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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00화 (200/300)

200화

유물로부터 능력을 전해 받은 사람이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반드시 붉은 빛이 나는 건 아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도윤이 미술품을 감정할 때마다 그의 눈에서 붉은 빛이 쏘아져 나온다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치료 능력처럼 자신이 아니라 남의 몸에 능력을 발휘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붉은 빛이 밖으로 새어 나온다. 기운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저 녀석도 설마 링커인가? 아니면 링커로부터 능력을 전해 받은 유물의 주인?’

사제가 사람들의 몸을 치료할 때마다 붉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본 도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설사 유물의 주인이 아니더라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눈앞의 사제 외에도 능력을 쓸 때마다 몸에서 붉은 빛을 흘리는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장은서였다. 그녀가 캔버스의 그림을 자기 마음대로 조작할 때도 마찬가지로 붉은 빛이 새어나오고는 했다.

‘그래도 나중에 붙잡아서 한 번 물어봤으면 좋겠군. 어쩌면 저 사람도 나처럼 링커일 가능성은 있으니까.’

물론 중앙의 사제가 또 다른 링커일 가능성은 여전히 적었다. 도윤이 알고 있는 한 링커는 몇 세대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 말고 또 다른 링커가 존재한다면 한 세대에 두 명의 링커가 동시에 활동한다는 뜻이다. 하필이면 현 세대에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게 과연 믿을 만한 일일까?

‘어라?’

사제의 정체를 궁금해 하던 도윤의 눈에 갑자기 두 사람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회당 뒤쪽으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단상의 사제가 앞으로 나왔던 환자들의 치료를 거의 다 끝마쳐갈 즈음이었다. 하지만 아직 예배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예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빠져나가는 사람이 누굴까 싶어 그쪽을 쳐다보는데 한 사람의 두건이 잠시 너풀거리면서 얼굴이 드러났다. 순간, 도윤 속삭였다.

“다니엘!”

“누구라고요?”

비록 저도 모르게 작게 속삭인 소리였지만 그의 바로 옆에 있던 석훈은 알아들었다. 도윤이 턱짓으로 회당 뒤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하지만 석훈이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두건이 다시 앞으로 깊게 내려와 있어서 얼굴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다.

“다니엘이 왔다. 역시 저 자식은 포기를 안 했네.”

다니엘이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사실은 에티오피아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그래서 도윤과 석훈도 그 뒤에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놈이 이곳에 다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보아 결국은 일찍 풀려난 게 분명했다. 애써 파놓은 함정이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저놈들 설마 맨몸으로 오지는 않았겠죠?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다니엘도 포도주를 삼키지 않았어. 그의 부하도 멀쩡히 움직이는 것으로 볼 때 아마 놈의 일행은 아무도 포도주를 삼키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다니엘이 포도주에 마약이 섞여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두건이 살짝 들렸을 때 확인했던 놈의 눈동자는 여전히 정상이었다. 미리 정보를 가지고 이곳에 잠입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런 정보를 얻었다는 것은 이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브라힘의 부하들 역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도윤이 입맛을 다시는 데 이번에는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 가운데 두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단상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뛰어가는 도중에 품이 넓은 사제복 안에서 탄창이 결합된 총을 꺼내들었다.

“형, 숙이세요!”

총을 발견한 석훈이 도윤보다 빨리 움직였다. 녀석은 손으로 도윤의 머리를 눌러 몸을 숙이게 한 뒤 자신의 몸으로 그를 덮었다. 그와 동시에 회당 안에 요란한 총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총알을 맞은 천장에서 회반죽이 부서지면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다들 일어나서 저쪽 벽으로 붙어!”

괴한들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고함 소리에 제대로 반응한 사람들은 단상 위에 올라와 있던 세 명의 사제들 외에는 도윤을 비롯한 몇 명뿐이었다. 대부분은 총소리가 울려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몽롱한 눈빛을 한 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사제들이 가장 먼저 몸을 움직여 벽에 붙었다.

“일어나서 움직이라는 말이 안 들려? 다들 빨리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이번에는 그들의 총구가 단상 바로 밑을 향했다. 다시 한 번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면서 사람들이 앉아 있던 회당 바닥에서 불꽃과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아악!”

대부분의 총알은 바닥에 박혔지만 그 가운데 일부가 튕겨나간 모양이었다. 가장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그런 그들의 몸에서 선명한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누군가 부상을 입거나 죽은 게 분명했다.

“저 개자식들이 진짜!”

