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36화 (236/300)

236화

결국 박지현이 빼돌렸던 이혜은의 그림을 돌려받게 해줌으로써 동생인 이혜영의 한을 어느 정도 풀어준 셈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원 앞바다’를 최종 심사 대상에 올리는 건 불가능했다. 사연이나 이유가 어떻든지 이혜은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설사 살아있다고 해도 나이가 응모자 자격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혜은 씨 작품을 계속 혜영 씨 방에만 두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도윤은 일단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말하고 다음 단계에 착수했다. 처음 창원에서 그녀의 유작을 발견했을 때부터 미리 마음속에 담고 있던 일이었다.

이혜은의 그림을 탈락시키기는 했지만, ‘고학 미술 대회’의 최종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이 없는 바람에 심사위원들 간의 논쟁이 뜨거운 조소 분야를 제외하면, 회화와 디자인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수상자가 윤곽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적어도 결혼식을 치르기 전에는 수상자 발표와 시상식이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도윤은 또 다시 일을 벌였다. 그는 부산에서 올라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부모님을 재단의 자기 사무실로 모셨다.

“이게 그 이혜은이라는 화가의 작품이라는 말이지?”

두 사람은 도윤의 사무실에 걸린 ‘창원 앞바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시면 아시겠지만 독창적인 스타일과 감각을 지닌 화가예요. 일찍 죽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한국 화단의 한 축을 맡았을 만한 아까운 인재죠.”

그의 자신 있는 평가와는 달리 서연희는 약간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개성 있는 그림이기는 하네. 하지만 이 작품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다른 작품들은 없니? 최소한 서너 점은 보고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 가지고 있는 그림은 이거 하나뿐이에요. 하지만 사진은 더 있어요.”

도윤은 대형 태블릿을 꺼내 창원에 내려갔을 때 찍었던 이혜은의 유작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사진들을 쭉 살펴본 서연희는 여전히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진을 보니까 확실히 다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이기는 하네. 우리 아들 안목으로 직접 보고 판단했다니까 믿을 만하기도 할 테고. 그래도 전시회를 열려면 역시 실물을 직접 봐야 해. 너도 아직 작품을 다 본 건 아니라면서? 그리고 개인 전시회를 열기에는 작품 수도 너무 적어.”

부산에서의 사건이 있은 후 박지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혜은의 남은 그림들을 모두 동생인 이혜영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그것들까지 모두 합해도 이혜은의 유작은 삼십여 점이 전부였다. 게다가 그 가운데 몇 점은 그리다 만 미완성이었다. 서연희의 말마따나 단독으로 전시회를 열기에는 작품 수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도 작품 하나하나가 뛰어나잖아요. 개인전이 곤란하면 다른 화가들과 합동 전시회를 여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어요?”

도윤의 말에 서연희가 피식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오는 6월에 열릴 ‘비전(Vision)’에 이 화가 작품을 넣자는 거냐?”

“어차피 전시장 하나만 더 비우면 되는 거잖아요. 이대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들이라서 그래요. 이혜은 씨는 세상에 알릴 가치가 충분히 있어요.”

서연희가 언급한 ‘비전’은 현재 현소 화랑이 자체적으로 기획 중인 합동 전시회였다. 사실 현소는 지금까지 매년 한두 차례씩 신인 화가들을 위한 전시회를 열어왔다. 그럴 때마다 매번 주제와 제목을 따로 정했는데, 올해는 전시회 이름이 ‘비전’이었다. 젊은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화단의 미래를 전망한다는 뜻이었다.

매년 열리는 신인 전시회는 오주현의 경우처럼 개인전으로 기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합동 전시회 형태로 열리고는 했다. 되도록 많은 화가들에게 자신의 작품과 예술 세계를 알릴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올해 열릴 ‘비전’에 초대할 화가들이 이미 모두 선정되었다는 점이었다. 당사자들에게 통보해서 협의까지 끝낸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제 화서 화가를 한 명 더 추가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도윤은 은근히, 하지만 강력하게 이혜은의 그림들을 전시회에 추가시키기를 부탁했고, 결국 이번 전시회를 총괄하는 서연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그림을 직접 보고 나서 결정할 거야. 그런데 이 그림들을 보려면 내가 창원까지 내려가야 하나? 요즘 스케줄 빼기가 영 빡빡한데…….”

서연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도윤이 얼른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제가 동생 분에게 연락해서 그림을 보내줄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운송비를 저희가 대기로 하면 아마 가능할지도 몰라요. 그게 어렵다고 하면 엄마 대신 제가 다시 내려가서 확인해도 되고요. 저도 아직 그림을 다 본 게 아니거든요. 대신 엄마도 제 눈을 믿으셔야 해요?”

그 말에 서연희가 풀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믿는 감정가가 바로 우리 아들인데 어련하겠냐? 네가 그림을 전부 보고도 꼭 ‘비전’에 넣어야겠다고 하면 나도 두 말 없이 동의하마. 그럼 됐지?”

