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화
“자꾸 이러시면 함께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고 싶으시다면 의심을 거두고 우리를 믿으셔야 합니다.”
묵직하지만 차가운 목소리. 아까부터 자꾸 눈에 거슬리는 기세를 내뿜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메시앙을 돕기 위해 온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 그는 매서운 눈으로 도윤을 노려보며 윽박지르듯이 말을 했다. 그러나 도윤은 코웃음을 쳤다.
“믿지 못하겠다면? 왜? 우릴 묶어서라도 몰타까지 데리고 가시게?”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우리는 이 박사 일행을 돕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겁니다.”
도윤이 사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메시앙을 가리켰다.
“여기 이 양반이 이브라힘 왕세제 앞에서 쓸 데 없이 입을 놀리지만 않았어도 당신들이 나를 도울 필요 자체가 없었을 거야. 당신 같으면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사람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지금 당장 차에서 내리기라도 하겠다는 말이오? 우리 도움 없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빠져나가는 게 가능할 것 같소?”
“못할 것도 없지. 석훈아!”
석훈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손을 휘둘러 옆에 있던 메시앙의 목울대를 찍었다.
“컥!”
메시앙이 답답한 신음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가는 순간,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반응했다. 승합차에는 메시앙과 운전기사 말고도 건장한 체구의 사내들이 네 명이나 더 있었다. 그 가운데 두 명은 각각 도윤과 석훈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나머지 둘은 재빨리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총을 꺼내려는 게 분명했다.
“총부터 뺏어!”
도윤이 머리를 숙여 상대의 주먹을 피하면서 소리를 빽 질렀다. 석훈이 사나운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며 권총을 꺼내는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지만 석훈은 그대로 몸을 밀어붙였다.
뻐억!
석훈의 옆구리에서 주먹이 꽂히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는 움찔하는 기색도 없이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팔꿈치를 휘둘렀다. 뭔가 부서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관자노리에 일격을 얻어맞은 리더가 눈이 돌아간 채 쓰러졌다.
“아악!”
품에서 권총을 꺼낸 남자 한 명은 미처 그것을 겨누기도 전에 석훈에 의해 손목이 꺾였다.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녀석의 몸놀림은 눈부시게 빠르고 정확했다. 다른 한 명이 그 사이에 기어코 그를 겨냥했지만 얼른 허리를 숙이면서 휘두른 석훈의 손에 부딪힌 총이 차 천정에 부딪히더니 도윤의 옆으로 떨어졌다.
“꼼짝 마, 이 빌어먹을 자식아.”
자신에게 달려든 남자를 붙잡은 채 힘겨루기를 하던 도윤이 순간적으로 한 팔을 빼내 석훈이 날려버린 총을 잡았다. 상대가 어쩔 수 없이 팔을 놓고 물러서자 도윤은 곧바로 그의 머리를 손잡이로 후려쳤다. 이어서 몇 번 뻑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석훈도 운전수를 제외한 나머지 남자들을 모두 의자 위에 널브러트렸다.
당황한 운전사 때문에 승합차가 도로 위에서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곡예를 벌이고 있었다. 도윤이 그의 뒤통수에 총구를 가져대고는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
“길옆으로 차 세워.”
차는 이미 리야드 시내를 벗어나 공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운전수가 갓길에 차를 세우자 도윤은 그의 머리를 후려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절시켰다. 이제 도윤과 석훈을 제외하고 그나마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메시앙 한 명뿐이었다.
남자들을 묶을 만한 물건을 찾던 석훈이 승합차 한쪽 구석에 놓인 배낭을 열었다. 일행의 리더가 가지고 올라탄 것이었는데, 그 안에서 여러 개의 닥트 테이프와 마스크, 솜, 약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약병을 열어 살짝 냄새를 맡은 도윤이 창백해진 얼굴을 한 채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메시앙을 쳐다봤다.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이 병에 든 액체는 분명히 마취제야. 테이프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이 챙겼을까? 공항 가는 길에 어디 구멍 난 환기구를 때울 생각이 아니었다면 보나마나 우리를 묶으려고 준비한 게 뻔하잖아? 서로 믿고 협조하는 관계라면서? 믿으라며? 그러기에는 처음부터 속셈이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메시앙이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처음 이번 일을 계획했을 때만 해도 상황이 이런 식으로 변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도윤의 경호원이야 당연히 몸을 잘 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술사 박사에 이름난 감정가인 도윤마저 요원 한 명을 상대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그는 겁이 나는 한편 어안이 벙벙했다.
“날 어떻게 할 작정이요?”
살짝 떨려나오는 메시앙의 말에 도윤이 피식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놈들을 모조리 쏴 죽이고 싶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이래 뵈도 난 아주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문화인이거든. 너희들하고는 달리.”
