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남들이 만약 오늘 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알면 뭐라고 할까? 저 친구도 평생 잘난 척 하더니 옷 벗을 날이 얼마 남지 않으니까 돈 앞에서는 역시 별 수 없다 그러겠지?’
약속 장소인 호텔 커피숍에 들어서던 박상하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전화를 건 사람이 미래 그룹 일가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이세준의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아가씨라는 얘기에 더 호기심이 갔다. 어떤 아가씨일까? 한두 시간 뒤면 그칠 비를 핑계로 굳이 골프 약속을 취소한 게 과연 잘한 일일까?
‘내가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졌구나. 만나보면 알게 될 일을 가지고…….’
그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버리고 커피숍 직원의 안내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뵙겠습니다. 청파 갤러리에서 실장으로 있는 최서라라고 합니다.”
미리 와 있던 이십대 중후반의 젊은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인사를 했다. 화려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절로 가슴이 떨리게 할 만큼 단아한 미모를 갖춘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외모와 인상은 일단 합격. 박상하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박상하입니다. 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최서라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자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칸막이에 의해 다른 좌석들과는 분리되어 널찍한 별실이나 마찬가지인 공간. 한쪽 벽이 몽땅 창으로 되어 있어 비에 젖은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였다.
‘물어보나마나 아무나 예약할 수 있는 곳은 아니겠군.’
두 사람이 자리에 앉고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 최서라가 입을 열었다.
“공무에 바쁘실 텐데 지검장님을 이렇게 나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주말에 무슨 공무가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서울 중앙지검장이라는 자리는 아무나 부른다고 해서 쉽게 움직일 정도로 가볍지 않다. 속으로는 호기심 운운했지만 박상하도 최서라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게 적지 않았다. 옥스포드에서 미술사로 석사를 받고 소더비 아카데미에서 예술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인재. 미래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 회사나 마찬가지인 청파 갤러리의 유력한 후계자.
“외람된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검찰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혹시 퇴임 후에 저희 갤러리와 인연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뵙자고 했습니다.”
“저희 갤러리라면 청파 갤러리 말입니까?”
“네. 청파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법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언제나 능력 있는 조력자가 필요해요.”
박상하는 최서라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멀쩡히 현직에 있는 지검장을 앞에 두고 퇴임 이후를 거론하는 건 굉장히 결례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자신이 조만간 옷을 벗게 될 거라는 건 이미 알 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실장님의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그걸 최수아 관장님의 뜻으로 봐도 될지 모르겠군요.”
“물론이에요. 고모뿐만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허락까지 받았으니까요.”
“최인탁 회장님도 저를 영입하는데 찬성하셨다고요?”
“네. 지검장님의 영입을 처음 제안한 건 저였지만 두 분 모두 흔쾌히 승낙하셨어요.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지검장님께 그런 말씀을 드리겠어요.”
박상하는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자신을 영입하는 문제를 놓고 미래 그룹 회장까지 관심을 보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인정을 받는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저들이 단지 자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벌써부터 자리를 제안하는 걸까?
“저도 외람된 말씀을 한 마디 드려야겠군요. 최 실장님께서 현소 화랑의 도윤, 아니 이도윤 팀장하고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저에게 고문 변호사 자리를 제안하는 게 현소 화랑에 대한 수사하고 연관이 있습니까?”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연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제가 지검장님께 아주 두둑한 연봉을 제안하면 현소 화랑에게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나요?”
박상하가 비틀린 미소를 입에 물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검사를 그만두는 즉시 죄수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래도 없는 죄를 일부러 만들어서 기소하지는 않으시겠죠?”
박상하의 미소가 쓴웃음으로 변하더니 그의 시선이 잠시 창밖으로 향했다가 돌아왔다.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지금까지 검사 생활을 하면서 있는 죄를 덮어준 적은 몇 번 있습니다. 검사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줄은 알지만 어떤 죄는 굳이 처벌할 필요가 없을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맹세컨대 없는 죄를 만들어서 기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 현소 화랑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요. 거긴 죄가 없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은 종종 배신을 당하지요. 검찰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슬픈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내가 너무 세게 말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우려는 이어진 최서라의 말에 의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저는 이도윤 팀장님을 믿는 게 아니에요. 이세준 대표님과 현소 화랑을 믿는 거죠. 갤러리에서 일하다 보면 다른 갤러리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게 돼요. 지검장님도 한 번 알아보세요. 미술계에서 현소 화랑이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그럼 제 말에 동의하실 거예요.”
