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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34화 (234/300)

234화

“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으니, 고인의 유품으로 대회에 응모하신 거군요.”

“네. 죄송합니다.”

“원래대로라면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선선히 사실을 시인하셨으니까 그 점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폐를 끼친 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상대가 뭐라고 변명을 하면 강하게 추궁이라도 할 텐데 너무 고분고분하게 사실을 시인하니까 오히려 맥이 빠졌다. 이럴 거면 애초에 뭐 하러 그런 짓을 했지?

“보내주신 그림은 상당히 훌륭하더군요.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최종 심사대상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작품으로 응모하셨으니 대회 규정상 탈락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 하겠지요. 그런데 저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혜영이 그 대목에서 문득 얼굴을 살짝 들었다.

“정말 저희 언니 그림이 상을 받을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걸 순순히 인정한다 싶더니 그래도 자기가 출품한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여전히 궁금한 모양이다. 도윤은 어이가 없어졌다.

“수상 여부야 심사위원들이 결정할 일이죠. 제 얘기는 단지 그림이 좋아 보이더라는 것뿐입니다. 말씀 드린 그대로 심사와는 무관한 제 개인적인 의견에 지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 박사님은 세계적인 감정가이시잖아요. 이 박사님이 그렇게 생각해주신 것만으로도 출품한 보람이 있어요. 언니도 그 얘기를 들으면 기뻐했을 거예요.”

“아니, 저는 감정가이지 비평가가 아니…….”

도윤은 중간에 말을 멈추고 입맛을 다셨다. 어차피 이미 그림을 탈락시키기로 결정한 마당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가지고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왜 언니 그림을 대신 출품하신 겁니까? 그 그림이 수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어요? 그러면 언니가 아니라 본인이 저희 재단의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일부러 매섭게 몰아붙였다. 그러자 이혜영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단지 언니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정받는 걸 보고 싶었어요. 언니는 그림을 뺏겼거든요.”

뭐? 그림을 뺏겨?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 *

도윤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굳이 창원까지 내려오는 무리수를 둔 것은 일차적으로 ‘창원 앞바다’가 이혜영 본인의 그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이도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자기 그림에 능력을 담을 수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안타깝게도 그림을 그린 장본인은 이미 죽은 뒤였다.

이혜영과 그의 언니 이혜은은 둘 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그래서 철이 없던 시절에는 자매가 함께 유명한 화가가 되자는 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서 보니까 그림을 그리려면 학원도 다녀야 하고 이것저것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우리 집 형편에 자매가 둘 다 그림을 공부하기는 어려웠어요.”

이혜영과 이혜은 자매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혼자서 자식 둘을 키우던 아버지는 중소기업의 영업사원에 불과했다. 먹고 살기가 힘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자매를 모두 그림 공부까지 시키기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게다가 그는 직업상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자녀 교육에도 그다지 열성적인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언니인 이혜은은 어찌어찌 학원을 다니며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창원에 위치한 미대에도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혜영은 결국 대학진학을 아예 포기하고 처음부터 전산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들 덕분에 웹툰을 그리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니었어요. 손이 아니라 얼굴에 화상을 입은 것도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고요.”

애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하는 이혜영을 보며 도윤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젊은 여자가 다른 곳도 아니고 얼굴에 화상을 입은 게 뭐가 다행이겠는가?

“그 상처는 어떻게 해서 입게 된……. 아, 죄송합니다. 제가 쓸 데 없는 걸 물어서…….”

옆에 앉아 있던 석훈이 불쑥 질문을 던지다 급히 사과했다. 말을 하다 보니까 뒤늦게 남의 아픈 곳을 찔렀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혜영은 오히려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숨긴다고 해서 이미 생긴 흉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년 전에 집에 불이 났어요. 나중에 소방서에서 한 말에 따르면 아빠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침대에 누워 담배를 피다가 그냥 잠이 들었나 보더라고요. 그때 화상을 입었어요. 그래도 저는 목숨이라도 건졌는데 아빠하고 언니는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과는 달리 괜찮지 않은 게 분명했다. 얘기 도중에 결국 감정이 북받쳤는지 이혜영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당황한 석훈이 녀석이 제 딴에는 상황을 수습한답시고 또 다시 방정맞은 입을 놀렸다.

“아이고, 참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그래도 이혜영 씨라도 살았으니 다행…, 윽.”

녀석은 기어코 도윤에게 옆구리를 한 방 얻어맞고서야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혜영이 눈물을 살짝 흠치고는 처연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제가 살아난 건 언니가 절 깨웠기 때문이에요. 그때도 집에 방이 두 개뿐이라서 언니랑 제가 한 방을 썼거든요. 하지만 제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거실 천장까지 불이 번진 상태였어요. 방문을 열자 사방이 온통 불바다였던 기억이 나요.”

