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중국에서 돌아온 도윤은 며칠 뒤 오광표와 자리를 함께 했다. 사실 도윤은 그를 만나면 먼저 오윤주의 미국 대학 입시에 대해 상의할 작정이었다. 윤주가 국제 학생 미술 대회에서 입상하고 박은비 화백의 전시회와 도록 발간 작업도 무사히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오광표가 약속했던 대로 그의 딸을 미국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였다.
미국 입시는 조기 입학과 정시로 나뉘는데 조기 입학의 경우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원서가 마감된다. 조기 입학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전 까지 SAT와 토플을 비롯한 성적을 받아놔야 했다. 하지만 도윤은 굳이 미국 대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오광표가 이미 관련된 입시 일정과 준비 사항을 훤히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도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언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다시 알아봤고요. 딸 아이 입시에 관한 문제는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맡겨 두십시오. 명색이 학부모 아닙니까? 전에 말씀하신대로 추천서를 얻는 문제만 잘 부탁드립니다.”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는 그의 태도에 도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어? 이게 아닌데?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래도 일단 필요한 사항들을 짚기로 했다.
“잘 아시겠지만 토플하고 SAT 시험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시험 준비를 잘 시키셔야 할 거예요. 미대니까 괜찮겠지 하고 대충 시험을 봤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그리고 추천서를 받으려면 아무래도 사진보다는 실제 작품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달 말에 미국으로 갈 일이 있는데 그 때까지 완성된 윤주 그림을 몇 점 받을 수 있겠습니까?”
대답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윤주가 다른 건 몰라도 어릴 때부터 영어는 곧잘 했습니다. 학교 내신도 나쁘지 않고요. 제가 지금까지 괜히 일반 대학에 진학하라고 권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작품은 이미 몇 점 그려둔 게 있습니다. 윤주가 요즘도 가끔씩 이 박사께서 추천해 주셨던 아틀리에를 들르거든요. 가시기 전에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런 그를 향해 오광표가 진짜 용건을 꺼냈다.
“전에 제가 어머님의 특별전이 무사히 열리면 조그만 정보를 하나 드리겠다고 했던 거 기억하십니까? 오늘은 사실 그 문제 때문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글쎄요. 기억은 나지만 도대체 어떤 정보를 말씀하시는 건지…….”
“저는 평생 반도체 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에 관한 얘기지요.”
반도체 관련 정보라고? 미술 감정사인 자신에게 갑자기 웬 반도체 얘기? 고개를 갸웃하는 그를 향해 오광표가 USB 하나를 내밀었다.
“전문적인 얘기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자료를 정리해서 이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믿을만한 분에게 검토를 부탁한 뒤에 어떻게 할지 판단하시면 될 겁니다. 어차피 석 달 정도 지나면 무의미한 자료가 될 테지만 그 전까지는 보안을 부탁드립니다.”
“이거, 혹시 회사 기밀 자료 아닙니까? 그런 거라면 제가 받기가 어렵습니다.”
도윤이 선뜻 USB를 받지 않고 망설이자 오광표가 씩 웃었다.
“역시 제가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군요.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는 벵갈루루에 ‘데바(Deva) 인스트루먼트’라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거기서 TPU와 CPU를 하나로 합친 새로운 칩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 칩이 완성되면 컴퓨터 산업 전체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TPU요? CPU는 알겠는데 TPU는 또 뭡니까?”
“Tensor Processing Unit의 약자입니다. 컴퓨터에 쓰이는 연산 장치의 일종이죠. 인공지능의 딥 러닝(Deep Learning)에 적합한 형태로 설계된 칩입니다. 구글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채택한 장치인데 현재로서는 개인용 컴퓨터가 아니라 서버용으로만 쓰입니다.”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도윤이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자 오광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TPU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산을 처리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전체적인 성능 자체는 CPU보다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래픽 카드처럼 CPU와 함께 장착해서 써야 하지요. 안 그러면 딥 러닝 관련 처리 속도까지 너무 느려지거든요. 그런데 데바 인스트루먼트에서 양쪽의 장점만을 모아서 하나의 칩에 구현한 새로운 TPU를 거의 완성했습니다.”
“양쪽의 장점을 모았다고요?”
“간단히 말해 현재의 고성능 CPU보다 빠른 TPU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덕분에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산은 기존의 TPU보다 10배 이상 빨라졌죠. 그것도 CPU의 도움 없이요.”
그것은 기존의 회로 설계와 제조 공정의 개념 자체를 바닥부터 뒤엎은 창조적인 사고의 결과였다. 하지만 도윤은 그런 사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하자 오광표가 씩 웃으며 직접 USB를 집어서 손에 쥐어주었다.