“죄를 지었으니까 범죄자인 겁니다. 범죄자가 죄를 지은 게 아니라. 누구나 법을 어기기 전까지는 선량한 시민이지요. 하지만 과거의 평판이 현재의 결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최서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백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서 박상하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박상하가 실소를 터트렸다. 그가 종이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첫해 연봉 30억에 5년 임기 보장. 두 번째 해부터도 매년 연봉이 5억이면 상당히 괜찮은 조건이군요. 이걸로 저한테 원하시는 게 정확히 뭡니까?”
최서라가 의혹이 가득한 박상하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지검장님 정도면 관례에 따라 퇴임하고 1년 정도 전관예우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첫 해 연봉을 거기에 맞게 책정했어요. 전체적인 조건을 대형 로펌 못지않게 맞췄으니까 저희가 대우를 소홀히 해드리는 건 아닐 거예요.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셨죠? 제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한대길 의원을 비롯해서 이번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검장님께서 그 사람들의 압력을 막아주세요. 수사가 오로지 증거와 증언에 입각해서 정의롭고 공평하게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에요.”
박상하의 눈이 약간 커졌다. 그는 묘한 눈빛으로 최서라를 쳐다보다가 씩 웃었다.
“아주 교과서적인 얘기군요. 정말 바라는 게 그것밖에 없습니까?”
“만약 현소 화랑이 기소되어서 부정할 수 없는 증거와 증언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그때에도 오늘 드린 제안은 여전히 유효해요. 그건 지검장님이 정직하고 능력 있는 분이라는 뜻이 될 테니까요.”
박상하는 서른도 되지 않은 아가씨의 도덕책 같은 말에 감동을 받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그러나 솔직히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건 사실이었다. 세진이 녀석, 잘 하면 괜찮은 며느리를 얻겠군. 짧지 않은 대화를 통해 그녀가 진짜로 현소 화랑을 굳게 믿는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최서라 쪽으로 슬쩍 밀었다.
“만약 현소 화랑에 대한 수사, 혹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에도 이 제안을 다시 해 주신다면 그때 가서 진지하게 고려해 보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아직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종이가 보였다. 문득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첫 해 연봉 30억이라……. 확실히 나쁘지 않은 대우이기는 하군. 그것도 양심을 파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걸 지켜달라는 조건이라니.
* * *
검찰이 현소 화랑을 압수 수색한 사건은 비록 단 하루에 불과하지만 주요 신문의 일면을 장식했다. 그 뒤로도 며칠 동안 언론을 통해 짧은 보도들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미술계 인사를 제외한 일반인들의 관심에서는 빠르게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또다시 한성 옥션에 대한 압수 수색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여파가 크고 길었다.
―미술계의 추악한 실상. 이대로 괜찮은가?
―예술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화랑들의 맨얼굴―속는 게 바보인 미술품 시장. 제도적인 대책 시급.
아직 검찰의 수사는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기자들은 마치 국내 화랑 전체가 사기와 협잡으로 얼룩진 범죄의 소굴인 것처럼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국내에서 제일 큰 경매 회사가 압수 수색을 당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 바람에 서울 중앙지검의 전화기는 잠시도 쉴 새가 없었다.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문제는 한성 옥션 사건이 조금 더 뒤에 터지는 바람에 사람들의 비난도 주로 그쪽으로 쏠렸다는 점이었다. 현소 화랑이 전통 있는 중견 화랑이기는 하지만 국내 제일의 경매 회사인 한성 옥션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 탓도 컸다.
더구나 현소 화랑이 주로 기획 전시를 통해 화랑을 직접 찾아온 손님들에게 미술품을 파는 것과는 달리, 한성 옥션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공개 경매를 통해 작품을 파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전문 화랑보다는 경매 회사의 비리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일이 왜 이렇게 된 거야?”
당연히 한대길은 노발대발했다. 그는 공개적으로는 입을 열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했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국회의원들을 계속 부추겼다. 그 바람에 국회에서도 연일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한대길이 소속되어 있는 여당 측의 공세가 강했다. 집권 여당이 다른 곳도 아니고 검찰을 대놓고 비판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검찰의 섣부른 수사로 인해서 미술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미술품 거래가 뚝 끊어지는 바람에 그렇잖아도 가난한 화가와 조각가들이 당장 굶어죽게 생겼어요. 경제 수준에 걸맞은 문화 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오히려 뚜렷한 증거도 없이 국내 제일의 옥션을 압수 수색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 장관 등이 계속 국회에 불려나가 강도 높은 대정부 질의에 시달려야 했다. 상황이 그렇게 변하자 직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검사들만 죽어났다.