“날 죽이면 당신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리히터 회장의 보복을 피할 수 없을 거요.”
“걱정 마. 안 죽인다니까? 그나저나 이 와중에도 리히터 회장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네? 평소에도 그 양반이 당신을 아주 끔찍하게 아껴준 모양이지?”
“신안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 중에서도 나처럼 붉은 아우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링커 외에는 없지요. 아마 전 세계에 나 하나뿐일 겁니다.”
“하지만 링커는 그보다 더 가치 있지. 그래서 말인데, 만약 내가 당신을 죽이면 리히터 회장이 정말 내 목숨을 노릴까? 그 사람이 당신을 위해 복수할 거라고 생각해?”
메시앙은 입을 다물었다.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다. 링커는 절대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니까. 오히려 리히터 회장은 어떡하든 도윤을 설득하려 애쓸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숱한 자료를 섭렵했던 그는 링커가 한 세기에 한두 명 나올까말까 할 정도로 귀한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리히터 회장이 도윤처럼 동시대에 살아 있는 링커를 발견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큰 행운이었다. 그가 고작 메시앙의 복수를 위해 그런 행운을 스스로 걷어찰 리는 만무했다.
메시앙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떠오르는 것을 확인한 도윤이 씩 웃었다.
“당신과 이 사람들을 내 손으로 죽이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차라리 한 방에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상태에 빠트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
“우리를 고문하겠다는 거요?”
“글쎄? 당신들의 눈과 입을 막고 온몸을 테이프로 꽁꽁 묶은 다음에 이 차를 인적이 없는 사막에 버리고 가면 어떻게 될까? 여긴 지나다니는 유목민도 없으니까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게 되지 않겠어? 혹시 모르지. 아주 운이 좋으면 죽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발견될지도.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고 싶나?”
“원하는 게 뭡니까?”
“리히터 회장이 왜 링커를 찾는 거지?”
메시앙의 입이 선뜻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도윤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그가 고갯짓을 하자 석훈이 차 안에 쓰러진 사람들을 테이프로 묶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도윤의 말을 들은 터라 그들의 입에 가방에서 나온 마스크를 쑤셔 박고 눈과 입을 테이프로 동여맸다. 석훈이 테이프를 찢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메시앙의 몸이 움찔거렸다.
“대답하기 싫으면 굳이 할 필요 없어. 나도 당신하고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여차하면 나중에 리히터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지 뭐. 행운을 빌어.”
다른 사람들을 모두 결박한 석훈이 테이프를 든 채 그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메시앙은 더 이상 망설이는 게 현명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살아야 한다! 석훈이 테이프를 길게 잡아떼는 것과 동시에 메시앙이 입을 열었다.
“리히터 회장에게 능력이 담긴 유물이 두 점 있소. 그는 당신을 통해 그 능력을 전해 받고 싶어 합니다.”
도윤이 손을 뻗어 석훈을 말리면서 메시앙의 코앞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댔다.
“능력이 담긴 유물? 그게 어떤 건데?”
“붓 한 자루와 만년필 하나요.”
“붓과 만년필이라고?”
“그렇소. 만년필은 헤밍웨이가 생전에 쓰던 애장품입니다. 하지만 붓은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해요. 헤밍웨이의 만년필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리히터 회장이 낙찰 받은 것이고, 붓은 내가 중국의 골동품 점에서 발견해서 사들였소.”
도윤의 얼굴이 메시앙에게서 멀어졌다. 그는 여전히 총을 손에 쥔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재미있군. 링커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불로장생과 관련된 유물을 찾지 않나? 리히터 회장은 의외로 문화적인 유물에 관심이 많나 보네?”
그러자 메시앙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리히터 회장도 그런 유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손에 넣지 못했지요. 그리고 그것 말고도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능력이 더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거지요.”
“그게 뭔데?”
“돈과 권력에 관계된 것들입니다.”
“부자나 왕이 되게 해주는 능력도 있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옛 기록에 의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거나 사람을 쉽게 설득시키는 능력들이 존재합니다. 돈이 어디로 흐를지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는 능력도 있고요. 알렉산더나 칭기즈칸, 히틀러 같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조도 그런 능력을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링커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지요.”
세상에 그런 능력도 있어?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최서라가 얻은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능력’ 역시 그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도윤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
“그 붓과 펜은 어디에 있지?”
“리히터 회장의 저택에 비밀의 방, 혹은 비밀 금고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그의 서재나 침실과 연결되는 출입구가 존재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도윤은 시계를 보았다. 벌써 네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광표가 예매한 비행기 출발 시각이 6시 반이니까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비행기를 놓칠 것이다.
