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우물 벽에서 나무 상자를 꺼낸 도윤은 그것의 내용만 간단히 확인하고는 등에 매고 있던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너무 오랜 시간을 밧줄에 매달려 있었던 터라 더 이상은 버틸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빼냈던 돌멩이를 다시 제자리에 박아 넣은 그는 곧바로 밧줄을 타고 우물 밖으로 나왔다.
“찾았어요?”
그가 나오는 것을 본 석훈이 얼른 숨었던 곳에 나와 다가왔다. 도윤은 지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고는 재빨리 갈고리와 밧줄을 회수했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자.”
둘은 우물에서 가장 가까운 담장을 뛰어넘어 백마사를 빠져나왔다. 그런 뒤 미리 감춰두었던 스쿠터가 있는 곳까지 움직여서 다시 일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지친 도윤 대신 스쿠터 운전은 석훈이 맡았다. 도윤은 뒷좌석에서 석훈의 등에 거의 기대다시피 한 상태로 차가운 밤거리를 한 시간 가량 달려야 했다.
낙양 역에 도착한 그들은 근처의 싸구려 호텔에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한 뒤 늘어지게 잤다. 두 사람이 눈을 뜬 것은 해가 중천에 뜬 다음이었다.
그들은 호텔 근처에서 아침을 겸한 점심을 먹은 뒤 낙양 기차역으로 향했다. 미리 표를 끊어두었던 기차는 이미 몇 시간 전에 출발한 뒤였다. 두 사람은 코인 로커에 넣어두었던 캐리어를 꺼낸 뒤 백마사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상자는 이미 잘게 부수어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 뒤였다.
낙양 역에서 다시 차를 한 대 빌렸다. 이번에는 북경까지 오랜 시간을 자동차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운전을 해야 했다. 도윤은 낙양을 출발하기 전에 먼저 상해에 있는 쉬주하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샤오쉬? 내가 전에 말했던 것 기억하지? 응. 오늘 저녁까지 북경으로 와줄 수 있겠어? 그래. 고맙다. 그럼 그 시간에 공항에서 보자.”
쉬주하오에게는 며칠 전부터 연락하면 곧바로 북경으로 와달라고 부탁을 해두었다. 녀석에게는 미안했지만 이 넓은 중국 땅에 그가 안심하고 물건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중국은 공항과 기차역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하철역에서도 보안 검사를 하기 때문에 금붙이를 가방 안에 잔뜩 넣은 채로 움직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무려 열 시간가량을 운전해서 북경 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공항 로비에서 쉬주하오를 만났다. 거기서 도윤은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옥 공예품과 금속 공예품, 그리고 금붙이를 모조리 쉬주하오에게 넘겼다. 물건을 확인한 그가 휘파람을 휙 하고 불었다.
“이게 뭐야? 금붙이야 그냥 무게를 달아서 판다고 쳐도 나머지는 경매에 내놓으면 사람들이 환장하며 달려들겠는데? 이거 당나라 시대에 만든 것들 맞지?”
“맞아. 예술성도 뛰어나지만 역사적 가치 역시 상당한 것들이야. 미안하지만 출처는 말해줄 수 없어. 하지만 남이 가지고 있던 걸 훔친 건 아니니까 안심해.”
“누구 당나라 시대 때 귀족 무덤이라도 파헤친 거야? 아니, 이 정도면 웬만한 귀족들은 엄두도 못 냈을 물건들인데? 황제나 왕비 무덤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야. 처리할 수 있겠어?”
쉬주하오는 약간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조건을 붙였다.
“나도 미안하지만 이건 외국으로 반출시킬 물건은 아닌 것 같다. 국내에서 처리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모두 처분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까 천천히 해. 삼년 안에만 다 팔아주면 돼.”
“오케이. 판매 대금은 네가 말한 계좌로 입금시키면 되지?”
“그래. 그 돈의 삼분의 일은 네 거야. 계좌로는 삼분의 이만 보내주면 돼.”
나머지는 도윤과 석훈이 반씩 나눠가질 예정이었다. 녀석도 이번에 꽤 고생을 했으니 그 정도는 받을 자격이 있었다. 쉬주하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가급적 티 나지 않게 조금씩 처리할게. 안심하고 기다려.”
쉬주하오를 믿을 수 있을까? 전혀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도윤은 일단 그를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겪어본 그는 믿을 만한 친구였고, 그런 믿음이 잘못된 걸로 나타날 경우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저 물건들을 들고 두 나라 공항을 통과하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공항에서 쉬주하오와 헤어진 두 사람은 곧바로 서울 행 비행기를 끊어 중국을 떠났다.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 착륙하자 그제야 몸에서 긴장이 빠져나갔다. 오랜만에 낯익은 풍경을 대하자 당장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푹 자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 * *
도윤과 석훈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방이 캄캄했다. 석훈은 배도 고프지 않은지 몸을 씻자마자 자기 방에 들어가 골아 떨어졌다. 도윤은 그가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캐리어에서 부채를 꺼내 자기 방 침대 위에 앉았다. 어떤 새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 색의 깃털로 만든 부채는 천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윤기가 흘렀다.
