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나라 경제가 많이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그리스는 여전히 여행지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사실 도윤과 최서라 모두 예전에 아테네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그리스를 신혼여행의 첫 목적지로 선택한 이유는 산토리니 섬과 메테오라 수도원 때문이었다.
아테네 북쪽으로 450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메테오라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여섯 개의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수도원들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도윤이 최서라가 굳이 그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스피리돈 브레토스 때문이었다.
도윤은 이브라힘 왕세제의 집에서 브레토스의 회고록에 남아 있던 능력을 전해 받았다. 그런데 본래 그리스의 수도사였던 브레토스가 평생 생활했던 곳이 바로 메테오라에 남은 여섯 개의 수도원 가운데 한 곳인 바람 수도원이었다.
“브레토스는 내가 신분과 행적을 확실히 알고 있는 유일한 링커야. 그가 머물렀던 바람 수도원에는 혹시 링커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남아 있을지도 몰라.”
브레토스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물에게도 능력을 전하거나 옮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은 도윤으로 하여금 아직도 자신이 링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바람 수도원을 방문하고 싶었고, 다행히 최서라 역시 그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반면에 그가 산토리니 섬을 택한 이유는 아주 평범했다. 그곳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혼여행지인데다 두 사람 모두 과거 그리스를 여행할 때는 들른 적이 없었다. 도윤과 마찬가지로 최서라 역시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까지도 몹시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이왕이면 유명한 휴양지에서 며칠 동안 모든 것을 잊고 푹 쉬기로 한 것이다.
흔히 에게 해의 진주, 혹은 절벽 위의 하얀 집으로 묘사되는 산토리니 섬은 그리스 여행자들에 의해 늘 첫 손가락에 꼽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실제 상주인구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의 식당이나 호텔은 관광철마다 섬으로 건너오는 아테네를 비롯한 육지의 주민들에 의해 운영되었다. 그 때문에 겨울철에는 밥 먹을 식당조차 찾기 힘든 곳이기도 했다.
도윤과 최서라는 아테네 공항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비행기를 바꿔 타고 산토리니 섬으로 향했다. 산토리니의 공항에서는 호텔 직원이 직접 차를 몰고 나와 두 사람을 픽업했다. 도윤은 세계 3대 일몰로 유명한 이아(Oia) 마을의 절벽 능선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의 방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그들이 묵을 방은 베란다에 기포발생 욕조인 자쿠지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탁까지 마련된 최고급 객실이었다. 객실들이 절벽을 따라 독립된 빌라처럼 비스듬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방안에 누운 채로 이오의 명물인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가장자리에서 곧바로 절벽 아래로 펼쳐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수영장까지 있었다.
“마음에 들어?”
방을 둘러본 도윤의 물음에 최서라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최고예요.”
두 사람은 산토리니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삼박사일을 보냈다. 도윤은 물론이고 최서라 역시 작년부터 올해까지 만으로 일 년이 넘게 휴가를 전혀 가지 못했다. 외국을 다닌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일에 치여 제대로 휴식을 취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로지 쉬고 즐기는 것 이외의 다른 일에는 절대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호텔에 도착한 다음날, 그들은 이오와 피라 마을을 잇는 산책로를 걸으며 한없이 즐겁고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진짜 성수기인 6월부터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 만큼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아직은 5월 중순이라서 그런지 산책을 즐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산책로 너머로 보이는 절벽과 망망대해 말고는 특별히 볼 것이 없는 곳이었지만, 사실 그 이외의 다른 볼거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풍광이 수려했다.
둘째 날은 요트를 빌려 섬을 돌면서 휴식을 취했다. 원래는 이삼십 명이 정원인 요트였지만 도윤은 큰마음을 먹고 아예 배를 통째로 빌렸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평소의 도윤답지 않게 마음껏 사치를 부려본 것이다.
두 사람은 천천히 파도를 가르는 배 위에서 각종 해산물과 고기를 구워먹고 일광욕을 하면서 5월의 지중해를 한껏 누렸다. 아직은 수온 때문에 스쿠버를 즐기기 어렵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일 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 * *
산토리니에서의 일정을 끝낸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아테네로 돌아왔다. 거기서 SUV를 렌트한 도윤은 북쪽의 메테오라를 향해 차를 몰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에 해당하는 길을 여섯 시간 가량 계속해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승용차보다는 크고 튼튼한 차를 택한 것이다.
