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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63화 (163/300)

163화

도윤의 구두 뒷굽에 감춰져 있는 비상위치송신기(ELT)는 GPS 수신기와 위치 송신기로 이루어져 있다. GPS 수신기가 인공위성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면, 위치 송신기가 그 결과를 다시 송출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꺼져 있다가 사용자가 스위치를 켜거나 큰 충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비상위치송신기는 도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다녀온 뒤에 설치한 것이다. 석훈과 함께 같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기는 하지만 24시간 녀석과 같이 붙어 다니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평소에 자주 신고 다니는 구두 뒷굽을 비롯해 볼펜과 핸드폰 등의 몇 가지 소지품에 송신기를 달아놓았다.

“무슨 대단한 정부 요인도 아니면서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요?”

비상위치송신기의 가격은 제법 비쌌다. 처음에는 도윤의 과도한 준비성을 비웃던 석훈도 이라크에서 총격을 당한 이후로는 입을 다물었다. 건릉 발굴 이후로는 도윤도 참 어렵게 산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래도 내심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진짜로 송신기가 작동되는 일은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난 것이다.

그리넘과 그의 부하들은 정신을 잃은 도윤을 재빨리 미리 준비했던 소형 승합차에 태웠다. 서둘러 차를 출발시킨 그들이 아리움 미술관을 떠날 즈음, 현소 화랑에 있던 석훈은 휴대폰에서 울리는 요란한 경보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휴대폰을 꺼내 앱을 실행시킨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구두 뒷굽에 달린 송신기가 켜졌네? 이 형이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차는 어느새 아리움 미술관을 떠나 한남대교를 건너는 중이었다. 오늘 도윤이 형 일정 중에 강남 쪽으로 갈 일이 있었나? 고개를 갸웃하던 그의 안색이 바뀐 것은 앱에서 반짝이고 있는 붉은 점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차에 시동이 꺼져 있잖아? 그럼 뭘 타고 이동하는 거야?”

도윤의 차에도 당연히 송신기가 달려 있었다. 그건 평소에는 꺼져 있다가 차에 시동이 걸리면 작동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 송신기에서 나오는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도윤이 자신의 차를 놔두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 중이라는 뜻이었다. 더구나 다른 소지품도 아니고 구두 뒷굽에 달린 추적기에서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게 더 문제였다.

만약 도윤이 자신의 위치를 석훈에게 알릴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면 송신기가 아니라 휴대폰에 깔린 앱을 작동시켰을 것이다. 그게 어려우면 가지고 다니는 고급 볼펜에 달린 송신기를 켜도 된다. 그런데도 굳이 구두 뒷굽에 달린 송신기를 작동시켰다는 것은 다른 송신기를 켜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석훈은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아무래도 진짜 상황인 모양이네.”

그는 급히 주차장으로 뛰어 내려가 차를 출발시켰다. 만약의 경우에 쓸 수 있는 몇 가지 장비들이 트렁크에 실려 있었지만 일단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그는 아리움 미술관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 도윤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던 시상식이 열리는 곳이었고, 처음 위치 추적기가 신호를 보내온 장소 역시 거기였다.

아리움 미술관 주차장에 도착한 석훈은 먼저 도윤의 차부터 찾았다. 아니기를 바랐지만 그의 차는 여전히 그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 주차장에 달린 CCTV를 수리하고 있는 미술관 직원들이 보였다.

“수고하십니다. 근데 그거 고장 났어요?”

석훈이 묻자 직원이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혀를 찼다.

“수리가 아니라 교체하는 중이에요. 어떤 놈이 CCTV를 완전히 박살내버렸더라고요.”

“박살을 내요? 누가 일부러 부순 거예요?”

“네. 몽둥이 같은 걸로 죽어라 후려쳤나 보더라고요. 별 미친놈들이 다 있어요.”

“나쁜 놈들이네? 그럼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야 하는데, 여기 소장님이 그냥 카메라만 새 걸로 교체하래요. 괜히 경찰을 부르면 일만 번거로워진다고. 저희도 주변을 둘러봤는데 다행히 주차된 차에 흠집이 났다거나 뭐가 없어진 흔적은 없더라고요.”

대처가 그 정도라면 당연히 녹화영상을 확인해서 누가 카메라를 부쉈는지 찾으려 하지도 않았겠구나. 석훈은 속이 끓어올랐지만 당장은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정황상 도윤이 실제로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그는 다시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도윤이 보내는 신호는 이미 강남을 지나 성남 시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속도 제한과 신호를 무시하며 차를 내달렸다. 그러면서 종로 경찰서의 윤다솔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석훈 씨? 석훈 씨가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다행히 벨이 몇 번 울리지 않아 윤다솔이 전화를 받았다. 석훈은 전방을 주시한 채로 빠르게 말을 뱉었다.

“도윤이 형이 아무래도 납치당한 것 같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납치요? 벌건 대낮에? 그게 무슨 소리에요?”

