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마스켈’은 십자가라는 뜻이다.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기독교도들을 박해하던 로마의 정책을 바꾸어 그것을 공인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보다 17년 뒤인 서기 330년, 이번에는 현재의 에티오피아를 지배하고 있던 악숨 왕국 역시 기독교를 공인했다.
콘스탄티누스 재위 당시, 예수가 못 박혀 죽었던 골고다 언덕에는 비너스 여신상이 서 있었다. 그런데 콘스탄티누스의 어머니인 헬레나 황후가 비너스 상을 치우고 그 자리를 파헤쳐 묻혀 있던 예수의 십자가를 발견했다. 그 전설이 에티오피아로 건너오면서 십자가가 발견된 장소가 현재의 아디스아바바로 바뀐 것이다.
“어느 쪽이나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 누가 사형수를 처형한 십자가를 굳이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었겠어? 그렇다고 그게 사막을 건너 에티오피아 땅까지 전해졌다는 것도 웃기는 소리야.”
압둘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비우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9월 27일 점심 무렵, 그는 이미 랄리벨라의 호텔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가 투숙한 호텔에서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까지 가려면 다시 차로 20분가량을 더 가야한다. 집회는 저녁 아홉 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니까 천천히 쉬다가 저녁까지 먹고 출발해도 늦지 않았다.
독실한 이슬람 신도인 그에게 있어서 기독교인들이 믿는 전설 따위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 헛소리에 불과했다. 심지어 그는 오늘 집회에 등장할 참 십자가가 정말로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혀 죽은 바로 그 십자가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건 그게 십자가든 나무 몽둥이든 왕세제님이 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거야. 그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그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불노불사나 강력한 치료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유물들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가 모시는 이브라힘 왕세제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그런 유물에 대해 집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집착은 세계적인 유력 가문 가운데 하나인 로스차일드의 가주를 습격하게 만들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찾아낸 유물들은 신비한 능력과는 무관한 쓸모없는 잡동사니이거나 가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어떤 능력을 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물건은 라스푸친의 목걸이를 포함해서 고작 두 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능력을 확인해서 주인에게 옮겨줄 수 있는 링커를 찾지 못했으니 현재까지는 그저 보기 좋은 골동품에 지나지 않았다.
“나 같으면 능력이 담긴 유물을 찾기보다는 링커를 찾는데 더 힘을 쏟았을 거야. 링커가 없으면 그런 유물을 산더미처럼 모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물론 이브라힘 왕세제도 링커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굳이 사람을 미국까지 보내서 리치오 폴리니라는 이탈리아 남자를 후한 대우를 보장하면서까지 사우디아라비아로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압둘이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아쉽게도 폴리니는 뛰어난 감정가일 뿐 링커는 아니었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이도윤 박사 그 친구가 가장 유력한 후보인데…….”
그 점에 대해서도 이미 이브라힘 왕세제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전했다. 문제는 이브라힘 왕세제가 그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도윤을 영입하려는 시도를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압둘로서는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왕세제는 이 박사를 설득하려는 생각인 모양인데, 그 친구가 과연 설득이 될까?”
어려울 거라는 게 압둘의 생각이었다. 압둘의 관점에서 볼 때 도윤은 아쉬울 게 별로 없는 인간이었다. 그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뛰어난 미술품이나 의미 있는 유물에 대해 호기심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브라힘 왕세제가 그를 포섭하려면 그런 물건을 선뜻 내놓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압둘이 보기에 정작 왕세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 * *
압둘이 도윤을 끌어들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시각, 정작 당사자는 석훈과 함께 황무지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호텔에서 아침을 먹자마자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는데, 어느새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몇 군데의 주유소 말고는 변변한 휴게소조차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길옆에 잠시 차를 세우고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근데 여기는 진짜 차가 없네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쭉 살펴봤는데 감시 카메라가 한 대도 없었어요. 상황으로 봐서는 평소에도 차량 통행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샌드위치를 한 가득 입에 문 석훈의 얘기에 도윤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한 번 끝까지 밟아보고 싶어? 아서라. 그러다 차 뒤집어지면 진짜 막막한 상황이 돼. 여긴 휴대폰도 안 터지는 곳이라서 구조를 요청할 방법도 없다고.”
도윤이 그 말을 할 때, 멀리서 커다란 트레일러 하나가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더니 그들의 차 옆을 휙 하고 지나갔다. 분명히 2차선 도로인데도 트레일러는 아예 차 중앙선을 침범한 채 도로 한가운데를 무섭게 질주했다. 도윤이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저기도 석훈이 너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놈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양이다. 저러다 삐끗하면 트레일러가 통째로 뒤집어질 텐데. 다들 겁이 없네.”
트레일러가 싣고 있는 컨테이너 안에는 에드먼드 부부의 시체와 그들의 차가 실려 있었지만 도윤으로서는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다니엘은 자신을 포함해서 만년필을 소지한 네 사람만 랄리벨라로 움직이고 나머지는 아디스아바바로 돌아가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두 사람은 다시 차를 운전해 저녁 여섯 시 무렵에 랄리벨라에 도착했다. 이미 9월 말이기는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하늘은 여전히 훤했다.