“우리 지검장님은 오히려 가만히 있는데 사방에서 온통 난리야. 누구는 철저히 조사하라 그러고, 누구는 당장 수사를 중지하라 그러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특수부에 소속된 조명근이 도윤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한성 옥션에서 압수한 그림들을 감정하기 위해 매일 중앙지검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열심히 일해. 양쪽 비위를 다 맞춰주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잖아? 그럼 빠른 시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기소를 하든 포기를 하든 결정을 하는 수밖에 없지.”
“우리 마음대로 일찍 끝낼 수도 없어. 어차피 지검장님이 수사 기간을 한 달로 못박아놨으니까 그 전까지는 끝내고 싶어도 못 끝낸다고. 그나마 그 양반이 재촉하지 않는 게 어디냐? 안 그랬으면 특수부 검사들이 모두 미이라처럼 빼빼 말랐을 거야.”
“다이어트도 되고 좋겠네. 형도 이 기회에 살 좀 빼지?”
“야 인마. 살은 운동을 해서 빼야지 스트레스 받아서 빠지면 오히려 일찍 죽어.”
“알았으니까 자꾸 찾아와서 내 살까지 빼지 말고 얼른 수사나 열심히 해. 아직 위조범들도 다 못 잡아들였다면서? 그런데 한가하게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어?”
도윤은 쓸 데 없이 그림을 보관해 놓은 창고까지 와서 푸념을 늘어놓는 조명근을 쫓아버렸다. 분위기를 보니 그나마 지검장이 외부 압력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온갖 사람들이 담당 검사들을 찾아와 이런저런 간섭을 했을 게 분명했다.
“나야 일찍 끝내라고 하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잖아?”
도윤은 창고에 즐비하게 늘어선 각종 미술품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특수부에서 한성 옥션으로부터 압수해 온 미술품들은 사실 현소 화랑에서 가져온 것들보다 수가 적었다. 한성 옥션에서 소장한 작품이 적은 게 아니라 그만큼 현소 화랑의 소장품 개수가 많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진작과 위작을 가려내는 것뿐이라면 도윤에게는 마치 바둑판에서 검은 돌과 하얀 돌을 골라내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었다. 사실 감정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그는 창고에 있는 모든 작품에 대한 감정을 끝냈다. 지금은 위작이 왜 위작인지를 남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게 가장 어려웠다.
어떤 사람에게는 느리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 깜짝 할 사이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 한 달 동안 검찰에서 압수했던 작품들 대부분이 원주인에게 반환되었다. 범죄의 증거로 법원에 제출할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되도록 빨리 소유주에게 돌려주라는 박상하 지검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전시헌 차장이 지휘하는 특수 3부에서 마지막까지 남겨둔 미술품은 모두 열세 점이었다. 처음 압수했던 작품의 5%도 안 되는 적은 수였지만 그것들이 모두 위작으로 밝혀지면 그것만으로도 한성 옥션은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했다.
강일환 차장은 이른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무려 스물다섯 점을 법원에 제출할 증거 물품으로 빼놓았다. 처음 현소 화랑에서 압수한 작품이 한성보다 많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수였다. 강일환의 형사 6부는 현소가 위작뿐만이 아니라 불법 거래를 통해 얻은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할 생각이었다.
초조한 가운데 검사들을 미치도록 바쁘게 만들었던 한 달이 지나고 어느덧 공개 검증의 날이 밝았다. 서울 중앙지검 강당에 오늘 검증에서 제출될 작품들이 양쪽으로 차곡차곡 늘어섰다. 강당 전면의 단상에는 경매 때 하듯이 대형 모니터와 이젤이 놓였다. 실내에는 담당 검사들뿐만이 아니라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진 다른 검사들도 적지 않게 모였다.
“이 대표님 끈기가 생각보다 대단하시던데요? 하지만 우리 한성을 건드린 건 실수한 거예요. 오늘 그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가르쳐 드릴게요.”
한성 옥션을 대표해서 강당에 모습을 드러낸 성진아가 약간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이대표를 향해 독기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발끈하며 한 소리하려는 서연희를 다독거려 진정시킨 이세준이 희미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한성하고는 선대 어르신들 때부터 악연의 고리가 참 질기게 이어졌죠. 그거 오늘 끊어냅시다. 다음 대까지 이어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성진아가 살기어린 눈으로 이세준을 쳐다보려는 찰나, 강당 내에 갑자기 뜬금없는 인물의 등장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찰총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주세요.”
누구라고? 사람들이 모두 흠칫하며 놀라는 사이, 강당 문이 열리면서 반백의 머리를 한 중년 남자 한 명이 몇 명의 일행과 함께 강당 안으로 들어섰다.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그는 현직 검찰총장인 안진휘 총장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