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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97화 (197/300)

197화

에티오피아인들 가운데 이슬랍 교도는 대략 30퍼센트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기독교의 종파 가운데 하나인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신도였다. 거기에 개신교도들의 수 역시 18% 가량 되었다. 말하자면 에티오피아는 이슬람 국가들로 둘러싸인 북아프라카 한 가운데 자리잡은 유일한 기독교 국가라고 할 수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에티오피아와 기독교의 인연은 기원전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티오피아 북부 지역에 자리 잡았던 국가인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 왕의 명성을 듣고 이스라엘로 그를 찾아간다. 거기서 그녀는 솔로몬 왕과 동침한 뒤 시바로 돌아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나중에 악숨 왕국을 세운 초대 황제 메넬리크 1세다.

메넬리크 1세는 성인이 된 뒤 아버지인 솔로몬 왕을 찾아가 그로부터 십계명이 든 언약궤를 받아서 가지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설이 해리슨 포드가 주연했던 영화 ‘레이더스’의 모티브가 되었는데, 아무튼 이런 전설로 인해 에피오피아인들 가운데는 지금까지도 자신들을 솔로몬 왕의 후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에티오피아가 현재처럼 북아프리카 유일의 기독교 국가가 된 것은 예수 사후에 몇몇 사도들이 이곳으로 건너와 복음을 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악숨 왕국의 전통이 없었다면 그들이 이집트를 지나 이곳까지 와서 선교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마스켈 축제를 닷새 앞 둔 9월 22일, 이브라힘 왕세제의 비서실장인 압둘이 여러 명의 일행들과 함께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그가 데려온 이들은 오직 이브라힘 왕세제만의 명령을 받는 비밀요원들이었는데,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라 어에 능통했다. 이브라힘이 오랫동안 이번 일을 위해 공을 들였다는 뜻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온 그들은 곧바로 미리 예약한 호텔로 이동했다. 압둘이 자신의 방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전에 잠입시켜두었던 또 다른 비밀 요원이 그를 찾아왔다.

“에이하브 알 사다드가 압둘 실장님을 뵙습니다.”

사다드는 압둘에게 인사를 마치자마자 조그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도윤이 마모 시히네로부터 전달받았던 것과 동일한 붉은 색의 만년 필 세 자루가 들어 있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압둘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결국 세 자루밖에 구하지 못한 건가?”

불만이 섞인 그의 질문에 사다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회원들의 대부분이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유명 인사들이라 더 이상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돈으로 매수하거나 협박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사고를 위장해서 처리하고 난 뒤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만년필을 몰래 빼돌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명이라기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그의 말을 들은 압둘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수고했네. 사고 뒤처리는 깔끔하게 했지?”

“적어도 이브라힘 왕세제님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압둘이 이미 전달받았던 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올해의 집회 장소는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이라고 했지?

“네. 랄리벨라에 있는 십자가 모양의 성당입니다.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그리 많이 찾는 장소는 아니지만 집회 당일에는 그마저도 출입을 전면 통제할 예정입니다. 집회 시작 시작은 저녁 아홉시인데,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하셔야 할 겁니다.”

“알았어. 다 좋은데 왜 하필이면 복장 규정이 이 모양이야. 온통 검은 사제복에 검정 두건까지 뒤집어써야 하다니. 무슨 장례식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압둘은 복장 규정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작게 투덜거렸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도 검은 옷은 상복으로 인식된다. 사람을 장례지낼 때나 입는 복장을 착용하고 이교도의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언짢게 만든 게 분명했다. 사다드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참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혀 죽은 사형 틀이 아닙니까? 그 때문에 참 십자가를 알현하고 축복을 받는 자리는 일종의 장례식과 비슷한 의미를 …….”

사다드는 굳이 할 필요 없는 설명을 하다가 압둘이 손을 내젓는 것을 보고 말을 멈췄다. 압둘로부터 그만 가보라는 눈짓을 받은 그는 조용히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그가 떠나자 압둘이 다시 한 번 작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해냈다.

“그나저나 집회 장소가 하필이면 랄리벨라일 건 또 뭐야? 아무튼 이 놈의 땅은 아프리카 한 복판에 틀어박힌 주제에 이교도들과의 연결 고리가 너무 강해.”

이슬람교도인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에티오피아는 하얀 도화지에 떨어진 큼지막한 먹물 자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해.”

압둘은 다른 방에 흩어져 있던 일행들을 모두 불러 모은 뒤, 그 가운데 두 명을 골랐다. 자신과 함께 참 십자가 집회에 참석할 비밀 요원들이었다.

“자네들은 권총과 소총, 그리고 수류탄을 준비하도록 해. 집회 참석 복장이 통이 넓은 검은 사제복이니까 옷 안에 무기를 숨기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거야. 내가 지시를 내리면 곧바로 총을 꺼내 다른 참석자들을 모두 제압하고 재빨리 십자가를 탈취해.”

