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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98화 (198/300)

198화

다니엘이 영국에서 데려온 수행원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요원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도 맨몸으로 권총을 손에 든 에티오피아 경찰들에게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시내 한 복판에 있는 특급 호텔 로비였다. 사고를 치기에는 너무 노출된 장소라는 뜻이었다.

다니엘의 수행원들은 어쩔 수 없이 경찰의 지시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로 뒤통수에 손을 얹었다. 그런 그들에게 다가온 경찰은 바닥에 엎드린 사람들의 손에 모조리 수갑을 채웠다.

몇 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먼저 방으로 올라갔던 다니엘 역시 경찰들의 방문을 받았다. 그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그들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입을 쩍 벌렸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 총기를 밀수입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로비에 있던 로스차일드 씨의 부하들은 이미 전부 체포되었습니다. 밀수입하려던 총기들도 모조리 압수됐고요. 저희들과 함께 경찰서로 가셔야겠습니다.”

다니엘은 지금까지 여러 번 경찰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서장을 만난다거나 다른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한 방문이었지 체포를 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영국도 아닌 먼 아프리카 땅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난생 처음으로 손에 수갑을 차야 했다. 그것은 다니엘에게 있어서 일생일대의 치욕이었다.

도윤과 석훈은 호텔 맞은편에 자리 잡은 커피숍에 앉아 다니엘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총기 밀수 사건인데다 체포된 사람들의 수만 해도 열 명이 넘었다. 그 때문에 경찰들도 여러 대의 경찰차를 동원해서 그들을 연행해야 했다. 그들이 모두 차에 실려 호텔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석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걸로 이제 다니엘은 참 십자가 집회에 참석할 수 없겠죠?”

도윤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손바닥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글쎄다. 그러기를 바라고 꾸민 일이기는 한데, 솔직히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영국 쪽에서 외교적 압력을 강하게 넣을 거야. 여기 경찰이 제대로 된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도윤에게 에티오피아에서 열리는 참 십자가 비밀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언급했던 사람은 중국 공산당의 우바오량 상무위원이었다. 그는 본래 비밀 집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사우다아라비아의 이브라힘 왕세제라고 했다. 그런데 뒤늦게 정보를 알아낸 다니엘이 거기에 끼어들었다.

그로서는 이브라힘과 다니엘이라는 두 세력을 한꺼번에 상대하기가 버겁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두 세력 가운데 한 곳을 미리 경쟁 구도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일을 꾸몄다. 도윤이 선택한 곳은 아무래도 둘 가운데 조금 더 밉보인 다니엘 로스차일드였다. 비밀 집회가 열리는 장소를 알아낸 상대가 바로 다니엘의 부하인 그리넘이기도 했고.

도윤은 지금까지 경찰의 힘을 빌어서 두 명의 골치 아픈 인물들을 처리한 경험이 있다. 하나는 가드너 미술관을 털었던 2인조 도둑 가운데 한 명인 파울로 마르케스였는데, 그는 아직까지 독일 감옥에 수감 중이다. 다른 하나인 그리넘 역시 그를 납치하려다 실패하고 한국의 구치소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어느 나라든 총기 밀수는 중범죄다. 그래서 도윤은 다니엘이 에티오피아에 온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에게 올가미를 씌웠다. 석훈의 도움이 컸다. 이곳이 영국이라면 다니엘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혐의를 벗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에서는 그 역시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지 않을까? 그런 뜻에서 파놓은 함정이었다.

“에티오피아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하면 그래도 치안이 좋은 나라야. 식민지 지배를 당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혹시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향력에도 굴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는 최소한 자신이 참 십자가 비밀 집회에 참석한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라도 그가 경찰에 붙잡혀 있기를 바랐다. 어찌 생각하면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다는 게 꺼림칙할 수도 있지만 도윤은 적어도 다니엘에게는 그런 미안함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놈은 자신을 죽이고 납치하려고 했던 악당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윤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만 끝났다. 다니엘은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에 영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고, 그가 난생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그날 저녁, 원하던 대로 영국 대사관 직원들이 경찰서에 들이닥쳤다.

“다니엘 로스차일드 씨는 건실한 영국 사업가입니다. 테러범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 사람이 총기 밀수 같은 걸 할 리가 없습니다.”

경찰서를 찾은 영국 대사관 직원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외교적 마찰의 가능성까지 운운했다. 다니엘을 잡아가둔 경찰서장은 전형적인 부패 공무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영국 대사관의 항의를 대놓고 무시할 만한 배짱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 날이 채 가기도 전에 영국 대사관을 시작으로 여러 곳에서 경찰서로 항의 전화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나중에는 에티오피아 경찰청장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다니엘의 일행 몇 명을 잡아가두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얼른 그를 풀어주라는 압력이었다.

