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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26화 (126/300)

126화

카딤 장관이 연거푸 헛기침을 했다. 차마 대놓고 드러내기는 어렵지만 도윤의 말이 편하지 않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폭탄을 던진 당사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결국 카딤 장관이 먼저 완곡하게 자신의 불편한 심정을 밝혔다.

“제가 오래전부터 예술 작품을 모아오기는 했지만 안목 자체는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 잘 압니다. 그래서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늘 믿을 만한 사람의 소개를 받거나 전문가들의 감정을 받았지요.”

“잘 하신 겁니다. 그게 현명한 방법이지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한두 점이라면 모를까, 제 수집품들 가운데 가짜가 여러 점이나 된다는 말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군요.”

“그 심정 이해합니다. 본의는 아니지만 저도 장관님을 실망시키는 말을 하게 되어서 죄송할 뿐입니다. 하지만 잠시만 저에게 주장을 입증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얼마든지요.”

카딤 장관이 선뜻 한 발 물러서자 도윤이 서재에 놓인 유리 상자들 가운데 하나를 향해 다가갔다. 투명한 상자 안에는 꽤 묵직해 보이는 황금 인형이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가로로 길게 뻗은 새의 날개 한 가운데에 옆을 보고 있는 사람의 상반신이 붙어 있었는데, 모양으로 볼 때 조로아스터교에서 섬기는 최고신, 아후라마즈다를 형상화한 것이 분명했다.

도윤이 그 황금 인형을 손으로 가리키며 카딤 장관을 돌아봤다.

“아시다시피 이건 아후라마즈다의 황금 성상(聖像)입니다. 그의 성상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는데 이건 아마 아케메네스 왕국 시대에 만들어진 것 같군요. 최소한 2천년 이전에 제작된 오래된 유물이라는 뜻이죠.”

그의 말에 카딤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아후라마즈다 성상을 사들일 때 그것을 판 자로부터 비슷한 설명을 들었던 것이다. 아케메네스 왕국은 기원전 6세기경에 현재의 이란부터 이라크와 시리아, 그리고 터키의 일부까지 차지한 최초의 대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른바 페르시아의 시대를 개척한 나라였다는 뜻이다.

“제가 이 유리 상자를 열고 성상을 잠깐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갑작스런 도윤의 요구에 카딤 장관이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하지만 그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더니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례를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관의 허락을 받은 도윤은 유리 상자의 덮개를 벗기고 조심스럽게 안에 든 성상을 들어올렸다. 그는 성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 팔 전체를 위 아래로 움직였다. 무게를 가늠하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것을 쳐다보던 카딤 장관으로서는 살이 떨리는 장면이었다.

잠시 후, 생각과는 결과가 달랐는지 도윤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죄송하지만 위조범이 생각보다 공을 들인 모양이군요. 무게만으로는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한 가지만 실험을 해 봐도 되겠습니까?”

실험이라는 얘기에 카딤 장관이 노골적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실험이라고요? 여기서 어떻게 무슨 실험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주 간단한 실험에 불과하고 필요한 도구는 제가 가져왔습니다. 정확한 감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장담하건대 황금 성상에는 아무런 손상도 없을 겁니다.”

“……. 알겠습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간단하게 끝났으면 좋겠군요.”

아마 도윤의 실력이나 안목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카딤 장관은 단호하게 실험을 거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압둘의 언질이 있었던 대다 자기 스스로 의견을 구하겠다고 초대한 손님이었다.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도윤이 석훈이 들고 있던 가방에서 전자 장비를 하나 꺼냈다. 그의 말대로 전압과 전류, 전기 저항 등을 재는 간단한 측정 장비였다. 그는 성상의 양쪽 날개 끝에 전극을 하나씩 붙이더니 기계를 작동시켰다. 곧바로 계기판에 숫자가 표시됐다. 몇 번이나 전극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계기판의 숫자를 확인하던 도윤이 갑자기 혀를 찼다.

“제가 틀렸더라도 내심 아니기를 바랐는데, 역시 이 성상은 위작이 틀림없군요. 이건 고대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가짜입니다.”

카딤 장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도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내심 성상이 진짜라는 말이 나오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기대와 정 반대였다.

“그 장비가 도대체 뭐기에 숫자 몇 개를 확인하고 바로 가짜라는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

항의에 가까운 카딤 장관의 말에 도윤이 장비를 들어 보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이 장비 자체는 별게 아닙니다. 전기 기사들이 늘 들고 다니는 간단한 측정 장치에 불과하니까요. 대개 전류와 전압, 그리고 저항을 측정할 때 쓰는 겁니다.”

“성상이 전기 제품도 아닌데 그런 걸 측정해서 뭘 알 수 있다는 말입니까?”

“방금 저는 이 성상의 저항 값을 확인했습니다. 전체가 금으로만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금속마다 같은 길이와 두께일 때의 저항 값이 다 다르거든요.”

