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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48화 (148/300)

148화

“석훈아 안 돼!”

도윤의 그 한 마디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린타오는 발굴단에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턱뼈가 으스러져서 적어도 몇 달 동안은 링거와 죽으로만 연명해야 됐을 테니까.

석훈의 주먹은 정확히 녀석의 턱 바로 밑에서 멈춰 섰다. 도윤은 여전히 이를 악문 채 린타오를 노려보고 있는 그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감싸서 밑으로 내렸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패버리고 싶어. 근데 지금은 우리가 참아야 해.”

석훈의 입에서 으드득하고 이 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녀석은 린타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도윤이 이끄는 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멍 한 표정으로 서 있는 린타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석훈의 의해 잡혔던 손목에도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미친 맹수의 앞에 발가벗겨진 채 내던져진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저도 모르게 온 몸이 덜덜 떨려오면서 술이 단번에 깼다.

‘그런 거였구나.’

도윤은 린타오의 반응을 보고 척준경이 석훈에게 전해준 또 다른 능력을 깨달았다.

평소에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지만 일단 화가 나면 영혼까지 얼려버릴 듯한 강렬한 살기를 내뿜어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능력. 조금 전 석훈으로부터 뻗어 나왔던 기세는 녀석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그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건 단단한 몸과 더불어 석훈이 척준경의 글씨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이 분명했다.

거나하고 왁자지껄하던 식당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도윤의 테이블로 쏠렸다. 뒤늦게 누군가 다가와 넋이 반쯤 나간 린타오를 끌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도윤은 짐짓 헛기침을 하고 술잔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아직 나이가 젊고 술기운을 조절하는데 익숙치 않다 보니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했네요. 사과하는 뜻에서 삼배를 마실 테니 부디 언짢으신 기분을 풀기 바랍니다.”

그는 중국 특유의 독주를 세 잔 연거푸 들이마셨다. 그제야 사람들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치켜들었다. 시비는 있었지만 폭력 사태는 없었다. 앙금은 남겠지만 도윤의 재빠른 대처로 인해 일단은 사람들이 모른 체하고 넘어가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선배,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딩샤가 뒤늦게 자신이 너무 함부로 나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괜찮아. 먼저 시비를 걸고 주먹까지 쳐든 놈이 문제지 네가 무슨 잘못이겠냐?”

그제야 딩샤가 헤 웃으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도윤은 그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얼굴을 보면 분명 이십대 중반이 넘은 아가씨인데 하는 짓은 꼭 여고생 같았다.

비록 주먹다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탓인지 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끝났다. 석훈은 그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만 있었다. 도윤이 만류하는 바람에 참기는 했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게 분명했다.

“잘 참은 거야. 그만 호텔로 돌아가서 쉬자.”

도윤이 석훈의 등을 토닥이며 일어서는데 잠시 밖으로 나갔던 왕화가 다가왔다.

“밖에 차를 준비시켰어요. 그걸 타고 호텔로 돌아가시면 될 거예요.”

“여러 가지로 신세를 많이 지네요. 감사합니다.”

도윤이 감사를 표시하고 식당을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 박사. 나하고 잠깐만 얘기합시다.”

발굴단장인 탕가오위안 교수였다. 도윤은 석훈을 먼저 내보내고 돌아섰다.

“아까는 공연히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오늘 실례가 많았습니다.”

도윤이 혹시나 싶어 조금 전의 일을 먼저 사과하자 탕 교수가 주변을 살피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안석훈이라는 사람 말이오. 이번 발굴에서 꼭 필요합니까?”

역시 그 얘기였냐? 도윤은 속에서 쓴물이 올라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저한테는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특별히 걱정되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성격이 좀 거친 것 같아서 말이오. 웬만하면 한국으로 돌려보내면 안 되겠소?”

도윤은 탕 교수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 애써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그 친구가 없으면 저도 여기서 일을 하기 곤란합니다. 뭘 걱정하시는지는 알겠지만 보기보다 얌전한 친구입니다.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술자리에서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을 보고 안심하라는 말입니까? 한국은 폭력에 상당히 관대한 모양이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아요.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같은 장면을 목격하고도 해석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도윤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저도 중국 사람들이 여자한테 함부로 손찌검을 하는 걸 이토록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여기서 공부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몇 년 사이에 중국도 문화가 많이 바뀌었나 보더군요.”

탕가오위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이 박사가 오해한 겁니다. 설마 린 교수가 여성한테 진짜로 주먹을 휘둘렀겠소? 그 아가씨가 하도 건방지게 구니까 주의를 좀 주려고 그랬던 것뿐이에요. 술도 약간 취했었고.”

“그랬습니까? 하지만 제 생각에는 구타당할 위기에 처한 여자를 보고 막아선 사람보다는 술김에 주먹을 쳐든 남자가 더 위험해 보입니다. 이왕 나온 얘기니까 하는 말인데 린 교수와 같은 대학에 계시죠? 안면이 있을 테니 단장님께서 주의를 좀 주시지요?”

