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칭기즈칸의 무덤에 대한 유일한 기록은 중국의 역사서인 ‘원사(元史)’에 나와 있는 ‘기련곡에 장사지냈다’는 문구, 정확히는 ‘장기련곡(葬起輦谷)’이라는 네 글자가 전부였다. 문제는 이 기련곡이 어디인지 지금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명나라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기련곡의 위치를 놓고 숱한 논쟁을 벌여왔다.
학자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는 장소는 몽골의 현재 수도인 울란바토르 동북쪽에 위치한 컨티 산맥 일대였다. 부르한산, 혹은 칼둔산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칭기즈칸이 태어나서 성장한 곳인데, 그 때문에 몽골인들에게는 신성한 산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칭기즈칸의 고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추정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이와는 달리 중국의 학자들은 닝샤 회족자치구의 류판산 일대를 매장지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칭기즈칸이 서하를 정벌하던 도중 이곳에서 병사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칭기즈칸이 사망하던 당시가 무더운 여름이었다는 점을 들어, 당시의 몽골군들이 그의 시신을 멀리 운반하지 못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여름에는 시신이 빨리 부패하기 마련이다.
동방견문록의 저자인 마르코 폴로는 ‘칭기즈칸이 알타이 산에 묻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윤은 근본적으로 그의 기록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는 마르코 폴로가 진짜로 중국에 갔었는지 자체를 의심했다.
“마르코 폴로가 진짜로 원나라에 갔었다면 차를 마시는 풍습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그 사람은 남에게서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그럴 듯한 소설을 썼을 가능성이 커.”
이번에 읽은 잔류 기억을 통해 그가 새롭게 주목하게 된 것은 러시아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들은 칭키즈칸이 바이칼 호수에 수장되었을 것이라고 보았는데 사실 그런 주장의 근거는 너무나 빈약했다. 몽골인들이 전통적으로 바이칼 호를 신성시했다는 게 그들이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것이다.
“그 사람들은 단지 칭키즈칸이 무덤이 사실은 러시아 땅에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을 뿐일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만은 아니었던 셈이지.”
그가 본 잔류 기억의 영상에 따르면 칭기즈칸의 시신은 수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바이칼 호수가 멀지 않은 곳에 묻혔을 가능성이 컸다. 다만 학자들의 추측과는 달리 칭기즈칸은 호수가 아니라 산골짜기 사이에 있는 분지에 매장되었을 게 거의 확실해 보였다.
문제는 일반적인 견해와는 달리, 기련산의 위치는 울란바토로 동북쪽에 위치한 무르한산이 아니라 서북쪽의 산맥들 가운데 한 곳이라고 보는 게 사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도윤은 잔류 기억 영상에서 보았던 분지 주위가 역사서에서 언급된 기련산일 거라고 짐작했다.
“문제는 이 술병들이 왜 그곳까지 갔다가 땅속에 묻히지 않고 도로 사마르칸트까지 돌아왔느냐는 거야. 이건 분명히 칭기즈칸에게 바쳐졌던 물건이 틀림없을 텐데.”
도윤은 처음 이스탄불에서 황금낙타 술병에 남은 잔류 기억을 읽었을 때부터 그것이 원래 칭기즈칸의 무덤에 묻힐 부장품들 가운데 하나로 선택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그것이 몽골족의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몽골인들에게는 무덤에 산 사람을 함께 묻는 순장의 풍속이 없었다. 도윤이 신뢰하지 않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몽골 황제의 장례 때 시신을 호송하는 자들은 도중에 부딪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승에 가서 주군을 섬기도록 하라는 말을 한 후 칼로 베어 죽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도윤은 기본적으로 그 기록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설사 그 기록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건 순장의 풍속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무덤의 위치를 숨기기 위한 행동을 묘사한 것이라는 게 도윤의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 황제의 시신은 은밀하게 무덤으로 이동되어야 하는데, 중간에 운구 행렬과 마주친 재수 없는 몇몇 사람들이 비밀을 지키기 위한 병사들의 칼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거라는 뜻이다.