카딤 장관은 도윤이 한 말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그가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자 도윤이 입맛을 다시며 설명을 시작했다.

“솔직히 저는 이 성상이 내부에 납을 채워서 만든 가짜라고 생각했습니다. 금으로 만든 물건을 위조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거든요. 하지만 직접 손으로 들어보니까 전체를 황금으로 만들었을 때와 비중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위조범이 적어도 진짜와의 무게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괘 노력했다는 뜻이지요.”

“순금에다 뭔가를 섞으면서도 비슷한 비중을 만들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까?”

“예전에는 어려웠지만 요즘은 가능합니다. 텅스텐의 비중이 금과 아주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둘을 함께 섞어 놓으면 비중만으로는 순금과 구별하기가 힘듭니다. 다만 텅스텐은 녹는점이 높고 아주 단단해서 가공하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예전에는 쉽게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위조범들도 그걸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단 말입니까?”

“네. 텅스텐 분말을 싼값에 살 수 있거든요. 그걸 녹인 금이나 납과 섞으면 합금으로서의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무게를 속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렇게 만든 금속 막대나 조각을 이런 위작을 만들 때 쓰는 주물 틀 안에 박아 넣으면 금의 양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지요. 아시다시피 금값은 비싸니까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카딤 장관의 눈길이 도윤의 손에 들린 측정기로 향했다.

“그러니까 이 박사 말에 따르면 그 간단한 장비로 이 성상이 순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는 말입니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텅스텐은 금보다 전기 저항이 두 배나 높거든요. 그래서 둘을 섞어놓으면 아무래도 순금보다 저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보시겠습니까?”

도윤은 가방 안에서 가느다란 철사처럼 생긴 금줄을 꺼냈다. 오늘을 위해 바그다드 시내의 금은방에 주문해서 만든 것이었다.

그는 먼저 문제의 성상에 전극을 대어 측정한 저항 값을 카딤 장관에게 보여주었다. 그 다음에 자신이 조금 전에 성상을 측정했을 때와 비슷한 길이에 맞추어 금줄의 두 부분에 전극을 댄 뒤 저항 값을 확인했다.

“보세요. 두 가지 저항 값이 비슷하죠? 원래 저항은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에 반비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길이라고 해도 두께가 훨씬 두꺼운 성상의 저항 값이 금줄보다 더 낮게 나와야 정상이지요. 하지만 두 저항 값에 차이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 이건 이 성상이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도윤의 말이 카딤 장관에게는 마치 시끄러운 신호등 소리처럼 들렸다.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던 그가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방금 자신이 들었던 말을 정리했다.

“결국 이 성상이 사실은 가짜라는 말이군요.”

“기원전에 텅스텐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제련술이 발달한 게 아니었다면 분명히 그렇습니다.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하려면 성상을 잘라보면 되겠죠. 그럼 안쪽에 금이 아닌 물건이 박혀 있다는 게 드러날 테니까요.”

도윤도 사실은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의 물건을 다짜고짜 부술 수도 없으니 그로서도 다른 방법을 궁리할 수밖에 없었다.

카딤 장관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아후라마즈다 성상을 잡았다. 이게 순금이 아니라고? 그가 처음 성상을 샀을 때 분명히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겼었다. 당시 감정을 맡았던 감정가는 이 성상 전체가 순금으로 만들어진 게 확실하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놈이 설마 돌팔이였을 줄이야.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감정가의 책임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웠다. 대형 경매 회사에 소속된 감정가들조차도 과학적인 방법보다는 지식과 경험에 바탕한 안목 감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금은방 주인들조차도 눈으로 확인하고 무게를 재는 것 이상의 특별한 감정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말없이 손에 든 성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카딤 장관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마침내 뭔가를 결심한 그가 여전히 방안에 남아있던 부하 직원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가서 망치를 가져와!”

직원 한 명이 급히 서재를 나갔다가 망치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것을 받아든 카딤 장관은 주변 사람들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사정없이 성상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서재 안에 난데없이 망치질 소리가 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성상의 날개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부서진 단면을 통해 황금과는 전혀 색이 다른 속이 드러났다.

“허허허허허…….”

한참 동안 실성한 사람처럼 헛웃음을 흘리던 카딤 장관이 내던지듯 망치를 내려놓았다.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게 도윤의 말이 입증된 것이다. 이제 자신의 앞에 버려진 이 금덩어리는 예술품이 아니라 불순물이 잔뜩 섞인 값비싼 쓰레기에 불과했다.

탈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딤 장관이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도윤을 쳐다봤다.

“그런데 이 박사는 처음부터 내 소장품들 가운데 가짜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오신 것 같군요. 그러지 않다면 남의 집에 초대를 받아 오면서 그런 장비까지 준비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도윤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면서도 그의 말을 솔직히 인정했다.