그는 메시앙의 몸을 뒤져 휴대폰을 꺼낸 다음 락을 풀게 했다. 그런 다음 석훈이 운전대를 잡고 차를 출발시키자 직접 메시앙의 몸을 묶고 눈과 입을 가렸다. 마지막으로 그의 입을 테이프로 묶기 전에 도윤이 문득 물었다.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저 친구 여권을 진짜로 준비했어?”
메시앙이 움찔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 이 자식아.
이십 분 가량 도로를 달리던 차는 킹 칼리드 공항 주차장에 세워졌다. 도윤과 석훈은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근 뒤 열쇠를 휴지통에 버렸다. 이제는 빨리 움직여야 했다.
* * *
도윤은 공항에 들어가자마자 오광표가 말한 항공사 창구를 찾아갔다.
“카와시마 고지로 이름으로 되어 있는 뱅갈루루 행 티켓 두 장을 발권해 주십시오.”
항공사 직원이 그의 말에 따라 예약 사항을 검색하더니 동승자의 신원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오광표가 표를 애매할 때는 그냥 카와시마의 이름으로 두 장을 샀기 때문이다. 도윤은 메시앙이 준 카와시마 고지로의 여권과 함께 나카지마의 방에서 빼낸 여권을 제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이름으로 발부된 티켓 두 장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쥔 도윤은 먼저 석훈을 데리고 공항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기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녀석에게 환각 능력을 걸었다. 앞으로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은 누구나 그를 안석훈이 아닌 나카지마 유토로 인식할 것이다.
“이브라힘이 설마 나카지마까지 출국 금지를 시키지는 않았겠지요?”
나카지마의 이름으로 된 티켓을 받아든 석훈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도윤도 그 점이 은근히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일단은 고개를 저었다.
“너하고 내 이름이 출국 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는지도 아직은 확실치 않아. 그래도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인도에 도착할 때까지 이브라힘이 그 사실을 몰라야 한다는 거야.”
메시앙은 자신이 리야드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적어도 이브라힘이 그의 출국을 막지는 않았을 거라 믿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윤이 보기에 이브라힘이 나카지마의 출국을 막을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별로 없었으므로 두 사람은 곧바로 출국 수속을 밟았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출국 수속은 간단하게 끝났다. 나카지마의 여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도윤의 위조 여권 역시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했다. 석훈의 얼굴이나 체형은 나카지마의 그것과 전혀 달랐지만 공항 직원들 가운데 누구도 그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인도의 벵갈루루까지는 직행 항공편이 없었다. 그래서 오광표는 리야드에서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를 경유해서 벵갈루루까지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리야드를 출발한 도윤과 석훈은 두 시간 반가량 비행한 끝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서 벵갈루루 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다. 같은 중동 국가라는 사실 때문에 다소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리야드를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환승 대기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지금쯤 이브라힘 왕세제는 난리가 났겠네요. 만찬에 참석해야 할 사람들이 무려 세 명이나 한꺼번에 증발한 셈이잖아요. 특히 형하고 메시앙인가 하는 그 자식은 이브라힘 입장에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석훈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윤이 피식 웃었다.
“글쎄다. 이브라힘 입장에서는 우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놓고 공개적으로 소란을 피우기 어려울 거야. 그보다는 다른 감정가들에게 우리가 왜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는지 대신 설명하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야 했을 걸?”
“나 같으면 경비병들을 몽땅 동원해서 저택을 샅샅이 뒤질 것 같은데, 형 생각에는 안 그럴 거라는 말이에요?”
“힘들 거야. 그랬다가는 다른 감정가들이 불안해 할 거 아냐? 그 사람들을 초대한 왕세제 입장에서는 체면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자기가 왜 우리의 행방에 그토록 민감해 하는지 설명하기도 마땅치 않잖아.”
도윤은 리야드에서 뺏어온 메시앙의 휴대폰을 꺼내 시각을 확인했다. 어느 새 아홉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메시앙의 휴대폰을 이용해 미리 준비해 놓은 메시지를 압둘에게 전송했다. 그런 다음 휴대폰을 대기실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래도 사람을 진짜로 죽일 수는 없으니까 일단 살려는 줘야겠지. 고생은 좀 했겠지만 몇 시간 정도 관 속에 누워서 사망 체험을 했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메시앙이 절대로 그렇게 생각할 리는 없겠지만 도윤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정도면 약한 처벌에 속했다. 한 시간 정도 환승 대기실에 기다리던 두 사람은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벵갈루루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시각, 석훈의 짐작대로 이브라힘의 저택에서는 얼굴이 하얗게 변한 압둘이 만찬장 밖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대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