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10화 (210/300)

210화

잭 마틴이 전시회를 다녀간 이틀 후, 보스턴 글로브에 비평이 실렸다.

“…회화란 단지 드로잉 기술을 뽐내는 장르가 아니며 모름지기 화가라면 남들과의 차이를 주장하는 것만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 전시회가 뉴욕의 허름한 건물에 딸린 조그만 작업실에서 열렸다면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줄 수도 있다. 거기서 오윤수와 장은서라는 두 한국인 화가 지망생들이 다른 젊은 예술가들과 서로 맥주병을 마주치며 낄낄대고 예술을 논한다고 해서 우리가 간섭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왜 하필 가드너 미술관인가? 보스턴에서 가장 권위 있고 우아한 이 미술관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마틴의 글은 예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악평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칼럼을 빙자한 폭력이었으며, 예술에 대한 서툰 식견을 앞세운 혐오와 조롱이었다. 문장 한 줄 한 줄마다 어찌나 악의와 편견이 뚝뚝 묻어나오는지, 아무 생각 없이 기사를 읽다보면 오윤수와 장은서가 천하의 악당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터넷 악플은 차라리 짧고 직설적이기라도 하지. 뭐냐, 이 지루하고 장황한 헛소리는?”

도윤은 손에 든 보스톤 글로브를 와락 구겨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신문에서 잉크 냄새가 아니라 악취가 풀풀 풍기는 것 같아서 더 이상 들고 있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가드너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가판대에서 산 것이었는데, 괜히 아까운 돈과 시간만 날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드너 미술관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오윤수와 장은서가 황급히 뭔가를 뒤로 숨기는 게 보였다. 도윤은 아무 말 없이 다가가서 오윤수의 등 뒤에 구겨진 채로 처박혀 있던 신문을 끄집어냈다. 짐작대로 오늘자 보스턴 글로브였다.

“읽었니?”

그의 물음에 오윤수와 장은서가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은 피식 웃고서는 아무 말 없이 신문을 갈기갈기 찢어서 휴지통에 처박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악평을 접하니까 기가 죽어?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진 거야?”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도윤은 무릎을 굽혀 두 사람과 눈높이를 맞췄다.

“현대 회화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군가로부터 욕을 먹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해. 그건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숙명과 같은 거야. 앞으로도 너희를 욕하는 사람들은 계속 나올 거다. 그때마다 기죽을 필요 없어. 결국 사람들이 나중에 기억할 것은 너희들의 그림과 예술 세계지 그걸 욕한 눈 먼 장님들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건 우리 그림이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때의 얘기잖아요.”

장은서가 작은 목소리로 울먹였다. 도윤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당연하지. 그래서 하는 말이야. 너희가 그린 그림은 훌륭해. 아주 훌륭하지.”

“그거야 박사님은 저희 후원자시니까….”

“나뿐만이 아니야. 지금은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만 네 그림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곧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될 거야.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21세기를 빛낼 뛰어난 천재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을 믿어. 지금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열심히 그리면서 기다리는 것뿐이야.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야.”

그러자 오윤수가 숙였던 고개를 들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이 기사를 쓴 잭 마틴이라는 작자는 한 번 만나고 싶네요.”

“왜? 만나서 손가락이라도 꺾어주려고?”

“손가락으로 되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어요.”

도윤이 먼저 웃음을 터트리자 곧이어 오윤수가 낄낄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장은서마저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피식거렸다. 그제야 도윤이 무릎을 피며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목은 비틀지 마라. 이런 자식의 더러운 모가지보다는 너희들 미래가 더 소중하니까. 내가 명색이 후원자잖아? 앞으로도 이런 작자가 나타나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너희들은 그냥 어깨 펴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 그 점에 대해서는 날 믿어.”

“이 박사님이 직접 마틴을 처리하려고요? 어떻게요?”

오윤수의 물음에 도윤이 씩 웃었다.

“말했잖아? 내가 알아서 한다고. 올 연말은 분명히 웃으면서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는 곧바로 등을 돌려 가드너 관장의 방을 찾아갔다. 순간 오윤수와 장은서는 희미하게 뿌드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를 들었다.

* * *

도윤이 관장실 방을 노크하고 들어가자 마침 소파에 앉아 있던 가드너 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테이블 위에 예의 보스턴 글러브가 놓여 있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나온 보스턴 글러브 기사를 보셨습니까?”

“잭 마틴이 쓴 기사 말이군요. 봤습니다. 아주 시원하게 써재꼈더군요.”

“그건 기사가 아닙니다. 똥 덩어리…, 아 죄송합니다. 아무튼 활자로 만든 쓰레기에 불과하죠. 도대체 전시회를 직접 보고 쓴 게 맞는지조차 의심스럽더군요. 마틴 기자의 악명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막 가는 인간일 줄은 몰랐습니다.”

가드너 관장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보스턴의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가드너 미술관에서 연 전시회였다. 관장은 자신의 미술관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설마 보스턴에 본사를 둔 지역 언론으로부터 이렇게까지 혹평을 받으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게 분명했다.