도윤이 애써 꾸민 함정이 무색하게, 다니엘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루를 고작 하루를 보내고 곧바로 풀려났다. 대신 재수 없게 로비에서 장난감 사자를 열었던 수행원 몇 명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유치장에 남아야 했다. 체포 당시에 압수된 증거와 상황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에 아무리 다니엘이라고 해도 일행 모두를 단번에 빼내는 것은 무리였다.

호텔로 돌아온 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치를 떨었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가 파 놓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당장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원수를 진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일단 영국으로 돌아가시는 게…….”

“안 돼!”

수행원 가운데 한 명이 조심스럽게 귀국을 건의했지만 다니엘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예수의 참 십자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브라힘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참 십자가는 마지막 남은 희망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걸 포기한다는 것은 생명 연장을 포함해 현재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세 명의 수행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무기는 예정대로 확보할 수 있는 거지?”

그의 말에 수행원들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오후에 전달받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은 대사관 쪽에서 힘을 써 준 덕에 아직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쪽에서는 저희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겁니다.”

비록 무기를 밀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니엘이 맨 몸으로 참 십자가 집회에 참석하려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따로 총기를 구할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직후에 경찰의 습격을 받았으니 망정이지 이미 총기를 구한 뒤에 체포되었으면 다니엘도 꼼짝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년필을 최소한 두 개는 더 구해야 해. 집회에 참석해서 십자가를 빼내려면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은 있어야 될 거야. 달랑 두 명으로는 힘들어.”

다니엘의 말에 수행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어디서 만년필 두 개를 더 구합니까?”

“당연히 이미 만년필을 받은 사람 걸 뺏어야지. 안 그래?”

“하지만 누가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지금 저희로서는…….”

“누가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르지. 하지만 그걸 가진 놈들이 언제 어디로 갈지는 잘 알잖아. 안 그래?”

순간 수행원들은 다니엘이 뭘 생각하는지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수행원들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자 혼자 남은 다니엘이 이를 뿌득 갈았다.

“어떤 놈이 나한테 무기 밀수의 누명을 씌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가만 두지 않겠다. 만약 그게 이브라힘 네 놈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다니엘은 이브라힘이 보낸 테러범들의 습격을 받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 그의 마음에 떠오른 첫 번째 용의자 역시 당연히 이브라힘 왕세제였다. 애초에 참 십자가 집회의 존재를 자신보다 먼저 알아낸 것 또한 이브라힘이었다. 게다가 그는 얼마든지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는 세력까지고 가지고 있었다.

다니엘은 한때 그가 납치하려고 했던 도윤이 설마 거꾸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볼 때 도윤은 재주가 많은 감정가이지 이런 일을 꾸밀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의 치명적인 착각이었다.

* * *

아디스아바바에서 랄리벨라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게 제일 편하다. 그럴 경우 고작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스켈 축제가 열리는 9월 27일 당일, 압둘은 비행기를 타고 랄리벨라로 이동했다. 대신 그의 수행원들 대부분은 그보다 하루 앞서 차량을 이용해 미리 랄리벨라로 출발했다.

수행원들이 굳이 차를 이용해서 먼저 출발한 것은 총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의 보안 검색이 허술하다고 해도 총을 휴대한 채 비행기를 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점은 도윤과 석훈 역시 마찬가지였고, 갑자기 사정이 바뀌는 바람에 비행기를 탁 수 없게 된 다니엘과 그 일행도 비슷한 방법을 택했다. 다만 그들이 선택한 차는 굉장히 컸다.

아디스아바바는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위도에 비해 한여름에도 기온이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그곳에서 벗어나 저지대로 내려갈 경우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랄라벨리로 가는 국도는 거대한 황무지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여름마다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뜨거웠다.

비록 9월말이라고는 하지만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뻗은 국도 위의 아스팔트는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다. 특히 한낮에는 손으로 꾹꾹 누르면 자국이 남을 정도로 물렁물렁했다. 그런 부드러운 아스팔트 위를 하얀 색의 고급 SUV 한 대가 질주하고 있었다.

“에드먼드. 당신이 하도 우겨서 따라오기는 했지만 전 아직도 믿기가 어려워요. 정말 그 집회에 참석하면 어떤 병이든 치료받을 수 있는 거예요?”