순장의 풍속은 없지만, 칸이 애지중지하던 물건은 그가 죽은 다음에도 감히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손댈 수 없었다. 그런 금기를 가장 확실하게 관철시키는 방법은 칸이 죽었을 때 그의 애장품들을 무덤에 함께 묻는 것이다. 도윤은 세 개의 황금 술병이 정말로 칭기즈칸에게 바쳐진 보물이라면 원래는 그의 무덤에 함께 묻혔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술병들은 버젓이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건 도윤의 짐작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강력한 증거였다. 하지만 술병을 얻은 뒤에 확인한 잔류 기억의 영상은 술병이 마차에 실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다만 영상이 너무 흐리고 토막토막 나 있었기 때문에 그가 기를 쓰고 나머지 술병을 손에 넣으려고 애썼던 것이다.
“술병에 남아 있는 잔류 기억은 분명히 이것들이 원래 부장품으로 채택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 그럼 남은 문제는 이게 왜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남아 있느냐는 건데…….”
마지막에 술병만 부장품 목록에서 제외되었을 가능성은 없다. 이미 무덤까지 가지고 간 걸 막판에 빼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무덤으로 채택되었던 장소가 돌연 취소되었거나 누군가 이 술병을 묻지 않고 몰래 빼돌렸을 가능성이 남는다. 도윤은 마지막 가설이 가장 현실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다.
“이유를 밝히는 게 쉽지 않겠어. 그래도 그건 일단 나중 문제야. 더 시급한 건 영상에서 보았던 분지를 찾아내는 거야. 도대체 거기가 어디지?”
도윤이 영상에서 봤던 주변 풍경만으로는 분지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가 없었다. 아마 오랜 시간을 들여 현장 부근을 샅샅이 뒤지면서 눈으로 확인해야만 칭기즈칸의 무덤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도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당장은 콜롬비아로 가는 게 더 급한 일이지.”
이미 광물 탐사 허가를 받았고 비에코 직원들도 두 명 지원받기로 했다. 이라크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었으니 더 이상 그 일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었다.
* * *
“이번에는 콜롬비아라고요? 형 아무래도 국제적인 역마살이 낀 거 아니에요?”
석훈은 도윤이 콜롬비아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자마자 울상부터 지었다. 녀석은 며칠 전 진짜로 외박을 했다. 눈치를 보니 조민아와 만리장성을 쌓은 것 같았는데 입이 가벼운 녀석도 그 일에 대해서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한창 알콩달콩 연애 중인데 또 다시 장기간 한국을 떠나야 한다니까 영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석훈아. 콜롬비아는 위험한 나라야. 네가 없으면 누가 날 지켜 주겠냐?”
“허이구. 저번에 이라크에서 총 쏘는 거 보니까 예전 솜씨 그대로던데요? 형이라면 나 없이도 혼자 잘 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조금 더 자신을 믿어 보세요. 긍정적인 삶! 알죠?”
도윤은 피식 웃었다. 긍정적인 삶? 이 자식이 어디서 약을 팔아?
“나야 물론 나를 믿지. 근데 네가 날 경호하지 않으면 현소 화랑에 몸을 담고 있을 필요가 없잖아? 조민아 씨하고 결혼하려면 직장에 잘 붙어 있어야 하지 않겠냐?”
“경호보다는 형이 만들 재단 일을 도우는 게 주가 될 거라면서요? 내가 그것 때문에 요즘에 얼마나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미국 출장이라면 당장이라도 갈게요.”
“석훈아. 네 말도 맞긴 하지만 문제는 재단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날 지키는데 더 신경을 써야지 안 그래?”
석훈의 얼굴이 진짜 울 것처럼 변했다. 물론 녀석도 도윤이 외국으로 나가면 자신이 함께 가야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총격전까지 겪은 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치안 상태가 엉망인 나라로 가야 한다니까 새삼 불안한 모양이었다.
“내 인생은 형이 아니라 민아를 지키기 위한 건데…….”