메테오라로 가는 길에는 한국의 휴게소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차를 세우고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두어 군데 있었다. 도윤은 메테오라의 거점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칼람바카를 200Km 가량 남겨둔 마지막 휴게소에서 차를 세웠다. 거기서 잠시 식사를 하며 주차장 쪽을 주시하던 그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역시 우리를 미행하는 건 아니었나? 내가 너무 예민한 걸지도 모르겠군.’
사실 이번 여행에서 도윤은 혹시 자신들 주위를 기웃거리는 놈들이 있지 않을까 계속 주의를 기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겪었던 일들 때문이었다. 옆에 있는 최서라 때문에 가급적 겉으로는 티를 내지는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렇다고 마냥 긴장을 풀고 다닐 수는 없었다. 이브라힘 왕세제나 리히터 회장은 이대로 자신을 포기할 인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을 와서까지 그런 걱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성가시고 짜증나는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미 산토리니에서도 수상한 놈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눈에 띄었다. 그곳은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관광객의 대부분이 연인이나 부부였다. 그런데 그런 장소를 남자 둘이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정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젊은 여행자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캐주얼 수트를 착용한 그들은 도윤과 최서라가 산책을 할 때부터 자주 눈에 띄었다. 게다가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누가 봐도 아랍이나 터키 출신으로 보인다는 점도 신경에 거슬렸다.
‘아무리 봐도 동성 커플인 것 같지는 않고, 혹시 이브라힘 왕세제가 보낸 놈들인가?’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산토리니를 떠난 이후로 다시 보이지 않았다. 역시 기우였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아테네에서 차를 빌려 타고 이곳까지 오는 동안 똑같은 차량이 계속 백미러에 잡혔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운전자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도윤이 미행 차량이라고 생각했던 차는 두 사람이 그곳을 떠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샜거나 휴게소를 그냥 지나쳤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역시 아닌가? 이러다가 신경 쇠약이나 피해망상증에 걸리겠네.’
혹시 이브라힘 왕세제나 리히터 회장이 미행을 붙이거나 습격해올 것을 대비해서 몇 가지 대비책을 세워놓기는 했다. 그러나 마냥 즐거워야 마땅한 신혼여행지에서조차 그런 문제를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렇다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신혼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간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일단 이탈리아를 떠날 때까지는 놈들이 조용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네.’
도윤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차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이 칼람바카의 호텔에 투숙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같은 호텔 로비에 앉아 있던 사십대 가량의 남자 하나가 전화기를 들었다.
“이 박사와 그의 부인이 칼람바카에 도착했습니다. 네. 네. 저들이 이곳을 떠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적어도 도윤이 피해망상증에 걸린 건 아니었다.
* * *
칼람바카에 도착한 다음날, 도윤과 최서라는 곧바로 차를 몰아 바람 수도원에 도착했다. 수도원은 땅 위에다 돌기둥을 하나 박아놓은 듯한 높고 좁은 절벽 위에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절벽을 깎아 돌계단을 만들었지만, 과거에는 그마저도 없어서 커다란 바구니가 달린 도르래를 이용해서 물자나 사람을 이동시키고는 했다.
관광지가 된 이후에도 엘리베이터나 케이블카 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도착한 그들을 맞아준 사람은 깡마른 몸매에 목 아래까지 내려오는 하얀 수염을 달고 있는 늙은 수도사였다.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바람 수도원을 관리하고 있는 알렉산드로라고 합니다.”
“저희는 이도윤과 최서라라고 합니다. 방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렉산드로 수도원장은 영어에 아주 능숙했다. 그를 소개시켜 준 듀란 공방의 아이작 듀란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가 영국 귀족 출신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딱 부러지는 표준식 영국 영어를 사용했다.
사실 수도원장은 고사하고 메테오라의 수도사들이 이렇게 직접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도윤은 결혼식 한참 전부터 온갖 인맥을 동원한 끝에 듀란을 통해 간신히 수도원 측과 미리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이곳까지 오느라 목이 많이 타실 겁니다. 차가운 음료를 준비했으니 저를 따라오시죠.”
수도원장은 여전히 땀을 흘리며 서 있는 두 사람을 원장실로 안내했다. 그들이 수도원을 가로지르는 동안에도 여러 명의 수도사들이 근처를 지나갔지만 아무도 쳐다보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원장실에서 차가운 레모네이드로 목을 축인 도윤이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듀란 사장님께서 원장님을 뵙게 되면 이걸 전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가 꺼낸 상자는 듀란이 결혼식에 참석하러 한국에 왔을 때 건네주고 간 것이었다. 알렉산드로 원장이 그것을 받아 들어 뚜껑을 열자 황금으로 장식된 커다란 펜던트가 나왔다. 정교회 성직자들이 즐겨 착용하는 장신구였다. 원장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듀란 사장님과는 과거 성물의 수리를 맡긴 인연으로 요즘도 가끔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그 분께 귀한 선물을 보내주셔서 감사해 하더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아울러 아직 건강해보이더라는 말씀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알렉산드로 원장이 풀썩 웃음을 터트렸다.