“이 회사는 지금 자금 부족 때문에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워낙 많은 돈이 들어가는 개발 사업이거든요. 그래서 적당한 투자자를 구하고 있죠. 만약 지금 투자하면 상당히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이 정보를 이용할지 말지는 이 박사께서 알아서 판단하십시오.”
도윤은 일단 USB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솔직히 오광표의 말이 완전히 믿기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신뢰성 여부를 판단할 만한 기본 지식이 없다고 하는 게 맞았다.
“그런 회사라면 저보다는 차라리 오성 전자가 투자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말씀대로라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가 아닙니까? 그리고 명색이 오성 전자 임원이신데 이런 정보를 저에게 주시는 건 기밀 유출 아닌가요?”
그 말에 오광표가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히 오성 전자에서도 접근을 했죠. 하지만 결국 협상이 무산됐습니다. 오성에서는 데바 인스투르먼트 자체를 인수할 생각이었는데 저쪽에서 그걸 완강히 거절했죠.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감정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했습니다. 완전히 틀어졌죠.”
“그럼 다른 회사라도 접근하지 않았을까요?”
“물론입니다. 현재 오성은 한 발 물러난 상태에서 중국과 미국 쪽 회사들이 데바 인스트루먼트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오성과 마찬가지로 모두 DI를 집어삼키고 싶어 합니다. 데바가 계속 버티고는 있지만 아마 오래 가기 힘들 겁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결국 오광표가 넘긴 정보는 분명히 기밀 유출이면서도 정작 오성에게는 기밀로서의 가치가 없어진 묘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넘긴 정보가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기간을 삼 개월로 잡았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결국 데바는 기존의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가든가, 아니면 그냥 망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오광표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박사께서 비에코라는 회사에 과감하게 투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 그런 쪽에도 관심이 있을까 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그런 쪽이라면 어떤 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가능성이 엿보이는 회사에 미리 투자를 해서 큰 이익을 꾀하는 일 말입니다. 그런 걸 엔젤 투자라고 하죠? 하지만 안목이 없이 아무데나 투자를 하다가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비에코보다는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는 투자처를 말씀드린 겁니다.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정보를 실제로 이용하고 말고는 이 박사님께 달렸지요.”
그 말을 끝으로 오광표는 커피숍을 떠났다. 도윤은 주머니에 넣었던 USB를 꺼내서 뚫어지게 쳐다봤다. 또 다시 머리를 싸매야 할 거리가 생겼다. 그는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오광표에게서 받은 USB를 자신의 전담 변호사인 노영태에게 맡겼다.
“안에 있는 내용을 검토해서 투자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주세요. 저도 들여다보기는 했는데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워낙 문외한이라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자신이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남에게 맡기는 게 낫다. 노영태 변호사도 반도체나 IT 분야 전문가가 아닌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는 오랫동안 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사람이었다. 최소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는 훨씬 잘 알 게 분명했다.
* * *
이제 미국에 가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게 하나 남았다. 구치소에 갇혀 있는 그리넘을 만나서 에티오피아에서 비밀 집회가 열리는 장소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 일을 위해 도윤은 다시 조명근에게 연락을 했고, 그는 마지못해 특별 면회를 주선해 주었다.
“특별히 몸 잘 쓰는 교도관을 배석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모르니까 상대가 혹시라도 발작을 일으키려는 기세가 보이면 얼른 몸을 피해. 알았지? 상대는 국제적인 테러리스트야.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너희 부모님 얼굴 못 본다. 진짜 조심해라.”
조명근은 몇 번이나 그렇게 신신당부했다.
그리넘 피티가 수감된 곳은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 구치소였다. 미결수가 많이 수감되기 때문에 다른 구치소에 비해 변호인 접견실이 크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도윤은 자신을 안내한 교도관이 접견실 문을 열기 전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창문 너머로 전보다 훨씬 초췌해진 모습으로 앉아 있는 그리넘의 얼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접견실 안으로 들어갔다.
도윤이 교도관과 함께 나타나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리넘이 비로소 그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회, 회장님이 어떻게 여기를…….”
경악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자 도윤이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자네답지 않게 왜 이렇게 흥분을 하고 그래? 이곳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몰라. 그러니까 괜히 호들갑 떨다가 나까지 들키게 하지 말고 얼른 자리에 앉게.”