“설마 이것도 세뇌 능력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미 사람을 세뇌시키는 술잔을 경험했던 터라서 막상 능력을 전해 받으려고 하자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물건에 잠재된 능력이 자기 주인을 해치는 경우는 없다고 굳게 믿어왔었다. 하지만 팔각 금잔으로 인해 그런 믿음이 흔들렸다. 그 때문에 낙양에서 서울까지 오면서도 내내 이 부채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고민했다.
그래도 자신이 유물의 주인으로 드러난 마당에 그냥 없애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다. 최소한 부채에 잠재된 능력이 무엇인지라도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러자면 직접 능력을 전해 받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종의 선기(仙氣라)라고나 할까? 부채에서 묘하게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점이 그나마 그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렸다. 막상 침대 위에 부채를 올려놓고도 한참동안 망설이던 도윤은 마침내 이를 질끈 깨물었다.
“에이 씨.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이왕이면 죽든지 까무러치든지 내 한 몸에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두 손으로 부채를 잡았다. 그가 정신을 집중시키자 부채에서 환한 붉은 빛이 일어나더니 이내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잠깐 동안 이를 악물고 버티던 도윤은 결국 정신을 잃고 침대 위로 반듯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다음날. 모처럼 단잠에 빠졌던 석훈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거실로 나왔지만 집안 전체가 조용했다. 도윤이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나 싶어 방문을 노크했지만 반응이 전혀 없었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문이 열렸다. 잠겨 있지 않았던 것이다. 침대 위에 도윤이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아직도 자고 있어? 형도 정말 피곤했던 모양이네.”
석훈은 조용히 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어제 저녁도 거르고 잤더니 배가 몹시 출출했다. 뭐라도 먹고 싶은데 도윤이 자고 있으니 아무래도 함께 식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는 조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귀국했다는 연락을 해두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데이트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옷을 걸치고 외출했던 석훈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은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이 어두컴컴했다. 불이 꺼져 있었던 것이다.
“뭐야? 도윤이 형이 그새 일어나서 나갔나? 아직도 안 들어왔어?”
거실에 불을 켜고 방문을 살짝 열어보자 도윤이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게 보였다. 그제야 덜컥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석훈은 얼른 도윤의 침대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뭐야? 형, 왜 그래? 어디 아파요? 일어나 봐요.”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었다. 기겁을 해서 코끝에 손을 대자 호흡이 느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전화기를 꺼냈다. 일단 병원에 데리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처 119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끄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이 천천히 눈을 뜨며 일어나고 있었다.
“뭐야? 여기 내 방 아니야? 너 여기서 뭐하는 거냐?”
피곤에 잠긴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발음은 비교적 또렷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던 석훈은 저도 모르게 버럭 신경질을 냈다.
“아, 나 참.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아직 젊은 사람이 무슨 잠을 그렇게 오래 자요? 나 같으면 허리가 아파서라도 일어났겠다.”
도윤이 아직 초점이 또렷하지 않은 눈으로 주변을 둘레둘레 살폈다.
“뭘 오래 자? 지금 몇 신데?”
“밤 열두 시가 다 됐어요. 형 어제부터 꼬박 하루 동안 누워 있었던 거 알아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던 도윤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뭐? 내가 하루 종일 잠을 잤다고? 밤 열두 시면 아직 몇 시간 안 됐잖아?”
“몇 시간 안 되기는? 우리가 서울에 도착한 뒤로 벌써 하루가 지났다고요. 형은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무려 서른 시간을 내리 잔 거예요.”
“정말이야? 내가 그렇게 오래 잤다고? 어쩐지 배가 되게 고프더라니.”
“잘 하면 자다가 굶어죽겠네. 얼른 일어나서 샤워부터 하세요. 내가 라면 끓여놓을 테니까 씻고 나서 그거라도 드세요.”
“그래? 고맙다. 그럼 부탁할게.”
도윤은 얼른 옷을 벗고 욕실로 뛰어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머리에 물을 끼얹자 그제야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서른 시간 가까이 잠이 잤다고? 정말? 그럼 도대체 부채에 담긴 능력이 얼마나 강력하다는 거야?
