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회사에서는 이번 일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시키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에 우리 요원들이 네 대의 트럭을 몰고 호텔 근처로 올 거예요. 그 차를 타고 곧바로 현장으로 가서 물건을 옮겼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습니까?”
회사라는 건 CIA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윤은 아담스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일이 빨리 진행될수록 좋지요. 언제라도 상관없습니다.”
삼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담스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트럭이 호텔 근처에 도착했다는 연락이었다. 아담스와 함께 호텔을 나선 도윤은 네 대의 트럭 가운데 선두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있는 보이드 국장을 발견했다. 그는 보이드의 차에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미국으로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에스코바르의 창고에 함께 가실 겁니까?”
보이드 국장이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 여기까지 왔으니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직접 지휘하기로 했소. 당신이 길을 안내해야 하니 내 옆에 타시오.”
도윤이 국장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차가 출발했다. 그는 중간 중간 메데인 인근의 동굴로 가는 길을 운전사에게 일러주면서 보이드 국장에게 말을 걸었다.
“CIA에서 생각보다 빨리 결정을 내려서 놀랐습니다. 어쩌면 호텔에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니면 우리가 당신을 붙잡아서 에스코바르의 창고가 있는 곳을 불라고 협박하거나?”
도윤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않을 거라 믿기는 했지만 솔직히 걱정을 한 건 사실입니다.”
“당신이 느끼기에는 결정이 빨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부에서도 나름대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소. 10억 달러가 넘는 돈이 걸린 큰 건이 아닙니까? 게다가 그곳에 있다는 미술품들은 어차피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라도 세상에 공개해야 하오. 그러면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 수밖에 없을 테니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될 게 많았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아직 모르오. 누구에게 얼마나 이익이 될지는 창고를 확인한 다음에 알 수 있겠지. 우리의 믿음은 아직 견고하지 않습니다.”
네 대의 트럭은 메데인 인근의 산길을 거슬러 올라간 끝에 호텔을 떠난 지 두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동굴이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티엔과 도안을 확인한 보이드 국장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한 명이 더 있을 텐데요? 안석훈 씨는 어디 갔습니까?”
도윤이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친구는 오늘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LA로 갔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서울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겠군요. 여행 시간이 제법 길기는 하겠지만 제가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끊어줬으니까 그다지 불편한 여행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동료를 미리 빼돌렸다는 거요? 혹시 물건도 함께 가지고 간 겁니까?”
“동료만 빼돌렸지 물건에는 손끝하나 대지 않았으니 안심하십시오.”
“왜 여기서 기다리지 않은 겁니까? 이 박사는 나와 CIA를 완전히 믿지 않으셨군요.”
“피차일반이지요. 국장님 입으로 우리의 믿음은 아직 견고하지 않다고 하셨잖습니까? 저로서는 제 나름대로의 보험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안석훈 씨를 먼저 한국으로 보냈다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그렇습니다. 그 친구는 처음 창고를 발견하고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찍은 동영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공을 들여 감정하고 작성한 미술품 목록도 함께요. 며칠이 지나도 저한테서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그게 세상에 공개될 겁니다. 아무리 CIA라고 해도 세상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장악한 건 아니겠지요?”
“확실히 이 박사와 우리 사이의 믿음은 견고하지 않군요. 아쉽습니다.”
“그런 보험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의 믿음이 빨리 두터워지기를 바랍니다.”
보이드 국장은 냉소를 흘리면서도 더 이상 석훈이 먼저 떠난 문제를 따지지 않았다. 대신 어디론가 전화를 한 통 걸었다.
“국장이다. 안석훈의 사진 가지고 있지? LA와 서울 지사에 연락해서 그 얼굴을 가진 사람이 공항을 이용했는지 CCTV를 확인해. 여권은 어떤 걸 썼는지도 체크하고, 공항에 도착하면 수화물과 소지품을 샅샅이 뒤져.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는 모조리 압수하고. 그리고 그림이나 채권, 금괴, 보석 가운데 무엇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바로 체포해.”
전화를 끊은 보이드 국장은 어떠냐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도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었지만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무슨 재주로 위조 여권까지 만들겠어? 그리고 동영상이라면 벌써 전송했지 여태 가만히 있었겠냐?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석훈은 아마 콜롬비아를 떠나기도 전에 이미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에 있던 동영상 자료를 전송했을 것이다. 설사 콜롬비아의 열악한 인터넷 사정 때문에 그러지 못했더라도 대부분의 항공사는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무제한의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게 만약을 대비해서 석훈에게 굳이 퍼스트 클래스 표를 끊어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 * *
보이드 국장과 CIA 요원들은 도윤과 함께 동굴 내부를 확인하고는 하나같이 입을 떡 벌린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림에 대한 안목이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한 그들로서는 두 개의 컨테이너를 채우고 있는 미술품들의 진정한 가치를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50개가 넘는 상자 안에 가득 담긴 금괴는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 이게 정말 모두 순금이라는 말입니까?”
