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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46화 (146/300)

146화

측천무후는 본래 당 태종의 후궁으로 궁궐에 들어갔다가 태종이 죽은 뒤에 아들인 고종의 첩이 된다. 당시 고종의 황후는 왕씨였고, 그녀의 라이벌은 무후가 아니라 숙비 소씨였다. 그러나 나중에 고종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후는 오히려 왕황후와 소숙비를 모조리 제거하고 황후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랬다가 결국에는 황제가 된 아들마저 폐위시키고 스스로 그 자리를 차지해서 국명을 주(周)로 바꾼다. 중국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여자 황제가 된 것이다.

고종과 무후의 관계에서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존재한다. 보통은 고종이 워낙 병치레가 잦은데다 성품까지 심약했던 터라 무후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종이 젊은 시절 보여주었던 능력을 토대로, 그가 사실상 배후에서 무후를 조종해 왕황후의 인척을 쳐낸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신라에 군대를 파견해서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게 고종이었으니까 결단력이 없는 황제였다고만 보기는 어려워. 당시에는 무후도 권력의 전면에 나서기 전이었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그가 말년에 보여주었던 모습은 확실히 무후의 치마폭에서 놀아났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했다. 무후는 ‘무미랑(武媚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만큼 용모가 아름다웠고, 성격 또한 강단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름대로 능력이 있었던 황제가 시간이 갈수록 마누라에게 그토록 고분고분해졌다는 건 정상적이지 않았다.

본래 황후의 권세는 그녀 자신의 힘이 아니라 황제의 아내나 다음 황제의 어머니라는 지위로부터 나온다. 또한 당나라 왕조는 여자를 가축이나 다름없는 소유물로 간주했던 북방 민족의 풍습을 일정 부분 물려받은 탓에 극도로 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무후는 황후가 되었을 때 주변에 믿을 만한 친척이나 배후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무후는 그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끝내 황제와 신하들은 물론이고 자기 아들들까지도 완벽하게 굴복시키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런 인간 같지 않은 카리스마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교수님은 무후의 그런 능력이 이 팔각금잔으로부터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도윤의 물음에 장 웨이닝 교수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학자지 미신을 믿는 사람이 아닐세. 고대의 신화나 전설에 흥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로 곤륜산에 서왕모가 살거나 제갈량이 기도로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고 믿지는 않아. 하지만 왕이푸 회장이나 당 고위 간부들 가운데 일부는 나와 생각이 다른 것 같아.”

“온라인 쇼핑센터의 경영자와 공산당 간부가 사람을 홀리는 술잔의 존재를 믿는다고요?”

“어떤 사람이 한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현명한 건 아닐세.”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신은 확실히 그런 술잔이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라스푸친의 목걸이나 척준경의 글씨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신기한 능력을 지닌 물건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으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장 교수처럼 생각하는 게 정상이었다.

“왕 회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신비한 술잔의 존재를 믿는 당 간부는 누군데요?”

장 교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쓸쓸한 미소를 짓기만 했다. 그는 찻잔 속의 차가 다 식을 때까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그만 일어서지? 졸업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늙은 선생을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마웠네. 차는 두고두고 잘 마시지.”

장 교수는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긴 지금까지 들은 얘기만 하더라도 과거에 아끼던 제자가 아니었으면 섣불리 입에서 꺼내지도 않았을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 도윤은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굴이 모두 끝나면 중국을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들러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장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참. 혹시 딩샤라고 기억하나? 자네 2년 후배인데 이번 발굴단에 합류했다더군.”

“아, 명단에서 봤습니다. 혹시 동명이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말로 후배였군요.”

“맞아. 학교를 졸업한 후에 영국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몇 년 전 귀국해서 국가문물국에 취직했어. 함께 일하게 됐으니 만나면 대신 안부를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연구실을 떠나 캠퍼스를 가로지르는데 어디선가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와 한 차례 몸을 감싸고 사라졌다. 오랜만에 찾는 모교의 담벼락에 어느새 건조한 북경의 가을이 몸을 기대고 있었다.

* * *

다음날 오후 한 시, 왕이푸 회장은 정확하게 약속 시간에 맞추어 호텔 정문으로 차를 보냈다. 북경에 도착하던 날 만났던 젊은 아가씨가 이번에도 도윤과 석훈을 데리러 왔는데, 그녀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급 중식당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왕 회장이 일행을 맞이한 곳은 식당 내의 커다란 별실이었다.

“어서 오시오.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틀 전에는 내가 본의 아니게 결례를 했어요. 오늘은 사과의 뜻으로 마련한 자리이니 허심탄회하게 먹고 즐깁시다.”

“별 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본의 아니게 회장님의 시간을 이중으로 뺏은 셈이 됐습니다. 부디 실례를 용서하십시오.”

도윤과 석훈이 왕이푸와 인사를 겸한 사과를 주고받으며 자리에 앉는데, 그들을 안내했던 아가씨가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왕이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도윤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왕이푸가 껄껄 웃으며 그녀를 소개했다.