두 사람은 시내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 사제복과 검은 두건이었다. 비록 복면은 아니었지만 두건의 크기가 워낙 커서 고개를 숙이기만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한 얼굴을 알아보기는 힘든 옷차림이었다.
저녁 여덟 시 반가량이 되었을 때 도윤과 석훈은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에서 약간 떨어진 공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망원경을 눈에 대자 성당 입구가 훤히 보였다.
땅을 파서 만든 일종의 암굴 성당인 성 게오르기오스 성당은 하늘에서 봤을 때 스위스 국기처럼 사방의 길이가 똑같은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같은 이름의 유명한 성당이 터키에도 있었지만 이곳은 용을 잡았다는 전설로 유명한 성 조지와는 무관한 곳이었다.
도윤과 석훈은 차의 시동을 끄고 망원경을 이용해 성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했다.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몇 사람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성당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사제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그러면 손님들이 주머니나 핸드백에서 붉은 만년필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면 다른 신분 확인 절차 없이 곧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몸수색을 전혀 안 하는데요? 금속 탐지기 같은 보안 검색대도 보이지 않고. 비밀 집회라고 보기에는 보안 상태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석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도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종교 집회라서 그런가? 너무 검색이 허술하니까 오히려 수상하네?”
“여기 초대받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유력 인사들이라더니 그래서 그런가요? 나 같으면 그럴수록 오히려 안전을 위해서라도 검색을 더 철저하게 할 것 같은데.”
“글쎄다……. 일단 몸수색을 안 하니까 다행이기는 하지만 은근히 불안하네.”
뭔가 믿는 게 있으니까 그러겠지만, 당장은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도윤고 석훈이 차 안에서 계속 성당을 감시하는 사이에 어느새 아홉 시가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소총을 차 안에 두고 권총만 한 자루씩 허리춤에 숨긴 채 차에서 내렸다. 그들이 입구로 다가가자 예의 두 명의 사제가 손을 뻗어 앞을 가로막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흘리심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제 한 명이 중저음의 굵은 목소리로 두 사람을 축복했다. 영어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흘리심이 새로운 생명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석훈은 입을 다문 상태에서 도윤만 화답했다. 그런 뒤에 품에서 두 사람이 각자 만년필을 꺼내서 보여주자 사제가 잠시 확인하더니 이내 물러섰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무사히 입장하는 것을 지켜보기는 했지만 은근히 긴장을 놓지 못하던 도윤과 석훈은 입구를 완전히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로 그냥 통과시키네요? 도대체 뭘 믿고 그러지?”
석훈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깃들어 있었다. 도윤 역시 이상하기는 했지만 일단 그의 소매를 잡아끌며 안으로 전진했다.
드문드문 전등이 켜져 있기는 하지만 실내는 비교적 어두운 편이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넓은 회랑을 지나 건물 중앙의 회당으로 들어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곳에서 성경을 꺼내서 봉독하려면 눈이 참 밝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본래 관광지니까 당연한 애기이기는 하지만 회당의 모습은 다른 암굴 성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땅을 파서 지은 것이지 말 그대로 동굴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방에 창문이 있었고 천장 역시 바위가 아니라 회반죽을 발라서 만든 일반 건물의 그것과 똑같았다.
십자가 모양으로 생긴 건물이라서 회당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넓은 복도가 연결되어 있었다. 다만 그들이 들어온 입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길쭉한 의자를 여러 겹으로 쌓아서 사람들이 쉽게 지나다니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 조금 특이했다.
회당 안에는 그들 외에도 이미 사십 명 가량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정면에는 사제들이 예배를 진행하는 제단이 놓여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하얀 사제복과 두건을 세 명의 사람들이 그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의 뒤로 길쭉한 통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형, 설마 저게 그 십자가라는 얘기는 아니겠죠?”
석훈이 손가락으로 사제들 뒤에 있는 길쭉한 통나무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저게 예수의 참 십자가가 맞는 것 같다.”
도윤도 작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석훈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래 그리스도의 참 십자가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헬레나 황후가 찾아낸 것은 온전한 십자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골고다 언덕을 비롯한 몇 군데서 세 개의 십자가 조각을 찾아냈는데 가톨릭과 정교회에서는 그 조각들을 진짜 십자가로 인정했다. 다만 개신교단에서는 카톨릭과는 달리 지금까지도 그것들을 십자가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에이 저게 무슨 십자가예요? 저건 그냥 통나무잖아요?”
석훈의 말에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십자가는 원래 로마에서 죄인들을 처형하는데 쓰인 형틀이야. 그런데 그 형틀의 모양이 반드시 십자 형태는 아니었어. 실제로는 그냥 처형장에 통나무를 하나 박아놓고 거기에 죄인들을 매달아서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거든.”
