의 화려했던 문화를 잘 나타내주는 귀한 작품입니다.”

세 사람은 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재의 소파에 앉았다. 카딤은 카트 위의 물건들을 직접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각각의 출처와 이력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도윤은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을 표시하면서 일부러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가 노리는 말 모양의 황금 술병은 가장 나중에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이건 사실 저도 손에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확한 내력을 모릅니다. 압둘 비서실장 말에 의하면 이 박사께서 이 물건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더군요. 이왕 오셨으니 혹시 어떤 물건인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걸까? 도윤은 일단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 여기서 거짓말을 하는 건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정확한 감정을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서 연구해야 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비슷한 물건을 손에 넣어서 잠깐 살펴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대강의 짐작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돼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슨 겸손의 말씀을. 이 박사님 같은 분의 견해라면 어떤 말씀을 하시던지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생각에 이 물건은 여행 중에 술을 담아 마시기 위해 만든 휴대용 술병입니다. 몽골 족들이 이런 술병을 말안장에 매달아서 달고 다니고는 했죠. 다만 전체를 황금으로 만든 것으로 보아 실제로는 일종의 장식품처럼 쓰였을 겁니다. 적어도 한 지역의 칸 이상 되는 귀한 인물을 위해 만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게 확실히 진품이기는 한 모양이군요?”

도윤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으로 만든 물건을 위조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위조범들 입장에서는 상대를 속이더라도 이익을 많이 보기가 어렵거든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차라리 다른 물건을 위조하는 편을 택할 겁니다. 이건 제가 볼 때 진품이 확실합니다.”

“진품이라니 다행입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이 박사님 말씀이니 틀림없겠지요.”

역시 정치인이라서 그런가? 연기를 잘 하네? 도윤이 아무리 트루쓰 앤 밸류의 우승자라고 해도 이슬람 유물은 그의 전공 분야가 아니었다. 카딤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너무 과장되게 신뢰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슬며시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압둘 실장의 말에 의하면 저한테서 이걸 사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내친걸음이었다. 도윤은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말씀드렸듯이 저한테 이것과 비슷한 술병이 두 개 더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세 개가 한 세트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이왕이면 세트를 모두 모으고 싶어서 그런데 혹시 양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격은 섭섭하지 않게 쳐 드리겠습니다.”

카딤 장관은 그의 말을 딱 잘라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짐짓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이건 저도 나름대로 애써서 구한 물건이라…….”

그렇단 말이지? 도윤이 석훈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녀석이 지금까지 계속 옆에 끼고 있던 가방을 열더니 안에서 천으로 둘둘 말린 세 개의 물건을 꺼냈다. 지난 사흘 동안 바그다드 시내의 골동품 가게들을 이 잡듯이 뒤져가며 구한 것들이었다. 도윤은 석훈이 꺼낸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겉을 싸고 있던 천을 모두 벗겼다.

“이게 뭡니까? 제가 보기에는 셋 다 같은 물건인 것 같은데.”

카딤 장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윤이 꺼낸 것은 모두 손가락 두 개를 합친 크기의 금속 장신구들이었다. 그런데 카딤 장관의 말마따나 얼핏 보기에도 모양과 크기가 아주 비슷했다. 도윤이 그것들을 상대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보시다시피 이 세 개는 모두 이슬람의 무희들이 춤을 출 때 머리에 꽂던 장신구입니다. 사실 그리 귀한 물건은 아니고 금으로 만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또한 비싸지 않은 편입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하나만 진품이라는 거죠. 나머지 둘은 가짜입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세 개 다 진짜인 것 같습니다.”

“직접 손으로 들어보시지요. 그럼 최소한 하나는 가짜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도윤의 말에 따라 카딤 장관이 세 개의 장신구를 하나씩 손으로 들어보았다.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달리 카딤 장관은 한동안 이마를 찌푸리며 고심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가장 왼쪽에 있던 장신구를 손으로 짚었다.

“제 느낌으로는 이게 다른 것들보다 약간 가벼운 것 같기는 하군요.”

“훌륭하십니다. 맞습니다. 그건 온전히 금으로 만든 게 아니에요. 겉을 금으로 씌우기는 했지만 가운데에 납이 들어있죠. 그래서 다른 두 개보다 약간 가볍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말씀을 듣고 집중해서 살폈으니 망정이지 그냥 봐서는 몰랐을 겁니다. 생각보다 무게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군요.”

도윤은 속으로 웃었다. 납의 비중은 11.35인데 반해 금의 비중은 19.3이다. 장신구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무게 차이도 쉽게 가려내지 못한다면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역시 카딤 장관은 자신의 자부심과는 달리 안목이 그리 높은 편이라고 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나머지 두 개 가운데 하나도 가짜입니다. 다만 그 둘은 모두 진짜 황금으로 만들었죠. 아마 일부러 위작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닐 테고 옛것을 본떠서 만든 모작일 겁니다. 일종의 비싼 기념품인 셈이죠. 어느 게 더 오래된 것인지 아시겠습니까?”

카딤 장관은 다시 양손에 장신구를 하나씩 들고서는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하더니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제 생각에는 이게 더 오래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금이라고 해도 오래 되면 광택이 약해지지요. 이쪽의 광택이 조금 더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도윤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황금으로 만든 유물의 경우, 발견하고 난 뒤에는 원형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세척합니다. 발견 직후라면 모를까 복원 처리를 거치고 나면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고 해도 대개 황금 본연의 색을 드러내지요. 아쉽게도 왼손에 들고 계신 게 모작입니다.”

도윤의 말에 카딤 장관은 진짜로 놀란 모양이었다. 그가 눈을 크게 뜰 때 도윤이 기다렸다는 듯이 결정타를 가했다.

“지금 이 방안에 있는 유물들 가운데도 진짜가 아닌 게 여러 점 섞여 있습니다. 개중에는 모작도 있지만 몇 점은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만든 위작이더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지적해 드려도 될까요?”

그 말에 카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내가 가진 것들 가운데 가짜가 여러 개나 된다고? 그건 자신의 수집품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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