능숙한 영국식 영어였다. 그리고 배석한 교도관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이미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공연히 영어로 혼잣말을 하면서 확인한 사항이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그리넘은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고 얼른 의자에 도로 앉았다. 도윤이 교도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구석 쪽에 있는 교도관용 의자에 가서 앉았다.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시킨 도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를 특별 면회하기 위해 돈을 많이 썼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이도윤을 잡으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자네가 잡힌다는 게 말이 돼? 일이 거꾸로 되는 바람에 내 입장이 아주 곤란해졌어. 당장 에티오피아에 누구를 보내야 할지 난감하게 됐잖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넘은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그는 앞에 앉은 도윤을 다니엘 로스차일드로 착각하고 있었다. 도윤이 접견실에 들어오기 전에 창문을 통해 그에게 환각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직 장시간 사용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삼십 분 정도는 환각을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그 전에 일을 끝내야 했다.
“내가 왜 영국을 떠나 한국까지 자네를 만나러 왔는지 알겠지?”
알아야 해. 안 그러면 내가 진짜 곤란해지니까. 다행히 그리넘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아이디 하나와 패스워드를 빠르게 불렀다.
“클라우드 저장소에 에티오피아 작전과 관련된 내용을 파일로 정리해서 올려두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만약을 대비해서 만들어 둔 것입니다. 그걸 보시면 일정과 장소, 일을 맡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한 눈에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자네만 아는 아이디와 패스워드인가?”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7월 말까지 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마모에게 예약 문자가 발송될 겁니다. 그럼 그 친구가 문자를 보고 클라우드 저장소를 열 겁니다. 원래는 그런 다음에 회장님께 직접 연락을 취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마모?”
“마모 시히네 말입니다. 작년에 제가 저택으로 데리고 가서 한 번 인사를 시켜드린 적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현지인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십니까?”
“아, 그 친구 말이군. 이제 기억나네. 나이가 드니까 요즘 들어 자꾸 정신이 깜빡깜빡해.”
그리넘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니엘 로스차일드가 연로한 노인인 건 분명하지만 기억력이나 사고력은 여전히 멀쩡한 편이었다. 그런 사람이 스스로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던 일의 현지 담당자를 잊어버렸다고?
그리넘의 표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도윤은 상대의 눈치가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는 그리넘이 쓸 데 없는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얼른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내가 클라우드 저장소를 직접 열면 되니까 문자 전송은 취소시켜야 하겠군. 그건 어떻게 취소시키지?”
도윤은 그 말을 하면서 환각 능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건 팔각 금잔처럼 상대를 완전히 꼭두각시로 만드는 힘은 없었다. 하지만 환각에 강하게 걸린 사람은 정신이 약간 멍해지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리넘은 얼떨결에 자신이 문자 전송을 예약한 사이트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그리고 예약 사항을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을 털어놓았다.
그리넘이 털어놓은 내용을 모조리 머릿속에 담은 도윤이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자네를 담당해줄 변호사가 접견을 신청할 거야. 그 친구 말을 잘 따르도록 하게.”
“제가 풀려날 수 있겠습니까?”
그리넘이 눈빛에 기대를 담아 물었다. 도윤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가능할 거야. 우선은 자네와 부하들의 신병을 영국에서 인도받을 수 있도록 힘을 쓸 계획이네. 자네들이 영국으로 건너오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아. 거기는 내 안마당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는 그리넘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두드려준 뒤에 접견실을 나왔다. 영국으로 신병이 인도될 거라고? 조명근의 말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그리넘 일당에 대해 별다른 외교적 협상을 시도하지 않았다. 지극히 형식적인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게 전부였던 것이다.
영국 정부는 처음부터 그리넘 일당이 남의 나라에서 납치극을 벌인 것을 국가적 수치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니엘은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택하는 대신 부하들을 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도윤은 그 즉시 그리넘이 말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해 클라우드 저장소에 접속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였다.
저장소에 보관되어 있던 파일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본 그는 고민 끝에 파일을 폐기하는 대신 내용 가운데 몇 가지를 수정했다. 그런 다음에 다시 예약 문자가 저장된 사이트에 접속해서 문자의 내용 일부를 바꿨다. 시간이 되면 문자가 그냥 발송되게 놔 둔 것이다.
“다니엘을 손봐줄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버릴 필요는 없지.”
문서 내용에 의하면 다니엘은 마스켈 축제 때 에티오피아로 직접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공연히 문자 발송을 취소해서 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파일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아무리 평화주의자라고 해도 내 목숨을 두 번이나 노린 놈을 그냥 둘 수는 없지. 다니엘 네 놈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 똑똑하게 알게 될 거야.”
파라켈수스의 가짜 칼로 상대를 골탕 먹이는 정도로는 다니엘과의 악연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게 지난 번 납치 사건으로 분명해졌다. 도윤은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