그렇게 해서 도윤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다시 한 번 창원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전화를 받은 이혜영은 그럴 필요 없이 자신이 그림을 서울로 올려 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모든 작품을 직접 본 뒤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서연희의 말도 타당했다.

“어차피 그림을 운송할 업체도 현지에서 선정해야 하니까 역시 제가 내려가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럼 창원에서 뵐게요.”

도윤은 재단 직원을 시켜 창원에서 미술품을 운송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운송업체를 알아보게 했다. 그런 다음 최서라를 만나 한 가지 더 부탁을 했다. 그러고 난 뒤에야 비로소 창원으로 내려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 * *

창원에서 다시 만난 이혜영은 확실히 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으로 그를 맞아주었다. 그녀는 언니의 유작을 서울로 가져갈 수 있겠느냐는 도윤의 부탁을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전시가 확정된 게 아니라 단지 그림을 살펴보기 위해 가져가는 거예요. 어쩌면 이번에는 ‘비전’에 전시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물론 그렇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릴 수는 있겠죠. 그래도 한동안 현소 화랑 수장고에서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하셔야 돼요.”

도윤은 가감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이혜영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저희 집은 방이 좁고 반 지하라서 습기가 많아요. 그렇잖아도 언니 그림에 곰팡이가 필까봐 늘 초조했거든요. 이왕이면 가져가서 잘 보관해주시면 좋겠어요.”

이혜영의 허락을 받은 도윤은 박지현으로부터 새로 돌려받은 그림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고는 그럴 줄 알았다며 속으로 혀를 찼다.

박지현이 아무리 남의 그림을 흉내 내는 모방 화가로 전락했다고는 해도, 그녀 역시 회화를 전공한 한 명의 화가였다. 게다가 이혜은의 옆에서 오랫동안 그녀의 그림을 지켜봤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가 몰래 숨겨두었던 이혜은의 그림들은 마지못해 동생에게 내주었던 것들보다 전반적으로 뛰어났다. 그 그림들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 시기별로 조금씩 자신의 서명을 달아 전시회에 내놓거나 경매에 붙일 생각이었던 게 분명했다.

전체적으로 그림들의 수준이 충분히 전시회에 내놓을 만하다는 판단을 내린 도윤은 당장 전화를 걸어 트럭을 불렀다. 그날 저녁, 이혜영의 집에 있던 그림들은 모두 잘 포장되어 서울의 현소 화랑으로 옮겨졌다.

“현소 화랑에서 이혜은 씨 그림을 ‘비전’에 전시할 경우, 현장에서 구입을 원하는 수집가들이 나올 겁니다. 이 그림들을 전시회 현장에서 판매해도 될까요?”

잠시 생각을 하던 이헤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두 점의 그림을 제외시켰다.

“원칙적으로는 그래도 되지만 이 두 점하고 창원 앞바다는 팔지 말아주세요. 그것들은 제가 가지고 있고 싶어요. 언니 그림을 보고 싶을 때마다 사진만 들여다볼 수는 없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창원 앞바다는 제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습니다. 원하시는 가격을 드릴 테니 저한테 파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혀 예상을 못했는지 이혜영이 깜짝 놀랐다.

“이 박사님이 ‘창원 앞바다’를 사시겠다고요?”

“네.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럽니다. 대신 제 사무실에 걸어놓을 테니 그림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서울에 올라오십시오. 이혜영 씨에게는 늘 문을 열어놓겠습니다.”

이혜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도윤에게 말했듯이 ‘창원 앞바다’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인이나 다름없는 도윤이 그림을 팔라고 하자 선뜻 거절하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도윤으로서도 ‘창원 앞바다’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알고 있었지만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그것을 가지고 얼마 전에 새로 얻은 능력, 즉 유물에 담긴 능력을 다른 물건으로 옮길 수 있는지 꼭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한참 동안 망설이며 고민하던 이혜영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대신 말씀대로 언제든 제가 원하면 그 그림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야 돼요. 저도 너무 번거롭게 하지는 않을게요.”

“물론입니다. 언제든 환영입니다.”

결국 이혜영은 도윤에게 그림을 넘기기로 했다. 그러자 그는 즉석에서 그녀에게 수표 한 장을 건넸다. 무심코 액수를 확인한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 삼천만 원이요? 이 박사님. 이건 너무 많아요.”

삼천만원이면 상당한 지명도가 있는 중견 화가가 그린 제법 큰 그림 정도는 되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도윤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삼천만 원이 아닙니다. 사실 제가 ‘창원 앞바다’에 매긴 금액은 그 두 배예요. 하지만 이혜은 씨가 무명 화가라는 점을 감안해서 일단은 그 돈만 드린 겁니다. 대신 나머지 차액은 다른 방법으로 지불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혜영 씨가 허락한다는 전제 하에서요.”