유물에 담긴 능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걸 전해 받은 사람이 정신을 잃는 시간도 길어진다. 지금까지 도윤이 능력을 전해 준 사람들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던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넘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서른 시간이라니? 그나마도 석훈이 중간에 억지로 깨우지 않았더라면 더 오래 누워 있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번에 얻은 능력은 짐작했던 대로 성격이 조금 애매하네. 역시 무후가 선택한 물건이라서 그런가? 팔각금잔하고 특징이 비슷해.”
샤워를 한 덕에 정신이 맑아지자 이번에 얻은 능력을 다시 돌아봤다. 유물로부터 받은 능력의 정확한 성격이나 특징은 그것을 직접 사용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파악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보통은 능력을 받자마자 대략적인 성격이나 방향에 대해 감을 잡기 마련이다.
도윤은 자신이 이번에 받은 능력이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세뇌와는 다르지만 역시 사람의 정신을 조종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게다가 이건 오랫동안 훈련을 해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뭐랄까?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가 안 된 느낌이야.”
처음 다산의 기억력을 물려받았을 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곧바로 적응이 됐다. 물론 그때도 몸이 자라면서 전체적으로 머리가 점점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나자마자 기억력 자체는 이미 크게 향상되어 있었던 것이다.
라스푸친의 목걸이에 깃들어 있던 치료 능력을 전해 받았을 때는 그걸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동안 여러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조금씩 능력이 몸에 배기는 했지만 여전히 더 발전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치료 능력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연습을 많이 해야겠는데?”
다행이라면 이미 연말이 가까워져서 당분간 특별히 바쁜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신년이 되자마자 현소 화랑에서 열리는 기획전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이미 그 일은 다른 직원들이 맡아서 진행 중이었다. 그가 새삼스럽게 중간에 끼어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부모님도 내년 1월까지는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는 얘기를 했다.
“근데 무후도 어지간히 이런 쪽에 욕심이 많았던 모양이네.”
도윤은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말리며 피식 웃었다. 역시 무후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 *
중국에는 오래전부터 여러 신선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송나라 이후로는 그 가운데 여덞 명을 골라 따로 8신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실존 인물이었지만 그들이 진짜로 인간을 초월한 신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확인할 길이 없다.
사실 신선에 대한 얘기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당나라 때부터다. 도교와 불교가 황궁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널리 자리를 잡으면서 신선과 고승에 관한 설화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퍼진 설화들을 자세하게 정리한 책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송나라 때 발간된 ‘태평광기(太平廣記)’라는 책이다. 태평 연간에 민간의 설화를 널리 수집해서 기록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태평광기에서는 측천무후가 직접 황궁으로 초대했던 두 명의 신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명은 ‘장과로’이고 다른 한 명은 유일한 여자 신선인 ‘하선고’다. 이 가운데 장과로는 나중에 당 현종의 초대를 받아 오랫동안 황궁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가 처음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당 고종과 측천무후가 제위에 있던 시기였다.
“그러니까 이게 장과로의 부채라는 말이지?”
석훈이 끓여준 라면을 먹은 도윤은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석훈은 피곤하다며 이미 잠자러 들어간 상태였다. 그는 손에 들린 부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미 능력을 잃고 보통의 부채로 돌아간 유물은 표면에 흐르던 윤기마저 완전히 죽어버린 느낌이었다.
장과로는 다른 신선들처럼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고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그를 유명하게 만든 에피소드들 가운데는 위장과 둔갑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시체처럼 보이게 했다든가, 술잔을 젊은 학자로 변화시켜 술을 마시게 했다는 이야기들이 태평광기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실제로 물건을 사람으로 바꿀 수 있었을 리는 없을 테고,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지녔던 거겠지?”
앞으로 차츰 연습을 통해 확인해나가야 하겠지만, 지금 도윤이 스스로 느끼고 있는 능력의 성격 또한 그랬다. 누군가에게 정신을 집중시키면 그로 하여금 주변의 사람이나 물건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번에 새로 받은 능력이었다. 실로 대단한 능력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정신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게 다소 꺼림칙했다.
“그래도 사람을 미치게 하거나 죽이는 건 아니라는 게 어디야?”
아직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대방에게 환각을 건다고 해서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당 현종은 미치광이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장과로와 가장 많이 만나고 각종 환각을 두루 경험했던 인물이 바로 그였으니까.
“잘만 쓰면 아주 유용한 능력이 되겠는데? 무후가 탐을 낼만한 능력이기는 했겠어.”
짐작이기는 하지만 장과로의 부채 역시 유물의 주인일 경우에는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능력을 쓸 수 있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유물이었다는 뜻이다. 하긴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무려 천 년이 넘게 잠재된 능력을 잃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도윤은 부채를 방에 있는 금고 안에 보관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받은 능력을 최대한 빨리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다니엘 로스차일드는 술잔을 잃고 이대로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와는 결국 끝장을 봐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