“이런, 아직 서로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않았나 보군. 이쪽은 내 딸인 왕화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 내 곁에서 회사 일을 돕고 있지요. 이번 발굴단에도 함께 참여할 거요.”

왕화? 도윤은 발굴단 명단에서 그녀의 이름을 본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정식 발굴단원이 아니라 재무 관리 부분 담당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후방 지원을 맡은 정부 쪽 파견 직원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왕 회장의 딸이었다고?

도윤의 표정을 본 왕화가 앉았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정식으로 인사했다.

“발굴에 필요한 물자와 경비를 차질 없이 지원하는 일을 담당할 왕화라고 합니다.”

“아, 네. 저는 유물 감정을 맡은 이도윤이고, 이쪽은 제 일을 도울 안석훈이라고 합니다.”

도윤은 엉거주춤 마주 인사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기가 막혔다. 어쩐지 수행원의 태도가 이상할 정도로 뻣뻣한데다 자기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다 싶더니 왕 회장의 딸이었구나.

“이번 발굴에 필요한 모든 물자와 경비를 우리 아리스 온라인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정부 쪽에 몇 가지 조건을 걸었지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경비와 물자를 저희 쪽에서 관리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제 딸이 그 일을 총괄하게 될 거예요.”

왕 회장의 설명에 도윤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아리스 온라인의 힘이 생각보다 크구나. 중국 정부가 어떤 곳인데 그냥 기업을 털어먹지 않고 조건을 받아들여?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닌 경비 관리를 맡긴다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곧바로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크게 한 턱 내겠다던 왕 회장의 말대로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가 모두 값비싸고 훌륭한 것들이었다. 권하는 술도 귀한 명주였다. 하지만 옆에서 접시에 코를 박은 채로 바쁘게 젓가락을 놀리는 석훈과는 달리 도윤은 왠지 목이 깔깔한 게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혹시 어디 불편하십니까? 이거 제가 무리하게 시간을 뺏은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군요.”

그의 표정을 살핀 왕이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윤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제가 원래 과식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천천히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옆에서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석훈의 옆구리를 지그시 움켜쥔 도윤이 공연히 헛기침을 한 뒤 질문을 던졌다.

“이번 발굴에서 왕희지의 난정서를 얻고 싶다고 하셨지요? 원하시는 게 그거 하나입니까? 그런데 만약 건릉 안에 난정서가 없으면 어떡합니까? 그럼 소득이 없게 되실 텐데요?”

그가 몇 가지 질문을 연거푸 던지자 왕이푸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설사 제가 얻는 게 전혀 없더라도 건릉 발굴은 국가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중국에서 큰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갚기도 해야지요.”

이 양반이 어디서 씨도 안 먹힐 소리를……. 도윤은 차를 한 잔 마셔서 입을 헹궜다.

“좋은 말씀입니다.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모두 왕 회장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학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앞으로도 비슷한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기꺼이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러시겠지. 중국 땅에 보물이 묻혀 있는 곳이 어디 건릉 한 군데뿐이겠어?

“아까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정부 쪽에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하셨는데, 재무 관리를 맡는 것 이외의 다른 조건들이 뭔지 혹시 여쭤 봐도 될까요? 뭐, 제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면 말씀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윤의 질문에 왕이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가 애매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왕화가 대신 입을 열었다.

“건릉에서 출토되는 유물 가운데 세 점을 저희 아빠가 선택해서 보관하기로 했어요. 완전히 소유하는 건 아니고 삼십 년 동안 정부로부터 대여하는 형태죠. 물론 그 전에 아빠가 돌아가시거나 자발적으로 내놓으면 언제든지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아하, 그런 거였군. 고개를 끄덕이던 도윤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왕희지의 난정서를 원하신다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고, 혹시 건릉 안에서 발견되는 유물들 가운데 꼭 갖기를 원하시는 게 더 있습니까? 이렇게 후한 대접까지 하면서 구태여 저를 부르셨으니 혹시 따로 찾는 물건이 있을까 해서 묻는 겁니다.”

왕화가 그녀의 아버지를 힐끗 쳐다봤다. 왕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핸드폰을 조작해서 사진 하나를 띄워 도윤에게 내밀었다. 금빛이 찬란한 팔각금잔의 사진이었다. 도윤은 속으로 실소를 삼켰다. 이게 여기서 또 나오네.

“이건 현재 서안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당대(唐代)의 팔각금잔이에요. 저희는 건릉 안에 이것과 모양이 유사한 술잔이 하나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혹시 발굴 과정에서 이게 발견되면 이 박사님께서 진품 여부를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천 년도 넘게 봉인되었던 무덤 안에 설마 가짜가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시겠지만 중국에서 위작의 역사는 예술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황제의 무덤에 부장품을 묻는 과정에서 황실의 진품이 민간에서 제작한 가짜로 바뀌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더구나 측천무후가 죽은 뒤에 당나라 조정은 한동안 혼란스러웠어요.”