그러자 집회 참석을 지시받은 요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저, 만약에 반항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순간 압둘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빛났다.

“이브라힘 왕세제님을 위한 일을 하는데 감히 이교도들이 방해를 한다면 용서할 필요가 없겠지. 모두 제거해. 어차피 비밀 집회니까 처리하고 나서 불을 질러버리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압둘은 다른 일행들에게도 며칠 뒤 랄리벨리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준비를 갖추도록 지시한 뒤 사람들을 물렸다. 일행이 방을 떠나자 이번에는 이브라힘 왕세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압둘입니다.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해서 조금 전 만년필을 전달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브라힘 왕세제의 목소리에 살짝 흥분의 기색이 실렸다.

“수고했어. 예수의 참 십자가는 반드시 얻어야 해. 라스푸친의 목걸이에 깃든 능력은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고, 파라켈수스의 현자의 돌 역시 다니엘 로스차일드가 복용한 게 분명해. 이제 소재가 확인된 물건은 참 십자가밖에 없어. 그것마저 얻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는 거 알지?”

“네. 압니다. 그런데 참 십자가 말고 시바의 눈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까?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그걸 찾을 여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시바의 눈물은 반드시 거기 있을 거야. 그건 집회를 주관하는 대표 사제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상황이 정 여의치 않으면 참 십자가만이라도 확실히 확보해.”

“알겠습니다.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으로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보고 드리겠스니다.”

전화를 끊은 압둘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 와중에 보석까지 탐을 내시다니…….

그가 언급했던 시바의 눈물은 30캐럿 정도의 블루 다이아몬드였다. 전설에 따르면 이스라엘로 아버지를 찾아갔던 메넬리크 1세는 솔로몬 왕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사정을 전했다. 그러자 솔로몬이 사랑에 대한 증표로 선물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아주 오래된 원석을 거칠게 다음은 중세 시대의 작품에 불과했다.

시바의 눈물은 확실히 희귀하고 비싼 보석이었다. 그러나 고대의 커팅 기술 자체가 그다지 세련되지 못해서 상징성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 역시 집회에 참석해서 다이아몬드를 멀리서 본 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불과하니 정확한 실체는 직접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보석도 많은 분이 새삼 그런 물건까지 탐하시다니…….”

이브라힘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압둘이었지만 가끔은 의미 있는 예술품에 너무 집착을 보이는 듯한 왕세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 * *

모마가 보관함에 남겼던 물건을 찾은 도윤 역시 그때부터 랄리벨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는 먼저 렌트카 회사에서 튼튼한 SUV 하나를 빌렸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랄리벨리까지 이동하려면 사막이나 다름없는 거친 황무지를 두 시간 넘게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도로가 있기는 했지만 상당 구간이 비포장이었고, 그나마도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참 십자가 집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아직 며칠 여유가 남았고, 그 사이에 그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석훈을 시켜 영국에 있는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석훈은 영어 발음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어차피 도윤이 조작한 그리넘의 기록에 의하면 다니엘에게 연락을 취할 사람은 중국인으로 되어 있었다. 다니엘 역시 그 기록을 읽었을 것이다.

그리넘이 남긴 번호는 특별한 경우에만 다니엘이 직접 받게 되어 있는 직통전화였다.

“여보세요.”

전화기 저쪽에서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석훈이 손에 든 원고를 또박또박 읽었다.

“그리넘 대장으로부터 임무를 넘겨받은 판차오라고 합니다. 현재 아디스아바바에 있는데 이곳에서 만난 조력자가 만년필을 두 개밖에 구하지 못했습니다. 물건은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데 언제 도착하실지 말씀해 주십시오. 시간하고 묵으실 호텔을 말씀해주시면 제가 직접 가지고 가겠습니다.”

모마가 남긴 만년필은 모두 네 자루였지만 그 가운데 둘은 도윤과 석훈이 써야 했다. 따라서 다니엘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두 자루밖에 없었다.

비밀 집회의 입장권이나 다름없는 만년필을 두 개밖에 구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은 다니엘은 불같이 화를 냈다. 옆에서 스피커폰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도윤은 속으로 혀를 찼다. 예전에 비해 다니엘의 성격이 사납고 거칠게 변한 게 분명했다.

그는 한참 동안 알아듣기 힘든 욕설을 중얼거리더니 차갑게 지시를 내렸다.

“자네들이 가지고 올 필요 없어. 만년필은 상자에 담아 밀봉한 뒤에 호텔 프론트에 맡겨두게. 내가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면 직접 찾지.”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리넘 대장이 남긴 메시지에 의하면 저희도 임무에 참여할 거라고 했는데…….”

“만년필만 맡겨 놓으면 자네들은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 필요 없어. 수고비는 보내줄 테니까 나중에 문자로 계좌만 찍어서 보내게. 그동안 수고했네.”