“내가 보스턴 글로브 편집장한테 당장 연락해서 항의하겠습니다. 이건 비평이 아니라 모함이나 다름없어요.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마틴의 기사를 인용하거나 논조를 따르는 기사를 게재하는 곳이 있으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이 사람들이 가드너 미술관을 우습게 여겨도 분수가 있지.”

가드너 관장은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꺼내들 기세였다. 이번 전시회는 미술관을 두 번이나 도와준 도윤이 후원한 행사였다. 자칫하면 그런 전시회가 성공은 고사하고 지역 언론에 의해 큰 망신을 당할 판이었다. 하지만 도윤이 손을 들어 그를 말렸다.

“아닙니다. 지금은 일단 그대로 두세요. 다른 언론사는 물론이고 보스턴 글로브에도 전화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분간은 그냥 지켜보기만 하죠.”

“그대로 두라고요? 하지만 이 기사를 제대로 반박하지 않으면 이번 전시회는 실패로 돌아갈 겁니다. 오 화백과 장 화백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작품 판매에도 큰 지장이 생길 수가 있어요.”

“전시회는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두 화가의 명성 역시 땅에 떨어지지 않을 거고요. 오히려 관장님이 가만히 계시는 게 이번 일을 해결하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가드너 관장이 황당한 눈빛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그건 이 박사가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잭 마틴 같은 쓰레기가 있기는 해도 보스턴 글로브는 이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이에요. 이 지역 언론사들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히 큽니다. 만약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다른 신문이나 잡지들도 마틴의 칼럼을 따라서 비슷한 기사를 쏟아낼 겁니다.”

“아마 그러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보스턴 글로브의 이름이 대단하다고 해도 모든 기자들이 마틴의 견해를 따르지는 않을 거예요. 기자들 가운데는 그래도 그림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건 괜한 자신감이나 믿음이 아니었다. 도윤은 아트 뉴스에 보낼 칼럼을 쓰면서 마틴이 혹평한 전시회에 대한 다른 언론사들의 평도 찾아보았다. 그 결과 적지 않은 곳에서 보스턴 글로브의 입장을 따라서 비슷한 기사나 비평을 실었지만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어도 30퍼센트 정도의 언론사들은 보스턴 글로브와 다른 논조의 기사를 게재했더군요. 칭찬까지는 아니더라도 혹평을 삼간 곳까지 합하면 절반 정도는 보스턴 글로브의 입장에 부화뇌동하지 않았습니다.”

도윤의 말을 들은 가드너 관장이 비로소 주춤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거야 그렇지만…….”

“저는 차라리 이번 전시회에 대해 언론사마다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기사들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치열한 논쟁이 붙으면 더 좋고요.”

가드너 관장은 미술관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는 도윤의 말뜻을 금세 알아들었다.

“차라리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는 게 전시회를 홍보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까?”

“사람들은 조용한 뉴스보다는 시끄러운 싸움 구경을 더 좋아하는 법입니다. 만약 우리 전시회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아올 겁니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기에 그러는지 궁금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논란이 일어난 다음에나 의미 있는 얘기가 아닙니까? 말씀드렸듯이 보스턴 글로브는 이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입니다. 설사 마틴의 견해에 반대하는 기자들이 있다고 해도 목소리를 크게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보스턴만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미국에는 보스턴 글로브보다 더 권위 있는 언론사들이 존재합니다.”

“설마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가 우리 전시회에 관심을 보일 거란 말입니까?”

“글쎄요? 혹시 압니까? 그러니 며칠만 더 기다려봅시다.”

가드너 관장은 도윤이 뭔가 일을 꾸몄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는 뭔가를 물어보려고 망설이더니 그냥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이 박사 말대로 조금 더 기다려보지요. 하지만 이 일은 우리 가드너 미술관의 명예와도 관련이 있는 일입니다. 이삼일 정도는 기다려 보겠지만 일단 제가 아는 언론사에는 언질을 해 두겠습니다. 진짜로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여러모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번 일이 어떻게 풀리든 관장님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신세를 갚겠습니다.”

그제야 가드너 관장도 달아올랐던 얼굴빛을 조금 가라앉혔다. 그러나 그는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바로 다음날, 뉴욕 타임스에서 오윤수와 장은서의 전시회에 관한 칼럼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아드리언 뉴먼이 쓴 글이었다.

* * *

“이게 뭐야? 뉴먼이 왜 그깟 아시아의 애송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잭 마틴은 저도 모르게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 바람에 책상 위의 노트북이 한바탕 거칠게 들썩였다. 그의 노트북 화면에는 아드리안 뉴먼이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떠 있었다. ‘과거와 미래의 공존 - 한국에서 온 두 천재 화가’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수묵화는 동양의 전통적인 양식이자 기법이다. 실물처럼 보이는 정교한 그림 역시 과거에 한때 유행했던 화풍으로,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로는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된 지 오래다. 오윤수와 장은서의 화풍은 그런 면에서 볼 때 낡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을 보고 누가 낡은 과거를 떠올릴 것인가?