“허허, 참. 아니 진짜로 때린 것도 아니고 팔목을 다친 사람은 오히려 린 교수가 아닙니까? 그만한 일로 무슨 주의를 주고 그래요? 아무리 일행이라고 해도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탕 교수는 나무라듯이 혀를 쯧쯧 찼다.

“아무튼 그래서 안석훈이라는 그 자는 돌려보낼 수 없다는 말입니까?”

“안석훈이 돌아가야 한다면 저도 그만 둬야죠. 저희가 여기까지 온 게 왕이푸 회장님의 부탁 때문이라는 건 단장님도 아실 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발굴단장님께서 저희 두 사람을 불편해 하신다면 차라리 돌아가는 게 낫겠지요. 대신 단장님께서 왕 회장님께 직접 사정을 설명해 주십시오. 그럼 저희도 미련 없이 돌아가겠습니다.”

“아니, 안석훈을 내보내라는데 왜 자꾸 이 박사가 그만두겠다고 하는 겁니까? 내 말은 꼭 그런 뜻이 아니라…….”

“죄송하지만 저한테는 같은 뜻으로 들립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좋으니 마음이 결정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왕 회장님만 허락하시면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허, 참. 아니 이 박사까지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죄송합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고 싶습니다. 하루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을 겪은 데다 술도 몇 잔 했더니 피곤하군요. 그럼 단장님도 편히 들어가십시오.”

도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하고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밖에서 대기하던 차에 올라타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서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

“그 탕 뭔가 하는 발굴단장도 아까 그 개자식하고 같은 학교에 있는 교수죠? 뭐라고 해요? 형 표정으로 봐서는 별로 유쾌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차가 출발하자마자 미리 타고 있던 석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별 얘기 없었어. 그냥 자기들 잔치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끼어들었다고 생각하나 봐.”

“아니 그럼 돌아가라고 하던가. 누군 좋아서 여기까지 온 줄 아나?”

석훈이 발끈해서 투덜댔다. 도윤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피로가 파도처럼 쏟아졌다. 빌어먹을. 역시 이번 발굴은 순조롭지 않을 게 분명해…….

* * *

예상 외로 껄끄러웠던 상견례가 있었던 날로부터 이틀 뒤, 발굴단원들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그때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회의가 계속되었다.

같은 발굴단이라고 해도 각자 맡은 일에 따라 섹션을 나눠서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도윤은 석훈과 함께 유물 감정 섹션에서 활동했다. 딩샤는 보존과 복원 섹션이었고 왕화는 각종 물자 조달과 재정 운영을 관리하는 섹션에서 회의를 주도했다.

문제는 린타오가 도윤과 같은 감정 섹션에 속해 있다는 점이었다. 섹션을 책임지는 섹션장은 ‘홍산 골동문화 연구소’ 소속의 조우젠허라는 노인이었지만 린타오는 마치 자신이 섹션을 지휘하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회의에서 가장 말이 많은 인간도 그였다.

“이번 발굴에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섹션이 바로 우리 감정 섹션입니다. 사전 조사에 의하면 건릉의 내실은 아직 황궁 형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통로만 잘 뚫으면 유물을 꺼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유물의 정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가려내느냐에 이번 발굴의 성패가 달려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는 걸핏하면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되풀이했다. 눈치를 보니 다른 단원들도 그가 지나치게 설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도 누구 하나 토를 달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도윤은 발굴이 끝날 때까지 되도록 입을 다물고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의가 두어 번 열렸을 무렵, 왕이푸가 다시금 도윤과 석훈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도윤은 왕 회장에게 넌지시 린타오에 대해 물었다.

“린타오가 발굴단장과 같은 시안 대학 교수라고는 하지만 너무 기고만장한 것 같더군요. 다른 단원들도 그 사람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고분고분하고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왕이푸가 눈을 살짝 치켜뜨더니 이내 실소를 흘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왕화가 인상을 쓰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려주었다.

“특별한 공적이 없던 장린펑을 국가문물국 국장으로 앉힌 사람이 바로 정치국 상무위원인 린카이창이에요. 당 내 서열이 높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더 대단하죠. 그 린카이창의 셋째 아들이 바로 린타오예요.”

린카이창이라고? 그 이름은 도윤도 예전에 중국에서 공부할 때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거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인물이지만,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그가 현 주석을 이어 권력을 움켜쥘 유력한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린카이창이 아직도 권력 실세로 활동하고 있는가 보군요. 그런데 그 정도 권력자의 아들이 고고학을 전공했다는 건 다소 의외네요. 보통 경제나 경영, 정치 쪽을 공부한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공부를 계속하기보다는 대학 졸업 후에는 회사를 경영하거나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고요. 값비싼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면서 돈을 펑펑 쓰는 건 덤이고.”

도윤의 말에 왕이푸가 쓴웃음을 지었다.