“그래서 예수가 매달려 죽은 게 십자가가 아니라 일자형 통나무였다고요?”
“그거야 모르지. 벌써 이천년 전의 일이니까. 일자형 통나무였을 수도 있고, 원래는 십자가였는데 가로대가 떨어져 나가고 세로대만 남은 것일지도 몰라. 물론 그것도 저게 진짜 십자가의 일부였을 때만 의미가 있는 얘기지만.”
석훈이 도윤의 얼굴을 쳐다봤다.
“진짜 십자가일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요? 그럼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아니야. 저건 그냥 오래된 통나무에 불과해. 저 사제란 놈들이 사기를 치는 것 같다.”
도윤은 사제들 뒤에 서 있는 통나무를 보자마자 그것이 예수의 십자가일 리가 없다고 단정했다. 거기서 아무런 빛도 새어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윤은 진정한 예술품을 보면 거기서 흘러나오는 빛을 느낄 수 있다. 설사 예술품이 아니더라도 어떤 능력을 지닌 유물이라면 최소한 붉은 빛이라도 흘러나와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가 보고 있는 통나무는 그냥 오래되어 삭은 쓰레기에 불과했다. 저게 진짜 예수가 매달렸던 통나무라면 아무런 능력도 담겨 있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명색이 신의 아들이자 신 그 자체이잖아? 그런데 그런 인물이 죽음을 맞이한 장소에 아무런 능력도 남지 않았다는 게 말이 돼?’
백보를 양보해서 설사 그럴 수도 있다 치더라도, 종교를 믿지 않는 도윤의 입장에서 저 통나무는 여전히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물건에 불과했다.
두 사람이 속삭이는 동안 초대된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는지 예배가 시작되었다.
예배 자체의 형식은 카톨릭의 미사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다만 낭독하는 성경 구절이 예수가 처형되던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복음서 부분 전체에 해당할 정도로 길었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포도주와 밀병 또한 보통 성당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양이 많고 크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예배가 진행되는 내내 별다른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던 도윤은 순서에 따라 흰 옷을 입은 사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공손하게 사제가 주는 포도주를 마시고 밀병을 입에 물었다. 순간,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윤은 일단 성호를 긋고 물러나오면서 자신의 뒤에 있던 석훈에게 빠르게 속삭였다.
“삼키지 마.”
한국어로 말한 것이기 때문에 이 가운데 한국인이 섞여 있지 않은 한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석훈은 잠시 흠칫했지만 얼른 표정을 회복하고 사제 앞으로 나아가서 그가 주는 포도주와 밀병을 입에 물었다. 그러나 자리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입에 머금은 채 삼키지 않았던 것들을 통이 넓은 사제복 소매에 뱉어냈다.
“왜 삼키지 말라고 했어요?”
녀석이 빠르게 속삭이자 도윤이 목소리를 죽여 대답했다.
“포도주에 마약 성분이 잔뜩 들어있었어. 저 사람들을 봐라.”
도윤이 성찬식을 마치고 돌아와 앉아 있는 사람들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금방 돌아온 사람들은 별 이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가장 먼저 포도주와 밀병을 받아먹은 사람들은 이미 눈빛이 몽롱해하게 변한 상태였다. 그것을 확인한 석훈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여기 무슨 마약 파티하는 데에요? 아니면 저 사제들이 딴 뜻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이 몹시 경건한 것으로 보아 설마 마약에 취해 흥청거리려고 여기까지 왔을 리는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의 반응으로 볼 때 사제들이 포도주에 섞은 마약에는 감정을 흥분시키기보다는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도윤이 포도주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유는 그것을 마시자마자 몸 안에서 치료 능력이 발휘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석훈에게는 미리 삼키지 말라고 경고를 내린 것이다. 그게 독약이 아니라 마약이라는 것은 이미 포도주를 마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추론한 것이었다.
성찬식이 끝나자 세 명의 사제들 가운데 한 가운데에 있던 사람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가운데 병든 자가 있으면 앞으로 나오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스며든 참 십자가가 그대들의 고통을 씻어줄 것이오.”
사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몇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중앙의 사제가 직접 그들의 손을 잡아 한 사람 한사람 뒤편의 통나무 앞으로 인도했다. 그런 뒤에 그는 환자의 손을 통나무에 대고 기도했다.
“모든 것을 창조하신 우리 주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이 피 흘린 십자가의 힘으로 그대의 병을 낫게 하리라. 할렐루야.”
“할렐루야.”
순간 신도의 몸이 흠칫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도윤의 눈 또한 커졌다. 통나무가 아니라 중앙 사제의 몸에서 붉은 빛이 잠시 일어나더니 환자의 몸으로 스며드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잠시 후에 고개를 든 환자의 들뜬 목소리가 회당에 울려퍼졌다.
“나았습니다. 병이 나았어요. 제 몸이 나았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신도가 마구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당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 할렐루야를 외치기 시작했다. 반면에 도윤은 입을 떡 벌린 채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자식, 도대체 뭐야?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