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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51화 (151/300)

151화

방패에 둔중한 충격이 느껴졌다. 덕분에 돌창이 곧바로 몸을 파고드는 건 피할 수 있었지만 방패에 바짝 붙였던 무릎에 깨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도윤이 저도 모르게 악 하고 비명을 내지르려는 순간 등 뒤로 또 다시 둔중한 충격이 더해졌다. 위에서 떨어져 내리던 딩샤가 그의 몸에 사정없이 부딪힌 것이다.

도윤은 한 손을 얼른 뒤로 뻗어 딩샤를 붙잡으면서도 이를 악문 채 또 다른 충격에 대비했다. 석훈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충격은 없었다. 대신 옆에서 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통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그곳에 석훈이 방패로 머리만 가린 채로 누워 있는 게 보였다.

‘하여튼 반사 신경 하나는 정말 죽이는 놈이라니까. 몸이 단단해진 건 덤이고.’

어느새 빼들었는지 석훈의 손에 날카로운 칼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허리 옆으로 세 사람을 연결했던 밧줄이 끊어져 덜렁거리는 게 보였다. 서로의 몸을 묶었던 밧줄에 끌려 떨어지는 그 짧은 사이에도 허리에서 칼을 꺼내 밧줄을 잘랐다는 뜻이었다. 튼튼한 몸을 믿으면서도 혹시나 싶어 얼굴만 방패로 가린 것도 나름대로 좋은 판단이었다.

“아이고 죽겠네. 형! 딩샤씨! 괜찮아요? 다들 살아 있는 거 맞죠?”

그 와중에도 자신들의 안부를 묻는 석훈의 외침에 도윤은 그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난 괜찮아. 딩샤는 어때?”

도윤은 자신의 등에 업혀있는 딩샤를 불렀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순간 가슴이 덜컥했지만 이내 목덜미 근처로 그녀가 내뿜는 숨결이 느껴졌다. 그때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한 석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그 아가씨는 기절한 거 같아요. 일단 움직이지 말고 가만 계세요. 거기서 딩샤 씨가 옆으로 기울어져 쓰러졌다가는 곧장 꼬치에 꿰인 산적이 될 거예요.”

석훈이 움직이려는 도윤을 저지한 뒤 조심스럽게 몸을 빼내어 돌창 옆으로 내려섰다. 돌창은 바닥에 촘촘하게 박혀 있었지만 함정 벽과의 사이에 사람 하나가 서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비워져 있었다. 이왕 함정을 만들면서 왜 그런 공간을 남겨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석훈은 돌창을 피해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녀석은 돌창 위에 자신의 방패를 올려놓은 뒤 조심스럽게 도윤에게 접근했다. 그런 다음에 그의 등에 업혀 있던 딩샤를 끌어당겨 자신의 방패 위에 올려놓았다. 석훈이 방패 째로 그녀를 잡아당겨 마침내 돌창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우아, 살 떨리네. 형도 이제 그만 내려오세요. 방패 두개를 발판으로 삼으면 될 거예요.”

하지만 도윤은 녀석의 말대로 할 수가 없었다. 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네가 나를 좀 끌어당겨라. 아무래도 양쪽 무릎이 몽땅 박살난 것 같다.”

그제야 깜짝 놀란 석훈이 조심스럽게 도윤을 밖으로 끌어냈다.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를 살피자 양쪽 바지의 무릎 부분이 완전히 피범벅이었다. 석훈은 비명을 지르는 도윤의 바지를 억지로 걷어서 상처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무릎이 완전히 박살났는데요? 다행히 밖으로 뼈가 튀어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안에서 으스러진 것 같아요. 형 이것도 고칠 수 있죠?”

도윤은 얼른 대답할 수가 없었다. 피가 엉겨 붙은 바지를 억지로 걷어 올리느라 기절할 것 같은 고통이 전신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진땀을 폭포수같이 흘리면서도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 정도 외상을 치료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시도해 봐야지.”