“언니가 깨웠다고요? 그런데 왜 정작 언니는……?”

“그 당시 언니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상태였거든요. 집에 불이 나기 일 년 전쯤에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가 부서졌어요. 그래서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죠. 저도 얼굴에 불이 닿아서 정신이 없던 터라 언니를 챙기지 못했고요. 제가 조금만 정신을 차렸었더라면…, 흐흐흑.”

끝내 이혜영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흐느낌이 계속 되는 동안, 도윤과 석훈은 차마 뭐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했다. 석훈은 그저 자신의 주둥이를 원망하며 안절부절못했고, 도윤도 뭐라고 섣불리 위로하기가 애매해서 그녀가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한참 동안 이어지던 흐느낌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도윤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언니인 이혜은 씨가 그린 그림들도 그때 모두 불타 없어진 겁니까? 저희에게 보낸 그 풍경화 한 점만 빼고?”

“아니에요. 건너 방에 언니 그림이 열 점 가량 더 있어요.”

“그림이 남아 있다고요? 집에 불이 났었다면서요?”

“언니가 다니던 화실에 있던 걸 제가 가지고 왔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 친구가 운영하는 화실에 나가서 몇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거든요. 수업은 보통 저녁 때 하는데 언니는 아침부터 화실에 나가 자기 그림을 그리고는 했어요. 당시 저희 방이 그림을 가져다 두기에는 너무 비좁아서 그때 완성한 것들은 그냥 화실에서 보관했어요.”

“그걸 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 이혜영 씨가 가서 찾아왔다는 말이지요?”

“네.”

“이번에 출품한 것도 그때 그린 그림들 가운데 하나입니까?”

“그게 언니가 살아 있을 때 그렸던 마지막 그림이었어요. 사실 그게 아니었으면 언니가 그렸던 작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했을 거예요.”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언니가 그린 그림을 왜 동생이 돌려받지 못한다는 말이죠?”

“그 화실 주인이 언니 친구였던 박지현이라는 여자 화가예요. 제가 처음 화실로 찾아갔을 때, 그 분이 화실에 남은 그림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창원 앞바다’ 만큼은 언니가 그리는 걸 제가 옆에서 제가 계속 지켜봤기 때문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못 알아볼 수가 없었죠.”

“그 그림이 언니 친구 화실에 있었군요.”

“네. 아예 화실 벽에다 떡하니 걸어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언니가 그림을 완성한 뒤에 함께 찍었던 휴대폰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달라고 하니까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놓더라고요. 그때 화실에 남아 있던 것 가운데 언니 그림이 확실한 것도 몇 점 가져 왔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언니 친구인 그 박지현이라는 화가가 조금 이상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박지현은 이혜은의 대학 동기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창원 시내에 학생들을 위한 입시 미술 학원을 열었다. 마땅히 수입원이 없었던 이혜은 역시 친구가 차린 학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돈을 벌었다. 그렇게 몇 년을 친구 학원의 고용 강사 노릇을 하며 틈틈이 자기 그림을 그렸는데 그러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리를 못 쓰게 된 것이다.

“사고를 당하고 나서 언니는 거의 반 년 이상 그림에서 손을 놓았어요.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은 듯한 모습이었죠.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무작정 바다를 보고 싶다며 떼를 쓰더라고요. 한 번도 그렇게 막무가내였던 적이 없었거든요. 몇 번 말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매일 같이 휠체어를 끌고 언니를 부둣가로 데리고 갔어요.”

지금은 창원의 일부가 된 마산은 원래 항구도시였다. 이혜은은 그날부터 동생의 도움으로 매일 같이 부둣가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멍하니 바다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그녀가 문득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다고 했다.

“죽기 전에, 꼭 한 점 정도는 내 맘에 쏙 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마침 여름이었다. 결국 이혜영은 다니던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둣가에0 나가 언니 옆을 지켰다. 여자 둘이, 그것도 한 명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이젤과 캔버스를 비롯한 커다란 화구 가방까지 든 채 택시를 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끔씩 택시 운전사들의 구박을 받아가면서까지 매일 같이 부두로 나갔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이 바로 ‘창원 앞바다’였다.

“그건 언니가 거의 영혼을 불태우시다시피 하면서까지 그린 마지막 그림이었어요. 그림을 완성한 뒤 탈진한 것처럼 며칠 동안 집에만 처박혀 있던 언니가 다시 기운을 내서 친구가 운영하는 화실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몇 달 후에 이번에는 집에 불이 난 거죠.”

교통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된 것도 모자라 간신히 삶의 의욕을 다시 불태우려는 순간 이번에는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인생이 아닐 수 없었다. 도윤과 석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애써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꼭 되찾고 싶었던 거군요.”