도윤은 그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당나라 때의 명필인 왕희지의 글씨만 해도 이미 그가 생존하던 시절에 가짜가 만들어져 나돌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시절에는 위작을 만드는 솜씨가 요즘처럼 세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까 왕 회장님께서 발굴된 유물 가운데 세 점을 대여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난정서와 팔각금잔 이외의 나머지 하나도 마음을 정해놓은 게 있습니까?”

도윤의 물음에 왕화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왕이푸가 팔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도윤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머지 하나는 아직 생각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발굴이 진행되면서 마음에 드는 유물이 발견되면 그때 감정을 부탁드리지요. 솔직히 저도 기대가 됩니다. 건릉 안에 잠들어 있는 보물들이 어디 한두 가지이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지요. 저도 사실 무덤의 비밀이 베일을 벗을 날이 손꼽아 기다려집니다. 하하하.”

도윤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웃음으로 적당히 상황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느낌이 다소 찝찝한 게 사실이었다. 뭔데 마지막 물건은 얘기를 않고 숨기는 건데?

예전에 건릉에 구멍을 뚫고 카메라로 내부를 촬영한 뒤, 학자들은 건릉 안에 감춰진 유물이 무려 500톤가량 될 거라고 예측한 적이 있었다. 말이 좋아 500톤이지 그 정도면 작은 박물관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한 양이었다. 왕이푸의 말마따나 그 가운데 세상을 놀라게 할 희귀한 유물들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

‘하지만 아는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은 늘 따로 있는 법이지.’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 했지만 그날의 대화에서 더 이상 건릉이 등장하는 일은 없었다. 식사가 끝난 뒤 왕화는 다시 도윤과 석훈을 호텔까지 데려다주었지만 그녀 역시 유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 * *

다음날, 도윤은 다시 왕 회장이 보내준 차를 타고 칭화 대학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오늘 건릉발굴단이 상견례를 겸한 첫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왕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전화가 걸려왔는데, 다른 일 때문에 나중에 직접 칭화 대학으로 갈 테니까 그곳에서 보자는 얘기였다.

“근데 형. 왕 회장은 마지막 유물을 어떤 걸로 선택할 거 같아요?”

차를 타고 가는데 석훈이 문득 어제 있었던 얘기를 꺼냈다. 도윤은 피식 웃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왕 회장도 유물이 발견되면 그때 얘기하자고 했잖아?”

“에이, 그래도 뭐 짐작되는 거 없어요? 형이라면 알 수 있을 거 아니에요?”

“글쎄다. 진짜로 모르겠어. 근데 왕 회장이 사실은 이미 선택할 유물을 정해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정해놨다고요? 그럼 왜 얘기를 안 한 거예요?”

“낸들 알겠냐? 아직은 날 완전히 믿지 못하겠는가 보지.”

그리고 나도 솔직히 왕 회장을 믿지는 못하겠고.

어제 왕화는 분명히 도윤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걸 왕 회장이 막았다. 왕화가 하려던 대답이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왕 회장이 굳이 그녀의 말을 막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 물건은 모양을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 거야. 만약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면 팔각금잔처럼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라도 사진으로 보여주려 했을 테니까. 그런데 그녀는 분명히 입으로 설명하려고 했어.’

건릉 발굴은 그 자체로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다. 아미 진시황릉이나 칭기즈칸의 무덤이 발굴되기 이전에는 그보다 더 엄청난 발굴이 또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도윤은 그만큼 이번 발굴에 얽힌 내막이 복잡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 상견례가 예정된 대형 강의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반갑게 도윤을 부르며 다가왔다.

“이 선배! 와, 드디어 선배를 여기서 만나네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저 기억하세요?”

딩샤였다. 장교수가 이번 발굴단의 일원으로 참여할 거라고 언급했던 후배. 솔직히 가깝게 알고 지내던 후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도 없었다.

“어, 오랜만이네? 국가문물국에서 일한다며? 장 웨이닝 교수님께 얘기 들었어.”

“장 교수님이요? 그 분이 제 얘기를 했다고요?”

활짝 웃으며 다가오던 딩샤가 장 교수라는 말에 약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야? 얘는 또 왜 이래? 하마터면 도윤마저 민망해질 뻔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그녀가 이내 다시금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두 손을 꽉 잡았다.

“트루쓰 앤 밸류에서 우승하는 거 봤어요. 여긴 생방송이 안 돼서 나중에 영상 파일을 따로 구해서 보기는 했지만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친구들한테 저 사람이 바로 우리 선배라고 막 자랑했더니 처음에는 아무도 안 믿는 거 있죠? 발굴단 명단에서 선배 이름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정말 반가워요.”

야, 그래도 이 손은 좀 놓고 말하지? 딩샤는 작고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손아귀 힘이 엄청났다. 팔이 저릴 정도였다. 근데 얘가 이 정도로 밝고 명랑한 스타일이었던가?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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