“이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어서 주님의 품에 안길 수 있기만을 바라게 됩니다. 늙은이가 너무 오래 살면 오히려 천국 갈 기회가 줄어들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런 곳에 살다서 보면 죄를 짓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오래 사신 만큼 천국 문이 더욱 넓어질 겁니다.”
알렉산드로가 결국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은으로 만든 촛대 하나를 꺼냈다. 초를 꽂을 수 있는 가지가 세 개 달린 촛대는 꽤 오래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잘 됐는지 광택이 흘렀다. 그는 그것을 도윤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 박사께서 스피리돈 브레토스라는 수도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시기 전에 문서 보관실에서 그 분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확실히 저희 수도원에 소속되었던 분이 맞더군요.”
“그럼 이 촛대가······.”
도윤이 촛대를 슬쩍 만지며 묻자 수도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촛대는 그 분이 생전에 아끼던 물건입니다. 브레토스 수도사께서는 이따금 오랜 시간 바깥을 여행하다 돌아오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한두 개씩 물건을 수집해서 돌아왔습니다. 다른 것들은 이미 모두 없어지고 이것만 남았지요. 저도 이번에 기록을 찾아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지요. 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여기서 자세히 살펴볼 시간은 있을 겁니다.”
촛대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도윤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얼른 안정을 되찾은 그가 정중하세 감사를 표시했다.
“저희 때문에 원장님께서 너무 수고하신 것 같아서 죄송하면서도 또 감사합니다. 마침 제 아내가 금속 공예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능하면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데, 그 사이에 혹시 문서 보관실을 잠시 구경할 수 있겠습니까?”
도윤이 설마 문서 보관실을 구경시켜 달라고 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보일 듯 말 듯 살짝 눈썹을 찌푸린 알렉산드로 원장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원장이기는 하지만 문서 보관실을 외인에게 보여주려면 담당 수도사에게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귀한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서자 도윤이 얼른 가방 안에서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은색 막대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본 최서라가 속삭이며 물었다.
“이 촛대에 능력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담겨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에 옮겨놓자.”
잠깐 스치고 지나간 것에 불과하지만 도윤은 촛대에서 붉은 아우라가 피어나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능력을 담고 있는 물건이라는 뜻이었다. 혹시나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역시 바람 수도원에는 옛 링커가 남긴 물건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브레토스의 능력을 얻은 도윤은 이혜은의 ‘창원 앞바다’를 손에 넣은 뒤에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어떤 물건에 능력이 가장 잘 옮겨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유물이 딱 하나뿐이어서 많은 실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일단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능력을 남긴 사람이 평소에 애용하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은으로 만든 물건에 능력을 옮기는 게 가장 쉬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금보다는 오히려 은이 능력을 더 쉽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가 한 손으로는 촛대를,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은 막대를 쥔 채 정신을 집중시키자 촛대가 붉은 색으로 환하게 빛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빛이 빨려들듯 은막대 안으로 스며들었다. 능력의 전이가 무난하게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그는 재빨리 은 막대를 가방 안에 집어넣고는 안에서 또 다른 은 막대를 꺼냈다. 그것을 본 최서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수도원에 능력을 담고 있는 물건이 또 있어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원 구조를 모르니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하나가 더 있어.”
그 역시 브레토스로부터 받은 새로운 능력 덕분이었다. 그간의 연습과 훈련 덕분에 도윤은 현재 반경 백 오십 미터 이내에 있는 능력이 담긴 유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능력에 따르면 이 수도원에는 확실히 붉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유물이 하나 더 있었다.
두 사람이 속삭이고 있을 때 알렉산드로 원장이 다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문서 보관실을 책임지고 있는 콘스티노스 수도사가 방문을 허락했습니다. 오래 둘러보는 건 불가능하니까 되도록 빨리 끝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지요. 여러모로 폐를 많이 끼쳐서 죄송합니다.”
알렉산드로 원장은 몸소 두 사람을 문서보관실까지 안내했다. 바람 수도원에는 모두 다섯 개의 건물이 있었는데, 원장은 두 사람을 그 가운데 가장 작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건물이 가까워지면서 도윤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능력을 담은 유물이 느껴지는 장소가 바로 그 문서보관실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