도윤은 치료를 하기 전에 먼저 수통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출혈이 있는데다 긴장까지 심했던 터라 목이 타는 것처럼 말랐다. 그는 물을 마신 뒤에 깊게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자신의 두 손을 양쪽 무릎 위에 올렸다. 워낙 고통이 심하다 보니 치료를 위해 정신을 집중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치료는 무려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어찌나 애를 썼던지 상처와 출혈이 아니라 정신력 고갈로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도 애써 치료한 덕분인지 다리를 살살 움직이자 무릎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기는 했다. 지켜보던 석훈이 얼른 물었다.

“어때요? 다 나은 거 같아요?”

“아직은 움직일 때마다 둔중한 통증이 느껴져. 그래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는 하는 걸 보니 뼈가 잘못 붙거나 인대가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근데 넌 왜 표정이 그렇게 우거지상이야?”

“모르겠어요. 떨어질 때 방패에 머리를 좀 부딪쳤는데 그래서 그런지 머리가 조금 욱신대네요. 심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너도 일단 벽에 등이라도 기대고 좀 쉬어. 내가 회복을 시켜줄 테니까.”

도윤은 석훈의 손을 잡고 그에게 치료 능력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러자 녀석이 금세 얼굴이 편하게 풀어지더니 몸을 축 늘어뜨렸다. 석훈의 치료를 마친 도윤은 앉은 채로 석벽에 등을 기대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번에는 정말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다. 이중 함정이라니. 측천무후가 앞에 있다면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그가 숨을 고르는 동안, 석훈은 딩샤의 상태를 살폈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심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팔과 무릎 등에 멍이 있기는 했지만 도윤이라는 쿠션을 깔고 떨어져서 그런지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기절한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걱정스러웠다.

“이 아가씨도 세상을 구할 것처럼 씩씩하게 나서더니 떨어질 때는 엄청 무서웠나 보네요. 머리를 다치지도 않았는데 영 정신을 못 차리는데요?”

“깨우지 말고 놔둬. 나부터 치료를 끝내고 나서 회복을 써줄게. 그럼 아마 일어날 거야.”

삼십 분 정도 쉬면서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도윤은 다시금 자신의 무릎을 치료했다. 다행히 치료가 끝난 뒤에 무릎을 움직이자 별다른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함부로 뛰기는 곤란하겠지만 최소한 걸어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치료 덕분인지 머리도 한결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치료에 성공한 도윤은 딩샤에게도 능력을 사용해서 몸을 회복시켜 주었다. 특별한 부상이 없을 거라는 짐작이 맞았는지, 그녀는 치료를 시작한 지 5분이 지나지 않아 금세 눈을 떴다. 역시 상처보다는 충격 때문에 실신했던 게 분명했다.

“저희 모두 살아 있는 거예요? 어떻게요? 분명히 돌창 위로 떨어졌었는데…….”

딩샤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팔다리를 만져보더니 문득 자신들이 떨어져 내린 함정 가장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우리 이제 어떻게 저 위로 올라가죠? 스파이더맨이 아니고서는 힘들 거 같은데.”

확실히 간이 큰 아가씨이긴 하군. 이 와중에 벌써 거기까지 상황 파악이 됐단 말이야? 도윤은 또 다시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근데 진짜로 저 위는 어떻게 올라가지?

* * *

런던에 있는 다니엘 로스차일드의 대저택은 여전히 칙칙한 그늘 속에 잠겨 있었다. 그리넘은 갑자기 전달된 다니엘의 호출을 받고 그의 서재를 노크했다.

“들어와.”

문을 열자 다니엘이 자신의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리넘을 확인한 그가 손만 뻗어서 가까이 다가오도록 지시했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지금 중국에서는 한창 측천무후의 무덤을 파헤치고 있다지?”

