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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27화 (127/300)

127화  20. 에스코바르의 보물

직원들이 분노의 망치질로 인한 파괴의 흔적을 재빨리 정리하자 카딤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았다. 이제는 흥정과 설득의 시간이다. 도윤은 차를 한 잔 부탁했고, 세 사람을 위한 커피가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카딤이 오늘 만찬의 또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을 기억해 냈다.

“제가 가진 황금 술병을 사고 싶다고 하셨지요?”

카딤의 말에 도윤이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렇지. 오늘의 핵심이 바로 그거야.

“그렇습니다. 어렵게 얻은 물건인 줄은 알지만 너그럽게 양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의 말에 카딤이 애매한 미소를 입에 문 채 두 손으로 깍지를 꼈다. 뭔가 망설이는 듯 했다. 테이블 위에 커피 잔이 놓인 뒤에야 그가 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그 황금 술병은 내게 아후라마즈다의 가짜 성상을 판 그 사기꾼이 가져온 물건이었소. 이 박사는 황금 술병이 진품이라고 했지만 나는 혹시 또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감정가이고, 그 술병은 제가 직접 보고 진품으로 감정한 물건입니다. 설사 나중에 가짜로 밝혀지더라도 그 때문에 장관님을 원망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카딤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박사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최고의 감정가요. 당신이 진품이라 판정했으면 확실히 진짜겠지요. 나는 단지 또 다시 귀한 손님에게 결례를 하게 될까 두려울 뿐입니다.”

“과찬이십니다. 만약 저 술병이 가짜라면 제 눈을 탓할 뿐이지요. 그럼 술병을 제게 파실 의향이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도윤의 말에 카딤이 피식 웃더니 여전히 테이블 한 쪽에 놓여 있던 말 모양의 술병을 집어 들었다. 잠시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가 술병을 도윤에게 불쑥 내밀었다.

“이 박사께서는 오늘 나의 어리석음을 수정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 호의에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이건 우리 둘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로 드리지요.”

뜻밖의 호의였다. 도윤은 습관적으로 과분한 선물을 사양하려다가 억지로 참았다. 아랍 지역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감정의 표현인 동시에 일종의 의무다. 그 때문에 아무리 가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상대의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무례로 간주된다. 물론 도윤에게는 그런 무례를 감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제가 드린 것은 작은 충고에 불과한데 이렇게 귀한 것으로 돌려주시니 나중에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는 빚을 진 기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도윤의 말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그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말 모양 술병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상황이 조금 진정되는가 싶어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협상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노심초사 얻고 싶어 하던 물건이 불쑥 손안에 들어온 격이었다. 고맙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진심을 느꼈는지 카딤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오늘 이 박사가 나에게 준 도움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닙니다. 덕분에 제가 그동안 얼마나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지요.”

도윤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언급한 사람이 바로 ‘주인을 물어뜯은 개’, 바샤르 라산을 가리킨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그 뒤로 도윤은 카딤 장관과 삼십여 분 정도 더 대화를 나누다 그의 집을 떠나 호텔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석훈이 휘파람을 휙 불었다.

“형, 횡재했네요? 1억 원이 넘는 걸 물건을 말 몇 마디 잘한 덕에 공짜로 얻었잖아요? 아랍 사람들은 통이 크다더니 역시 선물도 화끈하게 주네요.”

도윤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트렸다.

“횡재? 공짜? 야 인마. 내가 오늘을 위해서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옆에서 봤으면서도 몰라? 머리 장신구하고 금줄을 만드는데 든 돈만 해도 몇 만 달러는 될 거다.”

“에이, 몇 만 달러는 좀 오버다. 정말 그렇게 많이 들었어요?”

“당연하지. 요즘 금값이 얼마나 비싼데? 그리고 네가 보기엔 그저 말 몇 마디 잘하고 끝난 것 같지? 오늘 잘못하면 우리 둘 다 머리가 깨질 뻔 했어, 인마.”

도윤의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기 때문이겠지만, 카딤이 망치를 휘둘러 아후라마즈다 성상을 부숴버린 행동은 위험할 정도로 지나쳤다. 만약 그 성상이 깨졌는데 안에서 순금 이외의 다른 금속이 보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모르긴 해도 성상을 깨부순 그 망치가 곧바로 도윤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을 것이다.

이틀 뒤, 두 사람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바그다드 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하던 물건을 얻었을 뿐 아니라 카딤 장관으로부터 또 하나의 호의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 말에 주한 이라크 대사관으로 보내는 외교행낭이 있습니다. 그 행낭으로 술병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물건이 도착하면 대사관에서 지정하신 주소까지 직접 배달해 드릴 겁니다.”

