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인사동에는 은행나무가 많다. 11월에 접어들면서 서울 공기가 확연히 차가워지자 인사동 거리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지천으로 휘날렸다. 쌈지길 담장을 뒤덮었던 담쟁이덩굴은 이미 상쾌한 붉은 색을 잃고 시들어 떨어지기 시작했고,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 가운데는 코트를 걸친 사람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연말 전시회 때문에 아침부터 하루 종일 마라톤 회의가 계속되었다. 간신히 결론을 내리고 지끈대는 머리를 잠시 쉬려는 찰나 도윤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시간 있으면 같이 저녁이나 먹자.”
최서라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맺혔다.
“어디서 볼까요?”
“내가 약속 시간에 맞춰서 청파 갤러리 앞으로 차를 가지고 갈게. 내일은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을까? 레스토랑이 조금 먼 데 있어서 그럼 더 좋을 것 같은데.”
“음…, 마침 오늘 회의가 마무리 되었으니까 가능해요. 네 시 정도면 되겠어요?”
“네 시면 딱 좋지.”
“그럼 내일 네 시에 갤러리 앞에서 기다릴게요.”
다음날, 약속 시간이 되어 갤러리 앞으로 나가자 도윤이 차창을 내린 채 차를 세우고 최서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조수석에 타자마자 차가 곧바로 출발했다. 차는 강변도로를 타더니 계속해서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우리 오늘 어디로 가는 거예요? 아직 장소를 말하지 않았잖아요.”
최서라의 말에 도윤이 씩 웃었다.
“양평 쪽으로 가다 보면 알리앙스라고 좋은 프랑스 레스토랑이 있어. 거기 주인이자 주방장이 원래 5성급 호텔 셰프였던 분인데, 몇 년 전에 부인을 잃으면서 호텔을 그만 뒀어. 한동안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지내다가 작년에 다시 자기 레스토랑을 차렸다고 연락을 하셨더라고.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요리를 가장 잘 하는 분일 거야.”
“도윤 씨가 아는 분인가 보네요? 근데 호텔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자기 레스토랑을 냈다고요? 그것도 서울 변두리에요? 그럼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돈을 벌려고 레스토랑을 차린 게 아니라고 들었어. 사실 그 분이 프랑스를 여행하다가 조그만 그림을 하나 샀는데 그게 르노와르의 진품으로 밝혀지는 바람에 큰돈을 벌었거든. 덕분에 평생 일을 하지 않고 여행만 다녀도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지.”
“정말이요? 우와, 그 분 운이 좋았나 보네요.”
“운이 좋은 분이었지. 여행 중에 날 만났으니까. 그 그림이 르노와르의 진품이라는 걸 감정해준 사람이 바로 나였어.”
“도윤 씨가 감정을 해 줬다고요?”
“응. 마침 나도 그때 방학을 이용해서 프랑스의 미술관들을 둘러보느라 파리를 여행하고 있었거든. 어떤 아저씨가 노천카페에서 밥을 먹는데 옆 자리에 르노와르의 진품이 놓여 있는 거야. 제대로 포장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잘못하면 그림이 상하겠다 싶어 말씀을 드렸지. 그 그림을 그렇게 함부로 들고 다니면 안 된다고. 그렇게 해서 알게 된 분이야.”
최서라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세상에 참 별난 인연도 다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돈 벌 생각도 없는 분이 왜 다시 레스토랑을 여신 거예요? 그것도 서울 외곽에?”
“요리를 진짜로 좋아하는 분이야. 하지만 부인이 죽고 나니까 더 이상 바쁘게 사는 게 싫어졌나 봐. 마침 평생 먹고 살 돈도 생겼으니까 이왕이면 한가하고 여유롭게 살면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요리만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대.”
“하던 일은 계속하면서도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살고 싶어졌다는 거예요?”
“응. 요리라는 게 원래 나보다는 남을 먹이기 위해서 만드는 거잖아. 자기가 만든 요리를 남에게 대접하는 건 좋지만 부자들 입맛에만 전전긍긍하면서 너무 바쁘게 칼질을 하고 프라이팬을 잡기는 싫다는 거지. 어찌 보면 부러운 분이야. 그 양반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살기는 쉽지 않은 세상이니까.”
최서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부잣집에서 태어나 평생 돈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살아왔다. 주변에서 그 요리사라는 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들도 숱하게 봤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사람은 없었다.
강변을 따라 계속 달리던 차는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어느 한적한 레스토랑 앞에 멈췄다. 입구에 그리 크지 않지만 반듯한 글씨로 쓰인 ‘알리앙스’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강 위로 붉은 낙조가 드리우고 있었다.
“경치가 참 좋네요. 경기도에 이렇게 근사한 곳이 있을 줄 몰랐어요.”