“네. 이미 묘실이 있는 곳까지 터널을 뚫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 안에 들어갔던 발굴단원과 인부들이 세 명이나 한꺼번에 죽는 바람에 현재는 작업을 멈춘 상태입니다. 독 가루를 분사하는 함정에 당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독 가루까지 있었다고? 생각보다 함정이 치밀한 모양이네?”

“그렇기도 하지만 방독면도 쓰지 않은 채 묘실에 진입한 걸 보면 발굴단의 준비도 다소 미흡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업자득이지요.”

다니엘이 큭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우리 쪽 요원은? 설마 그 친구도 당한 건 아니겠지?”

“무사합니다. 조만간 발굴 작업이 재개될 거라고 했으니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우릴 배신했을 때를 대비한 조치는?”

“확실하게 해 놨습니다. 절대로 배신하지 못할 겁니다.”

순간 다니엘의 입가에 기괴한 미소가 매달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철저히 감시하도록 해. 여차하면 사람을 죽이거나 일 자체를 포기하더라도 물건은 반드시 회수해야 된다는 걸 잊지 말고. 거기가 측천무후의 무덤이 아니었거나 이도윤이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내주지 않았을 물건이니까.”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물건입니까? 그렇게 귀한 거라면 차라리 주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귀하기는 한데 임자를 찾지 못하면 보기만 좋은 골동품에 지나지 않아. 그나마 그 친구에게 반응을 보였으니까 잠시 빌려준 거야. 나한테는 통하지 않기도 하고. 그보다 더한 걸 빌려주더라도 상관없어. 그걸 찾을 수 있다면 뭐가 아깝겠어. 안 그래?”

음산하게 웃는 다니엘을 보며 그리넘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 노인이 원래 저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브라힘 왕세제가 보낸 놈들로부터 테러를 당하고 일 년 넘게 저택에 웅크리고 있게 되자 성격이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노인에게 급격한 변화는 좋지 않은 법인데…….“

그래서 갈수록 다니엘의 상태가 걱정스러웠다. 다니엘이 없으면 그리넘도 없었다.

* * *

막상 함정에 빠지자 거기서 벗어날 방법이 애매했다. 세 사람 모두 무전기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전파 방해라도 받는지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저쪽에서 응답이 없었다. 하긴 석벽 구멍에 붙어서 대기를 하고 있지 않는 한, 전파가 함정과 통로를 지나 다시 터널까지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석훈이 밧줄 끝에 방패를 매달아서 밖으로 던져봤지만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보통 사람이면 감히 방패를 함정 밖으로 던질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일은 척준경의 능력을 전해 받은 뒤에 신체적 능력이 강화된 석훈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돌창 위에 방패를 올려놓고 내가 그 위에 올라설게. 그럼 네가 다시 내 어깨 위에 올라서서 뛰어오르면 어떨까? 그래도 손이 함정 가장자리에는 닿지 않을 것 같아?”

도윤이 애써 생각해낸 탈출 방법을 석훈은 단번에 거절했다.

“안 돼요. 그러다 실수해서 잘못 떨어지기라도 하면 분명히 돌창에 찔린다고요.”

물론 석훈은 떨어지면서 돌창에 찔리더라도 큰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깨어나서 두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딩샤를 생각해서라도 말을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도윤은 중앙의 돌창 주위로 난 조그만 공간을 왔다 갔다 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이 함정은 왜 이렇게 깊게 만들었을까? 이 정도 깊이면 파기도 엄청 힘들었을 텐데. 함정 깊이가 이거 반 정도만 돼도 위에서 떨어진 사람이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야. 게다가 돌창을 꽂으려면 전부 다 꽂지 왜 가장자리를 뺑 둘러 남겨둔 거지?’

생각에 잠긴 채로 돌창 주변을 돌던 도윤은 무심코 함정의 석벽을 손등으로 통통 두드리며 걸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어? 이건 뭐지?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조금 전 두드렸던 자리를 더 세게 쳐봤다. 그러자 벽에서 퉁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한 걸 알기 위해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석벽을 두드려봤다. 이번에는 툭 하면서 둔탁한 소리가 울릴 뿐이었다. 도윤은 급히 석훈을 불렀다.