사십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여자가 조수석 등을 기댄 채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젊었을 때는 상당한 미모를 자랑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 여인의 얼굴에는 이제 과거의 아름다움이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아 있었다. 벌써 일 년 넘게 불치의 병과 싸우면서 그녀는 과거의 미모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마저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녀는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그녀의 질문에 운전대를 잡은 에드먼드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마지막 희망이야. 록스톤 사의 오마리 사장 알지? 그 사람도 췌장암에 걸렸었어. 똑같은 암이라도 그게 얼마나 치료하기 힘든 병인지 알지? 그런데 그 사람이 참 십자가 집회에 참석한 뒤에 멀쩡하게 완쾌되었잖아. 그건 기적이야.”

에드먼드의 말에 그의 아내가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기도 한 번에 췌장암이 나았다고요? 당신은 정말로 그 말을 믿는 거예요?”

“난 믿어. 설사 완쾌는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종양의 크기는 줄일 수 있을 거야.”

운전대를 잡은 에드먼드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그도 오마리의 말을 완벽하게 믿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뇌에서 자라는 종양은 수술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 방법도 통하지 않으면 그녀는 결국 죽고 말 것이다.

그는 오마리의 바지를 붙잡고 사정을 한 끝에 간신히 두 자루의 만년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건 참 십자회 집회에 참석할 수 있는 입장권이자 아내와 자신이 남은 삶을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줄 기적의 기회였다.

‘그 만년필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데…….’

그 얘기까지는 차마 아내에게 말하지 못했다. 워낙 전 재산을 다 털어 넣다시피 할 정도로 거액을 들였기 때문에 만약 아내가 알았으면 결단코 반대했을 것이다.

복잡한 생각을 머금은 채 뜨거운 황무지를 가로지르던 그의 눈에 문득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 한 대가 앞을 가로막은 채 천천히 서행하고 있는 게 보였다. 앞뒤를 돌아봐도 눈에 들어오는 차는 자신의 것과 전방의 트레일러밖에 없었다. 웬만한 화물 운송은 모조리 축제 뒤로 미루어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도로는 거의 텅 빈 상태였다.

비록 2차선 도로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상대가 차선만 잘 지켜주면 중앙선을 가로질러서라도 추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 트레일러가 중앙선을 슬쩍 침범한 상태로 길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했다. 한참 동안 트레일러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던 에드먼드는 결국 짜증이 울컥 치밀고 말았다.

그가 계속해서 경적을 누르자 트레일러가 오히려 속도를 늦추더니 아예 길을 가로막은 채 정지해버렸다. 잠시 후, 트레일러 운전석에서 누군가 내리더니 에드먼드가 탄 차를 향해 다가왔다. 백인이었다. 에티오피아 한가운데서 백인 운전사가 트레일러를 몰고 있다는 사실에 에드먼드가 고개를 갸웃하는 동안, 남자가 미안한 표정으로 에드먼드의 차창을 두드렸다.

“죄송합니다. 저희 차에 문제가 생겨서 그러는데 혹시 어디까지 가십니까?”

심지어 상대는 영어를 사용했다. 에드먼드는 일단 차창을 내리고 대답했다.

“랄리벨라까지 갑니다. 그런데 왜 차를 세웠습니까? 혹시 고장난 겁니까?”

“아무래도 배터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랄리벨라까지 가시면 혹시 저희 일행을 한 명만 태워주실 수 있습니까?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 근처에 내려주시면 되는데.”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이라고요? 우리도 마침 거기까지 가는데.”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조수석에 앉아 있던 아내가 대답했다. 에드먼드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데 남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참 십자가 집회에 참석하러 가시는 건가요?”

순간 에드먼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그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그의 질문은 남자에게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남자가 씩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에드먼드와 그의 아내는 그게 사신의 미소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남자가 갑자기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열린 창 안으로 총구를 집어넣었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탄창이 다 비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에드먼드와 그의 병든 아내는 미처 저항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여러 발의 총을 맞고 즉사하고 말았다.

두 사람이 숨을 거두자 남자는 먼저 죽은 에드먼드의 품을 뒤져 붉은 색의 만년필을 찾아냈다. 그의 아내의 핸드백에서도 똑같이 생긴 만년필이 나왔다.

그는 두 개의 만년필을 들고 트레일러 앞으로 이동했다. 뒤에서는 트레일러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에드먼드가 탄 것과 비슷한 고급 SUV 한 대가 서 있었다.

“찾았습니다.”

남자가 차창 안으로 두 개의 만년필을 건네자 뒷좌석에 앉아있던 다니엘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잠시 만년필을 살피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그럼 우리는 먼저 출발할 테니까 자네들은 뒤의 차를 처리해.”

“알겠습니다.”

다니엘이 탄 차가 맹렬한 속도를 내며 현장을 떠났다. 9월 27일 한낮. 마스켈 축제가 열리는 날 아디스아바바와 랄라벨라를 연결하는 국도 한 가운데서 벌어진 일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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