도윤이 말에 이혜영이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 사실 언니가 그동안 학교나 화실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몰라요. 자기가 그린 그림을 집에 가져온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그 그림만큼은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림 자체가 워낙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언니의 유작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굳이 화실에 가서 찾아온 거예요.”

그러자 조금 잠잠하다 싶었던 석훈이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아니, 그 박지현인가 뭔가 하는 양반도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자기가 그린 게 아니면 돌려주는 게 당연하지, 친구라면서 왜 그렇게까지 남의 그림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 겁니까?”

“저도 처음에는 그게 이상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마땅히 직장을 찾지 못하던 언니에게 선뜻 자기 화실에 나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권한 사람이 바로 그 친구 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언니도 저도 원래는 그 분을 몹시 고맙게 생각했어요.”

그 호의가 진짜 호의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데는 이혜은이 죽고 나서 채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이혜영은 울적한 마음도 달랠 겸 창원 지역의 젊은 미술가들이 연 합동 전시회에 구경을 갔다. 그런데 거기에 자신의 언니와 똑같은 화풍의 그림이 버젓이 걸려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근데 화가의 이름이 박지현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분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지요. 왜 언니가 그린 그림을 자기 이름으로 전시했냐고. 그랬더니 펄쩍 뛰면서 자기가 그린 게 맞는다는 거예요. 제가 거짓말 말라고 했더니 오히려 막 화를 내더라고요.”

얘기를 듣던 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림에는 보통 화가들이 서명을 해놓지 않나요? 이혜은 씨는 서명을 안 해 뒀나요?”

“제가 화실에서 가져온 언니 그림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언니도 물론 자기 그림에 서명을 했어요. 그런데 전시회에 걸린 그림들을 보니까 그걸 지웠는지 아니면 위에다가 덧칠을 하고 다시 썼는지, 아무튼 서명이 모두 다 'Ji-Hyun‘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박지현 씨 서명이에요. 언니 그림을 죄다 자기 것으로 바꿔놓은 거죠.”

“그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이혜은 씨는 박지현 씨하고 미대 동창이었다면서요? 그럼 다른 동창들도 전시회를 구경하러 왔었을 텐데 아무도 뭐라 그러는 사람이 없었습니까?”

“모르겠어요. 전 사실 언니 친구들 얼굴이나 전화번호를 몰라요. 언니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 적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저한테 연락을 해온 분들도 없었고요.”

옆에서 듣고 있던 석훈이 또 다시 발끈해서 소리쳤다.

“아니 뭐 그런 사람들이 다 있습니까? 이건 완전히 친구 등에 칼을 꽂은 거 아니에요? 그것도 사고를 당해 몸까지 불편한 사람한테.”

이번에는 도윤도 녀석을 말리지 않았다. 사실 화가 나기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직은 이혜영의 일방적인 말일 뿐이다. 그녀의 말이 맞는지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혜은 씨 그림이 열 점 정도 더 있다고 했죠?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것들을 좀 봐도 될까요?”

그의 말에 이혜영이 두 사람을 옆방으로 안내했다. 사람이 하나 발 뻗고 누우면 책상 하나 놓을 자리도 빠듯해 보이는 그 방에는 옷을 걸어놓은 행거와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잡동사니들 뒤로 크고 작은 열 개 정도의 캔버스가 벽에 기대어져 있었는데, 이혜영은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도윤에게 보여주었다.

“형, 어때요? 그게 전부다 이혜은이라는 그 여자가 그린 게 맞는 거 같아요?”

도윤이 그림들을 찬찬히 살피고 있는데 석훈이 속삭이듯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그렸는지는 몰라도 일단은 같은 사람이 그린 그림인 게 분명해.”

“창원 앞바다라는 그 풍경화를 그림 화가하고 같은 사람이 그린 거라는 말이죠?”

“맞아. 창원 앞바다가 가장 뛰어나기는 하지만 이것들 역시 훌륭한 그림들이야.”

“그럼 당연히 이혜은 씨 그림이지 뭘 더 생각할 게 있다는 거예요?”

도윤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원래의 방으로 건너왔다. 거기서 이혜영에게 한 가지 더 부탁했다.

“죄송하지만 언니이신 이혜영 씨 사진이 있으면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림을 그린 화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네. 언니 사진이라면 컴퓨터에 저장해둔 게 많아요.”

이혜영은 별로 망설임 없이 자신의 컴퓨터를 켜서 거기 저장된 사진들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그 사진을 확인한 도윤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속의 얼굴이 ‘창원 앞바다’에 남아 있던 잔류 기억을 통해 보았던 바로 그 여자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박지윤 씨 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일을 하려면 철저히 해 두는 게 나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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