“오늘 도윤이 형이 한남동 아리움 미술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상시에만 켜기로 약속한 위치 송신기를 작동시켰더라고요. 방금 아리움 미술관에 가서 확인했는데 차가 시동이 꺼진 채 주차장에 서 있었어요. 형은 지금 성남 시 쪽으로 움직이고 있고요. 근데 주차장에 있는 CCTV를 누가 일부러 박살을 내놨더라고요.”

“CCTV를 박살냈다고요? 일부러? 도윤 씨한테 연락은 해 봤어요?”

“여러 번 걸었는데 계속 전화기가 꺼져있어요. 저도 지금 신호를 따라서 놈들의 뒤를 쫓고 있는데 혹시 모르니까 경찰 지원 좀 부탁드릴게요.”

“지금 받고 있다는 그 신호, 저희 쪽으로 연결시켜 줄 수 있어요?”

“전화번호를 불러주세요. 그럼 그쪽 휴대폰으로 신호를 보내드릴게요.”

윤다솔이 전화기를 붙잡은 채로 형사들에게 뭔가 지시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여러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가 휴대폰 번호 하나를 불러주었다. 석훈이 앱을 조작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신호를 그 번호와 연동되게 했다. 신호를 확인한 윤다솔이 낮고 빠르게 몇 가지 사항을 지시했다.

“잘 들어요. 제가 우리 과 형사 몇 명을 데리고 곧바로 출발할게요. 하지만 아직 납치를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거 아시죠? 제가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공식적으로 상부에 납치 사실을 보고하거나 경찰 병력을 동원할 수는 없어요.”

“그렇게만 해 주셔도 감사하죠. 일단 제가 최대한 놈들에게 접근해보겠습니다.”

“그건 안 돼요. 위치만 확인하고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석훈 씨는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기다리세요. 혹시 놈들의 인원이나 무장 상태에 대해서 아세요?”

“모릅니다. 저도 아직 놈들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어요.”

“알았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놈들을 발견하더라도 절대로 접근하면 안 돼요.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석훈은 더욱 더 액셀을 힘껏 밟았다. 접근하지 말라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그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 * *

주사기를 쓰지 않고 마취제를 코로 흡입시켰기 때문에 용량을 정확하게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리넘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윤이 최소한 대여섯 시간은 꼼짝없이 정신을 잃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도윤은 불과 한 시간 만에 정신을 차렸다.

‘여긴 어디지? 이놈들은 누구야?’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이 두 팔과 다리가 테이프로 꽁꽁 묶인 채로 바닥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윤은 눈만 가늘게 떠서 얼른 주변을 살폈다. 실내의 크기와 인테리어 상태로 볼 때 소형 승합차 내부가 분명했다. 눈앞에 보이는 인원은 세 명. 하지만 등 뒤로도 한두 명이 더 있는 것 같았다.

차에서 일정한 진동이 느껴진다는 건 현재 어딘가를 향해 이동 중이라는 의미였다. 자신을 납치한 놈들은 겉으로 드러난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깔로 보아 서양인들이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왕이푸 회장이나 이브라힘 왕세제가 보낸 놈들은 아닌 것 같네. 그럼 다니엘 로스차일드의 부하들인가?’

그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때,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인물이 뒤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올렌코에게 전화 걸어서 준비가 다 끝났는지 확인해 봐.”

도윤은 얼른 눈을 감았다. 이름은 모르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얼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신을 납치하고 등에 총알까지 박아 넣었던 장본인이었다. 도윤은 이가 갈리는 걸 억지로 참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바로 심문에 들어간다고 할까요?”

“아니야. 이 자식이 깨어나려면 앞으로도 한두 시간은 지나야 할 거야. 하우스에 도착하면 지하층에 처박아두고 우린 식사부터 하자고. 올렌코한테는 미리 밥을 먹어두라고 해.”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부하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히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끊자, 이번에는 그리넘이 직접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네. 회장님. 지금 놈을 잡아서 하우스로 이동 중입니다. 네.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리의 행방은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윤은 상대가 통화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납치를 지시한 작자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다니엘 로스차일드. 이놈들은 역시 그 개자식이 보낸 게 분명했다.

그가 정신을 차린 뒤에도 차는 이십여 분을 더 움직인 끝에 어느 집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도윤은 자신이 어디까지 끌려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느낌상 적어도 서울을 벗어난 건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넘이 근거지로 택한 최고급 타운 하우스는 이웃과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다. 한꺼번에 네 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일당은 재빨리 도윤을 끌어내어 집안으로 옮겼다. 지하층에는 이미 식사를 끝낸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가 일행을 맞이했다. 도윤은 예전처럼 의자에 앉혀진 다음 테이프로 칭칭 동여매어졌다.

“우린 올라가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내려올 테니까, 데이빗 네가 이 자식이 깨어나는지 잘 지켜보고 있어. 아마 한 시간 내로는 깨어나기 힘들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절대 눈을 떼지 마. 정신을 차리면 나한테 바로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심문은 예정대로 약부터 시작합니까?”