석훈이 이를 으드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은 그에 의해 강제로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 상태에서도 고개를 비틀어 괴한들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애썼다. 자신들 외에도 이 자리에 총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면 생각나는 게 딱 두 종류밖에 없었다. 다니엘의 부하들이거나 아니면 이브라힘 왕세제의 부하들.

‘다니엘이겠군.’

괴한들이 이브라힘의 부하들이라면 중동인들 특유의 외모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드러낸 남자들의 외모는 전형적인 백인이었다. 물론 다니엘과는 무관한 제3의 무리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의 수하들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형, 총 가진 놈들이 더 있는데요?”

도윤의 허리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개고 있는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주변을 돌아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석훈이 팔을 밑으로 뻗은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서 다니엘의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옷 속에서 총을 꺼내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때 총을 꺼내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도윤이 있는 쪽을 힐끗 쳐다봤다.

‘압둘이 왔구나.’

아무리 참 십자가를 갖고 싶다 하더라도 일국의 왕세제인 이브라힘이 여기까지 직접 올 리는 없을 거라 짐작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압둘이 왔다는 것은 이브라힘 역시 이번 일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 역시 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압둘 역시 이 집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때, 압둘이 총을 꺼내던 부하들의 어깨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키는 것을 본 도윤도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회당을 둘러싼 사방의 복도에서 몇몇 사제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압둘의 부하들이 슬그머니 총을 옷 속에 집어넣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벽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는 가운데도 앞으로 뛰어나간 두 명의 괴한은 여전히 고함을 꽥꽥 지르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회당 한쪽 벽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도윤과 석훈도 계속 몸을 숙이고 있기가 어려워서 일단 허리를 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사람들이 모두 한쪽 벽에 붙어 서자 단상의 두 명이 예수의 십자가로 다가갔다.

“저 자식들 정말로 참 십자가라는 걸 훔쳐가려고 온 모양인데요?”

석훈이 속삭이는 순간, 긴 의자로 막아놨던 사방의 통로에서 몇 개의 총구가 삐죽 삐져나오는 게 보였다. 이번에는 석훈보다 도윤이 먼저 그를 잡아당겼다.

“숙여!”

도윤과 석훈이 주저앉는 것과 동시에 타타타타탕 하는 총성과 함께 단상 쪽에 총알이 박혔다. 십자가 옆에 있던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가슴에 총을 맞고 벌렁 뒤로 자빠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피가 흐르지는 않았다. 사제복 안에 방탄복을 입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통로 쪽에서 총성이 울리자마자 곧바로 몸을 숙이면서 응사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통로 쪽에서 몰래 접근했던 몇몇 사제들이 피를 흘리며 나자빠졌다. 원래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제들이 용병이나 군인 출신은 아닌 모양이었다.

상황이 더 지옥처럼 변한 것은 다니엘의 부하들이 쏜 총알 가운데 몇 발이 회당 벽 쪽으로 물러나 있던 사람들에게 날아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압둘의 부하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일제히 옷 속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타타타탕

여기저기서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지면서 사방으로 총알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 상황이 되자 아무리 정신이 반쯤 나간 집회 참가자들이라고 해도 비명을 지르면서 그 자리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총을 맞았는지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때 일부 참석자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처음 들어왔던 출구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마약을 먹은 상태라 하더라도 상황이 너무 참혹하게 전개되자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들이 가는 쪽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다니엘과 그의 부하가 이미 총을 꺼내든 채 서 있었던 것이다.

“안 돼!”

도윤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면서 뒤춤에 꽂아두었던 총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다니엘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탕, 탕, 탕, 탕, 탕.

“아아악!”

앞서 달리던 몇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도윤이 이를 악물며 다니엘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그의 앞을 검은 그림자가 가로막았다. 석훈이었다.

녀석은 도윤을 등진 상태에서 망설임 없이 권총을 발사했다. 처음에는 다니엘의 부하가, 그리고 다음에는 다니엘이 머리를 젖히면서 뒤로 쓰러졌다. 양쪽 모두 머리 한 가운데 구멍이 나 있었다. 즉사였다.

“거참, 척준경 그 양반의 능력을 전해 받은 뒤로는 총을 쏠 때 손이 전혀 떨리지 않네요. 이젠 형보다 제가 더 명사수겠는데요?”