“조민아 씨는 네가 지킬 필요 없어. 명색이 보안 요원이잖아? 무술 실력도 뛰어나고.”
내가 장담하는데 너희 둘이 결혼하면 분명히 조민아 씨가 널 지키며 살게 될 거다. 결국 두 사람은 일주일 뒤 다시 인천 공항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오윤수와 장은서를 잠시 만난 뒤 곧바로 콜롬비아로 향할 예정이었다. 다른 일이 없다면.
“응우옌 티엔 동입니다. 그냥 티엔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도안 반 푸엉입니다. 저는 도안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도윤과 석훈이 보고타의 엘도라도 국제공항에 내리자 미리 현지에 와 있던 두 명의 베트남 기술자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두 사람 모두 비에코에서 일하던 베트남 직원이었는데, 도윤의 부탁을 받은 권두철이 이번 일을 위해 특별히 골라서 보내준 사람들이었다.
처음 그로부터 직원 파견 요청을 받았을 때 권두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 직원이 아니라 베트남 직원을 보내달라고? 나야 상관없지만 그래도 되겠어?”
“네. 대신 한국어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영어에 능숙해야 돼요. 일을 해야 할 곳이 콜롬비아거든요. 영어까지 못하면 여기서 의사소통이 안 될 거예요.”
“알았어. 스페인어라면 몰라도 한국어하고 영어를 둘 다 잘 하는 사람들로 보내줄게.”
“그런 사람이 있어요?”
“여기 사람들이 요즘 얼마나 지독한지 모르지? 원래부터 영어에는 능숙했는데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어도 악착같이 배웠어. 꽤 고급 인력이니까 대우 잘 해줘라.”
도윤은 일부러 한국 직원들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땅 밑에서 꺼내야 할 물건이 석탄이 아니라 그림과 금괴, 채권 등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한국 직원들이 현장에 있으면 오히려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 베트남 직원들이라고 해서 더 믿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 소문이 퍼질 염려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엘도라도 공항에서 처음 만난 티엔과 도안은 둘 다 첫 인상이 좋았다. 두 사람은 느닷없이 콜롬비아로 발령 난 게 불만스러울 텐데도 싹싹한 태도로 도윤과 석훈을 맞았다. 심지어 미리 부탁해 놓았던 일도 생각보다 잘 처리해 놓은 상태였다.
“포크 레인과 굴착기 등을 비롯해서 트럭까지 모두 메디안으로 보냈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말씀하신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탐사 장비는 워낙 고가라서 저희가 직접 싣고 가기로 했습니다. 말씀만 하시면 언제든지 출발 가능합니다.”
형식상으로는 광물 탐사와 채굴이 목적인 사업이었기 때문에 원래는 탐사 장비가 먼저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아무리 어디를 파낼지 훤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주변 지질을 확인하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윤은 자신이 없는 동안에는 일체 탐사를 시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놓았다.
‘그러다가 동굴 속에 파묻힌 금괴가 장비에 반응하면 큰일이잖아.’
도윤은 이번 일을 질질 끌 생각이 없었다. 그는 되도록 빨리 거짓 탐사를 끝내고 곧바로 동굴이 있던 자리를 파내려 갈 작정이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했는데, 그 때문에 뉴욕에 들렀을 때 남들 모르게 소더비의 까미유를 만나야 했다.
* * *
콜롬비아에 오기 전, 뉴욕에 먼저 도착한 도윤은 오윤수와 장은서 장찬수 부녀를 만난 뒤 은밀하게 소더비의 까미유를 따로 만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반가운 재회를 한다는 생각으로 약속장소에 나왔던 까미유는 도윤의 말에서 대뜸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도난당한 미술품이 발견되면 어떻게 되냐는 거죠? 그걸 미국으로 들여오는 게 문제라는 거예요? 이 박사가 가지는 게 아니라?”