석훈이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녀석이 도윤이 적어 준 여러 항목들을 몽땅 건너뛰고 맨 마지막에 적힌 구절을 읽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묵으실 호텔과 방 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십시오.”

“곧바로 보내주지. 이만 끊네.”

전화가 툭 끊겼다. 석훈이 잠시 전화기를 쳐다보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이 우리더러 더 이상 끼어들지 말라는데요? 이렇게 되면 기껏 걱정했던 게 다 소용없게 되는 거잖아요?”

원래 도윤이 바꿔놓은 그리넘의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다니엘 일행과 함께 랄리벨리의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까지 동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도윤도 다니엘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 편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에 내용을 그렇게 바꾼 것이다. 그걸 위해서 이동하는 내내 다니엘 일행에게 환각 능력을 사용할 결심까지 하고 있었는데, 다니엘의 차가운 한 마디에 그런 결심이 모두 부질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도윤도 허탈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야 잘 된 일이지 뭐. 덕분에 홀가분하게 우리끼리 움직일 수 있게 됐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다음 준비나 하자.”

두 사람은 다니엘의 지시대로 모마가 남긴 만년필 두개를 주의 사항이 적힌 서류와 함께 상자에 넣고 밀봉했다. 그들은 이틀 동안 시내 여기저기를 다니며 한가하게 관광을 즐기다 다니엘이 도착하기로 예정된 날에 맞추어 그가 언급한 호텔을 찾았다. 거기서 상자를 프런트에 맡긴 두 사람은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니엘 일행이 탄 전용기가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도윤과 석훈은 시내에 있는 한 대형 장난감 가게를 방문했다. 거기서 도윤은 직원에서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S&B 서바이벌의 판차오라고 합니다. 독일에서 저희 회사 앞으로 보낸 물건이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확인해주시겠습니까?”

그가 내민 서류를 살펴본 직원이 창고로 사라지더니 이내 커다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무게가 제법 되는지 짐 운반용 카트에 상자를 담아온 그가 두 사람에게 그것을 건네주려고 하자 도윤이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필이면 오늘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물건을 제가 묵고 있는 호텔로 배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수고료는 지불하겠습니다.”

직원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도윤은 그에게 호텔 이름과 방 번호를 적어준 뒤 수수료를 지불했다. 호텔에 있을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상자가 정확한 시간에 배달되어야 한다는 것을 신신당부한 그는 직원에게 다시 한 번 두둑한 팁을 주고 나서야 그 자리를 떠났다.

도윤이 장난감 가게를 떠나는 시각, 다니엘 역시 일행과 함께 아디스아바바 공항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타자마자 여러 명의 수행원들과 예약한 호텔로 이동했다.

“다니엘 로스차일드입니다. 여기 내 이름으로 맡겨진 물건이 있을 텐데요?”

그가 체크인을 하자마자 프런트 직원이 곧바로 두 개의 상자를 가지고 왔다. 하나는 작고 가벼운 것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카트에 실어서 옮겨야 할 정도로 묵직했다. 예상과는 달리 상자가 두 개가 되자 다니엘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뭡니까? 나한테 올 상자는 하나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호텔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손님 이름으로 맡겨진 상자는 이 두 개입니다. 수령하지 않으시겠다면 돌려보낼까요?”

잠깐 고민하던 다니엘을 일단 작은 상자만 받아들었다. 그는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기면서 다른 일행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는 먼저 위에 올라가 있을 테니 자네들이 로비에서 먼저 큰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 봐. 별로 위험한 게 아닌 거 같으면 나중에 내 방으로 가지고 올라오고.”

“알겠습니다.”

다니엘의 지시를 받은 부하들은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자마자 로비에서 직접 커다란 상자를 개봉했다. 호텔 직원들의 눈총까지 무시하며 상자를 연 그들은 순간적으로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에서 수십 개의 장난감 소총과 권총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때 어이없어하면서도 장난감들을 뒤적이던 부하 한 명이 흠칫 얼굴을 굳혔다.

“이거 장난감들 속에 진짜가 섞였는데?”

“뭐?”

다른 부하들이 달려들어 장난감 총들을 헤집자 정말로 그 안에서 진짜 총들이 나왔다. 사실 다른 것들도 말이 장난감 총이지 모두다 야외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할 때 쓰는 정밀한 모형 총기들이었다. 그런데 얼핏 보면 실물과 구분하기 힘든 그 모형들 속에 진짜 총이 섞여 있던 것이다.

부하들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호텔 안으로 경찰들이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상자 안에 수북이 담긴 총들을 앞에 놓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니엘의 부하들을 향해 권총을 겨눴다.

“꼼짝 마라. 전부 바닥에 엎드려서 손을 머리 뒤로 올려.”

그들은 호텔에서 불법으로 총기를 거래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들이었다. 물론 그 신고는 도윤이 한 것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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