“다른 방법이라니요? 그게 뭔가요?”

도윤은 창원에 내려오기 전 따로 최서라를 만나 은밀한 부탁을 했었다. 그는 이혜영에게 자신이 이곳까지 일부러 내려온 나머지 용건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서울에 있는 미래 병원의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혜영 씨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성형을 통해 얼굴의 흉터를 제거할 수 있겠는지 물어보려고요. 창원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을 받았는데 일단 한 번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시네요. 사진만 보고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수술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이혜영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제 얼굴을 고칠 수 있다고요? 화상 때문에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렸는데요?”

“성형이라는 게 원래 미용이 아니라 변형된 외모를 회복시키기 위해 발전한 겁니다. 피부나 근육의 손상 정도를 면밀하게 검사한 뒤에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일단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머지 그림 값은 성형 수술비로 드리기로 했습니다. 수술을 안 하시면 그 돈은 그냥 날아가는 겁니다. 저로서는 일단 검사라도 받아보실 걸 권합니다.”

이혜영은 한동안 말없이 도윤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허리를 숙이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음을 터트렸다.

“으흐흑.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정말 고맙… 으아아앙.”

거의 통곡을 하다시피 우는 그녀를 쳐다보며 도윤은 작게 한숨을 토했다. 이로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나머지는 어머니인 서연희와 성형외과 의사가 알아서 할 것이다.

이제 죽은 이혜은도 조금은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얼굴을 고친다고 해서 이혜영의 지나간 과거가 완전히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수술만 잘 된다면 적어도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그가 확인해야 할 일은 하나만 남은 셈이었다.

* * *

4월 말, 드디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채 진행되던 ‘고학 미술 대회’의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응모 요강을 통해 이미 공지했던 대로 회화, 조소, 디자인의 세 분야에 걸쳐 각각 한 명씩의 수상자들이 최종 결정되었고, 언론은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회화와 조소에서는 각각 스물일곱 살과 스물여덟 살의 남녀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두 사람 모두 대학을 졸업한 뒤 어려운 경제 형편 속에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오던 이들이었기에 재단의 입장에서도 나름 보람 있는 선정 결과였다. 조소 분야 수상자인 수상 소감을 통해 이번에 수상을 못했으면 아마 조각가로서의 길을 포기했을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디자인 부문의 수상자는 아직 대학 4학년인 스물 두 살의 여대생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수상 소감문에서 그녀는 굳이 취업을 고민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는 심정을 밝혔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서윤 문화 재단 빌딩에 있는 강당에서 비교적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을 비롯해서 미술계의 원로들이 두루 초대되었고, 정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직접 참석해서 장관의 축사를 대신 낭독하기도 했다.

한 가지 옥의 티라면 도윤이 재단 이사장으로서 직접 시상을 해야 됐다는 점이었다. 그 바람에 수상자와 시상자 모두 아직 젊은 티가 풀풀 나는 사람들 일색인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모양새만 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민간 미술 대회 시상식이라기보다는 마치 대학 축제의 행사 같은 느낌이 났다.

시상식이 진행되기 직전, 창원에 있던 이혜영은 서울에 올라와 미래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담당 의사는 자신 있게 이혜영에게 수술을 권했다.

“미용 성형이 아니라 회복 수술이기는 하지만 결과만 잘 나오면 적어도 화상을 입기 전보다는 약간이나마 예뻐질 거예요. 본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술을 부탁한 사람이 미래 그룹의 예비 사위이다 보니 의사도 기합이 팍 들어간 느낌이었다. 이혜영의 수술은 ‘고학 미술 대회’ 시상식이 끝난 다음날 진행되었고, 도윤은 아직 마취가 끝나지 않은 채로 병실에 누워 있는 그녀를 찾아갔다. 그의 손에는 죽은 이혜은이 생전에 쓰던 붓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역시 짐작대로네.’

붓에서 흘러나온 붉은 아우라가 침대에 누워 있는 이혜영에게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혜은이 남긴 능력이 주인이 바로 그녀의 동생인 이혜영이라는 뜻이었다.

그림의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도윤은 그림들과 함께 이혜은이 생전에 애용하던 화구 상자를 잠시 빌렸다. 거기서 그녀가 쓰던 붓을 꺼낸 그는 ‘창원 앞바다’에 담겨 있던 능력을 그 붓에 옮기는 실험을 진행했다. 다행히 능력은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붓 속으로 스며들었다.

“당신 언니가 남긴 능력이 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 그걸 당신이 물려받았다는 걸 알면 저 세상에서 언니도 기뻐할 거예요.”

도윤은 마취에 더불어 능력까지 전해 받는 바람에 완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이헤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병실을 떠났다. 이로써 죽은 이헤은의 한은 동생의 남은 삶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이제는 그 삶이 더 이상 억울함과 눈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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