“네. 아시다시피 아프리카나 남미의 경우에는 치안이 불안한 뿐만 아니라 정부 자체가 막장을 타는 경우가 적지 않잖아요. 그리고 훔친 물건은 당연히 주인에게 돌려줘야죠.”
“흐음, 법적인 부분을 묻는 거예요, 아니면 현실적인 얘기를 듣고 싶은 거예요?”
“둘 다요.”
까미유는 도윤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뭔가 느낌이 이상한 듯 코를 찡긋거렸다.
“좋아요. 무슨 뜻으로 그런 걸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대답해 드릴게요. 일단 법적으로는 공소 시효가 지난 도난 물품은 되찾기 어려워요. 원래의 소유자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도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설사 그 미술품들이 불법적인 방법에 의해 외국으로 반출된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에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면요?”
“그럼 당연히 당당하게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요. 그 물건들의 공소 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 거예요?”
“가정이에요, 가정. 진짜로 그런 게 있다는 게 아니라. 은근슬쩍 넘겨짚으시네.”
말을 하면서도 도윤의 머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그가 알기로 가드너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미술품들은 아직 공소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 절도죄에 대해서는 면책이 되지만 장물 은닉죄가 여전히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굴 안에서 가드너 미술관의 그림들이 발견될 경우 미술관과 미국 정부는 합법적으로 그것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뭔가 생각하는 듯한 도윤의 얼굴을 살피던 까미유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가장 골치 아픈 경우는 미술품이 발견된 나라의 정부가 그것을 돌려주지 않으려 할 때에요. 물론 그러면 미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외교적 압박을 가하겠지만 그게 꼭 효과를 본다는 보장은 없어요. 차일피일 시간이 미뤄지다가 반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에요. 돌려받더라도 적잖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르고요.”
“개인적으로 몰래 그 나라 밖으로 빼돌리는 거는요? 역시 어렵겠죠?”
“당연히 어렵죠. 한두 점만 해도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이 박사 말대로라면 작품의 수가 제법 많을 거라면서요? 그 정도 되면 외교 행낭 같은 걸 쓸 수도 없어요. 잘못하면 국제적으로 욕을 먹을 수도 있어요.”
“그럼 작품을 발견해도 빼내올 방법이 없다는 건가요?”
“아주 없지야 않죠. 미국 정부가 마음먹고 나서주기만 한다면.”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정부가 주도해서 밀수를 한다는 거죠. 특히 도난당한 물건이 남미에 있으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져요. 남미의 공항들 중에는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곳이 많거든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정부가 직접 나서려면 그만한 가치와 이득이 보장되어야 할 거에요. 얼마나 큰 이득이 보장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태도도 달라지겠지요.”
그렇단 말이지? 도윤은 고민 끝에 결국 조금 더 적극적인 도움을 부탁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번 일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무난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혹시 잘 아는 정부 관리가 있으세요?”
도윤의 물음에 까미유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소더비의 주요 고객들은 대부분 정재계의 주요 인물들이에요. 한 점에 몇 십만 달러가 넘는 작품들을 척척 사들이는 사람들이 그럼 보통 사람들이겠어요?”
그렇지. 하지만 돈이 많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인격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도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까미유에게 은밀한 부탁을 했다.
“혹시 잘 아는 정부 관료가 있으면 한 명만 소개해 줄 수 있어요?”
까미유의 얼굴에 맺힌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정부 관료라……. 그러니까 이 박사가 외국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 그 상황이 해결되면 미국 정부에 큰 이득이 될 수 있는 그런 경우에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어, 조금 장황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정확하게 정리를 하셨네요.”
“조금 기다려 보세요. 알아보고 연락 드릴게요.”
이틀 뒤, 까미유는 도윤에게 문자로 전화번호 하나를 보냈다.
“직책은 밝힐 수 없고 CIA에 있는 사람이라고만 알아두세요. 그 번호로 연락해서 클레이튼 커쇼를 찾으면 될 거에요. 물론 본명이 아니라는 건 아시겠죠?”
본명이 누구든 까미유가 소개시켜준 사람이 야구팬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