한국에서 온 두 천재 화가는 현대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운 스킬이나 파격이 아니라 화가의 예술적 정신세계라는 것을 여과 없이 드러내준다. 만약 모든 것이 새로운 이 시대에서 또 다른 차원의 새로움을 갈구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보스턴의 가드너 미술관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가드너 미술관의 전시회 제목은 본래 ‘꿈과 현실’이었다. 그러나 뉴먼은 오윤수와 장은서의 그림에서 그것보다는 ‘과거와 미래의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도윤은 그 칼럼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틴은 마치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분노했다.

“뉴먼이 내가 쓴 글을 읽었을까? 만약 그걸 읽고도 이런 칼럼을 썼다면 내 눈이 썩었다고 공개적으로 욕을 한 거나 다름없잖아?”

마음 같아서는 당장 뉴욕으로 날아가서 뉴먼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보스턴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그라고 해도 퓰리처상을 받은 거물 앞에서 그의 글을 따질 배짱은 없었다.

‘도대체 누가 뉴먼을 보스턴까지 불렀을까?’

아드리안 뉴먼 정도 되는 사람이 고작해야 아시아에서 온 젊은 화가들의 데뷔 전을 보기 위해 일부러 보스턴까지 왔을 리가 없다. 또 설사 전시회를 봤다고 해도 굳이 이런 칼럼을 쓸 이유는 더욱 만무했다. 그렇다면 누군가로부터 간곡한 부탁이나 권유를 받은 게 틀림없었다. 마틴의 머릿속에는 오윤수와 장은서의 그림이 정말로 뛰어난 작품일 거라는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에릭! 에릭 어디 있어?”

마틴은 급하게 윗도리를 걸치고 노트북을 가방 안에 챙겨 넣으면서 후임 기자를 소리쳐 불렀다. 그는 일단 가드너 관장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현재로서는 그가 뉴먼을 불렀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사람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에릭이라는 젊은 기자가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든 채로 그의 책상으로 왔다.

“자네도 뉴욕 타임스에 실린 아드리안 뉴먼의 칼럼을 읽었나?”

마틴의 말에 에릭이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읽기는 했는데….”

“그럼 오늘부터 보스턴 지역의 신문이나 방송, 잡지를 가리지 말고 그 한국인 화가들의 데뷔 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모조리 살펴봐. 그리고 새로운 기사나 칼럼이 뜨면 그걸 모두 요약해서 매일 내 책상 위에 올려놔. 내가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알았지?”

“아, 그거라면 사실 이미 조금 전부터 그 전시회에 관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뭐? 벌써?”

“네. 이걸 좀 읽어보십시오.”

에릭이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그에게 내밀었다. 거기에는 몇몇 언론사에서 게재한 오윤수와 장은서의 전시회에 관한 기사들이 인쇄되어 있었다. 마틴의 성격을 잘 아는 에릭이 이미 그가 관련 기사를 찾을 것을 예측하고 미리 찾아서 뽑아놓은 것이었다. 종이를 낚아채듯이 빼앗은 마틴의 얼굴이 기사를 읽어 내려감에 따라 점점 흙빛으로 변했다.

“이, 이 자식들이. 아무리 뉴먼이 칼럼을 썼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태도를 바꾸다니….”

종이를 쥔 마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종이를 아무렇게나 자신의 가방 안에 구겨 넣더니 아무 말 없이 사무실을 나갔다. 주차장에서 차를 꺼낸 그는 곧바로 가드너 미술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가드너 관장을 만날 수 없었다. 관장이 마침 자리를 비웠다면서 비서가 한사코 그의 출입을 막아섰던 것이다.

이를 갈며 돌아선 그는 보스턴의 각 언론사들을 찾아다니며 안면이 있는 기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들 역시 대부분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전화 통화도 받지 않았다. 어쩌다 전화를 받거나 그를 만난 기자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뉴먼이 그런 칼럼을 쓴 마당에 거기다 대고 정면으로 들이받을 사람을 찾기는 힘들 거야. 이왕 기사를 낸 곳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아직 전시회를 다루지 않은 신문사나 중립적으로 사실만 간단히 보도한 곳은 뉴먼의 견해를 인용할 가능성이 커.”

“뉴먼의 칼럼은 백주 대낮에 내 뺨을 때린 거나 다름없잖아? 그런데 나더러 그냥 가만있으라고?”

“그럼 어쩌겠어? 정 억울하면 뉴먼을 반박하는 칼럼을 하나 더 써보든가.”

그 말을 따르지 않고 거기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마틴은 그 길로 회사로 돌아가 또 하나의 칼럼을 썼다. 그가 내민 원고를 살펴본 편잡장은 마땅치 않아하면서도 일단 그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마틴에게나 보스턴 글로브에게나 그것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또 하나의 잘못된 발걸음이었다.

마틴이 쓴 새로운 칼럼은 도윤이 기대했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의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단신으로 가드너 미술관의 전시회를 다루던 신문과 방송들이 이제는 대놓고 비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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