최서라가 선홍색으로 물들어가는 강을 바라보며 탄성을 토했다. 그러자 도윤이 옆구리에 작은 가방을 하나 끼고 차에서 내리다가 씩 웃었다.
“그래서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냐고 물은 거야. 이곳은 이 시간 때의 가장 풍광이 좋거든. 어두운 강물위에 비치는 달빛을 감상하면서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인 곳이기는 하지만 낙조를 놓치면 에피타이저가 빠진 풀코스를 즐기는 셈이야.”
“그럼 오늘은 눈과 입을 모두 기쁘게 할 수 있겠네요?”
“아울러 마음까지도.”
도윤이 팔을 슬쩍 굽혔다. 그러자 최서라가 그의 팔짱을 꼈다. 두 사람은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를 쳐다보며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알리앙스’는 주방까지 합해서 전체 50평정도 되어 보이는 식당이었다. 그리 넓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레스토랑 내부는 인상파 위주의 그림들과 오래된 프랑스 영화의 스틸 사진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다만 도윤과 최서라 외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이 다소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 잔에 물을 따랐다. 최서라가 메뉴판을 찾기 위해 테이블 위를 두리번거리자 도윤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메뉴가 없어.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하나뿐이거든. 대신 매일 바뀌지. 그래서 여기서 식사를 하려면 미리 전화를 걸어서 오늘의 메뉴가 뭔지 물어야 해. 아니면 최소한 일주일 전에 연락해서 원하는 요리를 부탁하든지.”
“그럼 오늘은 무조건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거예요?”
“응. 하지만 오늘 메뉴는 내가 골랐어. 여기 주인아저씨하고 미리 의논해서 서라가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했거든. 맛은 내가 장담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즐겨.”
잠시 후, 흔히 에피타이저라고 불리는 프랑스식 전채 요리 오르되브르를 시작으로 요리가 하나씩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모두 최서라가 평소 좋아하던 것들이었지만 맛은 차원이 달랐다. 그녀는 이 요리들이 이런 맛을 낼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도윤의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프랑스 정찬의 풀코스는 오르되브르부터 디저트까지 아홉 단계로 나뉘어 순서대로 나온다. 그걸 다 먹으려면 보통 3~4시간 정도 걸리는데 최서라는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요리의 맛에 흠뻑 빠졌다.
만월의 밤이었다. 두 사람이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강물 위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보름달이 어느새 하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창가를 훤히 비추고 있었다. 그 즈음 주방장이 작은 케이크를 들고 나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초에 불을 붙였다. 정말 정성을 다해 만든 아름답고 화사한 케이크였다.
“이건 뭐예요? 우린 벌써 디저트까지 다 먹었는데…….”
그녀가 어리둥절해 하는 순간 레스토랑 안에 조용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갑자기 도윤이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최서라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그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도윤이 양복 주머니에서 조그만 상자를 하나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가 덮개를 열자, 안에서 맑은 푸른색의 다이아몬드를 얹은 반지가 나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보석 위에서 잘게 부서지면서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나하고 결혼해 줄래? 지금처럼 죽을 때까지 서라만을 사랑할 거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최서라는 남자에게 청혼을 받은 여자들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자신은 그러지 않겠노라고 매번 다짐했는데, 정작 눈앞에서 도윤이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밀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게요. 저도 죽을 때까지 도윤 씨만을 사랑할게요.”
간신히 그렇게 말을 뱉고 나자 어느새 볼 위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이 남자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이미 양쪽 부모가 만나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장과 날짜까지 잡아 놨다. 어차피 결혼할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내심 결혼하자는 말을 정식으로 듣고 싶었구나. 늘 좋아하고 그리워했지만, 막상 사랑하는 사람의 입을 통해 결혼해 달라는 말을 듣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도윤이 최서라의 팔을 슬쩍 잡아끌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그러고는 무릎을 펴고 일어나 가볍게 그녀를 끌어안더니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두 사람의 입술을 통해 가슴 깊숙이 도달했다. 어느새 음악이 그치고 강변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고요하고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밤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도윤이 최서라를 놓아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까지 식당 내에는 다른 손님은 물론이고 종업원들까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잠시 자리를 피해준 모양이었다. 도윤이 오늘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미리 얘기를 해 두었다는 뜻이다.
최서라는 도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간 뒤에야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자신의 손가락 위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는 반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제야 보석을 둘러싸고 있는 반지의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이거 설마 듀란 사장님이 세공하신 거예요? 처음 보는 거긴 하지만 그 분 스타일인 거 같은데요?”
도윤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은 전에 석훈이하고 에티오피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영국에 잠시 들렀어. 그때 보석을 맡기면서 부탁했었는데 서라한테 줄 거라고 하니까 특별히 신경을 써 주셨어. 반지의 다이아몬드는 고든 뱅크스 씨가 커팅한 거야.”