그렇잖아도 이번에 얻은 황금 술병 두 개를 어떻게 한국까지 가지고 갈지 고민스러웠었는데, 카딤이 먼저 나서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명색이 외교부 장관인 그가 직접 챙겨준 덕분에 물건의 운반 문제가 생각지도 않게 간단히 해결되었다.

* * *

생각보다 길어졌던 이라크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뜻밖의 희소식이 도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짐도 채 풀지 않았는데 베트남에 있는 고정혁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석유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배사구조 지층을 몇 군데 확인했어. 지금 시추를 준비 중인데 아마 빠르면 이달 안으로 구멍을 뚫기 시작할 거야.”

“잘 됐네요! 그런데 배사구조가 한 군데가 아니라 몇 군데나 돼요?”

“그래. 이번에 발견한 곳의 땅 밑이 온통 주름투성이야. 처음 시추한 곳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면 진짜 대박이다. 그럼 인근이 온통 유전지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거든. 곧 진짜로 좋은 소식을 전해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 생각보다 빨리 시추에 들어갈 모양이다. 육지에서의 시추는 바다보다 훨씬 돈이 적게 들어가니 같은 비용으로 구멍을 여러 개 뚫는 것도 가능했다.

사실 고정혁이 대륙붕이 아닌 육지에서 석유를 탐사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성공하기만 하면 그보다 좋을 수가 없겠지만 베트남에서는 지금까지 육지에서 유전이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마음은 잘 알지만 지금 생각을 바꾼다고 해도 나는 반대하지 않을 거다.”

고정혁의 친구이자 비에코의 전무이기도 한 권두철조차 나중에는 그렇게 말했을 정도였다. 그들은 원래부터 대륙붕이 아닌 육지에서 유전을 찾겠다는 계획을 내세워 도윤에게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지질 검사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도록 가능성이 있는 곳이 발견되지 않자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던 것이다.

“아냐. 나도 처음에는 성공만 하면 그쪽이 훨씬 이익이 클 거라고 생각해서 육지를 택했던 건데, 저번에 한국에 다녀온 뒤로 오히려 그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뭘 근거로?”

“내 감이 그래. 왠지 이쪽을 파야 석유가 쏟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석유 탐사가 카지노에서 룰렛 돌리는 것도 아닌데 감이 그렇다고? 야, 한 번 움직이면 기본이 수백억 원이 드는 사업을 지금 감으로 찍겠다는 거야?”

“누가 감으로만 찍겠대? 하지만 어차피 베트남 땅 전체를 모조리 탐사할 수도 없잖아. 선택과 집중. 나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데, 이번에는 내 감을 한 번 믿어보자.”

고정혁 자신도 왜 이렇게까지 강한 확신이 드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역시 느낌이 그렇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 도윤의 도움으로 지철의 주인이었던 지관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전해 받았다. 그 덕분에 베트남에 다시 온 뒤로 이상하게 눈에 보이는 산천이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은연중에 자신의 감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지질 탐사는 철저하게 과학의 영역이다. 그렇더라도 어느 곳을 탐사할지는 회사의 경영자인 고정혁과 권두철이 결정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 과정에서 유난히 고정혁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그의 선택이 기어코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층이 연속되는 지역을 발견해낸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성과였다.

“그럼 다음 달에는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온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거예요?”

도윤의 물음에 고정혁이 기분 좋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 하지만 배사 구조 밑으로 구멍을 뚫는 데만 해도 시간이 엄청 걸려. 올해 안으로 경제성이 있는 유전을 발견해내기만 해도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기대해라. 일단 성공만 하면 우린 돈방석에 앉게 되는 거라고.”

“이왕이면 침대로 하죠. 매트리스를 전부 오만 원짜리로 만든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기다려라. 백 달러짜리 지폐로 가득 채운 수영장에서 헤엄치게 만들어주마.”

그런데서 헤엄을 치는 게 가능하기는 하나? 어쨌든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 * *

도윤이 한국으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이라크에서 구했던 두 개의 술병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이라크 대사관 측에서 먼저 전화를 했기 때문에 도윤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외교 행낭 편으로 배달된 일종의 장거리 택배를 받을 수 있었다. 카딤 장관의 말대로 얼굴이 가무잡잡한 이라크 대사관 직원이 그의 집까지 직접 물건을 들고 온 것이다.

“카딤 장관께서 다음에 이라크에 오게 되면 반드시 연락을 해 달라고 전하셨습니다.”