손이 떨리지 않기는?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는 주제에. 도윤은 뒤로 돌아서며 자신을 향해 씩 웃는 석훈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얼굴 전체가 진땀으로 범벅이 된 녀석이 울상을 지으면서도 억지로 입 꼬리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석훈이 입구를 막고 있던 다니엘과 그의 부하를 쓰러트리자 회당 안에 있던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입구 근처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마약으로 흐려진 그들의 이성은 참혹한 시체들을 무시하게 만들었다.

참석자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회당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은 도윤과 석훈을 포함해도 네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다니엘의 부하들과 그들을 습격했던 사제들은 모조리 시체로 변한 상태였고, 압둘 역시 두 명의 부하를 잃었다. 사람을 치료하자는 비밀 집회가 참혹한 학살의 현장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저희들끼리는 서로 싸울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이 박사 생각은 어떻습니까?”

자신을 노려보는 도윤을 향해 압둘이 먼저 총을 거두면서 씩 웃었다. 저 사람도 그냥 문약한 비서실장은 아니었군. 도윤 역시 아무 말 없이 총을 내렸다. 그의 뒤를 이어 하나 남은 압둘의 부하와 석훈 역시 서로를 주시하면서도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풀었다.

그러자 압둘이 씩 웃으며 도윤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설마 이 박사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집회는 특별히 초대받은 몇몇 사람들만 아는 모임인데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도윤은 망설이지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가 굳이 우바오량이나 황이푸 회장을 보호해줄 이유는 없었다.

“중국에서 우연히 정보를 얻었습니다. 꽤 고위급 인사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서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예수가 못 박혔던 참 십자가는 역사적인 유물입니다.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학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도윤이 손가락으로 단상 뒤의 통나무를 손으로 가리키자 다니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참 십자가를 얻으러 오신 겁니까? 죄송하지만 저걸 얻기 위해 온 거라서 아무리 이 박사라고 해도 양보하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요?”

분위기가 다시 살벌해지려는 순간, 도윤이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브라힘 왕세제의 대리인이시니 저도 무조건 욕심을 내기는 고란하군요. 하지만 저 십자가가 임자가 있는 물건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 역시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냥 넘겨 드리기는 곤란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압둘이 씩 웃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 명의 사제들에게 다가갔다. 두 명은 이미 목숨이 끊어져 있었지만 사람들을 치료하던 중앙의 사제는 가슴에 총을 맞은 상태에서도 아직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압둘이 그를 향해 다가가자 신음을 하던 사제가 손을 뻗으며 애원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러자 압둘이 코웃음을 치며 그의 사제복 앞자락을 와락 잡아 뜯었다.

“치료하는 사제라면서? 그렇다면 네 상처 정도는 네가 알아서 치료해야지. 안 그래?”

“아닙니다. 저는 치료하는 사제가 아니에요. 제가 하는 건 전부 눈속임입니다.”

그 말에 한 쪽에 서 있던 석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섰다.

“눈속임? 하지만 당신이 사람들을 치료하는 걸 내가 분명히 봤는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사람들이 당신 치료를 받고 다 나았다면서 마구 소리를 질렀잖아?"

“그건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고통만 덜어주는 거예요. 진통제나 마취제 같은 거라고요. 그게 제 능력입니다. 하지만 잠시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뿐이지 치료는 안 돼요. 저는 그냥 참 십자가를 이용해서 …….”

녀석이 뭔가 더 얘기하려는 찰나, 압둘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잡더니 확 비틀어버렸다. 도윤이나 석훈이 뭘 어쩔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압둘은 무심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죽은 사제의 앞섶을 헤치더니 그가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잡아 뜯었다. 한 가운데에 유난히 커다란 푸른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목걸이였다. 그는 그것을 도윤에게 내밀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역시 있군요. 이건 시바의 눈물이라는 블루 다이아몬드입니다. 워낙 조잡하게 가공된 상태라서 마음에 들게 만들려면 커팅을 다시 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꽤 귀하고 비싼 거예요. 이걸 드리죠. 대신 저 십자가는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도유은 잠시 압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압둘 역시 착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묵묵히 응시했다.

마침내 도윤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압둘이 씩 웃으면서 그의 손 위에 시바의 눈물을 올려놓았다.

압둘에게서 다이아몬드를 받아든 도윤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뒤를 석훈이 따랐다. 녀석은 계속해서 압둘이 있는 쪽을 힐끔거렸지만 두 사람이 성당을 무사히 빠져나올 때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멀리 랄리벨라에서는 이제 한창 절정으로 달아오른 마스켈 축제로 인해 도시 전체가 온통 훤했다. 9월 27일 밤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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