“고든 뱅크스라고요? 영국 제일의 보석 세공 장인이라는 그 분 말이에요?”
“맞아. 그 반지는 두 분의 합작품이야.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다 뿐이랴? 반지 위에 얹힌 블루 다이아몬드는 3캐럿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뱅크스가 커팅한 보석이 듀란이 공을 들여 디자인한 반지 위에 얹히자 둘이 어우러져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 되었다. 장신구에 대한 안목에 있어서는 도윤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지닌 최서라가 보기에도 그녀가 받은 반지는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아, 그리고 이건 오늘 줄 건 아닌데, 그래도 미리 보여줄게. 서라가 결혼식 때 반지하고 함께 착용했으면 해서 만든 거야. 이것들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도윤이 가방 안에서 두 개의 상자를 더 꺼냈다. 그가 상자의 덮개를 열자 반지와 마찬가지로 블루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만든 목걸이와 귀걸이 한 쌍이 나타났다. 양쪽 모두 반지에 못지않은 예술품들이었다. 특히 최서라는 목걸이를 보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20캐럿이 넘는 블루 다이아몬드와 그것을 떠받들 듯이 감싸 안은 정교한 금속 장식. 그녀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유럽의 어느 왕실의 박물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보석을 이렇게 정교하게 디자인해서 커팅하는 게 가능하구나. 그리고 금에 백금을 살짝 섞어서 만든 이 줄은 또 뭐지? 그녀는 듀란과 뱅크스가 이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거의 혼을 갈아 넣다시피 했다는 걸 직감했다.
“이, 이걸 저더러 결혼식 때 목에 걸라고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거예요?”
최서라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그녀는 재벌가의 딸이다. 보석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남부럽지 않게 보며 자랐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맹세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목걸이는 본 적이 없었다.
다이아몬드가 어느 정도 이상의 크기가 되면 더 이상 무게만으로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색상과 디자인, 연마의 정도가 가격을 크게 결정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 반지의 전 소유주가 누구였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
가령 ‘무사이에프 레드’라는 팬시 레드 다이아몬드는 5캐럿에 불과한데도 가격이 700만 달러를 넘는다. 한화로 80억이 이상이라는 뜻이다. 레드 다이아몬드가 워낙 귀하기도 하지만 ‘무사이에프 레드’의 색상과 디자인은 그 중에서도 빼어나기로 유명했다. 사실 700만 달러라는 것도 그저 추정가일 뿐이지 실제로 시장에 나오면 값이 어디까지 뛸지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그 정도 되는 다이아몬드는 단지 돈이 많다고 해서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소유주들 자체가 큰 부자이기 때문에 집안이 망하지 않는 이상 여간해서는 가지고 있는 보석을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뜻이다.
도윤은 품 안에서 두 개의 카드를 꺼내서 최서라에게 주었다. 각각 듀란과 뱅크스가 두 사람의 약혼과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손으로 쓴 카드였다. 카드를 읽은 최서라가 다시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두 분이 이 목걸이에 이름을 붙이셨네요? ‘서라의 기쁨’? 제 이름을 붙인 거예요?”
“내가 그 이름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어. 그 목걸이는 오직 서라만을 위해서 만든 거니까. 서라가 목걸이를 받고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어.”
“기뻐요.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요.”
최서라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마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목걸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한 천만 달러는 우습게 넘길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감동시킨 것은 목걸이의 가격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도윤이 들였을 공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세상에 어떤 남자가 여자를 위해 이런 목걸이를 만들 수 있을까?
“제가 이런 목걸이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너무 과분해요.”
최서라의 말에 도윤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목걸이 이름이 ‘서라의 기쁨’이잖아. 그 목걸이를 서라가 아니면 누가 받을 수 있겠어? 서라가 그걸 과분한 선물이라고 말해준 것만으로도 만든 보람이 있네. 나한테는 늘 서라가 과분한 사람이었거든.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됐네.”
최서라가 다시 도윤의 품에 안겼다. 사실 도윤이 한 말은 그냥 해 본 것이 아니었다. 최서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다. 그런 여자의 입에서 과분한 선물이라는 말이 나올 만한 물건을 선물하는 게 어디 쉽겠는가?
도윤은 최서라에게 목걸이와 반지, 그리고 귀걸이 세트에 대한 유럽 보석 연구소(EGL)의 감정서를 넘겼다. 이로써 시바의 눈물은 완전히 공인 받은 ‘서라의 기쁨’이 된 것이다.
그는 머릿속으로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라의 기쁨을 비롯한 장신구들을 걸쳤을 때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상상했다.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미 내년 5월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을 했는데도 하루라도 빨리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