폴 아담스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금덩어리는 기껏해야 1Kg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상자에 담긴 금괴들은 가장 작은 것만 해도 1Kg이었다. 황홀하게 반짝이는 금괴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보물 창고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도윤도 처음 금괴들을 보았을 때 비슷한 심정이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미술품을 제대로 감정하려면 금의 순도를 가늠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99퍼센트 이상의 순도를 지닌 순금이 맞습니다.”
“보석들은요? 여기 있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들도 모두 진짜입니까?”
“전부 진짜입니다. 보석의 시세에 대해서는 저도 정확하게 모르지만 일단 이것들이 유리나 수정으로 만든 가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해요.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압니다.”
“세상에! 그럼 이게 전부 얼마입니까?”
아담스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도윤이 아니라 보이드 국장이었다.
“금괴가 대충 5억 달러 이상. 보석까지 합하면 이 상자와 가방에 들어있는 것들만 따져도 7억 달러는 충분히 넘을 거야. 거기에다 저 컨테이너 안에 든 그림들의 가격을 합치면…….”
그는 말끝을 흐렸다. 솔직히 말하는 그도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가드너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그림들의 시세를 3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거기에 컨테이너에서 발견된 150점이 넘는 다른 미술품들 중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명작들이 적지 않게 섞여 있었다. 그것들의 가격까지 합하면 이 미술품들의 가치는 도윤이 말한 10억 달러 이상이 아니라 거의 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여기 있는 미술품들이 모두 진품이라는 전제하에서만 할 수 있는 얘기였다. 미리 독자적인 감정을 끝낸 도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에스코바르는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상당히 부족했던 게 분명해. 그걸 알고 누군가 가짜를 많이 소개했던 모양이네. 진작만 따지면 시세 총액이 8억 달러 정도밖에 안 돼.’
물론 그것만 해도 엄청난 액수가 틀림없지만, 에스코바르가 이 물건들을 모두 제 돈을 주고 샀다면 최소한 몇 억 달러를 사기 당했다는 뜻이 된다. 마약왕은 나름대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서 미술품들을 사들였겠지만, 안목이 없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이 정도면 저도 저 가방 안에 든 채권을 가질 자격이 되겠죠?”
도윤이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던 조그만 사무용 가방 하나를 가리켰다. 아담스가 가방을 열자 안에서 액면가 100만 달러짜리 미국 국채 100장, 총액 1억 달러어치의 유가증권이 나왔다. 아담스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한 장만 가질 수 있어도…….
보이드 국장은 인상을 슬쩍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도윤은 시세 총액의 10퍼센트를 대가로 원했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물건들의 가치를 생각할 때, 그가 저 채권을 모두 가진다고 해도 실질적인 보상액은 5퍼센트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는 도윤이 요구한 그림과 불상의 가치가 저 채권보다 클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저 가방은 이 박사의 것입니다. 그림과 불상과 함께 말이지요. 직접 운반하시겠습니까?”
보이드 국장의 말에 도윤이 공터에 서 있는 트럭을 가리켰다.
“제 물건들은 저 트럭에 실어서 공항으로 직접 가져가겠습니다. 화물을 뉴욕에서 서울로 보낼 때 양국의 세관 검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힘써 주겠다고 하신 약속을 잊지 마십시오. 그것만 확실히 처리해 주시면 이 일과 관련된 공은 온전히 CIA의 것이 될 겁니다.”
“물론입니다. 누구도 물건을 확인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오.”
물건이 확인되자 보이드 국장의 지휘 아래 동굴 안에 있던 물건들이 차곡차곡 밖에 있는 트럭으로 옮겨졌다. 금괴가 실린 상자들의 무게가 상당해서 CIA 요원들이 꽤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싣는데 가장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컨테이너 안에 있던 그림들이었다. 양이 많기도 했지만 손상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며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밤 아홉 시경부터 시작된 적재 작업이 모두 끝났을 때는 이미 새벽이 가까워져 있었다. 도윤은 다른 것보다도 금동 불상을 옮기는데 유난히 공을 들였는데, 그의 트럭 옆에는 불상을 넣을 커다란 나무 상자와 빈 공간을 채울 충격 방지용 충전제까지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이드 국장이 날카로운 눈으로 계속 쳐다봤다.
적재 작업이 모두 끝나자 폴 아담스가 앞으로 진행될 계획을 설명했다.
“공항으로 가면 우리가 준비한 화물기가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거기에 화물을 모두 실으면 여러분도 그 비행기를 함께 타고 뉴욕으로 갈 거예요. 뉴욕에서 서울과 하노이까지 가는 항공편은 원하시는 날짜에 맞추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뉴욕에는 며칠이나 계실 겁니까?”
도윤은 뉴욕 체류 일정을 묻는 아담스에게 고개를 내저었다.