“간혹 권력자의 자식들 가운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오. 물론 그래도 린타오처럼 고고학 같은 인문학 분야의 학위를 받은 사람이 드문 건 사실이지만. 내가 알기로는 린카이창 상무위원이 직접 권했다는 얘기도 있소.”

린카이창이 직접? 도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왕화가 말을 덧붙였다.

“학위를 받아서 대학교수까지 되기는 했지만 공부를 썩 열심히 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대학 교수가 된 이후로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이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다 그나마도 학계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있거든요.”

“설마 실력보다는 아버지 빽으로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뜻인가요?”

“실제로 그런 얘기가 많이 떠돌고는 있지만 정확한 사정이야 알 수 없죠. 린타오 본인보다는 그의 아버지인 린카이창이 유적 발굴이나 골동품에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래 전부터 꾸준히 미술품을 수집해온 대표적인 수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니까요.”

아버지는 소문난 미술품 수집가에다 아들은 명문 대학의 고고학과 교수라……. 어찌 보면 부자지간에 취향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도윤은 어쩐지 느낌이 찜찜했다. 설마 중국에도 다니엘 로스차일드나 이브라힘 왕세제 같은 인간이 또 있는 건 아니겠지?

* * *

북경에서의 회의는 도윤에게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예전에 건릉의 내실을 촬영한 카메라 영상을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덕분이었다.

내실이 너무 크고 어두운데다 기다란 호스 끝에 매달려 내려간 핀 카메라의 해상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이미 십 년 전에 찍은 영상이다 보니 아무래도 당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지금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부족한 영상을 통해서도 도윤은 왕이푸가 말했던 팔각 금잔과 유사한 잔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당나라 때 황실에서 쓰였던 팔각금잔인 것만은 확실하네. 다만 저게 왕 회장이 말했던 바로 그 술잔인지는 직접 보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겠어.’

카메라가 찍은 것은 어떤 건물의 내부 모습이었는데, 아무래도 당나라 때 황제가 대신들의 조회를 받던 ‘함원전’을 조금 작게 복제한 것 같았다. 한쪽 끝에 황제가 앉는 옥좌가 놓여 있었고, 그 앞으로는 대신들이 관직 등급에 따라 양 옆으로 늘어설 수 있도록 표시된 자리가 보였다. 팔각금잔은 왕 회장이 말했던 것처럼 옥좌 옆의 다탁 위에 놓여 있었다.

‘진시황처럼 무식하게 크게 만들지는 않은 게 확실해. 야외에서 조회를 받는 뜰까지 만들지는 않고, 그냥 업무를 보던 건물만 작게 축소해서 재현한 것에 불과한 모양이군. 근데 조회를 보던 자리를 재현했으면 생활 공간도 만들지 않았을까?’

카메라에 비친 내부 모습 중에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복도처럼 생긴 통로가 네 군데나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는 옥좌가 놓인 공간만 촬영한 게 전부였기 때문에 그 통로가 어디로 통해 있을지는 무덤 안으로 직접 들어가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옥좌 좌우로 늘어선 책장에도 책 상자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진짜 보물은 함원전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는데? 이걸로는 알 수 있는 게 너무 적어.’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책을 그냥 책꽂이에 올려놓는 게 아니라 ‘책 상자’라는 곳에 담아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는 아예 책을 만들 때부터 겉에 천을 씌운 판자를 대어서 책을 펴는 게 아니라 열어서 보게끔 만들기도 했다. 옥좌 부근에도 책 상자들이 올려진 책장이 두어 개 있었지만 도윤이 생각하기에는 진짜 고서들은 아무래도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았다. 상식적으로 조회를 보는 자리에 책을 잔뜩 가져다 두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북경에서 열흘을 보낸 후, 발굴단은 모두 기차에 몸을 싣고 서안으로 이동했다. 왕화는 그곳의 숙소가 북경에서 머물던 호텔 미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3성 호텔 수준의 숙소는 지내는 데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게다가 다른 단원들이 대개 서너 명이 같은 객실에 묵는 것에 비하면, 2인실에서 단둘이 지내게 된 도윤과 석훈은 불평할 이유가 없었다.

발굴단이 서안에 도착한 다음날, 그들은 먼저 답사 차 서안 근교에 있는 건릉 발굴 현장을 찾았다. 이미 북경에서 회의가 진행되기 한 달 전부터 건릉에는 관광객들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상태였고, 발굴단원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포크레인을 비롯한 각종 중장비들도 도착해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들어 갈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해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발굴 섹션을 맡은 단원들은 매일 같이 현장에 출퇴근하며 인부들을 지휘하세요. 나머지 섹션을 맡은 단원들은 그 기간 동안에 주로 숙소에 딸린 회의실이나 시안 대학에서 자료 조사와 회의를 계속할 겁니다. 물론 언제든 원하면 현장을 살펴볼 수도 있고요.”

단원들을 현장으로 인솔했던 탕가오위안 교수의 설명이었다. 그의 등 뒤로 나무가 우거진 산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산 전체가 바로 당 고종과 측천무후의 합장묘인 건릉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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