데이빗이라는 자의 질문에 그리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정신을 차리면 자백제를 주사할 거야. 그게 통하지 않으면 고전적인 수법을 쓸 거고. 녀석을 위해서라도 되도록 빨리 입을 여는 게 좋겠지. 안 그러면 실컷 고통을 당하다가 아는 걸 다 토해내고 결국 비참하게 죽게 될 테니까.”

그리넘 일당이 방을 나가자 데이빗이라는 자 한 명만 남아서 도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놈은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다른 의자를 옮겨놓고 앉았다. 녀석이 의자를 옮기느라 잠시 허리를 굽히는 순간, 살짝 열린 앞섶 사이로 건 홀더가 보였다.

‘권총을 가지고 있구나. 이 자식들. 한국에 어떻게 권총을 가지고 들어왔지?’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도윤은 턱에 힘이 들어가면서 저절로 이가 갈리는 걸 참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현재의 상황을 따져봤다. 석훈이 신호를 받았을까? 녀석이 신호를 받았으면 지금쯤 이미 움직이고 있겠지? 하지만 석훈이가 오기 전에 이놈들이 심문을 먼저시작하면 어떻게 하지?

그는 순순히 앉은 채로 자백제를 맞고 고문을 당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물론 또 다시 총에 맞고 싶지도 않았다. 저번에야 운이 좋아서 살아났다고 하지만 그런 운은 한 번 있었던 것도 너무 많다고 봐야 했다.

* * *

도윤이 타운 하우스에 도착한 지 30분가량이 지났을 때, 석훈은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다행히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서 도윤이 잡혀 들어간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쉬웠다. 다만 당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부지런히 쫓아오기는 했지만 정작 상대의 인원이나 무장 상태를 알 길이 없었다.

“지하층까지 대충 3층 구조인 것 같네. 눈치로 봐서는 밥을 하든 죽을 끓이든 지하에서 할 것 같기는 한데…….”

그는 먼저 윤다솔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놈들의 근거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저희도 십 분 이내에 도착할 거예요.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먼저 뛰어들면 안 돼요. 알았죠?”

윤다솔은 석훈이 먼저 움직이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석훈은 전화를 끊으면서 피식 웃었다. 나도 제발 먼저 뛰어들어야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는 차 트렁크를 열어 안에서 방탄조끼를 꺼내 걸쳤다. 국내에서 총격을 당할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이라크에서 총격을 당한 이후에 혹시나 해서 사둔 것이었다. 신발도 편한 것으로 갈아 신고 허리에 대검을 꽂은 다음 양손에는 50cm 정도의 쇠몽둥이 두 개를 하나씩 나누어 들었다. 그런 뒤에 조심스럽게 집을 향해 접근했다.

석훈이 조심스럽게 움직일 즈음, 식사를 마친 그리넘이 부하 한 명을 데리고 지하층으로 내려왔다. 아직 도윤이 깨어나지는 않았겠지만 조금 전 다니엘로부터 재촉 전화가 왔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는 도윤을 강제로 깨워서라도 심문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문을 열고 지하층에 들어섰을 때 뜻밖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의자에 묶여 있는 도윤의 상태가 이상했다.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죽어 있고 목이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는 게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얻어맞다 목이 부러져 죽은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를 기겁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지하층을 지키라고 했던 부하는 보이지 않고 대신 도윤의 경호원인 석훈이 총을 든 채 방 안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은 도윤이 이번에 얻은 능력으로 만든 가짜 석훈이었다. 그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자신을 죽은 사람처럼, 그리고 방에 있던 데이빗은 놈들이 얼굴을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석훈으로 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너, 이 자식!”

그리넘은 고함을 버럭 지르며 품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구한 권총은 고작 세 자루에 불과했다. 그 중 두 자루를 자신과 부 팀장인 개리 올렌코가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를 이곳을 지키던 데이빗에게 맡겨 두었다. 한국은 총기 소지가 불법인 나라이니 놈이 가지고 있는 권총은 데이빗에게서 탈취한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넘이 총을 꺼내드는 것을 본 가짜 석훈이 맞대응을 하기보다는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녀석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총을 들어 올렸지만 그때는 이미 그리넘의 총이 발사된 후였다.

탕, 탕, 탕, 탕.

가짜 석훈, 즉 데이빗이 가슴과 배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놈이 죽은 것을 확인한 그리넘이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아직 심문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도윤 저 자식을 죽인 게 도대체 누구야? 데이빗은 어디 갔어? 여길 지키라고 했던 놈 말이야.”

그리넘이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그를 따라왔던 부하 역시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시각, 밖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진짜 석훈은 갑자기 안에서 들려온 총소리에 기겁했다.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 있는 지하층이라고 해도 총소리까지 감추지는 못한 것이다.

“도윤이 형!”

더 이상 윤다솔 과장 일행이 오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졌다. 그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타운 하우스를 향해 내달렸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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