“네. 사실 다른 건 몰라도 아후라마즈다 성상만큼은 처음부터 진짜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관님께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상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셨더군요. 그런데 저는 얼마 전에 저것과 똑같이 생긴 물건을 이미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요? 어디서 말입니까?”

“죄송하지만 그건 소장자의 프라이버시와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장관님께서 누군가에서 사기를 당하셨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저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어리석은 짓을 이 박사는 사진만 보고도 알아차리셨군요.”

“지나치게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설사 저라도 해도 평소에 믿던 사람에게서 저런 물건을 권유받는다면 속지 않을 도리가 없을 테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장비를 챙겨왔습니다. 솔직히 그런 사실을 굳이 밝히게 된 제 마음도 편치만은 않습니다.”

“저 가짜가 제가 믿던 사람으로부터 구입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기원전에 만들어진 아후라마즈다의 황금 성상이라면 아마 상당한 값을 지불하고 구입하셨을 겁니다. 저게 진짜일 경우 단순한 황금 덩어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작품이니까요. 장관님 정도 되는 수집가가 그만한 물건을 어중이떠중이에게서 사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카딤 장관은 저도 모르게 끙 하고 무거운 신음소리를 토했다. 화가 나고 원망스러웠다. 마구 소리를 지르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원망이 향해야 될 대상이 도윤이 아니라는 걸 분별할 정도의 이성이 남아 있었다. 이걸 따져야 할 놈은 따로 있었다.

“이 박사의 말에 의하면 저 성상의 진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군요.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몹시 부럽습니다.”

씁쓸하게 웃으며 내뱉은 카딤의 말에 도윤도 고소를 머금었다. 그가 아후라마즈다의 성상진품을 본 것은 드라이바인 그룹의 총수인 리히터 회장의 서재에서였다. 그때만 해도 리히터 회장의 관심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고만 여겼었는데, 당시의 기억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그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즐거웠던 만찬의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진 셈이었지만 다행히 카딤 장관은 너무 늦지 않게 정신을 수습했다. 그는 민망한 표정으로 서 있는 도윤에게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후우~, 미안합니다. 뜻밖의 일을 당하는 바람에 손님 앞에서 부끄러운 꼴을 보였군요. 하지만 이왕 진실을 밝혀주셨으니 조금만 더 수고를 끼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어떤 걸 도와드리기를 원하십니까?”

카딤 장관이 손을 들어 자신의 서재를 가리켰다.

“이 방에 있는 물건들 가운데 이 박사가 보기에 위작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조리 지적해주십시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천재 감정사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생각보다 위작의 수가 많을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뇨.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짜인 줄도 모르고 바보처럼 애지중지하느니 차라리 진실을 확인하는 게 더 낫겠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도윤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서재 안에 있는 각종 유물들을 모조리 확인한 끝에 모두 열네 점의 위작을 가려냈다. 그런 뒤 자신이 가려낸 위작들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왜 이것이 진짜가 아닌 가짜인지 카딤 장관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가 설명을 끝냈을 때 카딤 장관의 얼굴은 완전히 흙빛으로 변해 버렸다.

“내가 아끼던 놈에게 뒤통수를 아주 세게 얻어맞았군요. 허허. 그놈이 그렇게 간이 클 줄이야.”

카딤 장관이 이를 가는 모습을 본 도윤이 슬쩍 물었다.

“짐작 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지요. 키워줬더니 분수를 모르고 주인을 물어뜯은 정신 나간 개가 한 마리 있지요.”

도윤은 그게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애초에 물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라산의 말을 믿지 않았다. 처음 황금 술병 세트를 구했던 사람이 그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나씩 나눠서 팔았다는 말은 잠깐만 생각해도 거짓말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물건을 사 줄 사람의 명단을 많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암거래 상이나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엇보다 라산처럼 닳고 닳은 중개상도 아니고, 어쩌다 유물을 얻게 된 평범한 민간인이 도대체 무슨 수로 카딤 장관 같은 거물에게 직접 물건을 팔 수 있었겠어?’

황금 술병은 이라크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발견되어 건너온 물건이다. 라산이 그런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것은 평소에도 이란이나 그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사들일 수 있는 루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도윤은 카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유물 사진들 가운데 이라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나온 게 분명한 것들을 찾았다.

‘제법 있었지. 아후라마즈다 성상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일 확률이 높은 물건이었고.’

도윤은 그가 오늘 골라준 위작들 가운데 적어도 몇 개는 라산을 통해 카딤 장관에게 흘러들어갔을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놈은 어리석게도 그냥 물건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카딤 장관 같은 거물에게 장난을 친 것이다.

‘하긴 고가의 유물을 사들이는 사람들 중에 나름 거물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어?’

라산은 끝까지 카딤 장관의 이름을 발설해서는 안 됐다. 덕분에 그는 조만간 카딤의 분노에 대한 대가를 받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놈을 직접 총으로 쏘아죽이고 싶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카딤 장관이 대신 복수를 해 줄 것이다. 도윤은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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