“뉴욕에 도착하면 공항이나 그 근처 호텔에서 대기할 테니까 가급적 빠른 비행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왕이면 퍼스트 클래스 좌석이면 좋겠는데, 그 정도는 가능하겠죠?”
“물론입니다. 그렇게 준비해 놓겠습니다.”
아담스가 얘기를 끝내고 등을 돌리는데 갑자기 보이드 국장이 CIA 요원 한 명을 데리고 도윤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직 상자에도 넣지 않은 금동 불상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할 게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그의 말투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도윤의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확인이요? 이제 와서 뭘 또 확인하겠다는 말입니까?”
“그 불상 말입니다, 상당히 크네요? 제가 알기로 저렇게 금속으로 만든 조형물은 보통 속이 비어 있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 크기의 불상이면 안에 공간이 제법 넉넉하겠죠?”
보이드 국장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도윤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제가 이 안에 뭔가를 숨겼을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어떻게요? 그러려면 불상을 뜯어내고 안에 물건을 넣은 다음에 다시 이어 붙여야 합니다. 직접 보세요. 이 불상들에 뭔가를 이어붙인 흔적이 남아 있습니까? 의심이 너무 지나치시군요.”
그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보이드 국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글쎄요? 그게 과연 지나친 걸까요? 제가 가진 정보에 의하면 이 박사께서는 한때 중국에서 미술품 복원을 공부하신 걸로 되어 있더군요. 천재 감정가의 솜씨라면 한 번 뜯어낸 흔적을 감쪽같이 숨기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말씀을 함부로 하시는군요.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CIA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끔씩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도 함부로 해야 할 때가 있지요.”
보이드 국장이 눈짓을 하자 함께 있던 CIA 요원이 다짜고짜 불상에 달려들더니 두 손으로 팔 한쪽을 힘껏 잡아당겼다. 티엔과 도안이 비명을 지르면서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불상의 팔은 순식간에 뜯겨나가고 말았다. 팔이 떨어져나간 자리로 텅 빈 공간이 모습을 드러났다. 도윤은 불같이 분노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어떻게 문화재를 이딴 식으로 함부로 다룰 수가 있어요? 아시아에 있는 작은 나라의 불상 정도는 부서져도 좋은 쓰레기로 보이십니까?”
보이드 국장은 도윤의 말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달려들려는 도윤을 CIA 요원이 붙잡고 있는 사이, 그는 플래시로 불상의 속을 살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불상 안이 먼지 한 톨 없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석고상처럼 굳은 얼굴로 플래시를 껐다.
자신을 붙잡은 요원을 뿌리친 도윤이 조용히 물러나려는 보이드 국장의 어깨를 잡았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시원하세요? 아무리 CIA 국장이라고 해도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보고 있던 아담스가 얼른 뛰어와 도윤을 떼어놓으며 사정했다.
“죄송합니다. 국장님이 이번 일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하셨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도윤이 화가 나서 벌개진 얼굴로 노려봤지만, 민망함에 고개를 숙인 보이드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 그를 아담스가 화물을 적재한 선두 차량으로 억지로 끌고 가서 태웠다.
“이 박사님도 그만 화내시고 얼른 출발합시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어요.”
아담스가 간곡하게 달래는 말에 도윤이 금동 불상을 나무 상자 안에 넣고 충전재를 채우고 있는 티엔과 도안을 힐끗 쳐다봤다.
“먼저 출발하세요. 잘난 당신네 국장님 덕분에 우린 아직 포장 작업도 못 끝냈어요.”
“기다릴 테니 얼른 끝내세요. 다함께 같이 공항에 도착해야 화물 처리하기가 쉽습니다.”
아담스는 다시 한 번 사과를 한 뒤 보이드 국장이 탄 트럭에 올랐다. 이번에는 그쪽을 달래려는 모양이었다. 다른 CIA 요원들도 민망한지 차마 도윤이 있는 쪽을 쳐다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화물을 모두 싣자마자 서둘러 차에 올랐다. 도윤 일행이 불상 포장을 마치고 차에 오른 것은 그로부터 몇 분 뒤였다.
네 시간 후, 콜롬비아의 호세 마리아 코르도바 공항 활주로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던 미국 화물기 한 대가 뉴욕을 향해 이륙했다. 화물기가 떠난 공항 주차장에는 도윤이 타고 왔던 빈 트럭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가 메데인에서 렌트한 것이었다.
그날 저녁, 미리 연락을 받은 렌트카 회사 직원이 트럭을 찾으러 공항 주차장으로 왔다. 그는 트럭을 가져가기 위해 차문을 열었다가 황당한 상황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이거 조수석 시트가 어디 갔어? 왜 시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나무판만 하나 덜렁 있는 거야? 어느 놈이 트럭 시트를 훔쳐갔어?”
화를 내던 그는 시트 대신 놓여 있는 얇은 합판 위에 봉투가 하나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100달러짜리 지폐 다섯 장이 들어있었다. 사라진 시트 값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