직원은 그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문을 닫은 뒤 서둘러 포장을 뜯자 안에서 자신이 구했던 황금 술병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딤 장관은 자신의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

마침 석훈은 오랜만에 조민아와 데이트를 하겠다며 외출한 상태였다.

“같이 영화를 본 다음에 저녁을 먹을 거예요. 어, 어쩌면 오늘 못 들어올지도 몰라요.”

이 자식이 날 경호하라고 집까지 따로 얻었더니 외박을 한다고? 아무튼 녀석이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니 시간은 충분했다. 도윤은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세 개의 술병을 올려놓았다.

“드디어 다 모였구나! 이제는 잔류 기억 영상이 제대로 보이겠지?”

그는 심호흡을 깊게 한 뒤 침대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채 술병 세 개를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그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하자 각각의 술병에 남아 있던 잔류 기억들이 눈앞에 어지럽게 떠올랐다. 그는 최근에 생긴 잔류 기억들을 물리치고 과거로 계속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자 뒤섞였던 잔류 기억들이 합쳐지면서 몇 가지 선명한 영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윤은 모자이크처럼 눈앞에 흩어져 나타나는 영상들을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그러기를 삼십 분쯤 지났을까, 그의 입술이 어느 순간 꿈틀했다.

‘찾았다!’

영상 속에서 술병들은 좋은 나무를 정성들여 다듬어 만든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 실려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도윤은 영상의 시야를 조금 더 위로 끌어올렸다. 잔류 기억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거다. 비록 범위의 한계는 있지만 영상의 시야를 원하는 대로 바꿔가며 주변의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파악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는 아무래도 초원지대 같은데? 아니, 황무지라고 해야 하나?’

상자가 실린 마차는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끝도 없이 평평한 초원을 지나고 있었다. 다만 풀이 너무 듬성듬성 나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얼핏 맨 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상자를 실은 마차는 주변의 다른 마차들과 함께 천 명이 넘어 보이는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량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한동안 똑같은 풍경만 계속 펼쳐지는 지루한 영상을 연달아 살피던 도윤은 잠시 잔류 기억을 읽는 작업을 멈추고 눈을 떴다. 이마에 땅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후우~. 이거 다른 때보다 훨씬 힘이 드네.”

잔류 기억은 영원히 남아 있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이 흐려지다가 결국에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세 개의 술병이 같은 잔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덕분에 각각의 기억이 서로 중첩되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비교적 선명한 영상을 살피는 게 가능해졌다. 짐작대로였다.

도윤은 일단 세수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끓여 마시면서 소모된 심력을 보충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기력이 회복되자마자 곧바로 다시 잔류 기억을 읽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도 이렇게 길게,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서 잔류 기억을 읽으려고 애쓰는 건 처음이었다.

‘평원이 끝났나 보네. 사방이 온통 산과 골짜기뿐이잖아?’

마차를 운반하는 인부와 병사들이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마차를 끄는 말들의 발이 자꾸 미끄러질 정도로 고달프고 위험한 행군이었다. 도윤은 몇 개의 영상을 건너 뛰어봤지만 마차는 여전히 산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이 통과하고 있는 산맥이 생각보다 길고 깊게 뻗어있다는 뜻이었다.

‘다 좋은데,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번화한 도심이나 유명한 명승지라면 주변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장소를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윤의 바람과는 달리 잔류 기억을 통해 확인한 영상이 보여주는 주변 풍광은 그로서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게 몇 개의 영상을 살펴봤을까, 마차가 드디어 고개를 넘어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제 내리막길인가? 아니네. 산과 골짜기가 파도처럼 펼쳐진 것으로 봐서는 비록 높이는 낮아졌지만 앞으로도 이런 고개를 몇 개는 더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도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발 아래로 산과 산 사이에 골짜기가 아니라 약간 평평해 보이는 장소가 나타났다. 게다가 주변에 있는 인부와 병사들의 모습으로 볼 때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도달했다는 안도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분지처럼 생긴 곳이 목적지인가?’

그때 도윤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마차가 상당히 높은 고개 위에 올라와 있는 덕분에 시야가 굉장히 넓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저 멀리 산맥이 끝나고 평평한 땅이 계속 되는 곳에서 갑자기 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던 것이다.

‘저게 뭐지? 대낮에 뭐가 반짝이는 거야?’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윤은 잔류 기억을 읽는 것을 멈추고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이칼 호! 그건 바이칼 호가 틀림없어.”

육지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바다 같은 호수. 그것은 현재의 몽고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600Km 가량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지구의 푸른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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