“석훈아 너 잠깐만 이리로 와봐. 여기 좀 한 번 두드려 볼래?”

도윤은 석훈에게 조금 전 자신이 두드렸던 곳을 치게 해봤다. 역시나 퉁 하고 뭔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다른 곳을 두드리게 했다. 툭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거 아무래도 이쪽은 속이 비어 있는 것 같은데요?”

그가 의견을 물으려던 말을 석훈이 먼저 꺼냈다.

“네가 듣기에도 그런 거 같지?”

“네. 확실해요. 한 번 벽을 부숴볼까요?”

“그러자.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네.”

도윤의 말이 끝나자마자 석훈이 곧바로 방패를 들어 벽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이 비었을 때나 나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얼마나 두드렸을까? 녀석이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계속 후려치자 드디어 석벽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그 안쪽의 공간이 드러났다.

“통로인데요? 여기 왜 비밀 통로가 있는 거죠?”

석훈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가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조금 전 석벽이 무너진 자리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형. 도대체 뭘 그렇게 보고 있는…….”

말을 하던 석훈도 도중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석벽 한쪽으로 사람의 다리뼈로 보이는 뼈 하나가 삐죽 나와 있는 게 보였던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뭐죠? 이거 정말 사람 뼈 맞는 거예요?”

석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도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석벽의 잔해를 치워내고 있었다. 곧이어 석훈도 달려들었고, 나중에는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던 딩샤마저 나서서 도왔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잔해가 모두 치워졌다.

“다 삭아서 엉망이 됐지만 이거 아무래도 여자 옷이 맞는 것 같죠?”

석훈이 온전한 모습이 드러난 해골을 보며 물었다. 석벽이 무너지면서 여기저기 부러지고 뭉개지기는 했지만 잔해 밑에 깔려 있던 것은 분명히 한 사람의 해골이었다. 더구나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리에는 관을 쓰고 있는 해골이었다. 팔과 목이 있던 자리에는 목걸이와 반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장신구들마저 붙어 있었고, 그 옆에 다 타버린 횃불의 잔해도 보였다.

“딩샤. 네가 보기에는 어떠냐? 이게 어떤 옷인지 알아볼 수 있겠어?”

도윤의 물음에 딩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 역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건 황실 여자들이 입던 옷이 틀림없어요. 그 중에서도 이런 형태의 옷이라면 역시…….”

딩샤가 말을 끝내지 못하고 도윤을 쳐다봤다. 짐작은 가는데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도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짐작과 다르지 않았다.

“이건 황후들이 대례를 지낼 때 착용하는 옷이야. 서열이 아주 엄격했던 시대니까 황후가 아니라면 감히 이런 옷을 걸칠 생각도 못했겠지.”

“그리고 죽고 나서 관에 들어갈 때 입혀지는 옷이기도 하죠. 근데 건릉 안에서 황후의 옷을 입고 있는 시체라면 역시 한 명밖에 없겠죠?”

“맞아. 이건 분명히 측천무후의 시신이야. 아니면 적어도 측천무후의 시신인 척 했던 사람이거나.”

석훈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측천무후의 시신이 왜 관에 들어가 있지 않고 여기 있는데요?”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르지. 아무튼 이 뼈는 일단 여기에 놓아두자. 먼저 통로 안을 살펴보고 나서 다시 정확하게 조사해보는 게 낫겠어.”

도윤이 저쪽으로 뻗어 있는 어두운 통로를 손전등을 비췄다.

“죽은 사람을 조사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살 방법을 찾는 게 먼저야. 가자.”

이번에는 도윤이 먼저 앞장을 서고 딩샤가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나서야 석훈이 허겁지겁 그 뒤를 따랐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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